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690
689화
[*퀘스트*]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날개를 지녔지만, 크로우 대부족을 떠나지 못하는 퀴랄.이곳의 최고 수색 요원이자 대륙을 굽어살피는 야수왕의 눈인 그를 더 넓은 세상으로 인도해 주십시오.
단, 야수왕 힙뇨가 그를 순순히 보내 줄 것인지는 미지수입니다.] [퀘스트 목표 : 퀴랄의 위스트넌 탈출.] [보상 : 1. 퀴랄의 호감도 상승.
2. 지급.]
대충 어영부영 위스트넌 탈출에 성공한 퀴랄.
“이게 자유의 냄새인가? 상쾌하군.”
그는 크게 심호흡하며 말했다.
‘그냥 꽃향기인데.’
차마 입 밖으로 내진 못하고 속으로만 생각하는 재호.
바다 냄새는 조금도 침범하지 못하는 고잉헬 호에서 맡을 수 있는 건 꽃향기뿐이었다.
“흠흠, 그럼 넌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재호는 퀴랄에게 물었다.
사실 우람이 바로 떠난다고 했다면 그쪽에 퀴랄을 맡기는 게 훨씬 나았다.
거긴 다른 수인들도 많은데다 퀴랄의 입장을 이해해 줄 만한 이들도 많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기다렸다 그쪽과 함께 떠나는 게 어떻냐는 재호의 제안을 그는 거절했다.
앞서 말했듯, 지금처럼 어수선한 타이밍이 슬그머니 사라지기에 딱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혹여나 이걸로 재호에게 불똥이 튀지 않을지 걱정되긴 했지만, 어쨌든 증거는 없으니까.
“난 사사 님께 받은 특별한 눈이 있지.”
그때 뜬금없는 퀴랄의 자랑.
“이 눈은 아무리 먼 곳도, 아무리 모습을 숨긴 것이라도 찾아낼 수 있다. 그렇기에 난 크로우 대부족을 지키고 감시하는 눈이 될 수밖에 없었지. 이전의 야수왕은 부족의 존속에만 집중했었으니까. 하지만 난 이 눈이 고작 그걸 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
“…난 크로우 대부족과 동족을 사랑한다. 물론 야수왕님 또한 존경하지. 하지만 늘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많은 걸 보고 배워야만 살아남고 발전할 수 있을 거다. 그렇기에 더 넓은 세상을 보아야만 하지.”
퀴랄은 주먹… 아니, 날개를 불끈 쥐며 말했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묘한 사명감.
재호는 그것이 이상하게 다른 수인들과 뭔가 다르다고 생각이 되었다.
퀴랄을 처음 봤을 때도, 그리고 처음 퀘스트를 줬을 때도 그는 어딘가 의심쩍었다.
게다가 위스트넌에 도착한 우람 일행을 디노스 섬으로 안내하는 과정도 이상하긴 마찬가지.
“너 뭔가 있지?”
재호의 물음에 퀴랄은 잠시 침묵했다.
그가 가진 특유의 노란 눈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마치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에 어지러워지려는 찰나.
“사실 내가 사사 님에게 받은 건 이 눈뿐만이 아니다.”
퀴랄이 입을 열었다.
“난 다른 수인들과 달리, 과거를 망각하지 않았으니까.”
“뭐……?”
“어쩌면 저주일지도.”
그렇다는 건 퀴랄이 사사에게 무언가 잘못을 저질렀다는 뜻.
그것도 보통 잘못이 아니라 큼지막한…….
그래야 그 긴 시간, 죽지도 못한 채로 홀로 과거의 기억을 가진 채 살아야 했을 것이다.
자신이 기억하는 모든 걸 옆의 친구들은 기억하지 못한다는 건 막연히 상상해 봐도 너무나 끔찍한 일이었다.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았으니까.”
하지만 퀴랄은 그 이상은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
현재 수준의 우호도로는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
‘아쉽지만 이 정도에서 멈춰야겠지.’
어쨌든 크로우는 더 많은 걸 보고 배우기 위해 나선 것.
그리고 그런 경험을 하기엔 재호와 함께 하는 것이 최적이긴 했다.
“자, 이걸 받아라.”
그걸로 대화를 끝낸 퀴랄은 자신의 날갯죽지에서 보상(?) 하나를 똑 뽑아 주었다.
“…….”
마치 사람으로 치면 겨드랑이털을 뽑아 주는 느낌…….
“흠흠, 고, 고마워.”
재호는 착용하곤 그것을 받아 들었다.
[] [등급 : 고급] [잘 관리된 퀴랄의 깃털입니다.하지만 단순한 깃털이라고 할 순 없습니다.
더 빠르고 날렵한 비행이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힘이 스며들어 있으니 말이죠.] [ : 비행 시, 항속이 20% 증가합니다.] [ : 순간적으로 가속하여 2초간 비행 속도를 200% 증가시킵니다.]
나쁘진 않았다.
하지만 글라이더를 탈 때가 아니면 딱히 쓸 일이 없는 옵션들.
재호가 글라이더를 타는 걸 퀴랄이 본 적이 있기에 준 보상이었다.
‘뭐, 어쨌건 있어서 나쁠 건 없으니…….’
재호는 감사 인사를 하며 그것을 챙겨 넣었다.
“그럼 이만.”
촤악-
하늘로 날아오른 퀴랄은 돛대 끝,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곳에서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나름대로 항해에 도움을 주려는 요량.
“아, 저기 내 자린데.”
재호 뒤쪽에서 작게 들려오는 티나의 투덜거림이 있긴 했지만, 저 자리는 크로우가 더 잘 어울리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 * *
[황재호가 디노스 섬 공략에 성공했다!] [알시아의 디노스 섬 공략 소식? 과연 사실인가?] [전문가들 입 모아 말해 “디노스 섬은 현 단계에서 클리어가 불가능하게 설계되어 있다. 아마 소문에 불과할 것.”] [“소문의 출처는 알시아에게 구조된 난민들로, 그들이 자세한 정황을 알긴 어려울 것.”]재호가 바다를 가로지르는 동안, 커뮤니티와 뉴월드 뉴스란은 떠들썩해졌다.
출처는 역시나 고잉헬 호에 탑승한 난민들이었는데, 그 탓에 정보의 신뢰도는 낮은 편이었다.
정작 재호나 최측근, 심지어 시베리아 바다호랑이 길드 쪽에서도 이야기가 따로 새어 나오진 않았으니 말이다.
물론 위스트넌에 머물던 제3의 플레이어들의 증언도 있긴 했다.
-위스트넌에 뭔일 난 거 같은데?
└나도 수인 사냥 퀘 갑자기 종료됨. 이걸로 호감도작 중이었는데 조짐.
└어? 나도 사냥 퀘 없어졌던데. 버그 아닌가?
└뉴월드에 버그가 어디 있냐?
-나 현장에 있었는데, 수인들이랑 알시아랑 친구 먹음ㅇㅇ
└그건 뒷북 아님? 전에도 형제니 뭐니 하고 이야기 있었잖아.
└ㄴㄴ실제로 알시아랑 위스트넌 전체가 동맹이 됨. 이거 생각보다 큼. 여기선 알시아 욕도 함부로 하면 안 됨.
-아니, 근데 어쩌다 갑자기 위스트넌 전체 분위기가 그렇게 돌변한 거임? 대체 디노스 섬에서 무슨 짓을 한 거야?
└정말로 디노스 섬 공략한 거 아님?
└애초에 디노스 섬이 위스트넌이랑 연관성이 있긴 함?
└베어고릴즈랑 알시아 쪽 애들 거기서 오랫동안 있었잖아. 그 과정에서 뭔가 발견한 걸지도 모르지.
-아, 진짜 개 궁금하네. 시바 애들 평소엔 스포 잘만 하더니 왜 이번엔 입 싹 다물었냐?
└알시아한테 참교육 당한 모양ㅋㅋ
무성한 소문과 추측들.
그리고 재호가 바다 위를 항해하는 사이, 마침내 재호 브이튜브에 위스트넌과 디노스 섬에서 있었던 사건 편집 영상 하나가 공개되었다.
그리고 그걸 본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황재호가 황재호 했다.]그리고 하루에 하나씩 영상이 공개되면서 사람들은 확실히 알게 되었다.
디노스 섬이 정말로 최초 공략이 완료되었다는 것을……!
이걸 두고 여전히 “조작된 거다!”라거나 “저런 정보를 알시아가 쉽게 공개할 리 없다!”라는 등, 구설이 있긴 했지만, 대부분은 영상을 믿었다.
의외로(?) 지금까지 재호는 이런 걸로 거짓말을 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공개했던 정보는 모두 100% 사실이었고, 한 치의 거짓도 없었다.
이런 일만 있으면 등장하는 ‘전문가’들의 말을 믿기보다는 재호의 말을 믿는 것이 현명하다는 걸 플레이어 대부분은 체득하고 있었다.
그렇게 디노스 섬에서 있었던 일들이 담긴 영상이 모두 공개될 때쯤, 고잉헬 호가 마침내 대륙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돌아온 재호가 앞으로 무슨 일을 벌일지 사람들은 기대했지만…….
딱히 특별한 일은 없었다.
실제로도 특별히 할 게 없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게임 밖 이슈가 생긴 탓에 사람들의 관심도 돌아가 버린 것이다.
[충격! 일성 플라워즈 불화설!] [선수단 내분! 황재호 위주의 팀 구성에 큰 불만!] [몇몇 핵심 선수, 중국 팀들과 접촉 확인. 리그 시작 전, 초대형 악재가 닥친 일성 플라워즈.]* * *
재호 일행이 대륙으로 돌아오는 동안,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뉴월드 한국 리그 NLK 새 시즌.
정확히는 정식 시즌이 시작하기 전, 프리 시즌을 앞두고 있었다.
즉, 지금은 전 세계의 프로 선수들에겐 한창 활발하게 이적이 이뤄지는 중이라는 뜻이었다.
유명 플레이어들의 거취에 팬들의 관심이 쏠렸고, 누군가 이적했다는 소식에 울고 웃었다.
하지만 의외로 단 한 시즌 만에 최강의 팀으로 군림한 일성 플라워즈는 이적 시장에서 딱히 관심을 받지 않았다.
그만큼 단합이 잘된 팀이라는 인식이 있었고, 엘리시아 화원 초창기부터 함께한 지인 팀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당연히 일성 플라워즈 내의 이적 소식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갑자기 우후죽순으로 해당 소식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거 그냥 찌라시 아님? 일성 플라워즈 쪽에선 아무런 전조도 없었는데?
└그럼 불화를 미리 티 내면서 하냐? 그냥 지금까지 쌓여 있다 터졌을 수도 있지.
└아니, 그러니까 불화의 낌새가 전혀 없었다고.
└ㄴㄴ전혀 없진 않았음. 이 기사 보셈. (링크)
[불화의 시발점은 역시 황재호의 독재로 보인다. 애초에 팀명에서부터 알 수 있듯, 오직 황재호만을 위한 팀인 일성 플라워즈. 그만큼 모든 결정엔 황재호의 의사가 절대적이다. 그에 아만다가 가장 먼저 불만을 드러냈으며, 소속 길드인 프라임 길드에서도 …(중략)… 결정적인 사건은 엠마의 위스트넌 유배 사건이다. 팀에 늦게 합류한 엠마는 재호의 폭력적인 팀 운영에 가장 큰 반감을 품었었고, 그로 인해 장시간 위스트넌에 추방당해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레벨 손해는 물론…….]-어… 이거 그럴싸하네?
└그럴싸하긴. 결국 죄다 추측밖에 없는데?
└한국 속담에 그런 게 있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그거 진짜 위험한 소리 아니냐? 결국 근거 없이 의심한다는 소리잖아.
-아니, 근데 좀 이상하긴 했음. 다키스트 위스트넌에서 버린 시간이 너무 길지 않냐?
└ㅇㅇ솔직히 몇 달 동안 거기서 뺑이 치고 있는 거 말도 안 됨. 심지어 그사이 알시아는 마계에서 꿀 빨고 있는데, 같은 팀인 다키스트는 거기 처박아 놓는다고?
└뭔가 사정이 있겠지.
└당연히 그렇겠지. 재호한테 처맞기 싫으면 입 다물어야 했던 사정이.
-아니, 다들 너무 타오르는 거 아님? 알시아한테 억까 루머 생기는 거 한두 번 봄? 좀 기다려 보셈.
└아, 근데 이번엔 느낌이 좀 싸하긴 함. 다키스트도 그렇고 다른 팀원들 표정이 좀 안 좋더라고.
└좋겠냐? 팀을 개인이 멋대로 주무르는데? 솔직히 일성 플라워즈가 정상적인 팀이냐? 함완식이나 김진아는 그냥 황재호 인맥으로 처넣은 거지.
└ㅇㅈ그리고 걔 누구냐? 이름도 기억 안 나는 드루이드.
└서우현? 맞아. 솔직히 걔도 수준 미달임. 레드도 뭐, 그냥 황재호 빠돌이라 넣어 준 거 같고.
└그런 애들 모아 놓으니 사만다나 다키스트 이런 애들이 좋아하겠냐? 나라도 팀 나갈듯.
늘 그렇듯(?) 과격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커뮤니티 분위기.
그리고 당연히 해당 소식에 누구보다 빠르게, 그리고 민감해하는 건 일성 플라워즈였다.
그 증거로 단톡방엔 험악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으니…….
-다키스트 : 아, 어떤 새X야?!
여러 기사의 주인공이 된 다키스트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다키스트 : 이 개 같은 찌라시 써 재낀 놈! 혹시 너희가 나 놀리려고 한 거 아냐?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 소식들은 전혀 진실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