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730
729화
포세이돈 교단과 해적의 콜라보.
이것으로 아쉽게도 롱클린은 기존에 자신들이 갖고 있던 해적단의 이름을 버려야 했다.
‘뭐, 그 정도는 괜찮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패널티라고 생각했다.
해적단에게 있어 이름은 굉장히 중요하지만, 앞으로의 찬란한 미래를 위해 포기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얻은 새로운 이름임…….
포세이돈 교단 롱클린 대주교선.
“이게 최선이냐?”
롱클린이 어처구니없단 얼굴로 물었다.
“왜? 네 이름 들어가고 좋잖아.”
“아니… 그래서 창피하다고.”
“이름 들어가면 좋은 거 아냐? 아니면 뭐 다른 거 있어?”
“아니… 그래도 바다라고 하면 딱 떠오르는 그런 이미지들 많잖아. 근데 이건 뭐 아무런 감성도 안 느껴지는데. 내 이름 들어가니 너무 없어 보인다고…….”
“감성은 무슨. 사람들한테 포세이돈 교단을 확실히 각인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재호가 사이비 교주가 아니라는 걸 알리는 동시에 포세이돈 교단의 본격적인 출범을 똑똑히 각인시키려면 직관적이어야 했다.
“이제 흔한 해적이 아니라는 걸 사람들에게 알려야지.”
“…뭐 좋아. 나야 그렇다고 쳐. 그런데 킹붕어 님은 어떻게 되는 거야?”
롱클린은 옆에서 멀뚱멀뚱 지켜보고 있는 킹붕어를 가리키며 물었다.
“이쪽은 애초에 해적도 아니고, 당연히 개인 세력도 갖고 있지 않잖아.”
롱클린의 지적은 날카로웠다.
실제로 재호 또한 걱정하던 부분이기도 했고 말이다.
을 찾아오는 사람에게 대해적을 자격을 준다고 약속했던 탓에 일단은 킹붕어도 대해적이 되었지만, 그녀는 그저 평범한 낚시꾼 플레이어였다.
먼 바다로 나갈 일도 없었고, 전투는 더더욱 할 일이 없었다.
그런데 포세이돈 교단 소속의 대주교가 된다고 한들 갑자기 하던 일이 바뀔 리는 없지 않은가?
“아, 저도 길드는 있어요.”
“뭐?”
“엥?”
의외의 이야기에 깜짝 놀란 재호와 롱클린.
그냥 혼자서 조용히 취미 생활만 즐기는 줄 알았더니 길드까지 하고 있었다는 게 놀라웠다.
“근데 제가 길마가 아니긴 해요. 그래도 규모는 꽤 크긴 하거든요.”
“흠, 그럼 의미가 없는 거 아냐?”
롱클린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길마가 아닌데 길드를 데리고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다들 낚시 좋아하는 분들이라 같이 하자고 하면 좋아할걸?”
“…….”
롱클린은 그럼 그렇지란 얼굴로 이마를 부여잡았다.
“그냥 낚시 동호회란 소리잖아!”
“어, 맞아!”
“아니… 그런 사람들을 데리고 어떻게 교단 활동을 하겠다는 거야?”
“…아니. 의외로 괜찮을지도 몰라.”
그때, 잠자코 듣고 있던 재호는 반대 의견을 냈다.
“낚시도 먼 바다로 나가서 할 수 있는 거잖아?”
“먼바다도 적당히 멀어야지. 지금 네가 말하는 건 낚싯배가 아니라 원양어선이나 다름없잖아.”
“어? 어떻게 알았어?”
“…죄다 정상이 아니야.”
롱클린은 고개를 저었다.
해적을 교단에 편입시키려는 발상도 기겁할 짓인데, 이젠 원양어선까지 만들겠다고 하고 있으니…….
“어쨌든 이렇게 정리됐네.”
“대체 뭐가 정리된 건데?!”
자신의 겜생이 달린 일이거늘, 대충 넘어가려는 분위기에 롱클린이 반발했지만, 재호는 다음 세부 논의로 넘어갔다.
사실 굳이 따지면 이건 킹붕어의 문제이지 롱클린과는 상관이 없었으니 말이다.
* * *
주라브 섬에 남은 모모리는 요즘은 부쩍 우울해진 상태였다.
사라진 재호를 우연히 자신의 방송 화면에 담으면서 시청자 어그로를 조금 끌었지만, 다시 성적은 점점 나빠지고 있었던 것이다.
차라리 그냥 사건만 중계할 때가 오히려 더 나았던 시청률.
자신이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해 보려고 하는 순간, 떡락하는 시청자 수를 보면 방송에 재능이 없나 보다며 확신이 든 것이다.
주라브 섬에 넘어올 당시만 해도 인터넷 방송 역사에 굵직하게 남기는 영상만 남기면 은퇴해도 만족한다던 마음이었지만, 이젠 그런 건 온데간데없었다.
또 한 번 시청자 뽕 맛을 보고 아닌 이대로 끝내기엔 다시 너무 아쉬워진 것.
하지만 아쉽게도 주라브 섬에서 다른 사건은 더는 벌어지지 않았다.
재호가 계속 무언가를 꾸미고 있긴 한 것 같은데, 그걸 알아보겠다고 졸졸 쫓아다니며 찍는 건 말도 안 될 일.
게다가…….
‘생각보다 너무 무서워.’
정신없을 땐 전혀 몰랐는데, 차분해진 상태에서 재호를 다시 보니 찍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왜 랭커라는 사람들도 재호 앞에만 서면 쪼그라드는지 알 것 같았다.
‘그만 욕심을 내려놓고 떠나는 게 나을까? 아니… 하지만 이대로 가는 건 또 너무 아쉬운데…….’
모모리의 내적 갈등.
사실 떠난다는 말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었다.
도망가야 하나?
최근 재호에게 씌워진 사이비 교주라는 인식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모모리는 잘 알고 있었다.
바로 자신의 화면에 찍힌 재호와 포세이돈 교단의 기묘한 행동!
사실 그녀는 그 상황을 처음 목격했을 때 놀라긴 했지만, 시간을 두고 지켜보면서 약간의 오해가 있었단 걸 알게 되었다.
아니, 오히려 재호가 처음부터 이곳에 자리 잡고 있던 포세이돈 교단을 음모로부터 구제해 주었다는 사실을 지금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내용을 방송에서 이야기해도 별로 효과가 없었다.
-아, 방송 노잼이네 ㅅㄱ
-님도 사이비 종교에 가입함?
-에바네. 아무리 어그로로 끌어올린 시청자라고 하지만, 사이비에 가담하는 건 좀;;
이런 반응이 대다수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전 세계적으로 퍼져 있는 재호의 팬들은 이 일을 두고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느냐?
그건 아니었다.
-알시아 님 만세! 만세!
-저기 어디임? 나도 당장 가입하러 가야지.
-암암. 솔직히 황재호 팬이면 무조건 가입ㄱㄱ
전혀 도움 안 되는 반응들이 많았다.
바로 잡으려 해도 모모리의 능력으론 역부족이었다.
그런 와중에 재호는 사이비 종교라는 이미지를 달가워하지 않는 게 뻔히 보였으니… 이 일을 초래한 자신을 붙잡아 포세이돈 동상의 삼지창에 꿰어 버리진 않을까 겁이 났다.
‘사이비라면 그러고도 남을지도…….’
사이비가 아니라고 하면서도 돌아서선 사이비라 말하는 모순!
퐁당-
그렇게 호숫가에 앉아 돌을 던지며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을 그때.
“모험가님.”
누군가가 모모리를 찾아왔다.
모험가라고 부르는 걸 보면 NPC인 모양.
그리고 여기서 NPC라고 하면 한 곳밖에 없었다.
고대를 돌리자 역시 포세이돈 교단의 사제가 그녀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교황 성하께서 모험가님을 찾으십니다.”
“…….”
올 것이 왔구나 싶은 모모리.
‘그래. 도망가 봤자 알시아는 얼마든지 날 쫓아오겠지.’
현재 뉴월드 세계에서 재호의 영향력은 그 어떤 플레이어보다 압도적이었다.
제국과도 친구 먹은 상황인데 숨을 곳이 있기나 하겠는가?
“네…….”
결국 그녀는 체념하고 일어났다.
삼지창에 어떻게 매달려야 덜 흉할지 상상하면서…….
하지만 신전에 도착해 재호를 만난 그녀는 예상과 다른 상황에 당황했다.
“하하… 미안합니다. 제가 직접 찾아가려 했는데……. 사제들이 절대 안 된다고 해서 말이죠.”
도리어 재호가 먼저 미안해하자 모모리는 어지러워졌다.
“아, 아닙니다! 제가 죄송합니다! 당연히 와야죠!!”
왠지 큰일 날 것 같아(?) 얼른 사과부터 했다.
“예? 아, 알겠습니다.”
제발 사과를 받아 달라는 듯이 이글거리는 그녀의 눈을 외면할 수 없었던 재호는 이유도 모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저를 왜 찾으신 건가요……? 혹시 영상 때문에…….”
“아, 맞습니다.”
모모리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결국 올 게 왔구나!’
책임을 따지려는 모양.
“죄송……!!”
“혹시 저희 쪽 전담 방송인으로 활동해 볼 생각은 없습니까?”
재차 사과하려던 모모리보다 한발 빠른 재호의 제안.
“…에?”
전혀 생각하지 못한 말에 모모리는 고개를 반쯤 숙인 채 그대로 멈췄다.
“가, 갑자기 무슨 소리인가요?”
“말 그대로입니다. 모모리 님의 방송을 봤거든요.”
“…….”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왠지 모르게 뼈를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저 말은 결국 사이비 소리 듣게 된 것도 자신 때문이란 걸 알고 있다는 뜻이지 않은가?
“그러면… 제가 직접 수습하라는 말씀이군요.”
“?”
그제야 재호는 모모리가 단단히 오해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건지 모르겠지만… 제가 하는 이야기는 그런 게 아닙니다. 말 그대로 포세이돈 교단의 일원이 되어서 사람들에게 이곳을 홍보해 달라는 거죠.”
“사이비 종교라는 걸 더 홍보해 달라고요? 앗!”
“흠흠, 그 사이비라는 건 아시다시피 오해고요…….”
“네네, 물론이죠!”
재호는 차분하게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앞으로 포세이돈 교단은 바다로 활동 반경을 넓힐 예정인데, 그 여정을 모모리가 보여 주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이었다.
“어… 제가요? 왜요?”
모모리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
“그… 혹시 최근 제 방송을 보셨나요?”
시청자 지표를 보면 절벽 그 자체.
노잼 프레임이 이미 단단히 씌워진 탓에 재호의 제안은 오히려 역효과만 날 수도 있었다.
“아, 보긴 봤어요.”
정확히는 재호가 본 게 아니었다.
모모리에 대한 평가는 바로 완식이 내준 것.
인터넷 방송을 꽤 봤다고 자부심을 가진 완식은 모모리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해 주었다.
-전형적인 다큐형 스트리머야.
“수면 방송이 따로 없다고 하더라고요.”
“수, 수면 방송…….”
재호는 말을 들은 모모리는 반박할 수 없는 냉정한 평가에 고개를 푹 떨궜다.
하지만 그저 그뿐이었다면 재호가 모모리를 찾진 않았을 것이다.
-근데 영상은 기가 막히게 뽑아내더라.
어디서 배운 것인지, 타고난 것인지는 모르나 라이브 방송임에도 화면 구도나 상황 전달력만큼은 훌륭했다.
한 사람의 화면을 통해 제대로 담기 힘든 대규모 전투, 심지어 흙탕물 속에서의 싸움임에도 불구하고 모모리의 방송은 생생하고 역동적이었다.
-단순히 우연이라고 보기엔 어려운 게, 이 사람 예전 방송 봐도 입 다물고 조용하게 플레이할 땐 신기할 정도로 박진감이 넘치더라. 근데 입을 열면 그 분위기가 다 깨짐.
한두 마디 나레이션처럼 들어가는 건 괜찮았다.
하지만 괜히 다른 방송인들처럼 무리하게 소통하려는 순간, 오히려 독이 되어 버린다는 게 완식의 평가였다.
다큐형 스트리머라는 평가는 그래서 나온 것.
물론 완식의 평가가 절대적인 건 아니긴 했지만, 현재 재호가 이용하기엔 모모리만큼 괜찮은 조건과 능력을 갖춘 방송인이 없었다.
“어… 치, 칭찬인가요?”
사람을 헷갈리게 만드는 평가에 모모리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물론이죠. 특히 새롭게 출발한 포세이돈 교단을 보여 주기엔 최적이라 할 수 있죠.”
“그럼 제가 여기서 하게 될 일은…….”
“포세이돈 교단의 공보실장이 되는 거죠. 어떻게 보면 감찰 역할도 할 수 있겠죠.”
사제단이나 대주교선과는 별개의 조직이었다.
그녀는 포세이돈 교단 어디든 자유롭게 다닐 수 있으며, 그녀의 영상을 통해 포세이돈 교단의 활동을 널리 알려 주기만 하면 된다.
“꿀꺽…….”
제법 달콤하게 들리는 제안.
딱 하나 걱정이라면 이 활동이 자신의 방송에 얼마만큼 도움이 될 것인가인데…….
이야기대로면 자신의 방송에 재호가 등장할 일은 거의 없어 보였으니 사람들의 관심은 생각보다 높지 않을지도 몰랐다.
‘에잇! 이런 거 고민할 때야?! 뭐가 됐든 지금보단 훨씬 안정적이게 되겠지!!’
하지만 고민은 짧았다.
“하겠습니다!!”
그리고 모모리는 지금의 결정이 훗날 자신을 최고의 해양 다큐 스트리머로 만들어 줄 것이라곤 전혀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