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70
69화
골렘 실험은 지루하고 머리 아프고 짜증나는 작업이었다.
재료를 조금씩 바꾸어가면서 골렘을 반복 소환해제하며 수치를 기록해야 했으니.
제일 먼저 돌과 흙만을 재료로 삼아 골렘을 소환을 시도해 보았으나, ‘황금 골렘’이라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실패했다.
극소량의 금화를 섞은 골렘은 소환 자체는 가능했으나 실전에서 써먹기 어려울 정도로 순두부였다.
결국 그 적절한 선을 찾는 게 문제였는데, 수십 번의 시도 끝에 어느 정도의 밸런스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는데, 골렘의 껍데기가 자꾸 도금이 된다는 점이었다.
그래선 꽃이 절대 자랄 수 없었다.
‘재료의 밸런스는 결국 골렘의 외부를 감싸는 데 필요한 최소량에 따라 달라지는 건가?’
그 추측은 다시 많은 테스트를 통해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꽃이 자랄 만한 외피를 만드려면 흙의 비율을 좀 더 높이는 걸로 어느 정도 해결이 되겠지만…….
‘이럼 또 순두부 골렘인데…….’
인벤토리를 열어 놓고 한참을 고민하던 재호.
그러다 순간, 눈에 팍 하고 꽂힌 아이템 하나를 발견했다.
“황혼의 방벽…….”
성장형이라는 강력한 특성의 방어 아이템.
게다가…….
[특수한 성능을 가진 재물을 사용할 경우, 그 효과가 골렘에 적용됩니다.]불곰국에서 막무가내로 만들었던 골렘이 압도적 강함을 보였던 이유.
골렘에 들어간 재료의 물량도 물량이지만, 거기에 있던 각종 무구들이 가진 옵션이 골렘에 적용되었기 때문이었다.
‘모자란 방어력은 이런 방어 관련 아이템들을 재료로 때워도 될 것 같은데.’
당장은 가진 게 뿐이라 시도하긴 어렵지만, 핵심 재료들을 이런 방어구로 채운다면 골렘의 생존력은 충분히 보장될 것으로 추측되었다.
“음……. 돌아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슈아르로 가야 하나?”
또 화원을 비우려니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제는 꽃집에 좀 더 집중을…….
―알시아님! 알시아님!!
그때, 다급한 메이의 귓속말이 도착했다.
―응? 무슨 일이야?
―여기 난리 났어요! 갑자기 드워프 하나가 나타나서 엘프들이랑 시비가 붙었어요!!
―드워프? 웬 드워프?
―모, 몰라요! 그런데 생기의 정령이 아는 드워프라고 하는데.
꼰대가 알고 있다?
“……아.”
그제야 재호는 떠올렸다.
‘다시는 보지 맙시다!’ 하고 저주를 퍼붓고 헤어졌던 라셀 왕국의 드워프 도박꾼!
아무래도 기어코 엘리시아를 찾아온 모양이었다.
―……그래서 지금 상황은 어때?
―엘프들이랑 계속 욕하고 싸우고 있어요! 드워프가 자기는 정식으로 초청을 받아서 온 거라고…….
말도 안 되는 헛소리.
―후……. 곧장 그리로 갈게.
아무래도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 * *
[*퀘스트*] [라셀 왕국의 도박꾼 ‘불카’는 빚쟁이들을 피해 떠돌다 결국 엘리시아 화원까지 도착했습니다.그나마 정신을 차린 그는 지난번과 똑같은 실수는 하지 않았습니다.
가보인 모루만큼은 지켰으니 말이죠!
하지만 사채조직 ‘액스페이스’는 포기를 모르는 자들입니다.
그들은 지금도 불카를 쫓고 있으며, 당신은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불카를 액스페이스로부터 구해줄 경우, 엘리시아 전속 대장장이로 정착.] [불카를 외면할 경우, 호감도 초기화 및 드워프족과의 친밀도 하락.]
“끌어내.”
재호는 고민도 할 필요도 없다는 듯, 엘프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시스템마저도 그를 대장장이가 아닌 도박꾼으로 정의하고 있었다.
“자기 일은 자기가 책임져야지.”
“이보게! 우리가 어찌 그런 사이인가?! 함께 밤의 골목을 휘어잡던 시절을 잊은 건가?!”
“내 기억하고 많이 다른 것 같은데? 아무튼 또 댁 뒤치다꺼리 해 줄 생각은 없어.”
“크윽……! 제, 제발 부탁이네! 이대로 가면 난 죽어!!”
“그럼 죽어.”
재호는 단호하게 답하곤 돌아섰다.
질질질―
결국 엘프들에게 붙잡혀 엘리시아 바깥으로 끌려 나간 불카.
“저 드워프는 뭡니까?”
지켜보던 사만다가 물었다.
“아, 예전에 라셀 왕국에서 만났던 드워프야. 신경 꺼. 어차피 이제 곧 죽을 테니까.”
“그, 그렇습니까? 헌데 드워프들은 모두 뛰어난 대장장이라고 들었는데…….”
사만다는 아쉽다는 듯 말했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들 입장에선 드워프의 작품을 얻는 게 하늘의 별따기나 마찬가지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건 불카를 모르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저 사람 대장장이가 아니라 도박‘장이’야.”
아직 손목 안 잘린 게 용할 정도.
‘실력은 확실히 좋은 거 같긴 하지만.’
약간의 하자가 있긴 했으나 도 뛰어난 아이템이긴 했다.
하지만 도박 중독자는 고칠 수 없다는 걸 불카가 몸소 보여준 이상, 괜히 엮이지 않는 게 상책이었다.
“그래도 대륙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종족인데 아쉽지 않습니까? 게다가 엠베이숲의 광산도 아직 놀고 있는데.”
“……그러고 보니 자연인한테 드워프 소식을 전해주기로 했었구나.”
사만다의 이야기에 재호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자연인의 광산을 계속 내버려두는 건 확실히 아까운 일이었다.
이전에도 드워프들이 이용했던 광산이니, 그곳에 있는 광물들의 품질이 뛰어날 것은 자명했다.
불카도 분명 그것을 알아볼 순 있을 터.
그곳에서 가두어 둔 채(?) 계속 일을 시킨다면?
“어? 생각보다 나쁘지 않을 거 같은데.”
불카를 받아주는 것이 문제가 되는 건 어디까지나 엘리시아 화원일 경우에 문제가 되는 것.
하지만 엠베이 숲은 엘리시아와 완전히 독립된 장소였다.
게다가 악마들이 살고 있는 곳이니 빚쟁이를 피해 숨기에 나쁘지 않기도 했다.
‘악마들이니…… 도박도 좋아할 것 같고.’
계속 생각하다 보니 이거…….
“괜찮은데?”
재호는 불카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바꾸었다.
그에게 딱 어울리는 장소가 있었으니!
“크흐으윽!!!! 저, 정말 고맙소!!! 역시 그대는 내게 있어 둘도 없는 은인이구려!!!!”
눈물 콧물 범벅으로 떡진 수염.
그 상태로 재호에게 안기려다 엘프들에게 몰매를 맞은 불카는 모래에 널브러진 채로 연신 감사를 표했다.
“내 정말 평생 은인을 위해 보답하겠소!!”
“뭐, 마음은 고마운데 아직 결정된 건 아냐.”
재호가 불카를 받아들인 것은 조건부.
그리고 그 조건은 바로 실력 증명이었다.
“걱정 마시오! 내 반드시 한탕 크게 해서 실력이 있다는 걸 증명하겠소!”
“……아니. 도박 실력은 관심 없어. 일단 가면서 이야기하자고.”
재호는 불카를 이끌고 엠베이 숲으로 향했다.
* * *
재호가 불카를 통해 확인하고자 하는 건 대장장이로서의 실력.
그리고 그 실력만 증명하기 위한 방법으로 마침 필요했던 방어구들을 요구했다.
골렘의 재료로 쓰기 위한 방어구들!
그 이야기를 들은 불카는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자신이 만든 무구의 효과가 적용되는 골렘이라고 하니 장인으로서의 호기심이 생긴 것이었다.
하지만 그 호기심은 엠베이 숲에 도착하곤 사라져버렸다.
엠베이 숲은 계속 정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여전히 살벌한 풍경이었다.
그리고 설마설마 했던 악마까지 나타났으니!
“아, 아무리 내가 도박에 빠져 망가진 삶을 살았다지만 겨우 그걸로 지옥에 가는 건 너무하지 않소!!!”
“뭐, 뭐야?! 저 목소리만 크고 짜증나는 드워프족은 왜 여기 데려온 겁니까?!”
불카가 불편한 건 악마들 역시 마찬가지.
“왜? 서로 잘 어울릴 거 같은데.”
재호는 태연하게 양쪽을 소개해 주었다.
“이쪽은 도박꾼 불카. 그리고 이쪽은 악마들.”
“……우리는 왜…….”
뭉그러뜨린 소개에 악마들은 반발했으나, 애초에 재호는 죽은 시쿠드 말고는 아무도 이름을 몰랐다.
“앞으로 이곳에서 지내게 될 주민이니까 잘 부탁해.”
“시, 싫소!!!!”
“무슨 소리?! 우리야말로 거절이다!!! 엘프로도 벅찬데 드워프까지 상대하라고?!”
서로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으나 부질없는 짓이었다.
“아니면 골드투스한테 가던가.”
“윽……!”
그 한마디에 불카는 말문이 막혀 버렸고.
“보자……. 엘프들이 어디 있지?”
“죄, 죄송합니다…….”
악마들도 쭈그러들었다.
“좋아. 그럼 댁은 날 따라와. 아직 소개를 더 해 줘야 하는 사람이 있어. 아, 사람은 아니군.”
“?”
재호는 불카를 끌고 무덤 안으로 향했다.
“……생매장하려는 겐가?”
“여기서 묻으면 나도 죽어. 빨리 와.”
그렇게 자연인의 광산으로 들어간 재호가 불을 밝혔다.
“?!!”
그러자 불카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짧은 다리를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이건 최상급 철광석?! 헉 저건 미스릴 광맥으로 보이는데?!!”
그래도 꼴에 드워프 대장장이란 건지, 그는 즉각 이곳의 가치를 알아보았다.
“이, 이곳은 정말 대단한 천연 보고로구먼! 대체 이런 곳을 어떻게 알고 있는 겐가?!”
“어쩌다 보니 알게 됐지. 마음에 들어?”
“마음에 들다마다! 이거면 크게 한탕…….”
“빼돌리다 걸리면 나한테 죽어.”
“…….”
“그리고 위에 봐서 알겠지만 악마들도 비공식적으론 우리 쪽 인력이거든? 더군다나 여기를 지키는 녀석도 하나 있고.”
“아, 그러고 보니 한 명 더 소개해 줄 이가 있다고…….”
쿠웅― 쿠웅―
“?”
묵직한 발소리와 함께 나타난 자연인!
―오! 너로군. 빛나는 꽃이 필요한 거냐?
“…….”
불카는 눈동자는 심하게 요동쳤다.
그저 막연히 재호라면 자신을 도와줄 거란 기대에 찾아온 것이 아주 조금, 후회되고 있었으니.
“여기, 네 친구 데리고 왔어.”
―음?! 헉! 드워프인가!! 작아서 미처 보지 못했다!!
자연인은 크게 기뻐하며 허리를 숙였다.
커다란 눈알이 거의 드워프만 한 느낌.
―오오오오!! 진짜 드워프 맞다! 약속을 지켰구나!
“물론이지.”
재호는 돌이 된 불카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작게 속삭였다.
“봤지? 빼돌릴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끄덕끄덕―
불카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그가 나사 풀린 드워프라 해도 거인과 악마를 앞에 두고 도둑질을 할 용기는 없었다.
“자연인!”
―산골 자연인이다!
“그래그래. 혹시 이 동굴에 드워프들이 쓰던 대장간 같은 건 없어?”
―흥! 이쪽이다.
자연인은 재호와 불카를 이끌고 동굴 깊은 곳으로 데려갔다.
그렇게 도착한 장소를 본 재호는 잠시 멈칫했다.
커다란 공간에 길쭉하게 파인 구멍과 그 아래로 흐르는 시뻘건 용암.
헌데 왠지 모르게 형태가 익숙한 것이…….
“설마 여기…… 화장실이야?”
바로 수세식 화장실처럼 보였던 것이다.
―그렇다. 싸는 즉시 용암에 녹아버려 냄새도 안 나고 아주 좋다!
“…….”
하긴, 그 오랜 세월 동안 동굴 속에서 살았는데 이런 게 없었다면…….
‘진정한 의미의 지옥이었겠지.’
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은 풍경이었다.
“흠흠, 뭐 어쨌든. 그럼 여기서 작업을 시작해.”
재호의 말에 불카가 질색했다.
“지금 똥간에서 대장간 일을 하라는 것이오?!! 이런 기분 나쁜 장소에서 제대로 작업이 될 리…….”
―아, 그런 건 걱정마라. 과거 드워프들도 이곳에서 작업을 했었으니. 내 똥으로 작업을 하는 녀석들도 있었다.
“뭐?! 그건 좀 심한데…….”
엘리시아에서 자행되는 똥 철사장 다음으로 충격적인 사실.
―사실이다! 돌들 중에는 내가 소화시키지 못하는 것들도 있었다. 그것들을 드워프들이 아주 좋아했었다.
“…….”
즉, 소화되는 과정에서 순도 높은 광물만 남는다는 뜻이었다.
“……들었지?”
재호가 불카를 향해 말했다.
“아무튼 내가 널 숨겨주는 조건은 이거야. 아이템들을 만들어서 실력을 증명해. 그러면 적어도 이 엠베이 숲 내에선 댁이 뭘 하든 신경을 안 쓸 테니까.”
“크, 크윽……!! 이건 너무하지 않소?!
불카가 절규했다.
확실히 이런 곳에 있으면 골드투스의 추격은 피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여긴 드워프가 살 만한 곳이 아니잖소!!”
“어허, 자연인이 들으면 섭섭할 말을. 여기 원래 드워프들의 광산이었대. 악마들도 그렇게 나쁜 녀석들 아니고. 아! 이참에 고향에 한번 편지라도 보내봐. 어쩌면 여기에 대해 아는 드워프가 있을지도 모르잖아?”
“크흐윽…….”
“거참 눈물도 많네. 아무튼 난 저쪽에서 일 좀 볼 테니까. 아, 여기 있는 광물들은 마음껏 써도 돼. 그러니까 얼마든지 아이템을 만들어도 돼.”
재호의 배려 아닌 배려가 불카 입장에선 전혀 다르게 들렸다.
‘영원히 이곳에서 일만 해.’와 같은…….
―불쌍하군.
―그러게 말이야…….
몸을 줄인 채, 재호의 양쪽 주머니에서 머리만 내밀고 있던 꼰대와 징징이가 안쓰럽게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