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7
6화
같은 시각, 재호를 몰래 쫓아 트리안 마을을 빠져나온 전럭협 회원들.
그들의 원래 계획은 적당한 타이밍을 봐서 재호를 덮칠 생각이었다.
목표는 바로 재호가 엘프들에게 받은 무기들.
재호는 전혀 몰랐으나, 트리안 마을에서 엘프들의 호감을 얻고 무기까지 받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오죽하면 회복제 믿고 무조건 달려 숲을 벗어나는 ‘포레스트 검프’ 공략법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을까.
그마저도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 전럭협의 현실.
그 탓에 이런 벼랑 끝 선택을 하게 된 것이었다.
무려 재호를 공격할 계획을 세울 정도였으니……!
어차피 럭시 숲에서 시작한 플레이어라면 자신들과 비슷한 수준일 거라는 게 그들의 판단이었다.
심지어 불곰과의 전투 중, 칼까지 놓쳐 버렸으니 어쩌면 일이 생각보다 더 쉽게 풀릴지도 모른다고 그들은 생각했다.
하지만 주먹질에 이어, 갑자기 웬 수박만 한 돌덩이를 한 손에 들고 곰을 두들겨 패기 시작하자 그들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그냥…… 돌아가죠…….”
회장의 말에 아무도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다.
딱 한 명만 제외하고서.
“새, 생각보다 나쁜 사람이 아닐 수도 있잖아요!”
메이가 다급하게 그들을 말렸다.
“지금이라도 대화로 접근하는 게…….”
그녀는 자신이 본 것을 믿기로 했다.
꽃과 대화하며 풀피리를 불어주던 그의 순수한 모습을……은 개뿔, 당연히 아무도 믿지 않았다.
“포기해요……. 전 그냥 기사님 부를래요. 안 그래도 이번에 적금 깨기로 했거든요.”
“저도 한 달만 더 버티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모두가 돌아가고 남은 것은 메이 한 명.
후들후들―
하지만 막상 혼자 재호와 마주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녀는 두 다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쾅쾅! 쾅!!
고막을 때리는 폭음.
저게 정녕 사람의 주먹에서 나는 소리란 말인가…….
‘여, 역시 내가 본 건 착각이었던 걸까?’
* * *
“후우…… 후우…….”
마치 3km 런닝을 한 듯, 재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재로 변하기 시작한 불곰을 내려다보았다.
“이겼다…….”
그야말로 사투였다.
스친 것 말고는 직접 피해를 받은 건 없었으나, 그렇다고 해도 남은 체력은 20 정도로 간당간당했다.
순식간에 10레벨이 된 재호.
그리고 나머지 스텟은 체력에다가 투자해 버렸다.
‘피하면 장땡일 줄 알았는데……. 조금이라도 올려놓는 게 좋겠어.’
혹시라도 연속으로 전투가 벌어질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게다가 전투 중 알게 된 사실이 피로도가 체력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기도 한 것 같았다.
[를 획득하였습니다.] [을 획득하였습니다.] [을 획득하였습니다.]다양한 전리품도 얻었고.
[ 칭호를 획득하였습니다.] [식물을 이용해 공격 시, 추가 피해가 적용됩니다.] [ 칭호를 획득하였습니다.] [힘이 1 상승하였습니다.]조금은 이상한 칭호들도 얻었다.
‘뭐, 나쁘지 않네.’
제법 쏠쏠한 소득이라며 만족하는 그 순간.
바스락―
“…….”
방금 죽은 불곰의 가족이라도 나타난 것일까?
죽기 직전, 상당히 구슬프게 울긴 했었다.
‘타이밍 안 좋은데.’
현재 재호의 피로도는 거의 70%에 육박했으니 이 상태에서 또다시 불곰과 싸운다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그냥은 안 죽는다.’
한 손에 씨앗을 든 채, 시선을 고정시킨 재호.
죽을 때 죽더라도 머리통은 부수고 죽겠다는 각오로 노려보고 있을 때였다.
“시, 실례합니다……!”
“???”
덜덜 떨리는 여성의 목소리에 재호가 멈칫했다.
“누구시죠? 안 나오면 주먹 날아갑니다?”
“자, 자, 잠시만요!!!”
바스락―
수풀을 뚫고 나타난 이는 메이.
“그…… 저…….”
막상 재호 앞에 선 메이는 이 살벌한 분위기에(정작 재호가 한 거라곤 씨앗을 들고 있는 것뿐이지만)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만큼 재호의 아우라는 평범한 사람이 감당하기엔 상당히 벅찼다.
‘자, 자연스럽게 대화를……!’
그녀는 용기를 쥐어짜냈고.
“니……님도 럭시에서 시작하신 건가요? 으하하!! 저도 럭시인데!!”
결국 튀어나온 무리수 공감대.
“그렇습니다만…….”
다소 짧은 대답에 메이의 얼굴은 핼쑥해졌다.
이미 그른 것 같은 느낌.
“그그그…… 혹시 지금 럭시 숲을 나가려고 하시는 건가요?!! 가능하면 저도 같이 갈 수 있을까요?!”
자연스러운 대화는 물 건너 갔다는 판단에 그녀는 냅다 본론으로 급발진을 해 버렸다.
“…….”
한참 이어지는 재호의 침묵.
‘마, 마, 망했다……!!!!’
메이는 울상을 지었으나, 사실 재호도 내심 놀란 상태였다.
‘여자가 나한테 먼저 말을 거는 건 처음인 것 같은데?!’
역시 커스터마이징에 시간을 투자한 게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상대가 결코 알 수 없을 감동에 취한 사이, 불길함에 그녀는 주춤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죄, 죄송합니다. 역시 제가 너무 무례했…….”
“아, 아닙니다. 그보다 혹시 싸움 잘해요?”
불쑥 들어온 재호의 질문에 메이는 사색이 되었다.
마치 한판 뜨자는 걸로 들렸으니까.
“다, 다시는 말 걸지 않을게요. 그러니 그냥 돌려보내 주세요…….”
“……아무래도 이 숲에 나오는 몬스터들이 보통이 아닌 것 같아서요. 저 혼자 싸우는 거보다는 둘이 낫겠다 싶어서요.”
“네?”
생각보다 수월하게 돌아온 대답에 몸이 반쯤 돌아간 채로 멈춘 메이.
“여기요.”
재호는 곧장 인벤토리에서 활과 화살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어차피 자신이 들고 있어 봐야 쓸 일도 없다.
몸을 쓰는 게 익숙하지, 활은 전혀 아니었다.
“어어…….”
얼떨결에 받아든 메이가 연신 활과 재호를 번갈아 보았다.
“이, 이거 막 줘도 되나요?”
“왜요? 뒤통수라도 치게요?”
“흡?!”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만약 성공한다 하더라도…… 죽을 때까지 자신을 쫓아다닐 것처럼 생긴 재호였으니까.
“농담이에요.”
‘거……거짓말!’
메이는 차마 입 밖으로 내진 못했다.
활을 내어 주는 결정은 재호도 여러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내린 것이었다.
어차피 이곳에 남아 있는 플레이어들 대부분은 럭시 숲 탈출에 실패한 저렙 유저들이란 걸 알고 있었다.
혹시나 싸움이 난다 한들 고만고만한 수준.
즉, 자신의 피지컬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에 내릴 수 있는 결정이었다.
“어…… 감사합니다.”
우물쭈물 손을 내민 메이는 활과 화살을 받아들었다.
“아, 맞다! 먼저 확인할 게 있었는데 깜빡했네.”
“……?”
재호는 중요한 걸 잊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전 럭시 숲에서 좀 머무르다 갈 것 같은데 괜찮아요?”
“무, 물론이죠……!”
메이가 얼른 대답했다.
거절은 불가능했다.
아직 재호의 손이 활을 쥔 채로 완전히 놓지 않았으니까.
* * *
두 사람이 함께 숲을 돌아다닌 지도 벌써 네 시간.
‘으음…….’
메이는 속으로 침음했다.
당장 이 숲에서 나갈 계획이 아니라고 듣긴 했지만 이 정도로 오랫동안 머물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게다가 지금까지 재호가 한 것의 대부분은…….
“습지에서만 자라고 주 양분은 땅속의 미생물이군.”
“뿌리에 기생하는 버섯꽃이라. 취향은 아니지만 그래도 알아두는 게 좋겠지.”
연신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꽃을 비롯한 온갖 식물들을 관찰하는 것.
물론 전투도 몇 번 일어나긴 했으나…… 위기라곤 조금도 없었다.
도저히 비슷한 레벨대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압도적인 전투력으로 재호가 제압해 버렸으니까.
그리고 메이가 한 거라곤 제대로 쏘지도 못해 바닥에 떨어진 화살을 회수하는 게 전부였다.
전투가 끝나는 즉시, 다시 꽃구경에 몰두하는 재호.
그리고 그런 재호를 지켜보는 메이…….
‘이상해…….’
분명 재호는 강했다.
하지만 몬스터 사냥은 재호의 주목적이 아니었다.
몬스터는 장애물일 뿐, 주목적은 꽃인 것으로 보였다.
‘내가 본 것들이 역시 착각이 아니었어.’
새삼 신기하다는 듯, 그녀는 재호를 뚫어져라 관찰했다.
한편 재호도 곤혹스러운 입장이었다.
‘저 여자가 왜 저러지……?’
어딘가 아픈 여자인지 의심스러웠다.
핏기라곤 전혀 없는 얼굴로 자신을 계속 관찰하고 있었으니.
‘괜히 무기를 줬나? 혹시 뱀파이어 클래스 같은 것도 있나?’
서로가 공개하지 않는 이상 클래스 확인은 불가능했고, 그런 걸 물어보는 것도 매너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게 어색한 시간이 흐른 뒤, 어느새 재호는 접속을 종료할 시간이 되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 이만 가 봐야겠네요.”
“앗, 네네.”
그러곤 우물쭈물하던 메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다, 다음 접속은…… 언제 하시나요?”
“아마 내일 오후 세 시쯤이 될 것 같네요.”
“오후 세 시……. 어디 지역 표준시인가요?”
“!”
그제야 이 게임이 글로벌 게임이라는 걸 떠올린 재호.
‘자동 통역 기술 탓에 위화감을 전혀 못 느끼고 있었네.’
새삼 대단한 기술력이란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전 한국이에요.”
“엇? 저도 한국인인데!”
“아…….”
딱히 자동 통역 기술의 도움은 아니었다.
“그럼 저, 저도 그때 맞춰서 들어올게요.”
“네, 그러세요.”
그렇게 인사를 하고 두 사람은 헤어졌다.
* * *
캡슐방을 나온 재호는 곧장 저녁 근무를 위해 헬스장으로 향했다.
“킁킁―”
계단에서부터 느껴지는 땀 냄새가 유난히 퀴퀴한 것이, 뉴월드에서 꽃과 가까이 지낸 탓인 것 같았다.
‘무서울 정도로 현실적이네.’
3층에 위치한 헬스장.
“어?”
마지막 계단 모퉁이를 돌아선 재호는 앞을 가로막은 거대한 그림자에 걸음을 멈추었다.
“아버지?”
우람한 팔뚝으로 잘 되지도 않는 팔짱을 낀 재호의 아버지, 우람이 우뚝 서 있었다.
“왜 그렇게 폼 잡고 서 있어요?”
“오늘도 5분 지각이군.”
“그거 때문에 그렇게 허세 부리고 있는 거예요?”
재호가 어처구니없단 얼굴로 말했으나 우람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최근 4일 연속 지각인 것도 모자라…… 방금 그 표정은 뭐지?”
“표정이 왜요?”
“뭐긴! 땀 냄새에 일그러진 그 표정! 최근 뭔가 이상하다 했는데 오늘 보니 확신이 생겼다. 요즘 뭘 하고 다니는 거지?!”
재호는 말문이 막혔다.
설마 그런 걸 트집 잡을 줄이야.
하지만 재호 역시 눈치가 빨랐다.
“이렇게 잔뜩 허세 잡고 추궁하는 거 보니 이미 다 알고 계시는 거 같은데요?”
재호의 퉁명스레 말했다.
“보나마나 헬스장 아저씨나 형들이 뭔가를 말했겠죠. 아니에요?”
“크흠…….”
‘역시…….’
재호는 자신이 캡슐방을 들락거린다는 사실이 생각보다 오래 들키지 않고 있다고 생각했다.
한때 이 동네를 장악하고 있던 건달들이 전부 여기 헬스장을 다니고 있었다.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그들이 캡슐방을 들락거리는 재호를 한 번도 못 본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재호의 착각이었다.
문제는 약 한 달 전, 커뮤니티에 퍼진 스크린샷!
‘럭시 황족’이라는 인물이 전럭협에 의해 알려졌고, 그 인물은 역시나 재호였다.
다만 당사자인 재호는 게임 초창기 이후, 커뮤니티를 끊어 버려 소식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어차피 럭시 숲에 대한 다른 정보는 구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먼발치에서 찍힌 스크린샷인 데다 현실과 조금 다른 외모이긴 해도, 그 비범한 아우라까지 못 알아 볼 순 없었다.
헬스장 회원들 중에도 뉴월드를 즐기는 이들은 많았고, 그 스크린샷을 본 사람도 제법 되었다.
우람 역시 그들을 통해 보게 된 것이었고.
“……그래, 대충 알고 있으니 말하마.”
우람은 결국 인정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관짝 게임을 하고 있는 거냐?”
역시나 나오는 관짝 소리.
“게임이야 물론 할 수 있지. 나도 젊은 시절엔 그랬으니까. 하지만 요즘 게임이 어디 게임이냐? 마우스와 키보드가 아니라 관 속에 누워서 하는 게임이라니!!”
“……핀트가 살짝 나간 거 같은데요?”
차라리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가 더 설득력이 있을 정도.
그리고 재호는 이런 상황을 대비해 꽤나 그럴듯한 변명거리를 준비해 놓았다.
“아버지는 제가 격투기 선수가 되길 원했었잖아요.”
재호는 한껏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게 관짝에 눕는 거랑 무슨 관련이 있지?”
“어차피 현실에선 어머니가 극구 반대하니 안 될 일. 하지만 가상 세계에서는 어떨까요?”
“……?!!!”
순간 요동치는 우람의 눈동자.
“뉴월드는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즐기고 있는 게임. 비록 아버지가 바라던 격투기 선수와는 조금 다르겠지만, 1인자를 목표로 한다는 건 챔피언을 향한 도전이라고 해도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아니, 전혀 달랐다.
“너, 너 이놈…….”
콧김을 쒹쒹 뿜으며 계단을 내려오는 우람.
‘어? 안 먹히나?’
마치 성난 황소가 다가오는 듯한 착각이 드는 그 순간.
텁―
우람의 커다란 손이 재호의 어깨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이 아버지를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
심지어는 우람의 눈가에 반짝이는 ‘무언가’?!
재호는 그것의 정체를 상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니까 넌 그곳에서 챔피언…… 아니지. ‘지존’이 되겠단 거냐?!”
이미 말했듯, 우람 역시 한때 하드코어 게이머였던 시절이 있었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해도 RPG 게임의 베이스는 그리 바뀌지 않았으리란 건 충분히 추측할 수 있었다.
“그, 그렇죠.”
“그럼 직업이 뭐냐?”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재호의 대답은.
“당연히 전사죠!”
정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