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73
72화
―……그렇게 된 것이다.
징징이의 말을 들은 재호는 이마를 부여잡았다.
재호 역시 골렘이 보여준 경악스러운 행동들을 봤기에, 저 안에 깃든 자아가 정상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뭐…… 저걸 준 게 악마니까.’
그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납득 가능이었다.
“어쨌든 상황은 정리됐고…….”
골렘의 일방적인 난타에 넝마가 된 골드투스.
그녀가 잠시 무력화된 사이, 재호는 꽃들을 이용해 단단히 결박시켜 놓은 상태였다.
“너도 참……. 어떻게 그만큼 맞았는데도 아직 살아 있어?”
재호는 놀랍다는 듯 말했다.
‘테일러였으면 한 다섯 번은 죽었겠다.’
만약 그가 알았다면 전사 계열과 암살자 계열의 맷집을 비교하는 게 어디 있냐고 항의했을 소리.
“하아…… 하아…….”
거친 숨을 내쉬는 그녀의 표정엔 짜증이 가득했다.
“불곰 놈들이 왜 그렇게 당했는지…… 알 것도 같네.”
“뭐, 미안하게 됐어. 나도 마음 같아선 그 영감을 냅다 던져주고 싶은데, 사람 맘이 그게 또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더라고.”
“후후…… 드워프가 탐나는 건 당연하지. 더군다나 너처럼 정상을 노리는 사람이라면 말이야.”
“아니, 난 그냥 꽃집…….”
“하지만 과연 앞으로 닥칠 일을 감당할 수 있을지 두고…….”
콰앙―!!!
기습적으로 내리꽂힌 골렘의 주먹.
프스스―
그 일격으로 골드투스는 먼지가 되었다.
“…….”
재호가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골렘을 바라보자 녀석은 오히려 반대 팔을 휘적거리며 항의하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
―……도발하는 걸 굳이 다 들어줄 필요는 없다……라고 말하는데?
징징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말도 통하면서 왜 가만히 내버려둔 거야?”
―알아듣는다고 해서 말이 통하는 건 아니니까? 말했잖아. 이 녀석은 미쳤다고…….
“……소환 해제.”
[의 소환이 해제되었습니다.]재호는 곧바로 골렘을 치워버렸다.
“알시아님! 안에 괜찮으십니까?!”
그때, 바깥에서 들려오는 외침에 재호는 아직도 주변의 커다란 꽃들이 위협적으로 꿈틀대고 있다는 걸 상기했다.
“윽…….”
말이 꽃이지, 재호가 보기에도 식인 몬스터에 가까워 보이는 녀석들.
“공격은 안 하긴 하던데…… 지나가도 되겠지?”
―아, 그건 내가 해결해 줄 수 있다.
그리 말한 징징이는 악마초들에게 다가갔다.
―열어.
쿠드드드―
그 한마디에 놀랍게도 꽃들이 길을 만들었다.
“뭐야? 그런 능력이 있었어?”
―말했다시피 나도 나름 정령왕급 정령이다. 그 희멀건 녀석이 중간계의 모든 꽃들에게 지배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는 악마초들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이지.
“대단한데?”
자부심이 담긴 징징이의 말에 재호는 감탄했다.
“이제야 쓸 만한 능력을 보여주네.”
―하하, 그야 물론이…… 응?
뒷말의 어감이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은 징징이였으나, 재호는 이미 밖으로 나간 뒤였다.
“혹시 어디 다치신 곳 없습니까?”
엘프의 물음에 재호는 두 팔을 보이며 멀쩡함을 어필했다.
“내 몸 하나 지킬 정도는 돼. 그보다 너흰 어디 갔던 거야?”
“아! 아무래도 저희들이 악마와 같이 있기엔 그리 좋은 환경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숲 외곽의 오염이 덜한 곳에서 따로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폭음이 들려 급히 찾아왔어요.”
엘프들의 설명에 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숲을 정화시킨다고 하더라도, 악마들의 손을 탄 이곳이 단번에 해결되진 않을 테니.
“미리 기별을 주셨으면 저희가 곧장 모시러 갔을 텐데 말이죠.”
“맞아요! 그랬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엘프들이 섭섭함을 은근슬쩍 드러내자 재호는 얼른 변명을 꺼냈다.
“그렇지 않아도 이런 기분 나쁜 장소에서 고생하잖아. 괜히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았어.”
콕―콕―
뒤통수로 느껴지는 악마들의 따가운 시선들은 가볍게 무시.
“큽……! 그렇지 않습니다!! 알시아님은 모든 엘프의 은인이시지 않습니까!”
재호의 말에 감동을 받은 듯한 엘프들이 격하게 고개를 저었다.
“저흰 언제나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죽으라면 진짜로 죽을 정도로!”
“야야……. 심각해지지 말자고.”
“저희를 좀 더 막대해 주세요!”
“그건 좀 무서운 발언인 것 같은데.”
재호는 흥분한 엘프들을 진정시키는 데 한참 애를 먹어야 했다.
“헌데 인간들이라니……. 악마들을 잡으러 온 것일까요?”
“그건 아니고, 이쪽에 드워프 하나가 이사 왔거든. 그 양반이 문제가 좀 있어.”
어차피 결국엔 알게 될 사실이기에 재호는 솔직하게 말했다.
“아, 그렇습니까?”
“역시 악마나 드워프나, 짜증나는 종족인 건 똑같군요!”
“…….”
거침없는 인종차별 발언.
‘불곰국이랑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기도…….’
불현듯 깨달은 무서운 진실이었다.
* * *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뭔가 소란스러운 것 같던데.”
지하에 있던 불카의 속편한 질문.
“다 알고 있는 것 아냐? 소리를 들었으면서도 밖으로 안 나온 거 보면.”
“흠흠…….”
불카는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회피했다.
“댁 잡으러 골드투스인가 하는 여자가 와서 한바탕 했었지.”
“고, 골드투스?!!! 그 정신 나간 여자가 왔었다고?!!”
불카가 펄쩍 뛰며 기겁하자 재호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렇게 놀랄 정도야?”
“다, 당연하지!! 골드투스는 빚쟁이들의 사신과 같은 여자라네. 그 여자에게 걸리면 맨정신으로 금니가 모조리 뽑힌다는 소문도 있지.”
“뭐……?”
“그리고 난 금니가 여섯 개나 있어…….”
부르르―
몸을 크게 떤 불카는 곧 재호의 손을 턱 잡았다.
“……고맙네. 내 금니들을 지켜줘서.”
“…….”
“이게 없다면 난 더 이상 고기를 먹을 수 없겠지…….”
“그, 그래…….”
딴지를 걸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재호는 인내했다.
불카의 표정은 너무나 진지했기 때문에…….
“아, 이럴 게 아니라 나도 보답 하나를 해야겠지. 그렇지 않아도 연습 삼아 하나 제작해 본 물건이 있다네.”
재호를 데리고 자연인의 똥간으로 향한 불카.
“이거네.”
그가 내민 것은 별다를 것 없어 보이는 철금 주괴.
“이게 뭐야?”
“자네가 내게 의뢰한 것도 결국은 골렘 제작에 쓰이는 아이템이 주 목적 아닌가? 그래서 한번 머리를 좀 써 봤다네. 한번 자세히 살펴보게나.”
주괴를 받아든 재호는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드워프 마법이 각인된 철금 주괴] [사용 조건 : 없음] [드워프 장인이 특별히 인심 써서 탄생한 비효율적인 마법 합금입니다.] [효과 : 이 합금 자체의 충격 흡수 효율이 증가합니다.(극히 낮은 확률로 이 터집니다.)] [ : 흡수한 충격이 두 배의 데미지로 폭발을 일으킵니다.]이번에도 역시나 불카다운 결과물이었으나, 치명타가 1로 고정되는 것보다는 훨씬 좋아보였다.
“근데 마법도 쓸 줄 알아?”
“물론! 흔히들 드워프라고 하면 야장만 떠올리겠지만, 사실 뛰어난 마법 종족이기도 하다네.”
전혀 몰랐던 사실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드워프의 모습은 마법과 친해 보이지는 않았으니까.
“그게 다 선입견이지. 하지만 드워프들의 대장간에는 섬세한 마법들이 적용되어 있다네. 물론 작업에도 마찬가지고. 요즘 세상에 누가 무식하게 힘으로만 두들기면서 하겠나?”
“말이야 맞는 말인데…….”
그저 드워프의 입에서 들으니 뭔가 영 이상한 느낌이 들뿐.
하지만 단순히 생각해 보면 아이템들이 띠는 특수한 속성들을 생각해 보면 이해도 되었다.
즉, 아이템 옵션이라는 것을 뉴월드에선 마법이란 것으로 설명을 하는 모양이었다.
재호만 하더라도 아이템들을 제작할 때, 여러 가지 스킬을 사용하니 전혀 이상한 건 아니었다.
“뭐, 그럼 이런 마법 주괴들은 양산이 가능한 건가?”
“재료만 있다면야. 드워프가 작업에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마납가루’라는 게 필요한데, 내 수중에 있는 건 그리 넉넉하지가 않으니.”
“뭐야? 그럼 본인이 마법을 사용하는 건 아니란 소리야?”
“어허!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이 백날 그걸 뿌려댄다고 해서 뛰어난 무구를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지. 오직 드워프이기에 할 수 있는 거야!”
그렇게 주장하니 일단은 받고.
“그 가루는 어디서 구할 수 있는데?”
“나의 고향인 구르시마 화산.”
“……어딘지 모르겠지만 나보고 구해달란 소리는 절대 하지 마.”
“흠흠, 그럴 생각은 없었네. 어차피 그곳은 드워프가 아니면 갈 수 없는 곳. 내가 직접 가족들에게 소식을 전해 볼 생각이네.”
“희소식이네.”
또 말도 안 되는 곳으로 여행을 갈 일이 생길까 걱정이 되었던 게 사실.
이제는 꽃집에 좀 집중하고 싶었다.
아직 제대로 된 손님은 없었지만…….
“어쨌든 이건 잘 쓸게. 여유가 되면 이런 것 좀 더 만들어 줬음 싶기도 하지만…….”
“그렇다면 난 이제 안심해도 되는 것인가?”
불카가 물었다.
이젠 재호의 보호를 믿어도 되는 것인지.
“물론.”
아이템들에 이런 식의 마법을 부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능력은 입증이 되었다.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도박꾼 불카가 엘리시아 화원 소속 대장장이가 되었습니다.] [드워프 대장장이는 존재만으로도 대단한 가치를 품고 있습니다.] [엘리시아 화원의 유명세가 퍼져나갑니다.] [명성이 증가합니다.] [당신이 엠베이 숲을 불법 점거하고 있는 것이 알려진다면 주변 귀족들이 불만을 드러낼 것입니다.]엠베이 숲은 사람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였으나, 엄연히 소유한 나라가 존재했다.
재호의 소유 권한은 어디까지나 이곳에 살아가는 악마들에 한정된 것.
이 장소가 발각됐을 경우, 큰 논란이 생길 거라는 건 얼마든지 짐작 가능했다.
‘언젠가는 해결을 하긴 해야겠군.’
어차피 이 일대의 귀족들은 재호와 제법 친밀한(?) 관계였으니 대화로 쉽게 풀 수 있으리라.
* * *
불카의 안전에 대해선 일단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골드투스가 다시 그를 찾아오지 않으리란 법은 없었지만 그곳에서 악마들을 감시하는 엘프들에게 따로 부탁을 해 놓았으니.
다만 엘프들의 적극적인 보호를 위해, 드워프를 ‘감시’하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이제 여기가 댁 새로운 일터야. 그리고 가능하면 숲은 안 벗어나는 게 좋을 거야.”
“물론이네. 골드투스까지 나선 것을 봤는데 내가 미쳤다고 나가겠나?”
“잘 이해하고 있으니 다행이네.”
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이곳에서 당신이 뭘 하든 전혀 신경 쓰지 않을게. 도박이든, 장사를 하든. 원하면 몇몇 고객들 좀 보내줄게.”
하지만 재호의 말에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간 참으로 많은 생각이 들었다네. 그리고 생각을 했지.”
“음?”
설마 드디어 회개라도 하려는 건가 싶었으나.
“아직 본격적으로 대장간을 운영하기엔 곤란해.”
‘……그 소리였군.’
도박을 그만둔다는 소리는 절대 하지 않는 그였다.
“돈이 필요하긴 하지만 지금 이곳의 설비들은 사실 제대로 된 작업이 불가능해. 그래서 고향의 가족들을 불러볼 생각이라네.”
“아, 그래. 마납가루 때문에 어쩔 수 없긴 한데……. 당신한테 질려서 떠난 가족들이 과연 여길 올까?”
“물론이지! 아마 찢어 죽이기 위해서라도 올 거네!”
“……그건 안 지켜 줄 거야.”
재호는 사전에 못을 박았다.
―알시아님!
슬슬 할 말이 떨어졌다 싶은 순간, 콜센터로부터 귓속말이 도착했다.
―설마 작업 의뢰?
―엇? 어떻게 아셨습니까?
콜센터에서 귓속말이 온 게 너무나 오랜만이었으니까…….
―저번에 작업 의뢰했던 손님과 같은 손님이에요. 레드님이라고.
―아! 레드 씨!
화원의 첫 번째 손님도, 두 번째 손님도 레드.
이 정도면 나름 단골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유일한 손님이니…….’
―의뢰 내역은?
―지난번과 비슷하게 화염이나 마법 데미지 증가가 필요하답니다. 거기에 이번 공략 던전이 지속적인 체력 감소 저주와 둔화가 걸리는 곳이라 그에 대항할 만한 옵션도 맞추어 줬으면 한답니다.
재호는 도감을 열어 옵션들을 검색했다.
―예상 가격이나 기간은?
―만약 조건만 되면 비용 상관없이 바로 시작해 달랍니다. 완성되면 곧장 찾으러 오겠다고.
―응? 상세 옵션 확인은 안 한대?
―네. 알시아님을 믿고 맡기니 작업 진행 유무만 답변을 달라고 했습니다.
도감을 살펴본 재호는 몇 가지 목록을 추린 뒤 고개를 끄덕였다.
―작업을 진행한다고 전해줘. 곧장 돌아갈게.
오랜만의 작업에 재호는 잔뜩 들떴다.
‘한 명밖에 없는 고객이니 서비스라도 하나 해 줄까?’
마법사에게 도움이 될 만한 다른 옵션은 뭐가 있을까, 재호는 다시 도감을 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