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740
739화
옵티마 신의 계시가 있었다!
사실 그 이야기는 탄보르 교황이 먼저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대천사 라시우르의 이름을 사칭해서 벌인 사기 행각.
그렇다면 설마 라시우르가 그라타 대주교도 찾아온 것인가?
재호의 의문에 그라타 대주교는 고개를 주었다.
“아닙니다. 라시우르 님께서도 제게 와 주셨다면 역시 너무나 기쁜 일이었을 겁니다.”
“하긴. 그 양반이 그럴 리가 없지.”
“예?”
“아, 아닙니다.”
무심결에 뱉었던 재호는 얼른 손을 내저었다.
천과를 수북하게 쥐여 줘야 겨우 한 번 행차해 주는 귀한 분들이거늘, 굳이 지상의 교단 분쟁에 끼어들 리 없었다.
꼭 그렇게 삐뚠 관점에서 보지 않더라도 지난번 지상 방문으로 인해 소모된 힘을 회복하기 위한 휴식기를 가져야 하기도 했고 말이다.
‘그럼 다른 천사가 움직인 건가? 나한테 잘 보이려고?’
자의식 과잉 같은 생각이지만, 실제로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천사란 생각보다 대단한 이들이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그라타 대주교의 이야기는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소리였다.
“옵티마 님께서 직접 제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예?”
재호는 당황 반, 의심 반의 표정으로 그라타 대주교를 살폈다.
혹시 다른 의미가 숨겨져 있지는 않은가…….
하지만 그의 온화한 얼굴에선 끝없는 여유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마치 조명이라도 따로 설치된 듯, 과할 정도로 화사하게 보이는 것이…….
“진짜 옵티마 님이 말을 걸었다고요?”
“그렇습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호, 혹시 다른 천사가 사칭을 한 건 아니고요?”
불경스럽기 짝이 없는 무례한 질문이지만 재호는 그걸 물을 수밖에 없었다.
“허허, 쉬이 믿지 못하시는 것도 이해합니다.”
다행히 그라타 대주교는 재호의 무례함도 이해하고 넘어가 주었다.
“옵티마 님께서는 정말 오랜 시간, 이 세상에 그 존재의 증거를 보여 주지 않으셨으니 말입니다. 저 역시 처음엔 의심이 들 정도였으니, 이걸 다른 이들에게 말했더라도 아무도 믿지 못했을 것입니다. 오히려 물어뜯기 좋은 먹잇감이 되었을 테지요.”
“그렇겠죠.”
그렇지 않아도 탄보르 교황의 정통파로부터 이단으로 규정되어 도망칠 수밖에 없었거늘, 옵티마의 계시를 받았다는 소리는 좋은 떡밥밖에 안 되었다.
“하지만 저는 그분의 목소리를 분명 들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강대한 신성력의 바다에 삼켜지는 듯한 그 경험……. 그건 대천사 라시우르 님에게서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니 말입니다.”
“그럼… 옵티마 님이 뭐라고 한 겁니까?”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것은 자연의 순리일지니, 차가운 칼바람은 지나가는 시련의 일부일 뿐이리라.”
“…….”
재호는 말문이 막혔다.
‘진짜 신이야……?’
아직도 내려놓지 못한 의심병.
하지만 재호가 아는 신과 달리 그럴싸한(?) 계시가 너무 이질적으로 느껴진 탓이었다.
“허허, 신께서 내려 주신 시련이거늘, 사제라면 기꺼워하며 이 고난을 맞이해야겠죠.”
재호의 침묵을 조금 다르게 이해한 모양인지, 그라타 대주교는 흐뭇해하며 말을 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르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이 이야기는 대왕에게 처음 꺼낸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믿을 수 없어서?
그렇지만 재호 역시 완전히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닌 건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재호는 옵티마 교단과 적대하던 외부인이지 않은가?
“하지만 현재 이 대륙에서 신의 존재와 가장 가까운 이가 바로 대왕이지요. 아, 아나볼릭 교단의 교황도 있긴 하군요.”
결국 재호에게 솔직하게 말한 이유는, 이 이야기를 적어도 미친 소리라고 치부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그, 그렇죠.”
조금 전까지 계속 의심을 한 건 비밀이었다.
“흠흠, 그럼 앞으로 계획은 따로 있습니까?”
“계획이라……. 그리 거창하게 말할 만큼 대단한 것은 없습니다. 그저 옵티마 님께서 주신 이 시련을 꿋꿋이 참고 견디는 것뿐.”
“그냥 견디기만 한다고요?”
“물론 방향은 있습니다. 어려운 일이겠지만, 이제 저희는 옵티마 교단과는 독자적인 길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새로운 교단, 새로운 교리를 바탕으로 말이지요. 교단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신을 따르고, 스스로 위대한 가르침을 공부하는… 모든 이들의 교단을 말입니다.”
“……??”
“이곳 크루마 왕국을 거점으로 신생 교단 을 세울 것입니다. 그리고 모두의 신께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끊임없는 수양할 것입니다.”
“????”
“이번 옵티마 님의 계시로 저는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이 대륙이 신에게 버림받았다는 것은 결국 인간의 의심이었다는 것을……. 아나볼릭 님, 그리고 이제 옵티마 님께서도 대륙에 나타나셨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신앙을 바탕으로 정진한다면 누구나 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그런 믿음을 가르치는 곳이 바로 이스터디 교단이 될 것입니다.”
“…….”
포세이돈 교단이 아니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곳에서 사이비 종교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뭐… 그래도 좋게 생각하면 그렇게 이상한 건 아니네.’
그라타 대주교의 이야기대로면 신을 숭배하긴 하지만, 그보다는 자기 수양의 영역에 더 가까워 보이는 이스터디 교단이었다.
현실에도 이와 비슷한 종교가 있으니 말이다.
다만 과연 여러 신을 모시는 이들이 하나의 교단으로 뭉쳐지는 게 가능한 일인지는 미스터리이긴 했지만…….
‘그래도 같은 처지라서 공감대는 형성되어 있긴 하겠네.’
그리고 그라타 대주교는 이걸 두고 재호에게 다른 부담스러운 부탁을 하려고 이야기를 꺼낸 것도 아니었다.
아니, 있기는 했다.
“대왕이시여. 추후 정식으로 이스터디 교단이 창립될 때, 초청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단순한 초청이지만 이 말은 결국 신규 교단을 재호가 공증해 달라는 뜻.
알시아란 이름이 지니는 힘은 그 정도였다.
사이비… 아니, 신규 교단을 공식 인정해 줄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알겠습니다.”
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으며, 추후 살아남은 정통파 교단과의 충돌을 대비해서라도 그라타 대주교를 지원할 필요가 있었다.
띠링-
그 요청을 받아들이며 재호의 퀘스트 알림이 새로 떠올랐다.
[*퀘스트*] [대륙에선 더는 들리지 않는 옵티마 신의 의지.그로 인해 옵티마 교단 내부에서는 수많은 혼란과 병폐들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신앙은 점점 더럽혀져 가고 있습니다.
그라타 대주교는 교단 내에 남은 몇 안 되는 신실한 성직자이며, 어떻게든 옵티마 교단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리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단, 이미 기울어진 교단을 세우려면 위대한 존재의 힘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당신을 찾아왔습니다.] [퀘스트 목표 : 옵티마 신의 흔적 찾기.] [보상 : 1. 그라타 대주교의 신뢰.
2. (연계 퀘스트)]
그라타 대주교로부터 먼저 받았던 퀘스트는…….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마침내 1차 완료되었다.
[그라타 대주교의 호감도가 최대치가 되었습니다.] [두 번째 보상으로 신규 퀘스트가 활성화되었습니다.] [*퀘스트*] [그라타 대주교는 이제 그 누구보다 신실한 성직자가 되었습니다.그 과정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그는 이제 구 교단의 한계를 뛰어넘었고, 새로운 교단 시대를 열고자 합니다.
그리고 대륙의 영웅인 당신에게 그 미래를 인정받길 원합니다.] [퀘스트 목표 : 이스터디 교단을 공증해 주기.] [보상 : 이스터디 교단의 신뢰.]
목표도, 보상도 간단했다.
후에 이스터디 교단이 출범할 때, 재호는 그저 참석해서 박수만 쳐 주면 된다.
이스터디 교단의 신뢰?
그건 그들이 얼마나 높은 곳까지 올라가느냐에 달려 있었다.
반면 이 행동으로 인한 패널티는 생각보다 클지도 몰랐다.
건재하다고 하긴 어렵지만, 여전히 교단 연합은 정통파라는 이름 아래에 살아남아 있었으니까.
하지만 결국 싸우게 될 상대라면, 확실하게 대적할 수 있는 집단을 키워 주는 게 훨씬 좋을 터였다.
재호는 이스터디 교단을 살아남은 교단 연합의 견제 세력으로 키울 것을 결정했다.
* * *
그라타 대주교의 계획은 아직 발표되지 않은 것.
이제 막 계획을 구상해 보는 단계였기에 다른 교단의 도망자들은 물론, 같은 옵티마 교단의 사람들에게도 말하지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피난처의 분위기를 살펴본 재호는 생각보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고 생각되었다.
“대주교님을 향한 신뢰도가 생각보다 높은 것 같다?”
재호의 물음에 함께 피난처를 살피던 완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탄보르 교황 쪽에서 사람들을 막 잡아가기 시작했을 때, 그라타 대주교님이 나서서 중재를 시도했거든. 뭐, 중재라고 해도 자기를 잡아가도 되니 다른 사람들은 건드리지 않는, 불합리한 조건이긴 했지만. 그마저도 제대로 뒤통수 맞았지.”
정통파 교단에서는 그라타 대주교의 신병을 확보하자마자 그라타 대주교와 그를 따르던 이들을 이단으로 선포했다.
그리고 무차별 박멸을 시작한 것.
“사람들은 다 알고 있거든. 그라타 대주교님이 사람들을 위해서 뭘 했는지. 그러니 다들 믿고 따르는 거지.”
진아도 설명을 보태었다.
“뭐, 솔직히 이기적으로 따지면 탄보르 교황 쪽에 남는 게 훨씬 나아. 하지만 아무리 게임이라지만 사람이 어떻게 그러겠냐?”
완식이 툴툴대면서도 그라타 대주교를 따라온 이유를 설명했다.
“너 전에 포세이돈 교단이 어쩌고저쩌고 하지 않았냐?”
“어허- 말이 그렇다는 거지.”
아무튼 그렇게 둘러본 뒤, 재호는 조용한 곳에서 두 사람에게 그라타 대주교와의 대화 내용을 알려 주었다.
아직 공개된 내용이 아니지만, 그래도 그라타 대주교와 한배를 탄 친구들에게 대충 언급은 해 주는 게 좋을 테니…….
“이-스터디? 인강 교단이냐?”
그걸 들은 완식의 한 줄 평.
“이-스터디가 아니라 이스터디.”
그리고…….
“젠장. 역시 포세이돈 교단에 가는 게 나을 거 같은데 어떻게 안 되겠냐?”
다시 진심(?)을 꺼내 들었다.
“뭐하러 포세이돈 교단 같은 쩌리로 오려고? 그냥 여기 잘 있으면 둘 다 고위직까지 올라갈 수 있을 거 같은데?”
재호가 보기에 완식과 진아는 그라타 대주교가 굉장히 신임하고 있었다.
이스터디 교단이 제대로 자리를 잡으면 분명 높은 직급을 받을 게 분명했다.
“아, 근데 그라타 대주교님은 너무 올곧은 스타일이라서……. 오히려 그런 쪽으론 더 빡빡할지도 몰라.”
“…넌 그냥 정통파에 남았어도 괜찮긴 하겠다.”
“아, 티 났냐? 사실 남고 싶었는데 진아가… 악!”
“얘 헛소리는 됐고. 새로운 교단이라……. 그럼 우리도 미리 대비는 해 놓아야겠네.”
“굳이 뭐 할 게 있을까? 그라타 대주교님이 알아서 준비되면 이야기하겠지.”
“뭐, 교단 설립 문제야 그렇지. 하지만 갑자기 덜컥 생겨난다고 해서 그게 교단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을 리 없잖아. 아무리 네가 나선다고 해도 평범한 사람들은 일단 거부감부터 보일 거라고.”
“아, 하긴……. 아나볼릭 교단도 제국 내에 이름 알리기부터 시작하더라.”
돌이켜 보니 맞는 말.
그럼 진아가 말하는 것도 사전에 이스터디 교단의 이미지를 순화시키고 익숙하게 만들어 놓는 것일 터.
“정확해. 마침 너도 있으니까.”
“응?”
진아가 재호를 가리키며 씩 웃었다.
“우리 좀 도와주라. 네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을 거야.”
“벌써 내가 나서면 별로 안 좋을 것 같은데.”
“‘알시아 대왕’이나 ‘알시아 교황’이 나서면 안 되지. 하지만 ‘알시아 사장님’이라면?”
“아! 그거라면 괜찮겠네.”
진아가 하는 말을 바로 이해한 재호.
“뭔데? 혹시 너네끼리 귓속말했냐?”
반면 전혀 이해하지 못한 완식만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