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715
714화
제자리에 멈춘 재호의 발걸음은 쉽게 다시 떨어지지 않았다.
저 멀리, 물가에서 무릎을 꿇은 채 정신없이 입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겁이 난 것이다.
‘정상 아닌 거 같은데…….’
이 고요한 호수가 갑자기 광기로 일렁이는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으니…….
“그래도 적대적인 의사를 보이는 것 같지는 않지?”
재호의 물음에 티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하는 걸 들어 보면 알시아 님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아요.”
“날 기다려?”
그렇다는 건 저들이 재호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을 수도 있다는 뜻.
실제로 재호는 포세이돈과 간접적으로 연관이 있긴 했다.
[]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가호가 당신이 탄 배에 내립니다.] [지속 효과 : 당신이 탑승한 모든 종류의 선박은 항해 속도와 선회력이 증가합니다.] [사용 효과 : 당신이 탑승한 모든 종류의 선박이 파도의 힘을 받아 항해 속도와 선회력이 크게 증가합니다.] [해적왕 고유 스킬입니다.]바로 포세이돈 관련 스킬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어쩌면 꽤 친해질 수도 있을…….
‘아니, 무릎 꿇고 나한테 무한 절을 하는 시점에서부터 수상하기 짝이 없는데?’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다시 돌아나갈 수도 없는 노릇.
재호는 크게 심호흡한 뒤, 조심스럽게 걸음을 뗐다.
점점 가까워지자 선명히 보이기 시작한 사람들의 얼굴.
다행히 머리에 뿔이 달렸거나 눈이 맛 간 상태가 아니었다.
제법 정상적(?)으로 보이는 그들의 모습.
처벅-
마침내 섬에 발을 디딘 재호는 사람들과 살짝 거리를 둔 채 마주 섰다.
[ : 흡수한 액체를 단숨에 방출하며 코트를 말립니다. 흡수한 액체량에 따라 소요 시간이 달라집니다.(최대 10초)]쭈우우-
티나도 의 수분을 배출하며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재호 앞에 무릎을 꿇은 사람들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기도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만 있었다.
“저기요……?”
재호는 조심스럽게 그들을 불렀다.
“예. 말씀하십시오.”
가장 앞에 있던 노인이 재호에게 답했다.
“포세이돈 님의 사자시여.”
그리고 티나가 먼저 들었던 이야기를 다시 한번 꺼내며 재호를 당황하게 했다.
“흠흠,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저는 포세이돈의 사자가 아닙니다.”
그래도 반응을 보면 제대로 찾아온 건 확실해 보였다.
“엘리시아 화원의 알시아라고 합니다.”
자신의 얼굴을 못 알아볼 수도 있겠지만, 이름을 소개해 주면 알지 않을까 싶었으나…….
“아! 저희는 포세이돈 신의 종. 그리고 부족하지만 포세이돈 교단의 교황직을 수행 중인 디반입니다. 저희가 먼저 소개를 드려야 했건만, 너무나 놀란 나머지 실례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사자시여.”
“…….”
여전히 재호를 신의 사자로 대하는 그의 태도에서 재호는 묘한 불안감을 느꼈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그… 혹시 저 모르세요?”
굉장히 창피하고 건방지게 느껴지는 질문이지만, 도저히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봐도 이들의 반응은 재호를 모르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
“??”
그러자 도리어 무슨 말을 하냐는 듯한 표정으로 재호를 쳐다보는 사람들.
“사자님 아니십니까?”
“사자님의 본래 신분은 중요한 것이 아니지요.”
“그런데 화원이라고 하면 꽃집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확실히 모르고 있었다.
너무나 생소한 경험.
물론 세상 모두가 자신을 알 것이란 생각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걸 재호도 잘 알았다.
하지만 현실이 그런 걸 어쩌겠는가?
실제로 뉴월드 내에서 재호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오히려 이름을 듣고도 모르는 이들이 이상해 보였다.
‘사람의 흔적이 거의 안 보인다고 하더니…….’
속세와 완전히 단절된 채로 살아온 게 아닌가 의심이 되었다.
‘어쨌든 너무 생소한 경험이네.’
오랜 시간, 게임 속 인간관계에서 날먹을 숱하게 해 온 재호는 알지 못했다.
자신의 이름값이 먹히지 않는 상대를 만났을 때, 얼마나 피곤해질 수 있는지 말이다.
* * *
포세이돈 교단의 안내를 따라 재호와 티나는 섬 중심으로 걸음을 옮겼다.
겉으로 볼 땐 전혀 관리되지 않은 장소로 보였는데, 막상 안으로 진입하자 느낌이 전혀 달랐다.
길도 잘 관리되어 있었고, 여기저기 설치된 훌륭한 조각상들도 눈에 띄었다.
꽤 신경을 쓴 것이 티가 나는 풍경.
다만 재호는 조금 으스스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디반 교황과 교단 사람들은 재호에게 그 어떤 말도 없이 앞에서 묵묵히 길을 안내했는데, 그 행동이 너무나 비인간처럼 느껴진 것이다.
게다가 계속 걷다 보니 잘 관리되었다고 생각했던 숲길도 뭔가 이상했다.
걷기 편하게 잘 닦여 있긴 했는데, 직선으로 이어진 길이 아니라 이리저리 꼬여 쓸데없이 돌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호수 바깥쪽은 괜찮았는데, 여기는 기분이 별로네요.”
티나는 잔뜩 찡그린 채로 말했다.
“섬에 흐르는 생령의 흐름을 교묘하게 뒤틀고 있어요. 길은 물론, 주변의 조형물이나 나무의 위치까지 의도적으로 배치되어서 환경을 뒤트네요.”
“음? 그럼 위험한 거 아냐?”
티나의 말에 재호가 물었다.
“아뇨. 위험한 건 아니에요. 이걸 함정으로 이용할 수도 있겠지만, 이 인간들의 목적은 그런 것과 거리가 멀어 보여서요. 제 눈을 속일 정도도 아니고요.”
포세이돈 교단의 사람들 귀에도 뻔히 들리도록 말하는 걸 보면 정말로 그렇게 나쁜 건 아닌 모양.
게다가 이런 말을 들었으면 나름대로 해명할 법도 한데, 그들은 어떻게 된 게 한 마디도 없었다.
‘괜히 불안하네.’
티나도 그렇게 위험하다고 하진 않지만, 이 기묘한 분위기 자체가 재호를 점점 더 불안하게 만들 때…….
우뚝-
갑자기 걸음을 멈춘 포세이돈 교단의 사람들.
“먼 길을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그리곤 디반 교황이 몸을 돌렸다.
너무나 전형적으로 보이는 악당 연출.
“이곳이 바로 저희가 포세이돈 님을 모시는 신전입니다.”
“신전……?”
하지만 주변을 아무리 봐도 신전이라고 할 만한 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보이는 건 우거진 수풀과 그 사이로 난 길밖에 없었다.
“이쪽입니다…….”
디반 교황이 한 걸음 물러나자 갑자기 허공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눈앞에서 사라진 그.
“?!!”
연이어 다른 사람들도 그 너머로 걸음을 옮기자 마치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듯, 일렁이면서 사라져 버렸다.
“…넘어가도 될까?”
재호의 물음에 티나는 팔짱을 낀 채 주변을 살폈다.
“위험한 건 아니에요. 아까 말한 것처럼, 자연의 흐름을 뒤틀어 신기루를 만들어 낸 것 같아요. 건너편에서 인기척이 여전히 느껴지는 걸 보면.”
“신기루라…….”
티나의 안전 확인을 받은 뒤, 재호도 그들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울렁-
멀미를 유발하는 일렁임과 함께 주변 풍경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처음 재호가 느낀 건 고요함이었다.
섬 바깥쪽의 분위기는 기묘하긴 해도 자연의 소리는 계속 들렸었다.
하지만 이 안쪽으로 넘어오는 순간, 모든 소리가 멈춰 버렸다.
그다음 관심을 끈 건 넓은 공터 가운데 자리한 황금 거탑!
태양 아래에서 영롱한 빛을 뿜어내는 그것은 말로 형용하기 힘든 신성함이 느껴졌으니…….
‘저기가 신전이구나.’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왜 교단이 아니라 신전이라고 표현했는지 알 것 같았다.
다른 교단과 달리, 오로지 신을 만족시키기 위한 가성비 나쁜 구조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마치 아나볼릭 교단의 아나볼릭 황금상 같은 것.
신전 내부 역시 바깥에서 본 것만큼이나 웅장했다.
그 가운데 세워진 포세이돈 거석상.
거의 6층 건물은 될 법한 크기임에도 내부는 단층으로 이루어진 걸 보면 확실히 비효율적인 건축물이었다.
“잠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디반 교황은 재호에게 양해를 구한 뒤, 사제들과 함께 석상에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재호는 뒤에서 기다리는 동안 포세이돈 석상을 자세히 살폈다.
‘인어네.’
기본적으로 외형은 인어와 닮아 있었다.
물고기 하체와 인간의 상체.
거기에 흔히 포세이돈이라고 하면 상상하는 삼지창 또한 들고 있었다.
위엄이 넘치는 모습.
하지만 재호는 저게 실제와는 거리가 멀 것 같다고 생각했다.
‘포세이돈은 생각보다 쪼잔한 신이라고 했으니까.’
다른 이도 아니고 아나볼릭 신이 직접 한 말이었다.
그걸 바탕으로 추측해 본다면…….
‘어쩌면 이런 요란한 신전은 포세이돈의 그런 성격을 달래기 위한 걸지도 모르겠네.’
앞에서 열심히 기도하는 이들이 알게 된다면 큰일 날지도 모를 생각을 하던 그때.
“…음?”
재호는 곧 휘둥그레진 눈으로 포세이돈 석상의 머리를 응시했다.
석상이 쓰고 있는 왕관, 그 가운데 박힌 묘한 빛을 내는 보석은…….
‘저거 설마?’
너무 멀어서 자세히 볼 순 없지만, 뿜어내고 있는 은은한 빛은 분명 재호가 아는 것이었다.
바로 말이다.
* * *
약 5분 뒤, 기도를 마친 디반 교황이 재호를 다시 바깥의 한 건물로 안내했다.
신전을 떠나는 재호는 포세이돈의 왕관에서 계속 눈을 떼지 못했다.
확인해 보고 싶지만, 다짜고짜 기어 올라갈 순 없는 노릇.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결계 바깥을 다녀오면 늘 신께 감시 기도를 올리는 것이 포세이돈 교단의 규율이라서 말입니다.”
디반 교황은 자신의 집무실에 도착한 뒤, 재호와 티나에게 차를 내주었다.
“아닙니다. 조금 당황스럽긴 한데…….”
궁금한 게 한둘이 아니었으나 먼저 확실히 해야 할 것이 있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포세이돈 신의 사자가 아닙니다.”
상대에 대해 아직 전혀 파악한 바가 없는 지금, 평소처럼(?) 사기를 칠 순 없었다.
“알고 있습니다.”
“…예?”
그런데 조금 전까지 보여 주던 태도와는 상반되는 대답이 돌아오자 재호는 또 당황했다.
“허허, 놀라신 모양이군요. 죄송합니다. 하지만 형제자매들 앞에서 사자님의 존재를 부정할 순 없었습니다. 저희 모두는 포세이돈 님의 사자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예상 못한 이야기에 재호는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저희는 오랜 시간, 포세이돈 신의 존재를 갈망하고 기도해 왔습니다. 그것은 저희에게 내려진 축복이자 저주였죠.”
디반 교황의 이야기에 따르면 포세이돈 교단이 바다가 아닌 이런 호수에 자리를 잡게 된 것엔 이유가 있었다.
“전승에 따르면 과거 이곳은 호수가 아니라 바다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포세이돈 님을 모시던 해저 신전이 있던 자리죠.”
“여기가요?”
이곳이 바다였다는 말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지도상으로 보았을 때, 이곳은 바다까지 제법 거리가 있는 내륙이었으니 말이다.
“과거엔 이곳이 대륙 깊숙이 파고든 만이었다고 하더군요. 물론 확인할 방법은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전설이며, 저희는 까마득한 후손들이니 말입니다.”
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대이변이 일어나며 신전이 지상으로 떠올랐다고 합니다. 이곳이 육지로 변하며 저희 조상님들은 모두 떠나셨습니다. 오직 극소수만이 이곳에 남아 신전을 지켰고, 그 숙명이 후손들까지 전해진 것입니다.”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재호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물속에 있던 신전을 관리했었다고요?”
그건 다시 말해…….
“설마 인어족의 후손입니까?”
재호의 물음에 디반 교황의 눈이 살짝 커졌다.
무감정하게 보이던 그의 표정에서 처음으로 묘한 고양감이 보였다.
“당신은 조상님에 대해 알고 있군요.”
그 대답을 통해 재호는 이 섬의 사람들이 순수 인간이 아님을 확신하게 되었다.
포세이돈 교단을 지키는 존재들.
그들은 인어족의 먼 후손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