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700
699화
젠트르노 황태자와 루로아 황녀는 엘리시아 화원에서의 시간을 즐겁게 보냈다.
[루로아 프라푸치노]의 런칭은 성공했지만, 그녀에게 걸린 저주에 대한 소득이 없었다면 반쪽짜리에 그쳤을지도 몰랐다.하지만 아나볼릭 신의 긍정적인 대답을 확인했기에 그녀는 마음을 조금은 내려놓고 엘리시아 화원의 풍경을 즐길 수 있었던 것.
물론 아직 가야 할 길은 한참 멀었지만, 가능성을 엿보았다는 것만으로도 루로아 황녀에겐 최고의 소식이었다.
다음 날, 두 사람은 다시 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그리고 다행히 웨이포인트로 진입하기 전, 뤼노 엑스포가 전날과 마찬가지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의미 있는 건 악어가족 굿즈샵 쪽에 어슬렁거리는 NPC들 숫자가 늘어났다는 점이었다.
전날 황녀가 이곳에서 물건을 잔뜩 샀다는 이야기만 듣고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던 귀족들이 다시 찾아온 것.
“잘됐군요.”
그 소식을 들은 루로아 황녀는 본 적 없는 환한 미소를 보여 주기도 했다.
그 표정을 본 젠트르노 황태자의 표정도 볼만했으니…….
한편 포세이돈 교단을 알아보기로 했던 스트로앤 주교.
그는 생각보다 빠르게 소식을 전해 주었다.
“문제가 생겼습니다.”
안 좋은 소식을 말이다.
“문제요?”
“예. 5대 교단 측에 교단 명부 사본을 요청했습니다만…….”
“거절당했나 보군요.”
“허허허, 맞습니다.”
충분히 예상한 일이었다.
애초에 5대 교단들은 엘리시아 화원과 아나볼릭 교단을 좋게 생각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다만 이 상황에서 그들에게 불만을 제기하긴 좀 애매했다.
애초에 정보를 가진 건 그들이고, 거부한다고 해서 이쪽에서 뭐라 할 순 없었으니…….
“그렇지 않습니다.”
“?”
“5대 교단이 괜히 5대 교단이 된 것이 아니지요. 그들은 교단들의 화합과 마신을 숭배하는 이단 교단 관리를 이유로 해당 명부를 만든 것입니다. 그리고 명부에 등록된 모든 교단은 그 내용을 자유롭게 열람할 권리가 있습니다.”
“음… 그럼 말이 좀 달라지는데…….”
재호는 머리를 긁적였다.
물론 따로 알아볼 수도 있긴 할 것이다.
시간이 엄청나게 걸릴 테지만…….
그리고 또 하나 문제라면 제국 내에 아나볼릭 교단과 포세이돈 교단의 자리를 한번 알아봐 주겠다고 한 젠트르노 황태자였다.
말은 그렇게 해 놓았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만만치 않다는 걸 재호는 알고 있었다.
‘이 정도로 적개심을 보이는데, 혹시라도 황태자가 무리하게 일을 벌인다면…….’
황실은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제국 내에 자리한 다른 강력한 권력 집단을 아예 무시할 순 없는 노릇.
현재 5대 교단으로 자리한 그들이 향후 젠트르노 황태자에게 비협조적이 태도로 일관한다면 제국 내 민심 장악에도 큰 영향을 미칠 터였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5대 교단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더 거대했으니 말이다.
“뭔가 조처하긴 해야겠네요.”
“면목이 없습니다. 저희 아나볼릭 교단의 힘이 아직 한참 모자란 탓입니다.”
“아뇨, 절대 그렇지 않아요.”
재호는 손사래 치며 말했다.
규모가 작다 뿐이지, 솔직히 지금 아나볼릭 교단의 ‘힘’만 본다면 차고 넘칠 정도였으니…….
“아무튼 함께 좀 움직여 보죠.”
재호는 줄칸과의 이 사태에 대해 회의 후, 스트로앤 주교와 함께 제국으로 향하는 웨이포인트에 몸을 실었다.
덩치 좋은 몇몇 친구들도 함께…….
* * *
대륙 5대 교단.
[옵티마] [백트] [쿠시온] [노마인] [사므]이들을 통틀어 흔히 교단 연합이라고 지칭하곤 했다.
재호는 한번 만나 본 적 있는 이 연합체.
사실 말만 연합이지, 평소 거창한 일을 하는 건 아니었다.
그저 가장 덩치가 큰 교단들로, 건전한 교도 문화 선도를 이유로 가끔 교류를 나누는 정도.
하지만 최근 그들은 이 자리를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만들려고 하는 중이었다.
서로 다른 신들을 모시는 그들이 단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공통의 적이 있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바로 엘리시아 화원!
그리고 오늘 모인 정기 회담 자리에서도 그 사안을 두고 논의 중이었다.
“최근 아나볼릭 교단 쪽에서 교단 명부를 요청했었습니다. 다들 같은 요청을 받았었지요?”
옵티마 교단의 대표로 참석한 포르퐁이 다른 참석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혹시 그들이 명부를 요청하는 이유를 알고 계신 분 있습니까?”
“글쎄요……. 이야기해 주지 않더군요.”
“끄응……. 거참, 여간 성가신 자들이 아니로군.”
포세이돈 교단을 찾는다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던 아나볼릭 교단.
이미 아나볼릭 교단 쪽에서 교단 명부를 거부당할지도 모른다고 예상하였기 때문이었다.
괜히 포세이돈 교단에 관해 이야기하면 훼방 놓을 게 뻔했으니까.
“간교한 자들입니다. 마치 저희가 거절할 걸 알았다는 듯이 행동하더군요.”
“흐음- 명부를 요청했다는 건 다른 교단에 대해 궁금해한다는 것인데……. 혹시 짐작 가는 바는 없습니까?”
있을 리가…….
“그런데 말입니다.”
그때, 잠자코 있던 노마인 교단의 비로드 대주교가 입을 열었다.
“정식 교단으로 등록된 곳이면 누구든 명부를 열람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걸 거절한 것이 문제가 되진 않겠습니까?”
그가 걱정된다는 듯 말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자칫 다른 군소 교단들이 집단으로 불만을 제기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지극히 상식적인 우려였지만, 다른 이들은 그걸 진지하게 듣지 않았다.
“그런들 어쩌겠습니까? 과연 다른 교단들이 저희를 신뢰하겠습니까? 아니면 저 근본도 없는 아나볼릭 교단을 신뢰하겠습니까?”
“크흠……. 그런 말씀은 조금 위험한…….”
“허허- 비로드 대주교님. 다 아실 분이 왜 그러십니까? 솔직히 아나볼릭 교단이 어디 올바른 교단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
사실 아나볼릭 교단이 기이한 곳이란 건 모두가 인정했다.
그리고 아나볼릭 교단이 정식 교단으로 인정받은 것도 그리 오래된 역사가 아니라는 점 역시 중요했다.
모든 군소 교단이 그렇듯, 아나볼릭 교단도 한때는 이단 취급당할 때가 있었다.
사제라는 작자들이 쓸데없는 육체 단련에 집중하는 것이나 노출을 일삼는 것만 보더라도 신을 모시는 자들이라고 하기 어려웠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아나볼릭 교단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 일어났다.
푸른 산호 섬, 혹인 개미지옥이라 불리던 곳에서 발생한 악마 침공 사태.
사실상 방치 및 격리 상태에 가깝던 그곳을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구제 활동을 했던 교단이 바로 아나볼릭 교단이었다.
그들로선 근본도 없는 사이비 교단이었지만, 당시엔 그 지옥 길을 자처하겠다는 그들이 오히려 고마웠던 5대 교단.
그래서 인심 쓰듯, 아나볼릭 교단을 정식 교단으로 인정해 준 것이었다.
어차피 아나볼릭 교단은 푸른 산호 섬에서 사라지리라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들은 버텨 냈고, 시간이 흘러 재호가 나타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엘리시아 화원이라는, 똑같이 근본 없는 왕국의 등장과 함께 아나볼릭 교단은 날아올랐으니까.
아직 5대 교단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확실히 아나볼릭 교단은 너무나 위험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심지어 그들의 신이 나타나기도 했…….”
“크흠!”
“흠흠!!”
아나볼릭 신의 강림을 언급하는 순간, 여기저기서 나오는 불편한 헛기침.
“검증되지 않은 소문을 사실처럼 이야기하는 건 좋지 않습니다.”
포르퐁 대주교의 말에 다른 이들도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허허, 제가 말실수를 했군요.”
“뭐, 쿠로트 대주교님을 나무라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혹여 누군가 오해를 할까 걱정이 되었을 뿐이니.”
말은 그렇게 하지만, 이곳에서 그런 걸 오해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들 알면서도 애써 외면하고 있었으니까.
“마침 오늘 그 이야기도 한번 진지하게 했으면 하고 있었습니다.”
포르퐁 대주교는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교단 명부를 보여 달라는 것을 보면 아나볼릭 교단이 본격적으로 대외 활동을 시작하려는 모양인데, 저희가 손 놓고 있을 순 없지 않겠습니까?”
“지당한 말씀입니다. 아나볼릭 교단, 그리고 알시아 대왕. 저들이 뭔가 꾸미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어쩌면 흑마법사 탑도 연관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지요.”
“허허……. 세상이 어찌 되려고…….”
오해하기, 혹은 모함하기 딱 좋은 재호와 일성 플라워즈.
흑마법사는 물론, 악마들까지 함께 사는 영지를 고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더군다나 최근 황태자님과 황녀님께서 엘리시아 화원을 방문하셨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아, 저희도 들었습니다. 그게 사실이긴 합니까? 시간상 그렇게 갑자기 다녀왔다는 것이…….”
“웨이포인트를 이용했다더군요.”
“?!!”
“허허……. 거참.”
교단은 딱히 텔레포트에 거부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황족이 그런 위험한 장치를 이용했단 것엔 충격을 받은 것.
“황실의 미래가 걱정되는군요.”
“알시아 그자와 계속 어울리더니… 두 분께서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은 것 아니겠습니까?”
과할 정도로 이 대륙의 모든 것이 엘리시아 화원에 영향을 받고 있단 게 체감되었으니, 미래가 여간 걱정되는 게 아니었다.
“대륙을 위해 이젠 우리가 나서야 합니다. 본디 모든 교단은 국가 정치에 개입해선 안 되나, 이것은 전혀 다른 상황이라고 탄보르 교황님께서 결론을 내리셨습니다.”
포르퐁 대주교는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본디 신성을 숭배하는 우리가 마를 보고서도 계속 모른 척할 순 없는 일. 현재 엘리시아 화원은 서서히 마에 잠식되어 가는 중이라고 옵티마 교단은 결론을 냈습니다.”
“으음!”
“허어…….”
방금까지 엘리시아 화원을 몰아세우던 그들이지만, 막상 옵티마 교단의 강경한 태도가 나오자 조금 움츠러드는 모습들.
하지만 그것도 이미 예상했다는 듯, 포르퐁 대주교는 옆자리의 백트 교단 대주교에게 고개를 돌렸다.
“흠흠, 백트 교단 역시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실제로 엘리시아 화원은 마계와 이어지는 게이트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아나볼릭 교단이 마계와 깊게 연관되어 있는 것이 확인된 이상, 이대로 지켜보는 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마를 척결하기 위해선 대륙의 교단들이 하나가 되어 움직이는 것이 당연한 일.
그것은 제아무리 제국이라 하더라도 막을 수 없었다.
그건 곧 제국이 악마와 결탁했음을 인정하는 꼴이었으니 말이다.
“다들 저희와 뜻이 같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포르퐁 대주교의 은근한 압박.
5대 교단이라고 하지만, 그들 간에도 격차가 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뭐, 내부적으로 논의할 시간이 필요하긴 할 것입니다. 그러니 충분히 생각해 보시고 다시 이 자리에 모였을 때, 말씀해 주시면 되겠군요. 하지만…….”
포르퐁 대주교는 단호히 선언했다.
“옵티마 교단과 백트 교단은 이제부터 엘리시아 화원과 아나볼릭 교단은 마계와 결탁한 타락자들로 규정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