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744
743화
재호는 왜 자신의 주변엔 그런 열혈 캐릭터들이 많은 것인가 잠시 고민해 보았다.
자신이 그런 성격이 아닌 것은 분명하거늘…….
‘역시 외모 때문인가?’
결국 열혈스러운 편견을 갖게 만드는 건 외모밖에 없다고 확신했다.
그렇게 말칸트 대왕의 인간 감별론을 한참 들은 끝에 다시 진아와 만날 수 있었다.
“너 괜찮아?”
재호는 힘이 쭉 빠진 진아의 상태를 보며 물었다.
“말도 마……. 그라타 대주교님이 그렇게 흥분한 거 처음 봤어.”
“당연히 그렇겠지.”
재호는 안 봐도 뻔하다는 듯 말했다.
새로운 교황의 멋진 데뷔를 기대하던 사람인데, 그 앞에서 쌍욕을 하며 난리를 쳐 놓았으니 말이다.
“아니, 근데 좀 억울하네.”
“응? 뭐가?”
“너는 이렇게 잘만 하잖아.”
“……?”
“야! 그렇게 막 따라 한다고 그게 되겠냐? 얘 얼굴을 봐라!”
진아의 말에 완식이 혀를 차며 말했다.
“내가 옛날부터 봤지만, 얘는 상대가 누구든 다 친절하게 만들더라. 그건 타고난 거야. 솔직히 아까도 재호가 했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걸?”
“쳇……. 그런가?”
별 반박도 없이 받아들이는 진아.
“…….”
말칸트 대왕과의 만남에 이은 외모 공격에 재호는 속이 쓰렸다.
그래도 외모 논란을 제외하면 어느 정도 사실이긴 했다.
실제로 재호는 일단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일을 많이 진행했으니까.
하지만 엄격하게 따지면 그건 외모 때문이라기보다는 재호의 명성 혹은 악명 때문에 먹히는 경우가 많았다.
분명 그럴 것이라고 믿었다.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할 거래? 아니지. 어떻게 할 건데?”
어쨌든 재호는 이스터디 교단과 함께 가야 하는 처지였다.
교황인 진아의 결정에 따라 이스터디 교단의 방향성은 정해지는 것.
“혹시 교황 잘린 건 아니지?”
“아니! 뭔 소리 하는 거야! 그냥 조금 귀찮아진 것뿐이야.”
진아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처음엔 나한테 다 맡겨 놓으려고 했다는데, 오늘 하는 거 보곤 안 되겠다네. 그래서 원로원이 만들어졌어.”
“…….”
그라타 대주교가 얼마나 충격을 받았을지 알 것 같았다.
이렇게 바로 원로원을 새로 만들어 버린 것을 보면…….
“에휴……. 그러게 적당히 했어야지. 그렇게 뇌절 하면 영감님들이 기겁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
완식이 핀잔에 진아는 눈을 흘겼다.
“그래도 결과는 나쁘지 않았잖아. 그럼 된 거 아냐?”
당연히 전혀 아니었다.
그저 운이 좋아서 넘어간 것일 뿐, 앞으로 이스터디 교단은 교단 연합의 견제에 지독하게 시달리게 될 테니 말이다.
“뭐… 그래도 말칸트 대왕은 좋아하더라. 시원시원하다고…….”
“어?”
재호의 말에 흠칫하는 완식.
“그러면… 잘했네! 야, 진아야! 이참에 나 말칸트 대왕이랑 소개 좀 해 주라!”
“너 사제잖아. 말칸트 대왕은 사제 별로 안 좋아할걸?”
진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뭐? 네가 어떻게 알아! 너도 말칸트 대왕이랑 따로 이야기해 본 적은 없잖아.”
“그냥 느낌이 있어! 말칸트 대왕이 재호를 보자마자 좋아했던 거 보면 모르겠냐?”
“…자꾸 대화 도중에 내 이야기로 빠지는 건 그만하고. 어쨌든 원로원이 생긴 건 어때? 영향이 클 것 같아?”
없던 원로원이 생긴 건 진아의 교황으로서의 활동에 큰 제약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라타 대주교야 원로원이라 하더라도 진아 너한테 힘을 실어 줄 것 같긴 한데, 다 그렇지는 않을 거 아냐?”
“그렇겠지. 사실 내가 교황이 된 것도 그라타 대주교님 발언권이 제일 세서 통과된 거지, 반대가 심하긴 했어.”
그렇다면 앞으로 원로원이라는 이름으로 진아를 견제하려는 내부 다툼은 더 심해질지도 몰랐다.
“근데…….”
주변을 슬쩍 돌아보며 다른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한 진아는 목소리를 낮추더니 의외의 이야기를 전해줬다.
“사실 그라타 대주교님은 그렇게 화나진 않았… 아니, 사실 화가 나긴 하셨는데, 차라리 이게 잘되었다고 나중에 조용히 말씀하셨어.”
그라타 대주교가 진정 걱정하던 건 사실 외부의 적보다는 내부의 적이었다.
그래서 진아에게 최대한 힘을 실어 주려고 했던 것이었으나 거하게 사고를 쳐 버린 상황.
당연히 내부에선 불만이 쏟아졌고, 그걸 본 그라타 대주교는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내부의 적이 숨어들게 하는 게 아니라 원로원을 이용해 양지로 꺼내는 것!
“그거 좀… 울며 겨자 먹기 같은 느낌인데?”
“뭐, 틀린 말은 아니지.”
진아는 순순히 인정했다.
“근데 어쩌겠어?”
뭐, 어차피 이미 벌어진 일.
이스터디 교단의 문제는 이제 전적으로 진아와 완식에게 달려 있었다.
“대신 내부적으로 일 터질 거 같으면 미리 알려만 줘.”
“당연하지. 오늘 확실히 느꼈어. 거사를 치를 땐 무조건 널 옆에 세워 둬야겠어.”
황재호 토템의 성능을 확실히 체감한 진아.
“아, 그리고 네 퀘스트가 나한테 넘어왔더라.”
“응? 내 퀘스트?”
“이거.”
진아가 공유해 준 퀘스트 내용을 확인하니 이전에 그라타 대주교에게 받은 퀘스트였다.
[*퀘스트*] [그라타 대주교는 이제 그 누구보다 신실한 성직자가 되었습니다.그 과정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그는 이제 구 교단의 한계를 뛰어넘었고, 새로운 교단 시대를 열고자 합니다.
그리고 대륙의 영웅인 당신에게 그 미래를 인정받길 원합니다.] [퀘스트 목표 : 이스터디 교단을 공증해 주기.] [보상 : 이스터디 교단의 신뢰.]
이 퀘스트를 받을 당시엔 그라타 대주교가 대표자 격이었지만, 이제는 진아가 교황이 되면서 퀘스트 이전이 된 모양이었다.
“완료하면 되지?”
“잠깐!”
그때, 완식이 다급하게 진아를 막았으나…….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진아는 망설임 없이 퀘스트 완료를 해 주었고, 그걸 지켜보던 완식이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왜?”
“아니… 좀 아깝지 않냐? 그거 가지고 있으면 쟤 좀 더 부려 먹을 수 있을 텐데…….”
“그보다는 줄곧 헛소리만 하는 널 내가 잘라 버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게 낫지 않을까?”
진아의 살벌한 말에 완식은 입을 합 다물었다.
“어쨌든 이걸로 이스터디 교단 내의 여론은 재호 너한테 절대적으로 우호적일 거야. 하지만 미리 말하지만 100%는 아니야.”
“알고 있어.”
진아의 말대로였다.
교단 내에는 교단 연합과 손을 잡은 첩자도 있을 테고, 아직 어디에 붙을지 고민 중인 자들도 있을 터였다.
“원로원도 생겼으니 이제 이스터디 교단은 당분간 내부 단속을 시작할 거야. 아마 이 일이 마무리되기 전에는 엘리시아 화원과 뭘 같이 하는 건 어렵지 않을까 싶어. 우리가 크루마 내에 있는 이상, 교단 연합에서 직접 뭘 할 수는 없는 게 다행이지.”
“뭐, 난 아까 말한 대로야.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이야기해.”
“물론이야. 앞으로 잘 부탁해.”
그렇게 이스터디 교단의 일은 일단락되었다.
그리고 엘리시아 화원으로 돌아간 재호는 또 다른 행사 참석을 위해 준비를 서둘렀다.
* * *
엘리시아 화원에 찾아온 또 하나의 큰 변화.
아니, 어쩌면 대륙 전체로 봐도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미 한참 전부터 사람들은 이날을 기다리기도 했다.
새로운 청색 마탑의 등장.
이미 청탑이 엘리시아 화원에 새로운 둥지를 튼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게다가 대운하를 중심으로 동쪽의 땅에 조성된 신 개발 구역.
그곳에 건설 중인 새로운 청탑의 강렬한 존재감은 도저히 못 본 척을 할 수 없었다.
마탑의 탑 역할을 하는 거대한 크리스탈 구조물.
바로 그곳에서 마법사들이 거주하게 될 터였다.
그리고 그 주변을 둘러싼 고리형 공중정원은 이곳을 더욱 판타지스럽게 만들어 주었다.
현실에선 절대 할 수 없는 구조물이지만, 그런 것이 또 판타지 세계의 매력이지 않은가?
쏴아아아-
공중정원을 따라 흐르는 수로는 대운하로 쏟아지는 폭포가 되었고, 그 아래로는 무지개가 일렁이며 더욱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 냈다.
다소 무미건조하던 엘리시아 항구였지만, 완공된 청탑 덕분에 이젠 180도 달라졌다.
사람들은 엘리시아 항구를 생각하면 청탑을 떠올릴 테고, 청탑을 생각하면 엘리시아 항구를 떠올릴 것이다.
청탑 주변으로 조성된 신도시 또한 완공되어 만빙하곡에서 탈출한 사람들 모두 입주 완료한 상태였다.
물론 그들이 살던 곳만큼 완벽하게 마음에 들 순 없겠지만, 그것을 두고 불만을 표하는 이들은 없었다.
재호 덕분에 목숨을 부지한 건 물론, 이렇게 멋진 거주 공간도 선물 받았으니까.
그런 감사함을 담아 사람들은 집집마다 꽃과 현수막으로 재호에게 감사를 표현했다.
그리고 청탑 거리를 찾은 수많은 귀족은 그런 것들을 보며 부러움을 표했다.
“대단하군요. 알시아 대왕의 명성을 소문으론 많이 들었지만, 이 정도일 거라곤…….”
그들이 비싼 몸뚱이를 끌고 이 먼 곳까지 와 줄지어 선 이유.
그건 바로 오늘 있을 청탑 행사 때문이었다.
이스터디 교단 때와는 차원이 다른 규모로 진행되는 행사로, 대륙의 많은 귀족과 축하 사절이 끝없이 찾아오는 중이었다.
그 탓에 이처럼 거리가 귀족들로 가득 차게 된 것.
하지만 아직 청탑 내로 입장하려면 한참 기다려야 했다.
행사 시작까지는 아직 멀었기도 했고, 오늘 참석한다고 소문이 파다한 인물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어? 저기 오는 거 같습니다!”
그때, 뒤쪽에서 느껴지는 작은 소란에 귀족들이 고개를 돌렸다.
잘 닦인 대로를 인파를 가르며 다가오는 화려한 마차.
선두에서 휘날리는 깃발에는 찬란하게 빛나는 황실 문양이 똑똑히 보였다.
“정말로 제국에서도 왔구먼.”
“당연하지 않을까요? 다른 것도 아니고 마탑의 일인데.”
초라하게 옆으로 물러선 귀족들은 감탄하며 말했다.
“어허-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군.”
그때, 한 귀족이 안경을 고쳐 쓰며 끼어들었다.
하필 중지를 세운 탓에 맞은편의 다른 귀족이 느끼는 불쾌함 덤.
“방금 지나가는 마차 안에 누가 있는지 여러분들은 못 봤소?”
“그, 글쎄…….”
“뭐, 황실 마차면 황족이 타고 있지 않겠소?”
귀족들은 떨떠름해 하며 대답하자 그는 “훗-”하고 웃음을 흘렸다.
“황태자님이 타고 계셨지. 그 의미를 그대들은 정녕 모른단 말인가?”
“아니, 대체 왜…….”
“마탑의 일이 중요하긴 하지만, 황태자님이 직접 오실 정도? 글쎄. 그냥 사절단을 통해 친서를 보내는 것으로 끝내도 될 일. 그럼에도 황태자님이 직접 온 건……!”
번-쩍.
눈을 힘껏 치켜뜬 그가 안경을 잡고 있던 손을 뻗어 마차를 척 가리켰다.
그 손가락 끝, 마차의 창 너머로 보이는 이는 바로 재호!
“바로 알시아 대… 끄악!!”
뿌득-
그 순간, 가운뎃손가락이 뒤로 꺾여 바닥에 쓰러진 귀족.
어느새 나타난 제국의 기사는 굳은 얼굴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감히 그런 불경한 손동작으로 황실을 모욕하는 것인가?”
“예… 예?”
그는 당황했지만, 사실 이런 꼴을 당하고도 남을 만한 짓이었다.
아까부터 당당하게 세우고 있던 중지가 기사들을 굉장히 불편하게 만들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당사자로선 천만다행인 일이었다.
평소라면 최소 손가락이 잘렸을 테지만, 날이 날인 만큼 최대한 소란은 일으키지 말라는 젠트르노 황태자의 명령이 있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