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74
73화
크게 새로운 작업은 아니었다.
어차피 전에 레드에게 만들어 줬던 청염초 화관을 토대로 회복력과 관련된 것을 추가하면 되었으니.
[청염초] [관찰 진행률 : 100%] [마력을 흡수하며 자라나는……(더 보기)] [(중략)] [*효능] [1. 마나 정화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2.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 : 10초 내에 마법을 연속 세 번 사용 시, 앞선 두 번의 마법으로 가한 피해의 20%가 추가 적용됩니다.]다만 지난번처럼 뛰어난 성능의 화관이 나올 거라 장담할 순 없었다.
‘그땐 전설에다 대성공까지 뜬 덕분에 애초에 없던 효과까지 추가되었었으니.’
그리고 레드의 추가 요구 사항 중 하나인 둔화 대처 옵션도 결정을 내렸다.
[바람꽃] [관찰 진행률 : 85%] [기다란 갈대 끝에 핀 꽃은 바람의 세기에 따라 점점 반투명해집니다.(더 보기)] [(중략)] [*효능] [1. 이동속도가 증가합니다.] [2. (미확인)]아직 100%를 만들진 못한 꽃이지만 핵심인 이동속도 증가가 다른 것들에 비해 효율이 높았기에 내린 선택이었다.
그럼 남은 건 회복력을 담당할 꽃인데, 이 경우에는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고민이었다.
‘금액은 상관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너무 비싼 것들로만 구성해서 만들 순 없지.’
재호가 세운 가격 책정 기준은 꽃들의 가짓수와 희귀도에 따라 갈리었다.
언젠가는 시들어 사라지는 아이템 특성상,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무조건 좋게만 찍어낸다고 내구도가 높아지는 건 아니었으니까.
“역시 가성비론 이펠츠 꽃이 제격이겠지.”
[*효능] [1. 미약한 체력 회복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2.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 : 체력이 5% 이하로 감소 시, 3초간 피해량이 절반 감소합니다.]설명상으론 그저 ‘미약한 체력 회복’이지만, 실제로 아이템에 적용될 경우엔 지속적인 회복 효과를 띤 옵션이었다.
여전히 질릴 정도로 만들고 있는 이펠츠 꽃 포션이기에 그 어떤 것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럼 화원으로 잠깐 나가볼까…….”
제작에 사용할 꽃들을 찾아 재호는 꽃집을 나섰다.
* * *
재호가 화원으로 들어서자마자 사방에서 모여들어 조잘거리는 정령들.
재호에게서 느껴지는 충만한 생령이나 아로마의 효과 등등.
하나하나 꼽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이유들 탓에 하급 정령들은 재호를 보기만 해도 모여들어 웃음을 터뜨리곤 했다.
“와……. 후광처럼 보여요!”
화원에 있던 메이가 감탄사를 터뜨렸다.
그녀의 말처럼, 재호의 주변에 반짝이며 날아다니는 정령들은 재호를 아주 신성한 느낌이 들도록 만들어 주고 있었다.
“부럽네요…….”
그리 말하는 메이의 주변에도 정령들이 잔뜩 날아다니곤 있었다.
그저 압도적인 빛이 있기에 상대적으로 초라해진 것일 뿐.
“혹시 다른 곳에서도 정령들이 모여드나요?”
“아니. 애초에 정령들이 실체화 되어서 나온 건 엘리시아 화원 한정인걸.”
혹시라도 엠베이 숲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상상하면…….
‘정말 지옥 그 자체였겠군.’
고개를 흔들어 끔찍한 상상을 지운 재호는 필요한 꽃들을 찾아 꽃집으로 돌아왔다.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하자, 꽃 안으로 따라 들어온 정령들이 재호의 커다란 어깨에 걸터앉아 구경 삼매경에 빠졌다.
그런 정령들 덕분에 작업 중인 꽃들의 상태에도 버프가 적용되었고.
[농밀한 생령으로 인해 완성된 아이템의 내구도가 증가합니다,]‘좋군.’
하나하나 차분하게 꼬았고, 화관은 조금씩 아름다움을 갖추기 시작했다.
사르르―
자그마한 자루에 든 그로우 가루도 꺼내 아끼지 않고 뿌렸다.
이전에는 완성하고 난 뒤에만 뿌렸으나, 이제는 블로리아에서 직접 생산이 가능하기에 좀 더 과감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어차피 손님도 없으니까…….’
우울한 진실은 묻어두고서, 재호는 약 한 시간에 걸쳐 진행된 작업을 마무리했다.
[] [등급 : 고급] [사용 조건 : 없음] [사랑을 듬뿍 머금은 세 가지 꽃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화관입니다.정령들의 놀이터이기도 한 이것은 관리만 잘 해 준다면, 반영구적인 효과를 보일 것입니다.] [효과 : 1. 이동속도가 10% 증가합니다.
2. 기본 체력 회복력이 15% 증가합니다.
3.
4. 조건부 반영구] [ : 10초 내에 마법을 연속 세 번 사용 시, 앞선 두 번의 마법으로 가한 피해의 30%가 추가 적용됩니다.] [ : 체력이 10% 이하로 감소 시, 3초간 피해량이 절반 감소합니다.]
아쉽게도 고급에 그친 화관.
그럼에도 재호가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성능 자체는 기본 옵션보다 높은 수치로 나왔다.
‘뭐, 이 정도면 됐지.’
애초에 전설이라는 게 만들 때마다 튀어나오는 것도 아니었으니.
게다가 그게 아니더라도 유의미한 소득 하나가 있었다.
“화관인데 어떻게 관리를 해야 반영구적으로 유지가 된다는 거지?”
재호는 작업대 위에 쪼그려 앉아 있던 꼰대에게 물었다.
―뭐, 뻔하지. 이곳에서 녀석들이 받아 온 만큼의 집중 관리.
“……그럼 불가능한 거잖아.”
―불가능하지.
추욱―
그러자 화관 위에서 뛰어놀고 정령들이 어깨를 축 떨어뜨렸다.
안쓰럽지만 귀엽기도 한 모습.
―흠흠, 혹시 이런 건 어떠냐?
행여나 마기 옮을까, 꽃집 제일 구석에 박혀 있던 징징이가 의견을 제시했다.
―정기적으로 이곳에 와서 수리를 받는 거다.
“수리?”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지만 재호는 징징이가 하려는 말을 금방 이해했다.
“완전히 시들기 전에 여기서 집중 관리를 받는다, 이건가?”
―바로 그렇지!
제법 괜찮은 생각이었다.
다른 아이템들, 무기나 방어구 같은 경우에도 내구도가 존재했고, 수리를 해 주지 않으면 망가져 못 쓰게 되곤 했으니까.
그와 같은 맥락에서 본다면 당연히 필요한 일이었다.
―저 멍청이 녀석치고는 기발했어. 확실히 엘리시아 자체는 죽은 꽃도 되살릴 정도로 생기로 꽉 차 있으니.
꼰대도 동의하니 재호는 확실히 결정을 내렸다.
어차피 다른 손님도 딱히 없으니, 레드에게 협조를 부탁하면 될 듯싶었다.
* * *
엘리시아 화원으로 향하는 레드.
지난번 엘리시아를 방문할 땐 길드의 눈치를 잔뜩 보면서 갔었지만, 이번엔 달랐다.
훨씬 가벼워진 발걸음!
그 이유가 뭐냐면…….
―이 배신자 자식!!! 넌 무조건 척살이다!!!
―뭐? 갑자기 무슨 소리야?!
―우리가 모를 줄 알아?! 너 알시아하고 그렇고 그런 사이인 거 다 알아!!
―헉?! 무, 무슨 소리야?!
―밤길 조심해라! 뒤에서 치면 불곰인 줄 알아!
……대충 요약하면 이랬다.
그 탓에 현재 레드는 무적 신세.
하지만 생각보다 크게 아쉬움은 없었다.
어차피 그가 주로 활동하는 곳은 적색 마탑이 있는 라셀 왕국이었고, 불곰국과는 한참 거리가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라셀 왕국 쪽은 불곰의 주 무대가 아니었기에 길드원들도 전혀 없었고.
―뭐? 그딴 촌구석에 뭐하러 가냐?
라는 소리를 얼마나 많이 들었던가!
게다가 처음 재호에게 작업 의뢰를 한 뒤로도 온갖 의심을 받으면서 심리적으로 굉장히 힘들었었다.
다시금 화관을 쓰고 뽕맛을 느끼고 싶은데…… 눈치가 보여 찾아가지 못한 게 사실.
그런 모든 불편함이 이제는 말끔히 사라져 버렸다.
불곰이고 백곰이고, 자신은 이제 당당히 엘리시아를 찾아갈 수 있는 신분이었으니까!
“아, 저기 보이는군!”
사막 너머 보이는 반짝이는 꽃의 도시.
마지막으로 방문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영상으로 보긴 했지만…… 실제로는 더 대단하구나.”
콜센터 직원의 안내를 따라 꽃집으로 이동하며 레드가 중얼거렸다.
“하하, 밤이 되면 더 멋지답니다. 영상으로 보는 거랑은 비교도 안 돼요. 저희도 교대 근무를 설 때, 야간 근무를 더 선호할 정도로요.”
“오호…….”
어차피 공략 예정인 던전은 그리 멀지도 않았고, 혼자 진행할 예정이니 그 정도 여유는 괜찮을 것으로 보였다.
“아, 레드 씨.”
꽃집에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던 재호가 그를 반겼다.
“오랜만입니다, 알시아님.”
레드 역시 당당하게 인사했다.
더 이상 불곰 길드가 아닌 그는 꿀릴 것이 없었다.
재호는 레드를 안으로 안내한 뒤, 화관을 먼저 건넸다.
“오오! 역시 대단합니다!”
레드는 옵션들을 확인하곤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만족하니 다행이네요. 사실 지난번보다 수치가 조금 떨어져서 걱정했거든요.”
“에이, 저도 게임 할 만큼 했습니다. 전설 아이템이나 대성공이 잘 뜨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애초에 기본 옵션만 하더라도 이것 자체가 사기예요. 동일 부위의 아이템과 효과가 중첩되니까요. 그런데…….”
그는 뒤늦게 ‘반영구적’이란 옵션을 발견했다.
“헉? 설마 내구력 개선이 된 겁니까?”
“아! 안 그래도 레드 씨에게 드릴 부탁이 있었네요.”
재호는 화관의 내구도 테스트에 대해서 레드에게 설명해 주었다.
“지난번 화관은 며칠 정도 유지가 되었었죠?”
“한 달 조금 안 되게 썼던 것 같은데…….”
“그럼 20일쯤 지나서 한번 방문해 줄 수 있겠어요? 아무래도 레드 씨가 직접 관리하는 건 어려울 것 같으니.”
“물론입니다. 저야 전혀 아쉬울 것 없죠!”
레드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해서 큰돈 들여 새로 제작하는 것보단, 적은 돈으로 지속 관리하는 게 훨씬 이득인 건 당연했다.
“아, 그리고 이것도 하나 받으시죠.”
“??”
재호가 건넨 소소한 꽃팔찌.
[] [등급 : 고급] [사용 조건 : 없음] [어떠한 상황에서도 당신을 응원해 주는 팔찌입니다.] [효과 : 1. 회복 효율이 1.2배 증가합니다.2. 조건부 반영구]
“수고비로 생각하고 쓰세요.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지만 아마 이번 던전을 공략하는 데 있어선 도움이 되겠죠.”
“가, 감사합니다!”
레드는 기뻐하며 곧장 팔찌와 화관을 착용했다.
“아, 그런데 아까 직원이 야경을 꼭 보고 가라던데…… 혹시 여기 잠시 머물 만한 곳이 있습니까?”
레드도 이 도시가 인간이 마음껏 활보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음……. 그럼 제가 전럭협 쪽에 이야기를 해 놓죠. 그곳에 머물다 밤이 되면 제가 안내해 드리죠.”
재호의 선택은 역시나 전럭협.
다소 광신도적인 면모가 보이긴 했으나, 그래도 이곳에 있는 인간 중엔 가장 잘 적응한 이들이었으니…….
* * *
저녁이 되어 재호는 유일한 손님인 레드를 위해 직접 도시 내를 구경시켜 주었다.
그는 은은하게 빛이 흐르는 밀키웨이와 하늘을 수놓는 정령들에 완전히 넋이 나가버렸다.
그 아름다운 광경은 그의 마음속, 무언가를 꿈틀거리게 만들었다.
“……알시아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밀키웨이 담장 앞.
그곳에서 눈을 질끈 감은 레드는 입을 열었다.
“사실 전…… 알시아님을…… 그러니까…….”
“히익―?”
“??”
“???”
불현듯 담장 너머에서 들려오는 헛바람 소리.
“어? 메이?”
담장 너머에 마치 숨은 것처럼 쪼그린 메이를 발견한 재호가 그녀를 불렀다.
“거기서 뭐해?”
“네? 아, 아하하하!!! 지, 지나가던 중이었어요! 그, 그럼 전 이만!
후다닥 자리를 벗어나는 메이.
이해 못 할 그녀의 모습에 재호는 어깨를 으쓱하곤 다시 레드를 바라봤다.
“아, 미안해요. 아까 하던 이야기 계속 하시죠.”
“아! 네…….”
머리를 긁적이던 레드는 크게 심호흡했다.
‘어차피 더 이상 불곰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잖아?’
그렇게 용기를 낸 레드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사실 전 알시아님을 죽여야 하는 입장이었습니다.”
“…….”
“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불곰 길드 소속이었거든요……. 죄송합니다.”
그의 고백에 재호는 피식 웃었다.
“알고 있었어요.”
“……예?”
레드가 멍청한 고개를 들었다.
“다 알고 있으면서 거래를 한 겁니다.”
“!!”
그 말에 레드는 전율을 느꼈다.
‘이 남자는……. 진정 배포가 크구나!’
그는 꽃집의 유일한 고객으로서, 재호의 진심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외모와 어울리진 않지만, 정말로 꽃을 사랑한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의 꽃을 찾아오는 고객이라면, 설령 적이라 할지라도 환대해 준다는 것을!
“크흡……!”
재호의 도량에 감동한 레드는 눈물을 주륵 흘렸다.
지금까지 자신은 길드의 분위기에 휩쓸려, 그저 다른 인종이란 이유만으로 차별을 저질러 왔건만…….
재호의 큰 마음씨는 레드의 가슴에 큰 울림을 일으켰……지만 상대인 재호는 레드의 못 볼꼴에 당황한 상태였다.
‘왜, 왜이래?’
재호가 레드에 대한 것을 알게 된 건 불곰국 사건 이후, 테일러를 통해서였다.
―네 칼에 찔려 죽은 덕분에 의심은 안 받게 됐다. 졸지에 레드 녀석만 억울하게 됐지. 멀쩡히 있다 길드에서 쫓겨나기도 하고.
그래서 재호는 레드와 거래를 한 것이었다.
만약 레드가 여전히 불곰국이었다?
그렇다면 재호가 그에게 내민 건 화관이 아니라 모종삽이었을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