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691
690화
당사자들인 일성 플라워즈도 처음 듣는 불화설.
기자들이 조그마한 떡밥만 돌아도 덥석 물어뜯는 게 하루 이틀이 아니긴 했다.
특히 그 대상이 최고의 팀인 일성 플라워즈라면 말이다.
그런데 그 과정이 뭔가 석연찮았다.
바로 서서히 돌기 시작한 루머가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왔기 때문.
팀을 흔들려는 악의적인 의도가 다분히 느껴지는, 왠지 낯설지 않은 상황.
지난 뉴월드컵에서 중국 쪽의 방해 공작을 겪어 본 터라 더 그러했다.
수면 아래에서 꿈틀대는 은밀한 움직임이 보이는 것 같았으니…….
다행히 일성 플라워즈의 구성원들은 불화설에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 이미 이전에 더 심각하고 추잡한 언론플레이를 당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다만 근본 없는 주장이던 불화설과 달리, 이적설은 사정이 조금 달랐다.
실제로 재호 외의 다른 선수들에게 이적 제안이 들어온 것이다.
그리고 아니라 다를까… 그 팀들은 전부 중국팀.
이적 조건까지 내걸었던 재호만큼 파격적인 수준은 아니었다.
비교적 평범한(?) 거액과 여러 혜택을 혜택 등을 제시한 그들.
그렇기에 김두표는 이 모든 사태의 출처가 중국이라는 확신하게 되었다.
‘우리 선수들을 노리는 다른 팀은 거의 없다시피 했어.’
드문드문 있긴 해도 중국처럼 본격적이진 않았다.
심지어 중국 리그의 각 팀은 하나도 빠지지 않고 모든 팀원에게 제안했으니 말이다.
일성 플라워즈를 완전히 찢어 버리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느껴졌다.
그리고 최종 목적은 각국 시즌 후, 중국에서 열릴 제2회 뉴월드컵일 게 뻔했다.
-에휴, 그렇지 않아도 골치예요.
두표는 개인적으로 친한 기자를 통해 좀 더 자세한 사정을 들었다.
-뭐, 감독님이 말씀하신 대로 출처는 중국이에요. 저야 말단 중의 말단이라 잘 모르겠지만, 사장님 표정이 헤벌쭉한 걸 보면 어지간히 큰돈을 받은 모양이에요. 아마 다른 언론사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아! 그런데 일성 플라워즈는 어때요? 혹시 정말로 선수들이 이적하는 건 아니죠?
당연히 아니라며 두표는 말했다.
프리 시즌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적?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으며, 이미 해외 선수들의 입국 예정일도 잡혀 있었다.
‘특히 중국팀은 더 말도 안 되지.’
이미 중국 리그 내의 팀들은 선수단이 모두 꾸려진 상태였다.
완성된 스쿼드에 이 타이밍에 외부 선수를 영입한다?
그건 팀 밸런스를 몽땅 망치는 멍청한 짓이었다.
즉, 두표가 보기엔 오직 일성 플라워즈 전력 약화만 목적으로 둔 걸로 보였다.
그야말로 스포츠맨십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치졸한 짓이었다.
‘그래도 애들한테 고맙네. 주변에서 뭐라고 해도 전혀 흔들리진 않으니…….’
물론 그렇다고 해도 혹여나 있을지도 모를 자그마한 불화도 지우고 화합하도록 만드는 것이 감독의 임무.
아무리 일성 플라워즈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건 재호라고 하지만, 엄연히 감독은 두표였다.
그리고 그런 재호도 두표를 확실히 존중하니, 모두의 지지와 기대를 실망시킬 순 없었다.
“후… 일하자, 일해.”
타닥타닥-
현재 시각 오후 11시.
두표는 언론에 배포하기 위한 입장문 작성을 시작했다.
그리고 고민을 거듭하며 썼다 지우기를 반복한 끝에, 해가 뜨기 시작할 때가 되어서야 그는 잠들 수 있었다.
* * *
“두표 형 인터뷰 봤음? 진짜 독하게 냈더라?”
대륙을 가로지르는 고잉헬 호 갑판 위.
방향키를 골드투스에게 맡기고 쉬던 재호에게 완식이 다가오며 말했다.
“아, 봤어.”
밤을 새워서 신중하게 완성한 입장문…이라고 하기엔 굉장히 수위가 높은 내용의 공식 입장문.
[한 가지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다. 모든 기사가 비슷한 시간에 일제히 터져 나왔다. 그리고 우리 선수들에게 접촉해 온 팀들도 비슷한 시기에 전부 같은 리그 소속의 팀들이었다. 재밌지 않은가?하나 경고하고자 한다. 확인해 본 결과, 우리 선수들에게 이적을 제안한 팀들은 이미 선수단 구성이 완료된 것으로 안다. 그런데 왜 우리 선수들에게 접촉해 온 것인가? 이 사태가 그저 단순한 괴롭히기로밖에 의심되지 않는다. 그리고 목적이 있는 괴롭히기라고 확신한다. 왜냐면 그들은 ‘자국에서’ 열리는 뉴월드컵에서 일성 플라워즈가 활약하는 걸 보지 않을 테니까.
지나친 억측이라고?
글쎄……. 하지만 ‘그들’이 아니면 이런 치졸한 짓을 할 만한 이들이 없는 게 사실이지 않은가?]
굉장히 공격적인 입장문.
물론 서두엔 꽤 정상적인 멘트가 들어가긴 했다.
[해당 소문은 전혀 사실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아주 간단하고 전형적인 멘트.바로 그다음에 나온 게 저 내용인 게 문제지만 말이다.
“두표 형 이번에도 무리한 거 아닌가 몰라.”
‘이번에도’라는 완식의 말대로였다.
“혼자 어그로 다 안고 가려는 모양이야.”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몇 번이나 욕받이를 자처했던 두표.
이번에도 그런 의도로 보였다.
선수들 사기에 최대한 지장을 주지 않으려는 나름의 노력인 것이다.
어찌 보면 미련할 정도로 책임감 넘치고 따뜻한 사람.
입장문이 공개된 뒤, 당연히 전 세계 커뮤니티는 난리가 났다.
그리고 특히 난리 난 곳은 중국…….
“근데 웃기지 않냐? 두표 형은 중국이라고 한마디도 안 했는데 말이야.”
말장난에 불과하긴 했다.
직접 명시하지 않았을 뿐, 어딜 저격했는지는 뻔히 알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두표는 그렇게 강펀치를 날린 뒤로는 일절 대응하지 않았다.
철저하게 ‘응? 너 이야기 아닌데 왜 그럼?’의 태도.
어떻게 해야 상대를 열 받게 만드는지 제대로 보여 주고 있었다.
“근데… 뉴월드컵 그거 제대로 열리기나 할지 걱정되지 않냐?”
“음? 갑자기 왜?”
재호가 이해하지 못하고 반문했다.
“아니, 이번엔 걔네 본진에서 열잖아. 무슨 치졸한 짓을 할지 누가 알아? 우리가 마시는 물에 설사약을 타 놓는다거나…….”
“…너무 1차원적인 걱정 아냐?”
재호는 어이없어하며 말했다.
“어차피 대회 주관은 월드와이드에서 다 하잖아.”
해당 국가의 월드와이드 지사가 있다면 몰라, 애초에 중국은 뉴월드가 불법으로 지정된 나라였다.
그래서 대회 운영위를 전적으로 월드와이드에서 꾸릴 수밖에 없었다.
괜히 그쪽에 맡겼다간 추잡한 짓을 꾸미는 것 이전에 대회 서버 장애나 시설 문제로 대회 운영 자체에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니 말이다.
“흠… 아무튼 그래. 영 찝찝해……. 그래서 난 절대 그쪽에서 제공하는 음식엔 손 안 대려고.”
“뭐, 그 정도야…….”
현지 음식이 안 맞을 수도 있으니까.
“야! 음식이 문제야?”
그때, 다키스트가 불쑥 끼어들며 말했다.
“막 우리 숙소에 층간소음을 일으키거나 연습실 거지 같은 걸로 주는 건? 그게 진짜 현실적인 방해 아냐?”
“하긴. 중국은 미국이랑도 사이가 많이 안 좋으니…….”
어느새 나타난 사만다도 걱정된다는 듯 말을 보탰다.
그렇게 하나둘 모여든 팀원들은 모두 중국에서 열릴 뉴월드컵에 우려를 보였다.
“근데…….”
가만 듣고 있던 재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일단 뉴월드컵 진출 확정부터 지어야 하는 거 아냐?”
“…….”
“뭐… 하겠지?”
아직 한국 리그도 진행되지 않았으면서 김칫국부터 잔뜩 마시는 일성 플라워즈였다.
* * *
고잉헬 호가 마침내 엘리시아 화원에 도착했다.
그리고 꽃집에 온 재호는 가장 먼저 으로 분신을 소환해 풀피리 연주를 시켜 놓았다.
그사이 본체가 향한 곳은 신목.
-거참 오랜만에도 오는구나.
뾰로통한 신목의 목소리.
“하하, 멀리 갔었잖아요?”
능청스럽게 대답한 재호는 오는 길에 각 지역에서 모아 온 특별 영양제들을 자연스럽게 꺼냈다.
그리곤 신목 주변 바닥에 푹푹 꽂아 넣으며 영양 보충을 해 주었다.
-…….
“왜요?”
-…정성이라곤 전혀 없는 기계적인 행동이로구나.
“하하, 뭐 이런 걸로.”
칭찬이 아니었지만, 칭찬으로 받아들인 후, 신목이 뭐라고 하기 전에 재호가 얼른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신목님도 기억은 다 돌아왔죠?”
-그래. 아주 제대로 저질러 버렸더구나. 예고도 없이 갑자기 봉인이 풀려 버리는 바람에 아주 골치가 아팠다.
“왜요? 무슨 일 있었어요?”
-아주 많았지. 하지만 당장 할 이야기는 아니구나. 아직 이쪽에서도 확실히 정리된 상태가 아니니까.
여러 세계의 기둥 역할을 하는 신목, 즉 세계수.
재호는 화원의 보호수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신목의 역할은 생각보다 더 심오하고 복잡했다.
수많은 차원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늘 신경을 쓰고 있으며, 지금도 디노스 섬에서 시작된 나비효과를 수습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었다.
“하긴 천사랑 악마들도 기억이 다 돌아왔을 테니…….”
-아니, 다행히 그 전에 봉인의 권한을 내가 이양 받았다.
“예?”
그건 전혀 몰랐던 소리.
-그들은 아주 위험한 존재들이다. 잊고 있던 과거의 탐욕을 일시에 떠올리게 된다면 어찌 나올지 나로서도 예측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사사가 떠나기 전, 그들의 기억 봉인을 내가 받아 온 것이다. 뭐, 사사의 자식들까지는 내가 간섭할 순 없었지만.
신목이 말하는 사사의 자식은 수인을 말하는 것일 터.
“어쨌든 악마와 천사의 기억이 여전히 봉인되어 있단 건 잘된 일이네요.”
신목이 말하는 위험성은 재호도 충분히 공감했다.
기억의 봉인을 멋대로 깨트렸다가 미쳐 날뛰었던 칼리토만 봐도 알 수 있었으니…….
‘정의의 대천사 그 양반도 보통이 아니었고…….’
사실 그런 점에서 보면 천사나 악마나 별반 다를 바 없는 것 같기도 했다.
“뭐, 그럼 그 문제는 나중에 이야기해 주시고, 오늘은 신목님에게 소개해 줄 이들이 있습니다.”
-아! 그래. 그렇지 않아도 사막 저 멀리서부터 느끼고 있었단다. 익숙하나 아련한 기운을.
신목의 관심이 재호 뒤쪽으로 향했다.
엘리시아 화원의 화려한 분위기와 달리, 복장부터 칙칙하기 그지없는 이들은 바로 다크엘프.
눈빛엔 긴장과 두려움이 언뜻 보였으니, 아무래도 디노스 섬과 달라도 너무 다른 낯선 환경에 적응이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주변을 둘러싼 채로 그들을 향해 호기심 가득한 눈길을 보내는 엘프도 잔뜩 모여 있으니…….
“아! 궁금한 게 있는데, 다크엘프들의 기억은 괜찮은 건가요? 과거에 대해 알 만한 건 다 알고 있는 것 같던데요?”
직접 겪은 세대가 아니긴 하지만, 어둠서리에서 충분히 교육을 받은 그들.
-걱정 말아라. 다크엘프가 된 시점에서 이미 저들은 바위보다 더 단단한 의지는 지니고 있다는 뜻이니까. 내가 잘 이야기해 보마.
“그럼…….”
재호는 고개를 돌려 뒤쪽에 모여 있던 다크엘프들을 향해 손짓했다.
“다들 이리로 와!”
쭈뼛거리며 다가오는 그들.
시선은 땅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곧게 하늘로 솟아난 커다란 나무 앞으로 향했다.
윤기가 흐르는 단단한 기둥, 그리고 영롱한 힘이 느껴지는 잎사귀들.
자신들이 보았던 돌로 만든 세계수와 너무 다르지만, 처음 본 순간부터 느끼고 있었다.
‘이, 이것이… 진짜 세계수……?’
지금까지 그들이 느껴본 것 중, 가장 거대한 생령을 뿜어내는 존재.
늘 차가운 어둠 속에서 살아가던 그들을 해일 같은 온기가 순식간에 뒤덮었다.
이윽고…….
-다들 고생들 많았구나.
왠지 모르게 그리움이 느껴지는 음성이 다크엘프들의 머릿속에서 크게 울렸다.
울컥-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들의 삶과는 거리가 멀었던 감정.
옆자리 동료가 악마엘프에게 죽임을 당했을 때도 흘리지 않던 눈물이 이 순간에 터져 나왔다.
선조들과 디노스 섬에 남은 어른들이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어머니의 품.
말로만 들었던 그 존재를 처음 만났지만, 그들은 익숙한 것처럼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어머니시여…….”
왠지 슬프고, 또 경건하게 느껴지는 분위기.
재호도 잠시 떨어져 그들이 신목과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 주었다.
“훠이- 훠이-”
눈치 없는 구경꾼 엘프들도 쫓아낸 건 물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