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709
708화
하늘에서 또 다른 천사가 강림하려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스피단이 나타날 때와 좀 달랐다.
아예 기둥처럼 지상과 이어진 빛의 영역과 그 사이로 부드럽게 날아다니는 몸통 없는 은빛 날개들.
분명 스피단의 등장도 화려하긴 했지만, 지금 현상은 그걸 초라하게 만들 정도로 요란했다.
게다가 없어 보이게(?) 계단을 타고 내려오지도 않았다.
투명한 빛의 의자에 각자 앉은 채,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오기 시작했으니…….
총 다섯 명.
탄보르 교황은 그중 한 명의 얼굴을 똑똑히 알고 있었다.
“라…라시우르 님……!”
옵티마의 제1 대천사 광휘의 라시우르!
하지만 천사라기엔 너무나 차가운 눈으로 탄보르 교황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일이오?”
“탄보르 교황!”
다른 교황들은 갑자기 우르르 나타난 천사들에 당황하며 탄보르 교황을 찾았다.
그들 역시 눈치껏, 지금 상황이 제대로 꼬였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감히 위대한 의지의 뜻을 전했음에도 신의 종인 너희들은 따르지 않는 것인가?
라시우르 옆에 서 있던 다른 천사의 웅혼한 일침.
그 목소리를 들은 백트 교단의 제이 교황은 사색이 되어 몸을 덜덜 떨었다.
결코 잊을 수 없는 계시의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자, 장수의 대천사 치누스 님!!”
계시를 내려 주었던 위대한 존재가… 열이 뻗쳐서 직접 내려왔다니……!
“서, 설마?”
“다른 천사들도……!”
그쯤 되니 교황들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지금 내려온 모든 천사가 신의 계시를 전해 주었던 바로 그 존재들이라는 것을!!
쿠우웅-
하늘 가운데에서 멈춘 빛의 왕좌.
그곳에 앉은 대천사들이 진노한 표정으로 교황들을 내려다보았다.
“아아아……!”
“위, 위대한 존재들이시여!!”
사람들은 하나둘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교황들은 여전히 넋이 나간 상태.
이 상황에서도 그들은 치열하게 계산 중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무릎을 꿇는 순간, 모든 것은 끝장난다.
자신들은 신의 계시를 무시하는 것도 모자라 멋대로 왜곡하여 아나볼릭 교단을 무너트리려 했음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시하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었다.
지금 자신들을 내려다보는 대천사들은 전부 각 교단의 제1 천사들.
저들을 부정하는 건 곧 신을 무시하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천사들을 무시하고 아나볼릭 교단을 공격한다면?
5대 교단은 절대 5대 교단으로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위상은 추락하고 교단 내부에서도 심각한 분열이 일어나는 건 분명한 일.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뭘 고민합니까?”
그때, 이젠 완벽하게 여유를 되찾은 재호가 느긋하게 말했다.
“간단한 것 아닙니까? 교황님들만 죽을지, 아니면 교단 전체를 죽일지 선택하시면 됩니다.”
“…감히…….”
탄보르 교황의 눈이 시뻘겋게 충혈 되었다.
완전히 외통수에 빠진 상황.
어떤 선택을 하던 자신이 나락으로 추락하는 건 막을 수 없다.
그나마 기대해 볼 것이라면…….
“라시우르 님이시여!!!”
탄보르 교황이 쩍쩍 갈라지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대체 왜 저 마계와 결탁한 불순한 자를 감싸는 것입니까!! 광휘는 그 어떤 어둠도 허락하지 않아야 하지 않습니까?!”
악에 받친 외침은 순간 탄보르 교황을 처절한 신앙인처럼 보이도록 만들었으나, 상대가 대천사인 점에서 설득력이 확 떨어져 버렸다.
“말씀해 주십시오! 스트로앤 주교! 그자는 악마이지 않습니까?!”
탄보르 교황이 우선 노리는 건 명확했다.
천사의 입을 통해 스트로앤 주교가 악마라는 것을 모든 이들에게 확인시켜 주려는 것.
꽤 영리하고 순발력 좋은 시도였다.
-그렇다.
그리고 라시우르 역시 부정하지 않자 탄보르 교황의 입가가 뒤틀렸다.
-하지만 그것은 중간계를 넘보는 악마를 견제하기 위해 스스로 진흙탕에 뛰어든 숭고한 희생이었다.
“예? 그, 그게 무슨……?”
-그는 탐욕의 대공. 그 탐욕의 근원은 바로 무한한 선을 향한 욕심이었으니… 그 누가 그를 악마라고 말하겠는가?
탄보르 교황의 의도와 달리 라시우르는 불필요한 이야기까지 해 버렸다.
사람들이 굳이 알 필요 없는 내용을…….
“마, 말도 안 됩니다!! 어찌 선과 마가 공존할 수 있단 말입니까!!”
이젠 발악하는 수준까지 온 탄보르 교황.
라시우르는 다시 냉엄하게 말했다.
-감히 나의 말에 토를 다는 것인가?
“?!!”
그렇게 나오니 할 말이 없어진 탄보르 교황.
하지만 지켜보는 재호는 라시우르의 태도에서 진심을 엿보았다.
‘귀찮아졌나 보네.’
대륙의 사람들은 천사도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모른다.
그렇기에 라시우르의 저 한마디를 준엄한 신의 의지라고 착각할 테지만, 재호가 눈엔 그저 자꾸 말꼬리 잡는 상황에 짜증이 난 것으로만 보인 것이다.
“하… 하지만…….”
-그쯤 해라.
이번엔 치누스가 입을 열었다.
-본디 우리는 이렇게 지상의 일에 함부로 간섭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륙의 강성한 다섯 개의 교단에 우리… 아, 크흠. 신의 뜻을 전했거늘……. 그런데도 이처럼 멋대로 행동하고 있는 것에 통탄하여 이렇게 나선 것이다.
중간에 살짝 말실수가 있었던 것 같지만, 위대한 존재가 그럴 리 있겠는가?!
-스트로앤, 그리고 아나볼릭 교단은 현재 마계의 침공을 막는 가장 강력한 힘. 그것이 사라진다면 마계는 다시 대륙을 향해 욕심을 내며 혼란한 세상이 벌어질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쇼에 불과하지만, 방금 한 말만큼은 진짜였다.
스트로앤 주교가 이곳에서 허무하게 죽으면-죽이고 싶다고 해서 죽일 수 있는 것도 아니긴 하지만- 당장 마계엔 대공 자리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곧 마계의 혼란과 붕괴를 불러올 것이며, 처음에는 중간계… 그다음은 천계까지 연쇄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터였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일단 악마는 때려잡아야 한다는 정의병자 프티머스 같은 대천사도 있긴 하지만…….
확실한 건 프티머스는 결코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스트로앤 주교의 역할은 더더욱 중요했다.
자신이 탐욕의 대공으로서 떠안은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그는 아주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세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스트로앤 주교가 대공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그런 자세한 사정을 구구절절 여기서 떠들 순 없는 노릇.
게다가 대천사들은 지상에 머물수록 자신의 힘을 갉아먹는다.
시간을 끌수록 초조해지는 건 대천사, 그리고 그만큼 납품해야 할 천과의 숫자가 늘어나는 재호였으니…….
-이 자리에서 다시 선포하겠다. 아나볼릭 교단은 신과 대적하는 존재가 아니다!
라시우르의 마지막 경고.
그 한 마디에는 더 이상의 반발은 받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탄보르 교황 또한 감히 더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고개를 푹 숙인 채 두 주먹을 부들부들 떨고 있을 뿐.
스으-
눈치를 보던 다른 교황들은 슬그머니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렸다.
뿌득-
어금니가 100% 부서졌을 듯한 끔찍한 소리와 함께, 탄보르 교황도 결국은 대천사들 앞에 무릎을 꿇었다.
“위대한 의지… 받들겠습니다…….”
더는 이 싸움을 이어 나갈 수 없었다.
-명심하도록. 우리는 늘 지상을 내려다보고 있다는 것을.
화아아아-
지상에 강림했던 대천사들이 다시 구름 너머로 사라졌다.
그리고 처형장에는 적막만이 남았다.
수많은 사람이 운집해 있었지만,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폭풍처럼 흘러간 짧은 시간.
그러나 이곳에 참석한 사람들은 평생 잊지 못할 경이로운 경험을 했다는 것은 분명했다.
대천사들의 강림.
그리고 그 존재들이 아나볼릭 교단의 정통성을 인정한 것도 모자라 5대 교단의 부정함을 까발렸다.
물론 노마인 교단은 예외였다.
그들은 신의 뜻에 따라 아나볼릭 교단을 비호하고 나섰다는 건 이미 진작에 알려져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럼 교단은 어떻게 되는 거야?”
“크, 크흠……. 말조심하게. 여기서 괜한 소리 했다간…….”
“에휴… 그래도 5대 교단인데 이토록 치졸하다니…….”
워낙 고요하다 보니 사람들의 속삭임이 교황들의 귀까지 적나라하게 들려왔다.
“탄보르 교황……. 상황이 좋지 않소.”
백트 교단의 제이 교황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은 이곳에서 물러나는 게 좋을 것 같구려.”
사므 교단의 로파드 교황과 일로안의 쿠시온 교황 역시 우려를 보였고, 탄보르 교황도 결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물러날 수밖에 없는… 아니, 도망쳐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다들 길을 열어라!!”
“앞을 막지 마라!”
성기사들은 서둘러 길을 뚫었고, 다행히 그들을 막는 사람은 없었다.
처음 입장과는 다르게, 교단 연합 입장에선 황족이 참석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만약 황족이 있었다면 이렇게 막무가내로 사람들을 뚫고 빠져나가는 것이 불가능했을 터였다.
‘절대로…….’
처형장을 빠져나가기 직전, 탄보르 교황의 시선이 마지막으로 재호를 향했다.
언젠가는 저 오만한-그냥 쳐다보고 있을 뿐이지만- 시선을 반드시 박살 낼 것이라고…….
그의 마음속에서 순수한 악의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5대 교단… 이제는 4대 교단이 된 그들이 떠났다.
다른 때였다면 오랜 세월, 찾을 수 없었던 신의 흔적을 발견한 순간이라며 큰 축제가 열렸을지도 몰랐을 오늘.
하지만 교단들은 씻을 수 없는 상처만 남긴 채, 이젠 한없이 작아져 버린 그들의 교황청으로 돌아가야 했다.
* * *
가득 찼던 교단의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가자 처형장의 반은 텅 비어 버렸다.
아니, 이제 처형장이라고 부르기도 이상했다.
이미 쇠사슬을 스스로 끊어 버린 후, 스트레칭을 하는 스트로앤 주교를 보고 있으면 투기장 본연의 장소로 돌아간 것으로만 보였으니까.
재호는 아래로 내려가 스트로앤 주교와 악수를 나누었다.
“고생 많았어요.”
“허허, 아닙니다. 딱히 힘든 것도 없었습니다. 그저 지난 시간 동안 육체 단련을 할 수 없었던 것이 너무나 아쉬웠을 뿐.”
“아… 네…….”
재호는 그러려니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스트로앤 주교.”
이윽고 피게르 대주교가 헐벗은 그를 위해 사제복을 챙겨서 다가왔다.
“아! 대주교님!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아나볼릭 교단이 너무나 힘든 일을 겪었습니다.”
“아니네. 기억하지 않는가? 예전에는 이보다 더 지독한 일을 겪기도 했다는 것을……. 오히려 이것은 아나볼릭 교단의 영향력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는 뜻 아니겠는가?”
그건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특히 오늘 일로 아나볼릭 교단은 몇 계단은 더 뛰어오르게 될 것이다.
스트로앤 주교를 살리기 위해 무려 5대 교단의 대천사들이 나타났다.
그만큼 아나볼릭 교단이 중요하다는 뜻일 터!
그렇기에 이제는 당당히 말할 수 있었다.
아나볼릭 교단이 당당히 5대 교단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어쩌면 그 이상이라고 평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정말… 감사합니다. 알시아 님. 모자란 저를 위해 천계의 높은 분들에게도 도움을 청하실 줄…….”
스트로앤 주교가 재호에게 허리를 숙여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하하, 저희가 어디 남입니까?”
재호는 당당하게 말했다.
그리고 눈앞에 떠오르는 알림 하나.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아나볼릭 교단의 성장을 성공시킨 것에 대한 알림?
[옵티마 신의 흔적을 찾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옵티마 교단의 그라타 대주교가 당신을 기다립니다.]“??”
완전히 까먹고 있던 퀘스트 하나가 뜬금없이 완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