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724
723화
모모리의 방송은 난리가 났다.
방송 처음부터 끝까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 방송을 통해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알시아 저 미친X은 왜 갑자기 교주가 되어 있냐?
-말하는 거 보소;; 왜 욕을 하냐?
-아니, 세상에 욕 없는 인방이 어딨음?
-그건 니가 그런 곳만 다녀서 그런 거고.
-근데 왜 아무도 교주라고 하는 건 지적 안 하냐? 교황인데ㅋㅋㅋㅋ
[알시아가 교황이라고 불리고 있다!]교황이라고 말이 나오는 걸 보면 저 장소가 어딘가의 교단인 건 확실했다.
아니, 모모리의 방송 화면에 잡힌 신전을 보면 당연히 예상 가능했다.
그렇다면 대체 무슨 교단일까?
설마 알시아가 만든 교단인가?
해당 장소가 포세이돈 교단이라는 걸 모르니 사람들의 망상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알시아가 몰래 키우던 비밀 종교 맞는 거 같은데?
-굳이 왜 몰래 키움? 당장 꽃집 마당에서 종교 선언해도 좋다고 머리 박을 인간들 한 트럭이잖아.
-이제야 모든 퍼즐이 다 맞춰지네. 알시아가 다른 교단들 조진 이유는 자기 교단을 양지로 올리려는 거임!
-근데 스트로앤 주교는 왜 저기 있음?
-아나볼릭 교단과 투톱 체제로 가려는 거 아닐까?
-어허! 주교님이 아니라 교황님이시다!
마치 재호가 자신이 차린 새로운 교단을 앞세워 교단 사회를 장악하려는 것처럼 인식되었다.
그리고 아나볼릭 교단은 이 거대한 음모의 동반자이고 말이다.
사실 누가 봐도 그렇게 오해하기 딱 좋았다.
보자마자 수많은 사람이 재호를 향해 연신 교황이라 연호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눈썰미가 조금 있는 사람이라면 알 수 있었다.
지금 재호도 굉장히 당황한 상태라는 걸 말이다.
물론 그걸 알아볼 수 있는 건 재호의 어머니와 완식 정도밖에 없겠지만…….
* * *
신전 주변에 모인 주라브 섬의 사람들.
그들은 섬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러운 소리를 아까부터 듣고 있었지만, 구태여 확인해 보려고 나오진 않았다.
왠지 두렵기도 했으며, 특히 디반 교황이 단단히 일러둔 탓이었다.
그런데 한참 들리던 비명과 폭음이 사라진 뒤, 갑자기 낯선 존재들이 나타났다.
바로 재호 일행.
재호와 티나는 이미 아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스트로앤 교황은 처음 봤으며, 서루발 용왕은 보는 순간 혼절한 사람이 나올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포세이돈 님……?”
누군가의 중얼거림.
사실 이곳의 사람들은 인어를 본 적이 없다.
또한 민물 인어 또한 본 적이 없었다.
그야 당연했다.
그들이 민물 인어를 봤다면 죽었거나, 디반 교황이 부리는 모종의 술수로 인해 기억이 지워졌을 테니까.
그러니 서루발 용왕을 보면서 포세이돈을 떠올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이 조금 여유가 있었다면 스트로앤 교황의 일그러진 표정을 보고 더 겁을 먹었을지도 몰랐다.
“흠……. 미묘한 기운이 느껴지는군요.”
스트로앤 교황은 섬 내부로 진입한 순간부터 얼굴을 찌푸린 상태였다.
아마 마을 주변을 감싼 결계를 느끼고 한 말인 듯싶었다.
“확실히 그러하군. 아주 교묘하게 장난을 쳐 놓았어.”
서루발 용왕 또한 동감한다는 듯 말했다.
“신성력으로 가려 놓았으나, 그 저변에는 이질적인 무언가가 있군요.”
“이건 바다의 힘이오.”
스트로앤 교황의 말에 서루발 용왕이 답해 주었다.
“그 말은 저 안에 있는 것이 진짜 이라는 뜻이겠네요.”
재호는 정면의 신전을 응시하며 말했다.
저 안에 있는 건 진짜다.
그리고 아마 디반 교황이 어떻게 한 것인지 모르나 의 힘을 이용하고 있었다.
재호가 알기론 자격이 충분하지 않으면 도리어 저주를 받는 것이 바로 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직접 본 디반 교황의 수준을 생각하면 결코 을 다룰 수 없을 텐데…….
그렇다면 이 힘을 다루는 다른 존재가 있다는 것인데…….
“아무래도 저 배신자들이 손을 쓴 모양이군.”
서루발 용왕의 말에 재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바탕은 인어이니 저걸 다루는 법을 알고 있었던 모양이네요.”
“그렇겠지. 하나 그대의 예상은 틀렸다. 저 안에 있는 것은 진짜가 아니다.”
“예?”
당황스러운 이야기였다.
재호는 거의 반쯤은 확신하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서루발 용왕 또한 바다의 힘을 느끼지 않았던가?
“저건 본연의 힘을 중화시키기 위한 편법에 불과하다. 이 섬에 펼쳐진 결계를 유지하는 데 힘을 보태어 주고도 있군. 아마 아까 보았던 한심한 인간이 이 힘을 다룰 수 있도록 특수한 조치를 했던 모양이다.”
스으-
서루발 용왕의 손이 자신의 발… 아니, 꼬리 아래를 가리켰다.
“진짜는 이 아래에 있다.”
땅속?
아니, 상대는 민물 인어들.
그렇다면…….
“호수 아래?”
“조금 뒤에 확인해 보면 알게 되겠지. 지금은 그대가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이 있지 않은가?”
“아.”
서루발 용왕의 말에 재호는 정신을 차렸다.
그의 말대로 지금은 포세이돈 교단의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했다.
“스트로앤 교황님, 그리고 서루발 용왕님. 이 마을의 결계가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재호의 물음에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저곳으로 가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결계의 원천은 저곳인 것 같으니 말입니다.”
스트로앤 교황은 포세이돈 신전으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재호와 서루발 용왕도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섰고, 스트로앤 교황은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내부를 살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멈춘 곳은 포세이돈 동상.
“역시 저 왕관에 아무래도 문제가 있습니다. 이 일대에 결계를 형성하는 동시에 힘을 끌어모으고 있군요.”
“힘을 끌어모은다는 게 무슨 말이죠?”
“간단히 말해 무언가와 상호작용이 계속 이루어진다는 뜻입니다. 서루발 용왕님께서 말씀하신 ‘그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나, 그 이전에…….”
스트로앤 교황이 포세이돈 동상의 아래쪽 받침대에 손을 올렸다.
그리곤 천천히 손을 쓰다듬더니 어느 순간 우뚝 멈추었다.
“여기로군요.”
사아아-
그의 손을 통해 희미한 빛이 일렁였고, 곧이어 동상에 씌워진 왕관 가운데의 보석도 빛을 내기 시작했다.
“뭘 하는 거죠?”
“이게 이 일대에 펼쳐진 결계를 조작하는 장치입니다. 아까 결계의 용도를 물으셨지요? 아무래도 디반 교황은 이것을 통해 사람들에게 최면 마법을 사용했던 모양입니다.”
“최면 마법?”
“그렇습니다. 오랜 세월 같은 용도로 사용된 탓에 이곳에 남아 있는 신성력의 흔적이 말하고 있습니다. 이 내부에 들어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기억 잠식을 해 왔다고…….”
그렇다면 이곳의 사람들이 보였던 태도도 이해가 되었다.
왜 신전에서 예배만 보고 나면 사람이 바보가 되어 돌아 나왔는지 말이다.
“아주 악랄한 방법입니다. 실지로 이건 과거 수많은 교단이 사용했던 포교 방식 중 하나로, 현재는 교단 연합이 엄격히 금지한 행위죠. 이건 인간의 영혼을 망가트리는 짓입니다.”
제법 무섭게 들리는 설명이었다.
“영혼을 망가트린다고요?”
“그렇습니다. 신성력은 쓰기에 따라 이토록 무서운 힘이 될 수 있죠. 그런데 이자는 신성력 외의 다른 힘 또한 섞어 장악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모양입니다.”
스트로앤 교황은 신전 입구 쪽에서 쭈뼛거리며 상황을 살피는 사람들을 안쓰러운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저들은 자신이 본디 누구였는지조차 잊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쉽게 말해 저들은 포세이돈 교단의 이름 아래, 꼭두각시처럼 생활해 왔다는 뜻이었다.
“그럼 회복할 수 있긴 한가요?”
재호의 물음에 스트로앤 교황은 고개를 저었다.
“이미 금이 가 버린 영혼입니다. 굳이 그 균열을 후벼 파 모든 걸 파괴할 순 없는 노릇이지요.”
“그렇다면…….”
척-
서루발 용왕이 재호 옆에 섰다.
“?”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재호가 고개를 돌렸다.
“스트로앤 교황의 말은 단순하다. 누군가는 저들에게 새로운 지도자가 되어 주어야 한다는 뜻이지.”
즉, 자격을 잃은 디반 교황을 대신해 누군가 교황이 되어야 한다는 뜻.
그리고 서루발 교황이 재호 옆에 섰다는 건 하나를 의미했다.
“…저요?”
“허허, 알시아 대왕님이 아니면 다른 누구도 불가능할 것입니다.”
스트로앤 교황의 말에 재호가 기겁하며 손을 내저었다.
“이런 피곤한 일은 하고 싶지 않은데요? 그리고 아나볼릭 교단이 맡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이들은 포세이돈 교단입니다. 비록 저들의 삶은 왜곡되었다고 하지만, 계속 포세이돈 신을 향한 믿음으로 살아가야 할 이들이죠. 아나볼릭 교단이 끼어들 순 없습니다.”
“그, 그럼 용왕님이…….”
“포세이돈의 이름으로 알시아 대왕. 그대를 새로운 교황으로 임명하겠다.”
대뜸 뱉는 그의 말에 재호는 사색이 되었다.
가뜩이나 뒤에 있는 포세이돈 동상과 굉장히 닮은 서루발 용왕이 그런 말을 했다.
포세이돈 신과 디반 교황의 말만 듣던 신실한 사람들이 과연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오오……!”
“교황 성하 만세!!”
그들은 일제히 몰려들어 재호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아마 좀 더 정확하게는 재호 옆에 있는 포세이돈 신(?)에게 보이는 예의일지도 모르겠지만…….
“만세! 만세!”
재호는 난처함에 식은땀이 삐질삐질 흘렀다.
사실 포세이돈 교단을 두고 여러 가능성을 고민할 때, 자신이 교황이 되는 선택지도 있긴 했었다.
하지만 금방 그걸 선택지에서 제외했었다.
자신이 감당하기에 벅차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가능하면 포세이돈 교단 본판을 그대로 계승하길 바랐기 때문이었다.
‘막상 와 보니 포세이돈 교단이 생각한 거랑 너무 달랐던 게 문제긴 하지만…….’
최악이라는 말로도 모자랄 정도였다.
그리고 그 원인은 전적으로 민물 인어와 디반 교황.
‘…결국 교황 대리인을 한 명 세울 수밖에 없긴 했네.’
하필 그게 자신이 될 줄은 몰랐지만…….
재호는 별수 없다는 듯, 눈을 질끈 감고 한쪽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내가 포세이돈 교단의 새로운 교황이다!”
처음부터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지도 몰랐다.
플레어 중에 가장 바다와 연관 깊은 건 단연코 재호였다.
그렇기에 포세이돈 교단의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누구보다 유리하긴 했다.
물론 인어들까지 잔뜩 끌어들여서 소란스러워질 거라곤 생각도 못 했지만 말이다.
[포세이돈 교단의 교황이 되었습니다!] [악명이 크게 증가합니다!]“?!!”
분명 좋은 일을 했건만, 도리어 증가하는 건 악명!
포세이돈 교단의 평판이 보잘것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악명의 원인은 교황이 된 과정 때문으로 추측되었다.
어쨌든 대외적으로 보았을 때, 멀쩡한 교단을 재호가 꿀꺽한 것처럼 보일 테니 말이었다.
“오오오-”
“교황님 만세!”
“만세!!”
게다가 사람들의 광기까지 느껴지는 연호는…….
‘망할. 이게 아닌데.’
안 그래도 사이비 교주 같다는 소리를 듣는 재호건만, 사람들의 이런 열정적인 반응은 절대 좋은 신호가 아니었다.
‘…아! 그래! 그거다!’
그 순간, 재호에게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어차피 해적들이 제일 좋아하는 신이라고 했잖아? 그럼 해적 교단으로 만들자!’
뒤에 있는 두 정령의 경악한 표정.
하지만 재호는 나름대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 것이었다.
사이비 교주가 되는 것보단 해적이 낫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