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750
749화
빛이 들지 않는 어두운 공간.
그 가운데 앉은 거구의 남자는 물속에서 희미한 빛을 내는 뭔가를 집중한 채 살펴보고 있었다.
똑똑-
그때, 그 고요함을 깨트리는 노크 소리.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와.”
끼이이-
조심스럽게 열린 문틈 사이로 눈부신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렇다는 건 현재 시각이 한낮이며, 이 공간만 이상할 정도로 어둡다는 뜻.
“…뭐가 보이긴 하신 겁니까?”
문을 열고 나타난 이는 안에 있던 남자에게 물었다.
“응? 아, 미안. 여기가 깜깜하다는 걸 잠깐 잊고 있었네. 다시 나가자.”
그렇게 대답하고 먼저 밖으로 나온 남자…는 바로 재호.
그리고 뒤를 따라 줄칸도 다시 밖으로 나왔다.
[암실 하우스]동굴처럼 극도로 어두운 장소에서만 서식하는 꽃들을 위한 특수 하우스로, 재호는 막 개화하기 시작한 꽃 하나를 살펴보던 중이었다.
사방이 어두워도 선명히 볼 수 있었던 건 당연히 덕분이었고 말이다.
“후, 안이 딱히 더 덥지도 않은데 땀은 왜 이렇게 난 건지 모르겠네.”
재호는 턱을 따라 흐른 땀을 닦으며 말했다.
그만큼 대단히 집중하고 있었다는 뜻.
“죄송합니다. 제가 방해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냐. 어차피 지켜보기만 하고 있었으니까.”
“허허-”
줄칸은 그 어처구니없는 대답에 헛웃음을 흘렸다.
지켜보기만 하는 일을 어떻게 저 정도로 집중할 수 있는 것인지 놀라울 정도.
물론 이 세계에 재호가 처음 발을 디뎠을 당시, 몇 달 동안 꽃 하나만을 위해 시간을 보냈다고 듣긴 했지만…….
‘전혀 과장된 게 아니었구나.’
줄칸조차 그 이야기를 엘프들의 과대포장이 조금은 섞여 있으리라 생각했었지만, 오늘 다시금 그게 절대 과장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무슨 일이야? 여기까지 직접 찾아온 걸 보면 급한 일인 것 같은데.”
“급한 건 아니나 바로 전해 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폐하께서 지시하신 일이 방금 끝났다고 소식이 도착했습니다.”
“아! 크로킹 쪽?”
“예. 내부 정보가 확실하긴 했던 모양입니다. 끌려 나가는 내내 크로킹은 어떻게든 현장에 남으려고 했다더군요. 또한 함께 용의선상에 올랐던 자들 또한 수상쩍은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대업(?)을 코앞에 둔 크로킹에게 찬물을 확 끼얹은 건 의도된 것이었다.
크로킹이 뭔가 의심쩍은 짓을 꾸미고 있다는 건 이미 예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
그러니 재호도 대비를 하고 있었다.
“문제가 터지기 전에 해결되어서 다행이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크로킹을 내보냈는데, 혹시 그 내부자는 앞으로 어떻게 하겠습니까?”
줄칸이 말하는 내부자는 다름 아닌 옥한돌 회장의 외조카인 김동준.
닉네임 하우스.
과거 일성 플라워즈의 낙하산 단장으로 잠시 온 적이 있던 그는 재호와도 지독한 악연으로 이어져 있었다.
팀을 쥐고 흔드는 것을 넘어 엘리시아 화원까지 넘보던 그는 결국 역으로 된통 당했었고, 강제 노역형을 받아 연일 수감 기록을 세워 나가고 있었지만…….
하우스의 어머니이자 옥한돌 회장의 큰누나가 창피함을 무릅쓴 요청을 해 왔던 것이다.
자기 아들 게임 좀 하게 해 달라며…….
창피할 정도의 청탁을 받은 옥한돌 회장은 결국 재호에게 부탁을 했고, 재호는 그 요청을 받아들였었다.
단, 하우스에겐 하나의 조건을 내걸었다.
[반 엘리시아 화원 단체인 꽃매미단에 잠입해 내부 정보를 빼돌려 달라.]오늘 선제 대응을 한 것도 바로 이 거래를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한 것.
혹시라도 이 정보가 틀린 것이라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도 있었겠지만, 다행히 하우스는 거짓말을 한 게 아닌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름도 헷갈리네. 하우스라니…….’
어쨌든 그런 이유로 재호는 크로킹 일당을 내쫓아냈다.
처음엔 크로킹과 그 일당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두고도 고민했었다.
걍 숨통을 끊어 쫓아낼지, 아니면 그가 꾸민 테러를 무력 저지하고 계속 부려 먹을 것인지…….
그 고민을 들은 대부분 사람은 같은 이야기를 했다.
그냥 죽여서 쫓아내자고.
하지만 그렇게 끝을 내려니 뭔가 영 아쉬웠다.
크로킹이 지금까지 자신에게 했던 짓, 그리고 해 오고 있으며 앞으로 하려는 짓들을 생각하면 더욱더 확실하게 고통을 주어야 마땅했다.
그래서 내린 대응책이 바로 이것이었다.
공든 탑 무너트리기.
그리고 약 올리기.
하우스가 전해 준 정보에 따르면 크로킹은 그답지 않게 굉장한 긴 시간 인고해 온 것으로 보였다.
시비를 본인이 먼저 건데다 불곰국 멸망에도 큰 기여(?)를 한 것도 본인이거늘, 숭고한 척은 혼자 다 하고 있으니 코미디가 따로 없었다.
그리고 재호는 그 허세를 박살 내 버리고자 했다.
그 방법이 지금처럼 그가 버텨 온 인고의 시간을 부정해 버리는 것.
주변에선 죽이고 쫓아내도 결과는 똑같은 건 아니냐는 말도 있긴 했지만, 그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마치 ‘나는 널 어떻게 하든, 눈곱만큼도 관심 없다.’라고 놀리는 듯한 느낌.
줄칸은 재호의 그 계획을 듣곤 굉장히 흡족해하기도 했었다.
“상대를 확실히 미치게 만드는 데 그보다 좋은 것은 없지요. 특히 크로킹처럼 오만하고 자존심 강한 자에겐 더더욱 치명적일 겁니다.”
엘프들에게 전해 들은 크로킹의 발악을 보면 효과는 확실했다.
“다만 그가 이대로 물러날 리는 절대 없습니다. 분명 다른 수작을 부릴 것입니다. 그래서 하우스 그자를 좀 더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뭐, 그건 그렇겠네. 그럼 꽃매미단 내부 정보를 좀 더 얻어내는 쪽으로 하고……. 페르마 사막 쪽에 수색 인원을 좀 더 배정할 수 있나?”
“가능은 하지만 인력 낭비입니다. 엘리시아 화원은 이제 예전과 완전히 다르니 말입니다.”
페르마 사막의 활동 반경이 넓어진 만큼 엘리시아 화원의 전력으로 모든 영역을 감당하는 건 힘들었다.
하지만 페르마 사막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달라졌기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줄칸은 생각했다.
과거에는 오직 재호와 엘리시아 화원의 사람들만이 이곳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면, 이젠 수많은 사람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으니 말이다.
즉, 수많은 플레이어의 겜생이 이 페르마 사막에 묶여 있는 것이다.
그러니 엘리시아 화원 자체의 힘이 아니더라도 다른 플레이어들이 이곳을 지키는 눈과 귀가 되어 줄 터였다.
“그리고 수로 공사 현장에서도 다행히 수상한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좋아. 그럼 정말로 다 됐네.”
수로 공사는 이제 막바지로, 머지않아 페르마 사막 내 모든 영지에 곧 대운하의 물이 공급될 예정이었다.
그리고 그 전에 재호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었다.
“슬슬 준비를 좀 해 볼까?”
재호는 콧노래를 부르며 다시 암실 하우스로 들어갔다.
* * *
엘리시아 화원에서 새로운 알림이 공표되었다.
그리고 그 내용을 확인한 페르마 사막의 땅 주인들, 즉 귀족들은 환호했다.
[페르마 사막 각 영지 우물 최종 점검 예정]땅을 가진 이들은 이전부터 지하수로 공사가 진행 중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물론 이전에도 그들이 구매한 땅이 사막 한가운데의 덩그러니 버려진 것은 아니었다.
재호는 그들이 들어오기 전, 기본적인 녹지를 조성해 주었으며, 최소한의 영지 건설을 위한 지원도 챙겨 주었다.
그러나 역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건 상수도 문제였다.
기존에는 엘리시아 화원의 오아시스 쪽에서 정기적으로 물을 길어다 주는 방식으로 운영을 했었는데, 아무래도 인력 낭비가 심각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영지가 제대로 활성화되려면 결국 중요한 건 NPC들의 정착이 필수적이었다.
플레이어들이 아무리 많이 머문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존재들.
결국 이 세계의 기반은 NPC들이었으니까.
NPC들이 정착하고 사회를 형성해야만 제대로 영지로서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걸 위해선 일정 수준 이상의 의식주가 확실히 보장되어야 하는데, 당장 생명과 직결된 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으니…….
그런데 각 영지의 우물이 활성화된다고 하니 드디어 제대로 영지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재호는 각 영지를 다니며 우물 사용을 위한 최종 점검을 시작했다.
영지의 규모에 따라 최소 세 개에서 최대 열 개의 우물이 준비되었고, 그 모든 곳을 재호가 하나하나 점검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알시아 님.”
페르마 사막의 영지 하나를 분양받은 플레이어는 막 자신의 영지 우물을 살피기 시작한 재호를 조심스럽게 불렀다.
“예?”
“다름이 아니라… 이 우물물은 대운하에서 오는 거지 않습니까?”
“그렇죠?”
“그… 영지에 우물이 생기는 건 정말 환영할 만한 일인데……. 그곳의 물이면 바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한 물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는 자신의 영지를 정말 멋지게 꾸밀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운하의 수질 상태를 먼저 확인했을 때 그는 절망했었다.
똥물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우물로 이용하기엔 절대 좋은 수질이 아니었던 것이다.
게다가 현실과 같은 제대로 된 상수도 시설이 아니라 지하에 굴을 파서 만든 수로인 것도 문제였다.
그곳으로 흘러 들어온 우물물을 과연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을까?
“아, 그 문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각 영지를 돌고 있는 거니까요.”
“네?”
재호는 엄지를 척 세워 준 뒤, 장비를 착용하고 우물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저 아래에서 약 5분 동안 뭔가 하는 것 같더니 금방 다시 올라왔다.
“끝났습니다.”
“네?? 대체 뭐가요?”
재호는 설명 대신 짙은 갈색의 자두만 한 물건을 보여 주었다.
“돌?”
“돌이 아니라 꽃입니다.”
“꽃이요??”
[] [관찰 진행률 : 100%] [주로 호수나 저수지에 서식하는 이끼꽃입니다.물속의 이물질을 양분으로 삼으며, 조금씩 흘러나오는 특수한 꽃가루에는 약간의 정화 효과가 있습니다.] [(중략)] [*효능] [1. 오염된 물을 약간 정화해 줍니다.] [2. : 일정량 이상의 오염물을 섭취할 경우, 빛의 꽃을 피웁니다. 꽃이 필 경우, 효과가 발동됩니다.] [ : 빛의 꽃가루를 흩뿌리며 물을 빠르게 정화합니다.]
말 그대로 정수 효과에 특화된 식물로, 이건 재호가 발견한 꽃은 아니었다.
베어고릴즈에게 선물 받은 것으로, 그와 같은 탐험가들에겐 이미 친숙한 것이었다.
수통에 하나 넣어 두기만 해도 두고두고 효과를 볼 수 있는 생존 잇템!
재호는 바로 이걸 각 영지의 우물 내에 심어 자동 정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었다.
암실 하우스에서 열심히 살펴보던 것도 바로 이 였으니…….
“오, 이거라면 확실히 깨끗한 물을 사용할 수 있겠군요.”
단, 기대한 만큼의 효능이 나타나느냐는 두고 봐야겠지만 말이다.
“만약 모자라면 더 심으면 될 겁니다. 혹시 수질에 문제가 있다면 말해 주세요.”
적당한 수준의 수질만 맞춰진다면 는 스스로 알아서 개체 수를 조절할 것이다.
딱 그 수준까지만 사전 개체 수를 맞춰 주면 말 그대로 이 우물은 정수기 그 자체가 될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