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728
727화
교황 칭호를 얻고 얻은 보상이라곤 신성 스킬 성능 향상 말고는 없었다.
그래도 교황인데, 다른 특별한 게 없나 싶었건만…….
-이런 코딱지만 한 곳에 숨어 있던 교단에서 뭘 바라는 거야?
꼰대의 말처럼 교단의 규모가 너무 작은 게 문제인 듯싶었다.
그 좀생이 신은 자신의 권위가 살지 않으니 제대로 된 능력을 주지도 않았을 테고 말이다.
-워… 진짜 그냥 위험한 발언을 그냥 막 하네. 신이 듣고 있을 거라곤 생각 안 해?
징징이의 물음에 재호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제부터 내가 교단을 키워 나가면 되는 거니까.”
아직 그 방향에 대해선 확실히 세워지지 않은 상태이긴 하지만…….
-아니, 그 전에 좀생이 신이라고 한 건 문제라고 생각 안 해?
“아니, 틀린 말은 아니잖아.”
어디 칭호뿐인가?
심지어 교황 관련 스킬조차 하나도 없었다.
“이거 진짜 심각한 거 아냐? 어떻게 교황인데 스킬 하나도 제대로 된 게 없을 수 있지?”
특히 재호는 확실한 비교 대상이 있어서 더더욱 불합리하게 느끼는 중이었다.
[]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가호가 당신이 탄 배에 내립니다.] [지속 효과 : 당신이 탑승한 모든 종류의 선박은 항해 속도와 선회력이 증가합니다.] [사용 효과 : 당신이 탑승한 모든 종류의 선박이 파도의 힘을 받아 항해 속도와 선회력이 크게 증가합니다.] [해적왕 고유 스킬입니다.]바로 이것!
해적한테는 권능을 내려줬으면서 교황은 왜 이 모양이란 말인가?
칭호?
그건 포세이돈만의 특별한 게 아니라 그저 신성 계열 통합 옵션이지 않은가?!
“혹시 정보가 조금 와전된 거 아냐?”
이렇게 되니 드는 의심.
“사실 포세이돈은 해적을 더 좋아했던 거지.”
-…….
-설마. 그런 쓰레기 같은 놈들을 신이 좋아…할 수도 있겠구나.
단칼에 부정하려던 징징이는 말을 바꿨다.
생각해보면 재호와 엮인 모든 신들은 죄다 이상한 존재들뿐이었다.
그렇다면 포세이돈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재호와 엮였다는 것이 그 증거.
그런데 포세이돈이 해적을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다른 신들보다는 나은 편이었다.
마크베이나 데우스보다는 근본 있어 보이는 이름이지 않은가?
“어디 한번 두고 보자고…….”
결과는 머지않아 보게 될 터였다.
어차피 교단의 방향을 해적 특화 쪽으로 잡았으니 말이다.
* * *
주라브 섬에서의 중요한 일들은 끝이 났지만, 재호는 당장 떠날 순 없었다.
포세이돈 교단의 뒷정리가 아직 남아 있었고, 아직 두 명의 대해적인 롱클린과 킹붕어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오면 포세이돈 교단의 향후 방침을 확실히 결정할 참이었다.
그렇다고 해 봐야 ‘포세이돈 해적단’ 수준이지 않을까 싶긴 했지만…….
그리고 다음으로 처리할 건 정령왕 엘라스틴의 일.
[*퀘스트*] [최고위 물의 정령 엘라스트라는 정령왕 엘라스틴의 회복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하지만 정령계에 귀속된 그들로선 할 수 있는 것이 한정되어 있으며, 그런 이유로 당신의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퀘스트 목표 : 를 통한 정령왕 엘라스틴의 회복.]
재호는 엘라스트라를 소환해 를 건넸다.
꼰대와 징징이의 말처럼, 그는 재호가 한 말들을 모두 들은 탓에 표정이 좋진 않았으나, 정수를 받곤 조금 풀어진 모습을 보였다.
“이건 가 아닌데.”
“어쩔 수 없어. 아트리우스 상황도 여유롭진 않다더라고.”
“흥. 뭐… 나쁘지 않긴 하군.”
서루발 용왕의 말대로 짝퉁이라고 하지만 그 안에 담긴 힘은 제법 훌륭했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엘라스트라는 다시 정령계로 복귀했고, 추후에 소식을 전해 주기로 했다.
‘뭐, 효과가 좋으면 엘라스틴 님이 직접 말을 걸겠지.’
재호가 해 줄 건 다 해 준 상황이기에 그쪽은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또 다음은 심악이.
사실 심악이는 따로 할 게 없긴 했다.
녀석은 알아서 이 호수를 즐겼고, 한 번씩 바다로 갔다가 돌아오곤 하며 이 순간을 충분히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바다가 아니어도 괜찮은 모양이네.”
오자마자 급변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변화시켰던 다른 심해 악어와는 사뭇 다른 모습.
거기에다 서루발 용왕이 남긴 의미심장한 이야기까지 합쳐지자 녀석이 점점 더 수상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건 그렇고…….”
재호는 힐끔 고개를 돌려 호숫가에서 모여 기도를 올리는 주라브 섬의 사람들을 쳐다봤다.
그들이 기도를 올리는 대상은 다름 아닌 심악이!
“오오오! 신수님이시여!”
“오늘도 영롱한 자태를 보여 주시는군요!”
어느 순간부터 그들은 심악이를 포세이돈 교단의 수호신이랍시고 숭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도대체 심악이의 어딜 보고 수호신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알 수가 없는 일.
-그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응? 무슨 소리야?”
징징이의 말에 재호가 물었다.
-엘프들도 너 숭배하잖아. 얼굴이 그런데도.
“??”
징징이의 말에 충격받은 재호.
-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적나라하게 말하냐?
-뭐, 뭐야? 내가 틀린 말 했나? 그리고 애초에 평소엔 내 이야기 잘만 무시하더니 왜 상처받는 척하는 거냐고!
“아, 티 났어?”
징징이의 항변처럼 재호는 별 감흥이 없었다.
늘 하던 헛소리 중 하나일 뿐이니 그냥 무시하고 넘기면 될 일.
-그건 내가 씁쓸한데…….
징징이의 구시렁거림은 뒤로 가볍게 넘겼으나, 딱 하나 간과하기 힘든 이야기가 있긴 했다.
‘포세이돈 교단의 사람들이 날 너무 숭배하는데…….’
그렇지 않아도 막 재호를 발견한 사람들은 다시 재호를 향해 기도를 시작한 상황.
주라브 섬의 사람들은 재호를 쉽게 교황으로 인정해 주었다.
바다의 지배자인 용왕의 인정을 받은 건 물론, 포세이돈 교단의 수호신(?)인 심악이까지 부렸으니 그들의 눈엔 범상치 않아 보이는 건 당연했다.
아니, 정말로 재호를 같은 인간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초월적 존재로 보는 느낌이었다.
최근엔 커뮤니티 쪽에도 이런 상황이 퍼져 나가 재호가 그렇게 바라지 않던 소문이 돌고 있었다.
[알시아가 사이비 교단을 만들었다!]사이비로 보이고 싶지 않았거늘… 어째 발버둥 칠수록 점점 더 사이비 교주가 되어 가고 있었다.
원인은 모모리의 방송!
거기다 현장을 지켜본 몇몇 이들의 목격담이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나갔다.
-너 드디어 교단 만든 거냐?! 나 거기 가입시켜 줘!
이렇게 테일러의 귓속말이 온 것만 봐도…….
-야! 황재호! 나 거기 가면 대주교 시켜 주냐? 그래도 신성력 짬밥은 좀 되는데?
“…….”
심지어 완식까지 정체불명의 사이비 교단 대주교 자리에 욕심을 냈다.
“너 옵티마 사제잖아.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오려는 거야?”
-옵티마? 여기 지금 개 망했어!
“아…….”
부자는 망해도 삼대는 간다고 했거늘, 안타깝게도 옵티마 교단은 그 속담에서 벗어난 모양이었다.
-안 그래도 나랑 진아는 눈 밖에 난 입장인데, 요즘 진짜 겁나 피곤하다.
“그라타 대주교님 근황은 어때?”
재호에게 옵티마 신의 흔적을 찾아봐 주길 바랐던, 옵티마 교단의 몇 안 되는-아마도- 신실한 사제.
지난번 대천사 강림 사태 이후, 그는 재호에게 부탁했던 퀘스트를 클리어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어 연계 퀘스트로 만나길 바랐지만, 불난 집에 불 지른 인간이 바로 찾아가긴 좀 그렇지 않은가?
해서 이후에 만나기로 했지만, 생각보다 포세이돈 교단 쪽의 일이 길어진 상황.
-지금 옵티마 교단은 크게 두 세력으로 갈라졌음. 한쪽은 당연히 그라타 대주교 쪽이고, 한쪽은 교황 쪽임. 근데 우리 쪽이 좀 불리해서 탈출각 잡아야 하나 고민 중이다.
“의리도 없는 놈.”
-야! 의리고 나발이고 애초에 난 굴러온 돌이었다고! 잡일만 지독하게 시키고 부려 먹다가 이제 와서 교단을 위해서 뭘 하라고 하면 안 억울하겠냐?!
어쨌든 그라타 대주교의 세력이 불리하단 소식.
교단 체면을 다 깎아 먹은 탄보르 교황이 여전히 살아남았단 건 여러모로 놀랍긴 했다.
아무래도 부자는 망해도 삼대는 간다는 게 옵티마 교단이 아니라 탄보르 교황에게 해당하는 말인 모양이었다.
“아무튼 고생해라.”
-뭐야? 그러고 끝이야?
달리 할 말이 뭐가 더 있겠는가?
애초에 재호도 포세이돈 교단의 사후 처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확실히 정해진 게 없었다.
‘진짜 해적 교단으로 만들어야 하나?’
이게 맞나 아닌가, 고민의 연속.
“허허, 고민이 많으신 모양이군요.”
그때, 머리를 쥐어뜯는 재호에게 스트로앤 교황이 다가오며 인사했다.
“하하……. 뭐, 어쩌다 보니 교단을 떠맡게 되었더니 머리가 좀 아프네요.”
재호의 말에 그는 흐뭇하게 웃었다.
“대왕님은 포세이돈 교단을 훌륭하게 이끄실 수 있을 겁니다. 지금처럼 고민하신다는 것은 결국 갑자기 얻게 된 권력에 들떠 있지 않다는 뜻이지 않겠습니까?”
아무것도 아닌 걸 멋있게 포장해 주는 스트로앤 교황의 화법.
어찌 보면 보편적으로 상상하는 성인군자의 모습과 가장 닮은 존재가 아닐까 싶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재호의 고민이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포세이돈 교단의 사람들이 대왕님을 지나치게 떠받드는 것이 걱정이십니까?”
“?!!”
소름 끼칠 정도로 정확히 파악한 스트로앤 교황.
“어떻게 알았어요?”
“허허허- 그들을 보고 있으니 과거의 아나볼릭 교단이 떠올라서 말입니다. 저희 역시 한때는 오직 아나볼릭 님만을 생각하며 융통성 없이 신앙을 받아들였죠.”
“…….”
아주 잠깐, 지금은 그렇지 않나 싶었던 재호.
하지만 곧 아나볼릭 교단은 융통성이 없진 않다는 걸 깨달았다.
“맹목적인 신앙의 위험함은 나와 다름에 관용을 보여 주지 않는다는 것이죠. 하지만 그것은 지도자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만약 탐욕적인 교황이라면 그것을 자신의 무기로 휘두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왕님은 그런 분이 아니시죠.”
“아, 맞죠 맞죠.”
“그런 강한 신앙심을 개개인의 수양에 활용한다면 대단한 깨달음의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저희 아나볼릭 교단은 그렇게 힘든 시기를 버텨 왔지요.”
즉, 쉽게 말해 강한 에너지의 소모 방향을 개개인에게 집중하면 된다는 뜻.
아마도 아나볼릭 교단의 경우엔 그것이 육체 단련이지 않을까 싶었다.
“신을 향한 절대적인 사랑은 저희 사제들에게 그 무엇보다 강한 동력입니다. 그건 신을 따르는 모든 이들이 똑같을 것입니다.”
“…오호라.”
그 말을 듣다 보니 재호는 포세이돈 교단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조금씩 감이 왔다.
애초에 계획이 포세이돈 해적단이었다면…….
‘차악을 고른다는 이유로 해적단을 생각했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사이비 종교 이미지가 벗겨지리란 보장은 없긴 했어. 애초에 더 건강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만들어야 해.’
그걸 성공한다면?
최초에 생각했던 포세이돈 교단의 제국 입성도 헛된 꿈은 아닐지도 몰랐다.
-아냐. 헛된 꿈일 거 같아.
-맞아……. 그건 미친 짓이라고.
정령들의 반발이 있었으나 이미 재호의 머릿속엔 모든 퍼즐이 착착 맞춰지는 중이었다.
그리고 모든 것이 확실해졌을 때, 롱클린과 킹붕어가 주라브 섬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