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75
74화
“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여러분. 다들 오랜만입니다. 레드가 돌아왔습니다.”
불곰 길드와의 트러블이 일어난 뒤엔 자제했던 개인방송.
하지만 레드는 큰맘 먹고 오랜만에 방송을 켰다.
―goc : 우우― 배신자는 꺼져라!
―mr : 조국을 배신한 새끼가 무슨 낯으로 방송을 켰냐?
―rhqckd : XXXXXXXX XXXXX!
역시나 쏟아지는 욕설들.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러시아인이거나 불곰 길드에게 우호적인 이들이기에 어쩔 수 없었다.
―akrka : 불곰 배신했다고 무슨 조국까지 가냐? 일상생활 가능?
―zkfp : 야, 솔직히 생각해 봐라. 너라면 불곰, 알시아 둘 중 하나 택해야 한다면 어디임? 난 닥 후.
―dhcp : 당연히 불곰잊.
―Wkwkd : 너네 영상은 보고 하냐? 지금 불곰국 상태 안 보임? 알시아랑 엘프 둘이서 그 난장판 만들어 놓은 거임. 난 무조건 알시아.
―thtlwl : 님들. 크로킹이랑 알시아랑 싸우면 누가 이김?
그래도 레드가 불곰 길드의 배신자라는 사실을 들은 유입 쉴더들이 몇몇 보이긴 했다.
하지만 싸움이 나든 말든, 레드는 자신의 멘트를 계속 이어나갔다.
“자자, 오늘 제가 방송을 킨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입니다. 솔로 던전인 데다 극악한 난이도로 300 레벨 전후의 유저들에게 악명이 높지요. 오늘은 그걸 한번 공략해 보려고 합니다.”
그리 말한 레드는 시청자들에게 비장의 무기를 공개했다.
“바로 이것과 함께 말이죠.”
척―
화려한 화관을 쓰고 꽃팔찌를 착용한 레드가 당당하게 포즈를 취했다.
‘뭔 등신 짓거리냐?’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으나 레드는 굴하지 않았다.
아직 그들이 뭘 모르기 때문에 하는 소리일 테니까!
“지금 제가 쓰고 있는 화관으로 말씀드리자면, 여기 화면에 보이는 대로 주문력과 지속 체력 회복…….”
재호와의 만남을 통해 많은 걸 느낀 그는 고민을 했다.
자신이 재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그 고민의 결과가 바로 이것이었다.
재호의 꽃집을 홍보해 주는 것!
“이 꽃 아이템들의 대단한 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바로 같은 부위의 아이템과 중복 착용이 가능하다는 점이죠! 장신구와도 중첩이 가능합니다! 성장 장벽에 막힌 분들이라면 고민해볼 만한 선택지라 할 수 있죠.”
열성적으로 멘트를 쏟아내는 레드.
“혹시나 시드는 게 걱정이시라고요? 맞습니다. 시들면 아이템은 수명을 다하게 되는 겁니다. 하지만 걱정 마십시오! 알시아님이 만든 아이템들은 최대 한 달까지도 성능이 유지됩니다! 그리고 그 기한 내, 화원을 방문한다면 수리…… 아니! 재생도 가능합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아, 가격이요? 그건 재료로 사용되는 꽃들의 종류와 개수 등, 조건에 따라 다릅니다. 자세한 것은 엘리시아 화원의 콜센터로 문의를…….”
레드의 방송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갈렸다.
―이 새끼 불곰 배신하고 알시아한테 붙은 거 확실하네.
그리고……
―어? 괜찮을 것 같은데?
실제로 솔깃한 사람들…….
게다가 이어진 레드의 추가 설명은 또 다른 홍보 효과로 어필이 되었다.
“여기 보시면 아시겠지만, 꽃들 사이사이엔 귀여운 정령들이 숨어 있습니다! 물론, 전 정령 친화력이 낮아서 절대 밖으로 나오진 않지만요.”
* * *
레드의 홍보 방송은 나름 성공적이었다.
관심을 보인 사람들의 문의가 실제로 늘은 것이었다.
단, 불곰 길드에 속해 있거나, 그와 비슷한 부류의 플레이어들에게서 두 배 더 많은 욕설이 오긴 했지만…….
하지만 이미 엘프들에게 인격을 짓뭉개져 본 경험이 있는 콜센터 직원들에게 그 정도는 일도 아니었다.
“뉘에 뉘에― 알게쑵니다―”
차분하게(?) 아이디를 확인하곤 블랙리스트에 추가.
재호 역시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제작 문의에 당황했다.
“레드님이 개인 방송에서 홍보를 했었대요.”
커뮤니티 쪽 눈팅을 열심히 해 온 메이가 알려주었다.
그래서 접속을 종료한 뒤 찾아본 레드의 방송.
해당 광고 방송은 이미 편집까지 되어 올라와 있었다.
“완전 홈쇼핑이네…….”
레드는 차이를 확실히 보여주기 위해 착용, 미착용 전투를 따로 진행하는 정성까지 보였다.
모든 걸 알고 있는 재호가 보기에도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영상.
“이거 참……. 생각도 안 한 도움이네.”
꽃집 손님이 늘어난다면 재호 입장에서야 얼마든지 환영이었다.
지금은 전체 수익의 99%가 포션들이었으나…… 언젠가는 과반수를 꽃집 매출로 채우는 것이 목표!
우우우웅―
다음에 레드를 만나면 제대로 감사를 표해야겠단 생각을 하는 찰나, 재호의 휴대폰이 울렸다.
“음? 두표 씨?”
―황재호 씨. 잘 지내셨습니까?
“네, 뭐. 그런데 어쩐 일로 연락을……?”
―아, 다름이 아니라 MK 뉴월드 게임단 출범식하고 친선전 일정 때문에 연락을 드렸습니다. 이미 메일은 보내드렸었는데…… 왠지 아직 못 보신 것 같아서 말이죠.
“……흠흠. 잠시만요. 마침 지금 컴퓨터가 켜져 있으니.”
―하하, 괜찮습니다. 통화가 되었으니 그냥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두표는 재호에게 설명을 해 주었다.
―출범식이야 원래 예정되어 있던었습니다. 근데 얼마 전에 월드와이드 쪽에서 각 게임단들에 리그용 시스템을 배포했거든요. 겸사겸사 친선전도 함께 진행해 보기로 결정이 됐습니다.
“뭐…… 그럼 저도 참석할게요.”
어쨌든 계약을 했고, MK의 일원이었으니 그 정도는 하는 게 도리였다.
―헉?! 아,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잔뜩 들뜬 두표의 목소리.
“…….”
재호가 긍정적인 대답을 할 거라곤 생각도 안 했다는 게 전화 너머로도 느껴질 정도였다.
* * *
출범식 날 전까지, 재호는 꽃집에 머무르며 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소소한 아이템 제작 의뢰들이 몇 건 들어온 탓이었다.
레드의 광고를 보고 문의를 해 온 사람들 중, 실제 작업 계약까지 이루어진 경우는 극소수였다.
아무래도 생각보다 큰 비용이 들어가기에 사람들이 쉽사리 시도를 하지 못한 탓이었다.
아직 재호의 제작 아이템들은 대중적이지 않았기에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도 있었고.
그래서 실제 의뢰들도 호기심에서 비롯된 사소하고 저렴한 작업들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엘리시아 화원을 실제로 한번 보려고 의뢰를 넣은 사람이거나.
하지만 완성된 물건을 받은 이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레드가 말한 게 결코 허풍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성능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다만 비주얼은 조금…… 과한 감이 있었지만.
그렇게 조금씩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특별한 손님 한 명이 찾아왔다.
“어……. 이쪽은 제가 속한 프라임 길드의 길마인 죽장입니다.”
갑자기 꽃집을 찾아온 죽장을 재호에게 소개한 사만다.
“음……. 혹시 우리 구면이었던가요?”
왠지 낯이 익은 죽장의 얼굴에 재호가 물었다.
“하하……. 예전에 스쳐지나가면서 본 적이 있긴 합니다. 럭시 숲에서 경계에서 다른 길드원과 봤었죠.”
“아! 그때 그 사람이었군요.”
우스터와 함께 있었던 걸 떠올린 재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그랬었죠. 갑자기 시간을 뺏어 죄송합니다. 마침 이 근처를 지나갈 일이 있어서 인사라도 할 겸 들리면 좋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쩔쩔매는 죽장의 모습을 사만다는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죽장은 분명 최정상급 랭커였으나, 유명세를 따지면 재호에게 못 미쳤다.
게다가 바로 앞에 마주서서 전에도 느꼈던 압박감을 고스란히 받고 있었으니…….
아무리 죽장이라 하더라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도시가 굉장히 아름답더군요. 인터넷에 떠도는 영상은 실제를 다 담아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일단 죽장은 엘리시아 화원에 대한 찬사를 보내며 이 긴장감을 풀고자 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주효했다.
이 도시는 재호의 애정이 듬뿍 들어간 장소였으니까.
“하하, 어느 정도 도시 구색은 갖추었죠. 아직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재호는 창밖의 전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마 다음 주쯤에 크루와상 씨가 이곳에서 부지를 살펴보기로 되어 있었죠?”
“네. 사실 좀 걱정은 됩니다. 이미 엘리시아 화원은 완성된 도시인데, 이곳에 거대 상단이나 길드 사무소 같은 것들이 어디에 들어설지…….”
우스터의 걱정대로 이미 엘리시아 화원은 이미 완벽하게 자연친화적 도시였다.
여기에 무언가를 새로 지으려면 밀키웨이부터 걷어내야 할 판.
“안 그래도 그에 대해서 생각을 해 놓은 부분은 있죠.”
재호는 엘리시아 화원의 지도를 꺼내 들었다.
지도 중심에 도시가 그러져 있었고, 그 외곽으로 따로 표시된 원형 경계가 있었다.
“지안트 씨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엘리시아 화원 외곽에 인간 거주구역을 따로 만드는 겁니다.”
“인간…… 거주 구역……?”
“네. 사실 여긴 인간이 살기엔 그리 적합한 장소가 아니에요. 엘프들의 적개심은 보통 심한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엘리시아 화원 외곽을 둘러치듯, 사람들이 살 수 있는 도시를 새로 조성할 계획입니다. 즉, 이곳이 센트럴파크가 되는 거죠.”
“오……!”
꽤 그럴듯한 모습이 어렵지 않게 상상되자 죽장은 감탄을 흘렸다.
“정말로 그렇게 된다면 인간들 입장에서도 굉장히 매력적인 도시가 될 것 같군요. 이미 이 도시의 명성은 플레이어들에겐 널리 알려진 상태니까요.”
엘리시아 화원은 [뉴월드를 하면 가 봐야 할 명소 100선]에 이미 이름을 올리고 있을 정도로 아름답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
그런 곳에 인간을 위한 도시도 들어선다?
대단한 인기를 누리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단…… 엘프들은 조금 다르게 알고 있었다.
엘리시아 화원을 지키기 위한 도시 성벽이자, 그곳에 살아가는 인간들은 고기 방패라고…….
이 건설 계획을 납득시키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위장 설명이었다.
“아, 그리고…… 흠흠, 이미 이야기를 들어 아시겠지만, 프라임 길드도 이곳으로 거점을 옮길 생각입니다.”
“사만다한테 언뜻 듣기는 했습니다.”
재호의 대답에 죽장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일반적인 경우라면 애초에 그런 걸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길드가 자신들의 거점을 어디에 두든, 그건 길드의 결정에 달린 것일뿐.
하지만 엘리시아 화원의 경우엔 조금 예외였다.
이곳의 왕이 플레이어라는 점도 있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엘프들이었다.
가뜩이나 재호는 프라임 길드(정확히는 우스터)와 두 번 충돌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멋대로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가 재호의 미움을 받는다?
‘저 길드는 해로운 길드다.’ 한 마디면 엘프들에게 자신들이 몰살당할지도 몰랐다.
‘아무리 사만다가 알시아와 친분을 쌓았다곤 하지만…….’
그녀의 개인적인 친분일 뿐이지, 프라임 길드와의 친분은 아니었다.
이 갑작스러운 독대조차 그녀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미리 사전에 양해와 허락을 구해 놓으려는 것이었다.
그에 대해 곧장 대답을 않고 고민에 빠진 재호.
죽장의 입은 바짝 말라 들어갔다.
“죽장 씨는 굳이 이곳에 머물려는 이유가 뭔가요?”
재호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되물었다.
“여기는 인프라도 안 좋고 지리적으로도 다른 주요 도시들과 거리가 있는 장소죠. 사실 여기 머무는 인간의 절대 다수는 전럭협 출신이기도 하고요.”
외부 유입이 열 명이 있다면 그중 일곱 정도는 브리즈의 엘프 클래스를 못 버티고 도망가는 실정.
압도적으로 아름답고, 뉴월드 내에서 보기 힘든 엘프와 정령들이 노니는 특이한 장소라는 걸 제외하면 아무런 이득도 없는 도시에 굳이 오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알시아님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
줄곧 재호의 눈치를 보기 바빴던 죽장의 표정은 어느새 평소의 냉철하고 진지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전 세계가 알시아님을 주목하는 건 단순 유명세 때문이 아닙니다. 아직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하지만…… 저는 앞으로 알시아님의 위상과 가치는 점점 더 올라갈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전에 미리 친분을 쌓으려는 것이죠.”
“……사만다한테 혹시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난 그냥 꽃집을 하려는 것뿐이거든요.”
재호는 지금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면서 게임을 하는 게 아니었다.
지금 이대로, 꽃집 사장으로서 살아갈 수 있길 바랄뿐.
“아, 제가 한 이야기도 그겁니다.”
그때 이어진 죽장의 말에 재호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거라뇨?”
“꽃집 말입니다. 사만다에게 알시아님의 특수한 능력을 들은 뒤, 이런 결정을 고민했던 겁니다. 그리고 최근 인터넷에 올라온 광고를 보고 확신을 가졌죠. 그리고…….”
그는 은근한 표정을 짓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
“이곳에 드워프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드워프 대장장이가 영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친분을 쌓아야 할 이유는 충분하죠.”
“아…… 뭐…… 네…….”
재호는 자세한 설명은 생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