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741
740화
크루마 왕국에도 엘리시아 화원의 체인 꽃집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곳은 나름의 역사와 전통이 있는 지점으로, 체인 사업을 시작하던 초창기에 만들어진 곳이었다.
또한 그 규모도 제국 지점 다음으로 컸다.
어디 그뿐인가?
체인점을 만들기 전, 말칸트 대왕은 직접 엄선한 인원을 엘리시아 화원으로 유학을 보내기까지 했었다.
그때 수제자들이 현재 엘리시아 화원 크루마 지점을 운영 중인 것이다.
그들은 재호가 인정할 정도로 높은 수준의 플로리스트들이었고, 그 덕분에 삭막하고 땀 냄새만 나던 크루마 왕국의 풍경은 이제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거리마다 쉽게 꽃밭이나 화분을 볼 수 있었고, 가정집의 창에도 작은 화분이 하나씩은 꼭 놓여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오랜만에 재호가 크루마 왕국을 찾았다는 소식에 사람들은 기대했다.
“이번에도 행사를 하려나?”
“옆집 아저씨가 지난번에 알시아 대왕님이 직접 제작한 화분을 받았다더라고. 근데 아직도 효과가 짱짱하대.”
“암! 여기 점장들도 실력이 좋긴 하지만, 역시 원조 손맛만큼은 아니겠지!”
이런 기대는 NPC들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평소 활동 거점이 크루마 왕국인 플레이어들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웨이포인트가 생긴 후로는 엘리시아 화원의 꽃템을 직접 주문 제작하는 게 수월해졌지만, 웨이포인트 이용료를 생각하면 불필요한 큰 지출이 생기는 것도 사실.
그래서 어쩌면 이번 기회에 바로 재호의 직접 제작 꽃템을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대는 이루어졌다.
[*특별 행사* 엘리시아 화원의 명품 꽃템! 장인 알시아 2박 3일 선착순 즉석 제작!]끝없이 이어진 긴 줄.
하지만 이 사람들이 전부 다 꽃템을 받을 순 없을 터였다.
그 아쉬움에 불만도 쏟아질 테고…….
그래서 내놓은 대책이 있었다.
[꽃템 구매 실패자를 위한 무료 버프 서비스]바로 꽃집 앞에 마련된 한쪽 공간에서 완식, 진아를 비롯한 사제 여럿이 앉아 대기자 명단에 들지 못한 이들을 위해 버프를 걸어 주는 서비스를 병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에게 친근함을 어필하는 동시에 확실한 인식을 남겨 놓기 위한 이벤트.
사실 꽃템에 비하면 버프의 효과는 물론, 특히 지속 시간에서 현저히 떨어졌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런 버프가 초보자들에겐 대단히 크게 작용한다는 것!
크루마 왕국은 예나 지금이나 초보자가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였다.
그리고 초보자들이 이들의 버프를 받는다면 적정 레벨 사냥터에서는 그야말로 무쌍을 찍을 수 있을 터.
본래 게임을 막 시작했을 때 받는 도움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법이었다.
적어도 뉴월드를 하는 내내 그들은 이 경험을 잊지 않을 테고, 다음에 이스터디 교단의 등장도 호의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적어도 이 버프 행사만큼은 단발적인 이벤트로 끝나선 안 될 테고 말이다.
재호의 꽃집을 이용한 건 어디까지나 이만한 신뢰의 어그로가 없기 때문이었다.
이단으로 몰린 자신들의 버프를 아무나 와서 덥석 받진 않을 테지만, 재호와 콜라보라면 사람들은 믿을 테니까!
“저 사람들은 뭐야?”
물론 NPC들은 굳이 이 행사에 사제들이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아, 그 교단 연합에서 도망쳐 온 사람들 아닌가?”
“이단자들?”
“그런데… 이단이라고 하기 좀 그렇지 않나? 누가 봐도 이단은 지금 교단에 남아 있는 사람들 같은데.”
“에이, 교단도 결국 사람 사는 곳임. 정통파라고 떡 앉아 있는 쪽이 진짜고, 그쪽에서 이단으로 규정했으면 이단인 게야. 그나저나 저 사람들 배짱도 좋네. 이단 심판관이 여기 크루마에 돌아다니는 걸로 아는데…….”
“어? 그래? 그럼 신고하면 우리한테 콩고물 좀 떨어지지 않을까?”
“어허이- 알시아 님이랑 친한 사이인 거 같은데, 굳이 그래야겠어?”
“하긴……. 알시아 대왕님은 믿을 만하지.”
사람들 사이에서 오고 가는 이야기는 분명 낮은 목소리였지만, 행사에 참석한 사제들 귀에는 천둥처럼 크게 들렸다.
“저… 지, 진짜로 이러고 있어도 괜찮을까요?”
“진아킴 님……. 저 진짜 무서워서 죽을 거 같습니다.”
이 자리에서 최고 성직자인 진아에게 쏠리는 사제들의 원망 어린 시선들.
일단 진아와 완식 정도 되는 고위 성직자가 지시를 내리니 거부하지 못하고 따라 나오긴 했는데, 설마 이렇게 이목을 끄는 짓을 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아무리 정의를 찾아 신성파에 합류했다지만, 힘들게 보전한 목숨을 이렇게 내놓고 싶진 않았다.
“하하! 걱정하지 마세요.”
하지만 이렇게 외부에 자신들을 드러내면 이단 심판관의 관심을 끌게 된다는 걸 진아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과연 건드릴 수 있을까?
“절대 해코지하지 못 할 겁니다!”
“하지만…….”
진아의 확언에도 안심하지 못하는 사제들.
그리고 잠시 후, 걱정하던 일이 기어코 발생했다.
저벅-저벅-
“어어?”
“뭐야? 새치기하는… 헉?!”
갑자기 축복 대기 줄을 밀치며 나타난 한 무리의 사람들.
흉흉한 눈빛… 그리고 그 못지않게 번쩍이는 은빛 갑옷을 확인한 사제들의 입이 쩍 벌어졌다.
‘이단 심판관!!’
척-
꽃집을 포위하듯 둘러싼 그들.
“진아킴!”
그중 한 명이 앞으로 나서며 진아를 향해 경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교단 연합의 이단 심판관 자심이오. 교단으로부터 그대들을 체포하라는 명령을 받았으나, 상황에 따라 즉결처분 또한 가능함을 확인받았소. 그러니 부디 순순히 투항했으면 좋겠군. 타락 성녀.”
하필 클래스 자체가 인 탓에 이단으로 몰리기에도 좋은 진아.
심지어 완식조차 였으니 쌍으로 손가락질당하기에 딱 좋았다.
“지, 진아킴 님……!”
사제들이 사색이 된 얼굴로 진아를 올려다보았다.
지금 근처에는 자신들을 보호해 줄 성기사들도 없었다.
사제들만으로 이단 심판관을 상대하는 건 불가능한 일.
“배짱도 좋네. 여기가 어딘지 알고 온 거 맞아?”
당연히 저들의 말대로 따라 줄 생각은 조금도 없는 진아.
“물론. 하지만 오해했군. 알시아 대왕이 이곳에 있다는 걸 알면 우리가 오지 못하리라 생각한 건가? 아무리 알시아 대왕이라 하더라도 교단 연합의 지엄한 임무를 막을 순 없다. 이단 심판은 신의 이름으로 행하는 신성한 임무일지니.”
스릉-
검을 뽑아 드는 자심.
“야… 이거 계획한 상황 맞아? 맞지?”
완식이 진아에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게 아닌데…….”
“뭐?”
“그… 나타나는 건 예상했는데, 재호를 아예 무시할 줄은…….”
“야야…….”
점점 다가오는 자심.
꽃집에서 한바탕 싸움을 벌일 수도 없는 노릇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던 그 순간.
“무슨 소란이야?”
스으-
꽃집 안에서 작업 삼매경이던 재호가 밖으로 나왔다.
평소와 달리, 작업을 위해 옷을 바꿔 입은 재호의 몰골은 이 심각한 분위기와 잘 안 어울렸다.
칠부 셔츠와 가죽 멜빵바지.
옷에 주렁주렁 달린 공작새 꼬리 깃털 같은 장식들까지…….
“?”
“??”
이단 심판관들은 물론, 완식과 진아조차 당황하게 만든 재호의 패션.
하지만 이건 무려 뤼필드가 만들어 준 특별한 작업복이었다.
[] [등급 : 전설] [사용 조건 : 없음] [방어도 : 55] [뛰어난 장인의 고뇌 끝에 탄생한 완벽에 가까운 작업복입니다.이것을 입은 당신은 작업 귀신이 될 수 있는 동시에, 작고 귀여운 친구들에게도 인기 만점이 될 것입니다. ] [ : 허리가 앞으로 20도 이상 숙여질 경우, 10초 동안 민첩성이 10% 증가합니다.] [ : 바지가 무거워질수록 당신의 스태미나 감소율이 최대 20%까지 감소합니다.] [ : 당신이 주로 행하는 노동을 등록합니다. 향후 해당 작업을 실행할 경우, 그 과정에서 사용되는 모든 스킬 및 버프의 효율이 12% 증가합니다.(등록 변경 쿨타임 : 50시간)] [전설 추가 효과 : 땀을 닦으면 의 쿨타임이 1분 감소합니다.]
이만큼 많은 사람을 위해 연속 작업을 하려면 이 정도 작업복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크, 크흠. 알시아 대왕.”
자심은 표정을 바로 하곤 재호를 노려보았다.
“이것은 그 누구도 관여할 수 없는 교단의 실력행사입니다. 부디 괜히 끼어들어 괜한 이들이 다치는 상황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은근히 돌려 하는 협박.
하지만 재호는 기가 찬단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
“그 대단한 실력행사를 왜 지금까진 안 했던 건데? 말칸트 대왕님은 차마 건드리지 못하겠고, 나는 할 만하다 이거야?”
“…….”
대답하지 않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단순히 말칸트 대왕이 재호보다 더 겁나선 아니었다.
이곳은 크루마 왕국이자 말칸트 대왕의 세상.
여기서 그의 뜻을 거스르는 짓을 했다간 전부 개죽음밖에 당하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재호는?
아무리 재호가 말칸트 대왕과 친한 사이라고 하더라도 엄연히 외부인.
말칸트 대왕이 상식이 있는 자라면 재호와 교단 연합의 충돌에 함부로 끼어들지 않으리라고, 이미 계산은 마친 상태였다.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창피를 당하고 싶지 않다면 순순히 물러나시죠. 그게 아니라면 다시 한번 사람들을 현혹하는 사기를 보여 주겠습니까?”
좀 더 과격하게 나서는 자심.
어차피 엘리시아 화원 측에선 절대 자신들을 건드릴 수 없을…….
빠악-!!
그렇게 안심하고 있는 순간, 그의 시야에 별이 반짝였다.
“커헉?!!”
체면 구기는 비명이 저절로 터져 나온 자심.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방금 자신의 안면을 강타한 충격은 오랜 시간 수행한 자신조차 견디기 힘든 것이었으니 말이다.
“가, 감히 누가…….”
자신을 부축하는 다른 심판관의 손길을 뿌리치며 그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한 손에 구겨진 삽을 든 채, 살기를 뚝뚝 흘리는 엘프의 모습을 확인했다.
“이게 듣자듣자 하니 감히 알시아님에게 뭐라고? 미쳤냐?”
티나는 삽을 다시 치켜들며 소리쳤다.
“뭐, 뭐라……?”
수치심으로 타오를 듯 붉어진 그의 얼굴.
다른 것도 아니고 삽에 얼굴을 얻어맞고 비명을 질렀다?
척-!
결국 검을 높게 치켜올린 자심이 외쳤다.
“옵티마 신의 이름으로 명한다!”
화아아-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성한 빛.
“지금부터 이단자를 청소하며, 이단자에게 축복을 받은 부정한 자들 역시 이교도로 정의하고 그 죄를 물을 것이다!”
갑작스러운 급발진.
하지만 아까부터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불만 어린 시선에서 그는 줄곧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감히… 감히 이 나를 저런 불경한 시선으로 쳐다봐?’
예전 같으면 이단 심판관이라고 하면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을 터였다.
하지만 교단 연합이 붕괴하며 예전의 위상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고, 사실상 이 사태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던 이단 심판원은 하루아침에 저런 시선들을 받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된 원인은 역시 이단이었다.
그들이 가만있었더라면 교단이 이렇게 공중분해 되어 사람들의 비웃음을 받는 일은 없었을 테니까.
상당히 삐뚠 사상이었으나, 이단 심판관은 애초에 이단으로 명명된 자들이라면 앞뒤 따지지 않고 처단하는 존재.
그런 존재이기에 딱히 이상한 사고방식도 아니었다.
스르릉-
일제히 검을 뽑아 든 이단 심판관들은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일촉즉발의 상황.
“아니, 이 비열한 놈들이 뭐라는 거야?!”
그때, 사람들 사이에서 돌연 터져 나온 외침이 긴장감을 와해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