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739
738화
재호는 채비를 갖춘 뒤, 티나와 함께 크루마 왕국으로 향했다.
크루마 쪽에도 웨이포인트가 설치되어 있었기에 그리 먼 여정도 아니었다.
줄칸에게 이야기를 들은 그날, 바로 도착해 말칸트를 만난 재호.
“하하! 정말 오랜만이로군, 알시아 대왕!”
그는 성대한 행사를 열어 재호를 맞이해 주었다.
조금 요란하긴 했지만, 이런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미리 줄칸에게 언질을 받긴 했었다.
[아마 과한 연출을 준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폐하께서도 그 장단에 조금 맞춰 주시면 좋을 것입니다.]즉, 이 요란한 행사는 어디까지나 대외적으로 보여 주기 위한 것.
아무리 구 교단 연합이 살아남았다고 한들, 그들의 영향력은 더는 예전처럼 강대하지 않음을 교묘하게 비꼬는 것이다.
물론 애초에 말칸트 대왕이 그들을 눈치를 보고 행동할 만한 사람은 아니었으나…….
“때로는 국가 차원에서 적당한 액션을 보여 주는 것이 필요한 법이지.”
사실 말칸트 대왕 평소 성격이라면 당장 재호를 데리고 투기장으로 가고도 남았을 터였다.
하지만 크루마 왕국의 참모진들이 이 일을 추천했을 테고, 그리고 말칸트 대왕 또한 필요한 일이라고 판단했기에 열린 행사인 것이다.
그런 의도가 뻔히 보인다고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애초에 정치란 그런 것임을…….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재호의 감사 인사에 말칸트 대왕이 커다란 손을 휘휘 저었다.
“으하하! 어차피 나도 그들이 마음에 안 드는 건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네.”
그가 말하는 ‘그들’은 교단 연합.
“늘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살아가는 우리 사막의 전사들은 어떻게든 새하얀 옷을 더럽히지 않으려는 녀석들과 사이가 좋을 수가 없지. 진정한 고결함은 인간의 내면에서 오는 것임을.”
말칸트 대왕의 거침없는 힐난에 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교단 연합은 그들이 보여 주던 깔끔한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행위들을 지금껏 해 왔으니 말이다.
“그래서 내가 아나볼릭의 전사들을 좋아하지. 겉과 속이 한결같은 자들이야.”
“…좋은 분들이죠.”
그들은 전사가 아니라 사제라는 사실을 굳이 정정해 줄 필요가 없었다.
솔직히 재호도 아나볼릭 교단의 사제들을 사제라고 생각한 적은 거의 없었으니까.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저도 떠나기 전, 교단 연합의 상황에 관해 이야기를 듣긴 했습니다만……. 만만치 않은 것 같던데 말입니다.”
“흥- 할 거면 해 보라지. 어차피 크루마는 그들의 영향력이 미미한 곳. 역사가 시작된 순간부터 줄곧 신의 축복은 받지 못한 땅이었으니까.”
재호는 잘 알지 못하는 크루마의 역사.
하지만 알 만한 이들은 알고 있었다.
사막 부족으로 시작한 크루마, 그리고 말칸트의 선조들은 뭇 교단들의 관심이나 지원은 전혀 받지 못했었다는 것을…….
“우리가 직접 일구어 낸 위업의 대지가 바로 이곳. 감히 신이라 하더라도 우리의 뜨거운 의지는 꺾지 못할 것이다.”
흔들림 없는 말칸트 대왕의 굳건한 모습.
말칸트 대왕은 정말로 교단 연합이라고 해서 몸을 사리고 할 타입은 아니었다.
그러니 피신해 온 신성파 교단도 받아 준 것일 터였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자신이 짊어진 거대 왕국의 무게를 잘 아는 사람.
아무리 막장 교단들이라 하더라도 그들이 가진 힘이나 대륙에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여전히 함부로 대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결국 지금 말칸트 대왕의 태도는 재호를 향한 순수한 호의만으로 이뤄진 건 아니란 뜻.
“혹시 향후 대처 방안에 대해 계획이 있으십니까?”
떠나기 전 줄칸의 경고했었다.
어쩌면 지금 자신들이 건든 것은 벌집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그렇기에 앞으로 엘리시아 화원은 크루마 왕국과 발걸음을 맞춰야 했다.
“아무리 이전보다 약해졌다곤 하지만, 그래서 무슨 짓을 할지 더 모르지 않습니까?”
“흐음, 그렇긴 하지. 실제로 크루마에서 각 교단의 도망자들을 받아들이자 저쪽에선 아주 난리가 나더군. 이단 심판관까지 보내 항의하지 뭔가. 이단 심판은 교단 고유의 권한이며, 그 어떤 국가도 그것을 막을 수 없다던가?”
“예?”
그건 듣지 못했던 이야기였다.
이단 심판관에 대해 재호는 잘 알지 못했다.
“그들은 교단 내, 교황청을 제외하면 가장 강력한 독립 조직이지.”
그런 이들이 찾아왔었음에도 내쳤다는 건 말칸트 대왕이 생각보다 더 무리했을지도 모른다는 뜻.
“뭘 그리 거창하게 생각하나? 어차피 그대라도 똑같이 했을 것 아닌가? 사실 더 무서운 건 그대지.”
“어……. 그러게요?”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긴 했다.
애초에 지금 교단 연합을 이 지경으로 만든 게 자신이지 않은가?
“뭐, 확실히 미래는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알 수 없지. 또한 궁지에 몰린 교단들이 어떻게 나설지도 모르고. 하지만 생각해 보게나. 이제 교단 연합은 예전처럼 막무가내로 일을 밀어붙이는 게 불가능해졌다네. 노마인 교단을 중심으로 한 신규 연합. 그리고 자신들의 일부였던 신성파들. 그리고 아나볼릭 교단과 그대의 포세이돈 교단까지. 교단 사회는 사분오열되었고, 더는 예전과 같지 않을 테지. 서로서로 뒤통수를 겨누고 있으니 말이네.”
그의 말은 정확했다.
구 교단 연합은 여전히 강대한 집단이지만, 과거 제국, 마탑 연합과 더불어 대륙의 지탱하는 세 개의 기둥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니게 되었다.
“그래서 생각했다네.”
말칸트 대왕의 목소리가 갑자기 한껏 무거워졌다.
“무너져 버린 대륙의 기둥. 그곳에 우리가 자리하면 어떨까 하고 말이야.”
“…….”
“하하! 그렇다고 해서 제국과 맞먹으려고 하거나 그런 건 아니라네. 그대도 잘 알겠지만, 제국은 자신들이 가진 힘을 표면적으로 드러내는 곳이 아니지. 하지만 수면 아래에 숨은 저력은 일개 왕국이 결코 욕심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네.”
말칸트의 말대로였다.
게다가 지난번 가디언 길드와의 전투 당시, 제국 기사단에서 파견 나왔던 레트라만 보더라도 단적으로 알 수 있었다.
말칸트는 물론 티나도 경계했던 존재…….
제국엔 그런 존재들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이 대륙은 생각보다 축복받은 곳이라네. 제국이라는 이름은 강력한 무기임에도 불구하고, 저들은 대륙의 평화와 공존을 택했으니 말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더 많은 이익을 추구하지 말란 법은 없지. 그렇지 않은가?”
“맞는 말씀입니다.”
곰곰이 생각해 본 재호는 말칸트의 말에 공감했다.
제국에 맞서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럴 생각도 없었고, 욕심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줄칸은 말했었다.
엘리시아 화원은 제대로 내실도 다져지지 않은 채, 과중한 관심을 받고 있다고…….
다시 말해 힘이 모자라기 때문에 생기는 일.
지금도 엘리시아 화원은 충분히 강하지만, 교단 연합처럼 단합된 큰 세력의 견제에는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완벽하게 무너트렸다고 생각했음에도 여전히 버티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
그렇다면 이 방법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되었다.
‘지금보다 더 강한 엘리시아 화원이 되는 거지.’
크루마 왕국과 함께 새로운 대륙의 기둥으로서 말이다.
-근데 이것도 결국 내실이 아니라 과한 책임만 짊어지는 거 아냐?
한쪽 구석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징징이는 옆의 꼰대에게 물었다.
-자기 편한 대로 생각하는 게 언제 하루 이틀이었어?
아마 오늘의 결론을 줄칸이 듣는다면 다시 며칠 앓아누울지도 모를 일이었다.
물론 더 커져 버린 덩치를 채워 넣기 위에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긴 할 테지만 말이다.
* * *
말칸트 대왕과의 만찬을 즐긴 후, 재호는 크루마 왕국 내의 교단 신성파 거처로 향했다.
“왔냐?”
그리고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완식과 진아가 재호를 맞이했다.
한데 두 사람 모두 어딘가 모르게 푸석해 보이는 것이…….
“둘 다 몰골이 왜 그래?”
“왜 그러냐고? 몰라서 묻냐?”
재호의 속없는 물음에 완식이 발끈하며 물었다.
“네가 포세이돈 교단에 안 넣어 준 것 때문이잖아!”
“응?”
난데없는 포세이돈 교단 타령에 재호는 이해를 못 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아오오오!”
머리를 쥐어뜯는 완식 대신 진아에게 고개를 돌린 재호.
“에휴……. 대놓고 저런 소리를 잘도 하네.”
“아니, 내 말이 틀렸어? 포세이돈 교단에 진작 갔으면… 크흑!”
“그냥 게임 접속해도 다른 건 전혀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서 저래. 신경 쓰지 마.”
“아…….”
진아의 설명에 재호는 그제야 이해했다.
완식과 진아는 애초에 그라타 대주교와 친분이 있던 사이였다.
그리고 진아의 경우, 옵티마 교단에서도 한때는 성녀로 불릴 정도로 고위 직급이었고.
그 탓에 교단 신성파에서 플레이어로 중 유일하게 주축으로 자리한 두 사람.
따지고 보면 엄청난 승진을 했다고 볼 수도 있었다.
“승진은 개뿔. 침몰하는 배에서 승진하면 책임지고 죽으라는 소리…… 악!!”
진아에게 엉덩이를 걷어차인 완식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주변에 교단 사람들 잔뜩 있는데 자꾸 헛소리할래?”
심지어 이 뒤에는 그라타 대주교도 있거늘.
“아무튼 그런 상태야. 크루마 왕국 쪽에서 신경 써 주고 있긴 하지만, 신성파 내에서도 정통파 쪽 사람이 숨어 있을지 모르니까. 믿을 만한 몇몇 사람들만 대주교님을 지키는 중이지.”
어쨌든 크루마 왕국의 분위기와는 별개로 이쪽은 썩 좋진 않은 모양이었다.
“자, 이쪽으로 와. 대주교님이 기다리고 계셔.”
재호는 두 사람의 안내를 받아 그라타 대주교의 거처로 향했다.
“오셨습니까, 대왕.”
지난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차분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는 그라타 대주교.
완식과 진아의 말과 달리, 그의 표정에서도 제법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오랜만입니다. 그라타 대주교님.”
재호가 그라타 대주교 앞에 마주 앉았고, 그는 재호에게 미리 준비해 놓은 차를 내주었다.
“일이 이렇게 되어 유감입니다. 옵티마 교단 내부의 일이 정리된 후에 찾아뵈려 했는데,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와 버렸네요.”
“허허, 아닙니다. 그땐 분명 대왕을 뵙기엔 좋은 시기가 아니었지요. 그리고 저 역시 옵티마 교단이 이토록 부패해 있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라타 대주교도 이렇게 되리라곤 예상하지 못한 모양.
“다 제 힘이 모자란 탓이지요. 그래도 걱정보다는 교단 내 많은 이들이 올바른 길을 택해 주었으니 안심입니다.”
찻잔을 들어 올린 채 가만히 눈을 감은 그.
무언가를 고뇌하는 듯하는 모습에 재호도 잠시 침묵한 채 차를 홀짝였다.
“…역시 알시아 대왕께는 말씀을 드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잠시 시간이 흐른 뒤, 결심을 내린 모양인지 그는 잔을 내려놓았다.
“대왕께서는 조금 의문이 드셨을 겁니다. 분명 좋지 않은 상황임에도 제가 이토록 여유로워 보이는 것이…….”
“조금 그렇긴 하네요.”
재호는 부정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신의 흔적을 발견한 덕분이죠.”
“아……. 역시 지난번에 라시우르 님이 내려온 것 때문에…….”
재호는 그라타 대주교의 퀘스트가 클리어된 것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 이유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건 따로 있습니다.”
그 순간, 그라타 대주교의 얼굴에서 마치 빛이 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제게 옵티마님의 계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에게서 놀라운 이야기가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