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697
696화
사막 구석의 뤼노 남작령.
일성 플라워즈 아바타 제작 이후, 뤼노의 이름이 꽤 알려지고 영지도 꽤 이슈가 되었다.
덕분에 뤼노의 브랜드 상품인 뤼필드를 찾는 고객도 많이 늘었지만, 영지 개발은 여전히 지지부진했다.
매출이 늘었다고 해도 영지 전체를 개발할 정도는 아니었고, 조수와 작업자들을 들여도 생산량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뤼노는 영지 개발을 자율에 맡겼다.
관련 업종 종사자들의 경우엔 자신의 허가를 받고 이곳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말이다.
덕분에 영지 내 자리 잡은 건축물 자체는 꽤 있었다.
그저 하나같이 허름해서 영지 자체가 볼품없었을 뿐.
그나마 의상 제작업이 영지의 기반인 덕분에 색감 자체는 넘쳐 나는 편이었다.
그렇게 뤼노의 영지는 엘리시아 화원의 패션 거리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영지 내에서 인기가 가장 많은 곳은 역시 뤼필드로, 일성 플라워즈의 정품 유니폼을 만드는 곳이니 당연했다.
그럼에도 뤼필드 또한 아직 변변한 작업실이나 전시 매장을 가지지 못한 상황.
워낙 하루하루 바쁘게 일이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그럴 여유가 없었으나, 드디어 그런 생활도 끝이었다.
최근 뤼노 남작령에 들어선 거대한 건축물 하나.
뉴월드의 판타지와 현실이 묘하게 섞인 특이한 건물로, 그곳이 바로 오늘 행사가 있을 [뤼노 엑스포]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뤼필드 브랜드 역시 그곳에서 영업하게 될 예정이었다.
오늘 있을 런칭 행사를 보기 위해 대륙 각지에서 수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NPC들은 물론 플레이어들까지.
심지어 악어새들도 우르르 몰려와 있었는데, 최근 뉴월드 악어가족 팬 커뮤니티 쪽에서 출처 불명의 소문이 돈 탓이었다.
[악어가족 굿즈 황실 에디션이 이곳에서 공개된다!]얼마나 열성이면 인게임에서도 악어새 활동을 하는 이들이거늘, 이런 소문을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물론 단순 루머로 끝날지도 모르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이 기회를 놓친 걸 두고 평생 후회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게 서로 다른 목적을 지니고 모인 사람들.
“대체 언제 열린대?”
“글쎄? 왠지 곧 시작하지 않을까?”
입구 쪽에 길게 늘어선 줄은 마치 한정 상품을 기다리는 듯한 풍경.
그리고 잠시 후…….
드르르-
입구의 커다란 문이 좌우로 갈라지며 마침내 열렸다.
그 안에서 나타난 건 엘프들.
“다들 순서대로 천천히 입장한다. 괜히 문제 일으키지 않도록 조심해라. 그랬다간 다시는 이곳에 못 들어올 테니까.”
첫날인 만큼 혹시나 발생할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임시 직원들이었다.
그리고 효과는 확실했다.
엘리시아 화원의 영역 내에서 엘프를 거스르는 건 미친 짓이란 걸 모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으니 말이다.
사박-사박-
발소리조차 내지 않으면서 유령처럼 미끄러져 들어간 사람들.
“?!”
“와……!”
길곤 곧 내부의 화려한 인테리어를 보곤 입이 쩍 벌어졌다.
높은 천장에 은하수처럼 수놓아진 마법 조명들, 그리고 바닥은 투명한 시냇물 같은 영롱한 대리석이 내부를 빛냈다.
그리고 양쪽으로 조성된 전시 구획에는 다양한 옷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 아래엔 디자이너의 이름들이 걸려 있었는데, 전부 뤼노의 제자들이었다.
그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 루로아 황녀의 이름.
황녀의 브랜드는 더 깊은 곳에 있었다.
오직 [루로아 프라푸치노]를 위한 특별 전시실.
그 앞에 세워진 고풍스러운 목판엔 루로아 황녀의 친필로 만들어진 브랜드가 그려져 있었다.
입구에서부터 느껴지는 상당한 무게감.
“꿀꺽…….”
사람들은 묘한 긴장감을 느끼며 발을 들였다.
그리고 그들의 눈앞에 신천지가 벌어졌다.
* * *
재호도 뤼노 엑스포는 한 번도 방문해 본 적이 없었다.
어차피 이쪽 일은 자신이 관여할 것도 없었고, 뤼노가 모두 알아서 했기 때문이었다.
사전 정보 없이 처음 방문한 엑스포의 첫인상은…….
“좋은데요?”
현대적이고 시원시원한 느낌이 드는 인테리어.
그리고 내부에 진열된 고급스러운 판타지 의상들이 이곳을 한층 더 특별해 보이게 만들어 주었다.
“상당히 특이한 곳이로군요. 그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구조의 건축물입니다.”
황태자로 책봉되기 전, 대륙 이곳저곳을 다녔던 젠트르노 황태자도 본 적 없는 낯선 구조.
현대식 건물 양식을 바탕으로 뉴월드의 판타지를 콜라보한 지안트의 역작이었다.
“이곳에 전시된 의상들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군요. 대단한 디자인입니다.”
그의 말처럼 지안트의 작품과 뤼노의 작품들은 상당히 잘 어울렸다.
분명 이질감에서 오는 괴리가 묘한 감상을 일으켰던 것.
“하하, 이 건물을 지은 지안트 씨는 그야말로 완성형 예술가입니다. 그는 제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이 건물을 만들어 주었지요. 만약 그가 아니었다면 이 의상들은 지금보다 덜 빛났을 겁니다.”
재호와 황태자, 황녀를 안내하던 뤼노가 뿌듯함을 담아 말했다.
표정에서 드러나는 더할 나위 없이 큰 만족감.
“아! 지안트! 이름은 들어 보았습니다.”
젠트르노 황태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엘리시아 화원의 도시 설계를 전담한 건축가이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그의 물음에 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제는 대륙에 널리 알려진 지안트의 이름.
엘리시아 화원이 유명해질수록 지안트도 같이 유명해질 수밖에 없었다.
즉, 지금 지안트의 명성은 그 어떤 건축가보다 높아진 상태라는 뜻.
그리고 같은 시각, 지안트는 갑자기 증가한 자신의 평판과 제국 호감도에 고개를 갸웃했다.
* * *
계속해서 안으로 이동한 젠트르노 황태자와 루로아 황녀는 마침내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 구역에 도착했다.
바로 루로아 프라푸치노 브랜드관.
황녀라는 직위를 고려해 다른 곳보다 화려하게 마련된 그곳에 발을 들이는 순간, 재호는 눈이 사방으로 요동쳤다.
‘뭐… 뭐야 이거?’
자유분방한 컬러 조합과 의미불명의 디테일들.
사실상 팔과 머리를 넣는 구멍이 있단 것 말곤 정상적인 옷이라고 볼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이게… 루로아 프라푸치노 브랜드……?’
혼란스러운 머릿속.
힐끔-
고개를 돌려보니 젠트르노 황태자 또한 당황한 눈치였다.
“어어… 멋집니다, 누님!”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듯, 젠트르노 황태자가 감탄사를 터뜨렸다.
하지만 어색해도 너무 어색한 모습.
그 당혹감을 루로아 황녀가 모를 리 없었다.
“괜찮습니다.”
다행히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아니, 마치 이럴 줄 알고 있었다는 듯한 여유로움도 느껴질 정도.
‘아, 미래를 보니까 당연히 알고 있겠구나.’
재호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루로아 황녀가 태연할 수 있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건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한 의상들이 아니에요.”
그녀는 자신의 작품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제가 보는 이 세상을 담아 디자인했어요. 물론 서툴러 뤼노가 많이 도와주긴 했지만.”
“…….”
그 말을 듣는 순간, 재호와 젠트르노 황태자는 숙연해졌다.
루로아 황녀가 보는 아름다움.
그게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 두 사람은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매 순간, 미래를 내다보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 탓에 늘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
즉, 그녀의 평소 감정이 이 의상 디자인에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었다.
“황녀님께서는 이제 막 시작한 것입니다.”
뤼노는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조금은 서투른 면이 있지만, 그렇기에 이 순간이 더욱 소중한 것이지요. 다시는 오지 않을 미숙의 아름다움.”
뤼노는 이 의상들의 진짜 가치에 대해 부연 설명을 해 주었다.
“그렇기에 황녀님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시작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할 수 있죠.”
“그렇군요.”
루로아 황녀가 어떤 마음으로 이 옷들을 만들었을지는 이해했다.
다만… 이걸 과연 사람들이 돈을 주고 살 것인지는 걱정이 되긴 했지만…….
‘어쩌면 이미 미래를 보고 있을지도.’
어쨌든 부디 별 일 없이 넘어가길 재호는 바랐다.
그리고 루로아 황녀가 상심하지 않기를…….
슬쩍-
고개를 돌려 주변 손님의 반응을 살핀 재호.
“대단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황녀님의 미적 감각이 정말 대단해요!”
“어쩜 여기서 이럴 수가 있을까…….”
“???”
폭발적이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자 호평은 전부 NPC들에게서 나오고 있단 걸 깨달았다.
그리고…….
[상대는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상대는 거짓말을 하고…….] […….]넘쳐 나는 거짓말의 향연.
재호는 귀족들의 호평 이면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깨달았다.
‘그냥 황녀한테 잘 보이려는 거구만.’
문득 떠오르는 명언.
[일단 유명해져라. 그러면 똥을 싸도…….]아무튼 재호는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따지고 보면 귀족들의 저런 반응이야말로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브랜드라는 게 무엇인가?
결국 그 이름의 가치가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귀족들이 저렇게 루로아 프라푸치노에 자체의 가치를 인정하기 시작한다면 상류층의 사교 사회에서는 주류가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알시아 대왕. 혹시 누님 보셨습니까?”
그때, 젠트르노 황태자가 재호에게 물었다.
“예? 황녀님은……. 어?”
그러고 보니 어느새 보이지 않는 루로아 황녀.
“뤼노 님! 혹시 황녀님 봤습니까?”
재호는 근처에서 제품 설명을 하던 뤼노를 찾아 물었다.
“아, 황녀님은 조금 전 옆 전시관으로 갔습니다.”
“옆?”
밖으로 나온 재호는 바로 옆에 마련된 또 다른 특별관으로 향했다.
[악어가족 특별관]“아.”
왜 여기 있는지 알 것 같았다.
그 안엔 황녀 브랜드관 못지않게 많은 사람으로 바글바글했는데, 당연하게도(?) 대부분 아는 얼굴들이었다.
“랍 님.”
“아! 알시아 님!!”
재호는 그중 가장 친숙한 이의 이름을 불렀다.
“하하! 대박이에요! 악어가족 굿즈랑 황녀님 콜라보가 생각보다 더 반응이 좋아요!”
“그래요? 전 아직 여긴 못 봤네요.”
루로아 황녀의 의상 디자인에 받은 충격 때문에 볼 생각도 하지 않았던 것.
“아, 그래요? 한번 보세요! 저희는 응원봉만 생각했는데, 여러 가지 많더라고요! 황녀님 디자인 감각이 생각보다 좋은 것 같았어요.”
“네?”
디자인 감각이 좋다고?
“이름만 빌린 콜라보가 아니었어요?”
“아뇨? 황녀님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셨더라고요. 지금도 이 안에 계시는데요?”
“아, 맞다. 황녀님!”
뒤늦게 루로아 황녀를 찾아왔단 걸 상기한 재호.
사람들 머리 위로 저 멀리 보이는 황녀를 발견하곤 그리로 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멈칫-
바로 근처에 전시된 루로아 황녀와 악어가족 콜라보 의상을 보곤 걸음이 멈췄다.
“이, 이게…….”
너무 멀쩡했다!
‘자신이 보는 이 세상을 담았다.’라고 하던 의상들과는 완전히 다른 디자인들.
너무 화려하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무난하지도 않고 미려한 컬러 배합까지 훌륭했다.
재호도 하나쯤은 사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
“흐흐흐… 괜찮지 않나요?”
랍은 피식피식 웃음을 흘리며 물었다.
“너무 판타지스럽지도 않고, 무대 의상 느낌도 나는 게 좋네요. 게다가 전부 아바타들이라서 기본 장비 위에 덧입을 수도 있고요.”
“…….”
재호의 시선이 사람들 너머, 열심히 악어가족 굿즈를 감상하는 루로아 황녀를 향했다.
이미 뒤따르는 호위 기사의 팔에는 장바구니도 걸려 있는 게…….
왠지 배신당한 것 같은 기분.
‘뭐……. 좋게 생각하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거겠지?’
물론 귀족들의 반응이 조금 애매하긴 했지만… 황족이 디자인한 제품이라는 특별함을 쉽게 포기하진 못할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