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751
750화
[페르마 사막에 영지를 구매한 사람들을 사기 피해자로 보아야 하는가?]언젠가 커뮤니티에 이런 글이 올라온 적이 있었다.
늘 그렇듯, 사람들의 관심을 갈구하는 누군가의 소행.
그리고 재호와 관련된 이슈답게 금방 대형 논란으로 비화했다.
해당 글에서 말하는 요지는 제목 그대로였다.
아무것도 없는 사막에 잔디밭만 만들어 놓고, 영지랍시고 판 행위가 과연 정당한가?
물론 페르마 사막 전체가 엘리시아 화원의 영토라는 건 이제 대부분 인정했다.
그리고 그 땅의 일부를 돈을 받고 파는 것도 뭐… 땅 주인이 그러겠다는데 뭐라고 하겠는가?
하지만 문제는 영지로서 써먹을 수 있을 기본적인 지원도 없다는 게 문제였다.
그야말로 맨땅에서 알아서 하라며 방치해 놓은 꼴.
황재호라는 이름만 믿고 거금을 들여 땅을 산 사람들은 실제로 얻은 것이 아무것도 없거늘, 이게 사기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라는 게 해당 글의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 글을 본 사람들의 반응도 나쁜 방향으로 타올랐다.
그렇게 다시 ‘재호하다’라는 말이 언급되기 시작할 때쯤, 실제 영지 구매자들도 글을 올리기 시작했었다.
-그 글을 쓴 사람이 아무것도 모르는 외부인인 건 잘 알겠다. 실제로 영지 구매자 중에 지금 제대로 운영을 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은 게 사실임.
나만 해도 그냥 통나무집으로 어설프게 마을 조성해 놓은 게 전부니까.
하지만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방치된 상태인 건 아님. 엘리시아 화원 쪽에서 필요한 건축 자재 매입 대행이나 웨이포인트로 이용 시에 수수료를 면제해 주는 등, 꽤 자잘한 혜택을 많이 받고 있음.
└그럼 뭐함? 결국 사막 위에 버려진 폐허인 건 다름없지 않음?
└아니지. 적어도 엘리시아 화원이 땅만 팔고 입 싹 닦았다는 그 글은 틀렸단 거임.
└ㅋㅋㅋ호구들 애써 정신승리 하는 거 애잔하다 애잔해.
-근데 영지 산 건 벌써 몇 달 전 아님? 그동안 제대로 굴러가는 영지가 많지 않다는 건 결국 망한 프로젝트라는 뜻 아님?
└뭘 프로젝트라고 거창하게 말하냐? 그냥 급전 필요해서 모래 판 거지.
└ㄴㄴ 뤼노 백작 영지 못 봄? 거기 진짜 엄청 화려하던데?
└생각 좀 하고 말해라. 딱 봐도 특혜 준 거잖아. 실제로 뤼필드 브랜드는 일성 플라워즈 아바타 만들어 줄 정도 친한데 당연히 더 챙겨 주지 않겠음?
-ㅉㅉ알못들이 나대고 있네. 알시아님이 설마 모른 척 다 버려두겠냐? 실제로 최근에 영지 순회하면서 우물 점검하고 계시더라.
└우물ㅋㅋㅋㅋㅋ
└ㅋㅋㅋㅋ지금 고작 땅에 구멍 뚫어 놓은 거 살펴본다고 알시아 님 알시아 님 그러고 있는 거냐?
└진짜 대깨황들은 답이 없다!
└아니, 우물이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서 그러냐? 이제 곧 대운하 쪽이랑 이어지는 지하 수로 개통되면 그때부터 시작임ㅇㅇ
└우물이면 마시기도 하는 거 아니냐? 그 똥물 잘도 마실 수 있겠네.
└이래서 아무것도 모르면 까지 말라는 거임. 알시아 님이 우물 다니면서 정수기 설치 중이시다!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정수기 이 지랄. 어디 그 똥물이 잘 정수되나 한번 봅시다.
그런 글이 올라온 것이 며칠 전.
그리고 약 일주일 뒤, 마침내 지하 수로 공사가 마무리되었다.
대운하 개통 때만큼은 아니긴 하지만, 페르마 사막의 영지들에는 제법 많은 구경꾼이 모여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정말 우물에서 정수된 물이 나올 것인지 확인하려고 모인 것이다.
“들리는 이야기엔 이번에도 꽃으로 정수기 만들었다던데, 그런 게 가능한가?”
“꽃 중에 그런 기능을 하는 게 있긴 하다고 들음. 예전에 베어고릴즈 방송에 나온 적 있다더라고.”
“아! 그거 나 봄. 급하면 자기 오줌도 정화해서 먹을 수 있다던데?”
“웩! 그 인간은 그걸 어떻게 안대?”
“해 봤으니 알지 않을까?”
“게임 속에서 그게 돼? 그러다 캡슐 안에 실제로 싼 거 아냐?”
“나야 모르지.”
어쨌든 진짜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근데 베어고릴즈의 오줌 줄기가 수로만큼 크고 강하지는 않잖아.”
“…그게 뭔 소린데?”
“고작 꽃 몇 개로 우물 감당이 되냐는 거야.”
구경꾼들의 기대 섞인 우려.
그리고 마침내 우물 위로 물이 팍 솟구친 순간.
“으악!! 뭐야?!”
“구정물이잖아!!”
애초에 대운하의 수질이 나쁜데다 지하의 수로를 물이 거세게 휩쓸며 흙먼지까지 뒤섞인 우물물.
“아, 아직 아냐!”
지켜보던 영지의 영주들은 서로 다른 장소에서 똑같은 말을 외쳤다.
“조금만 있으면 정화가 될 거라고!! 시간이 걸리는 게 당연하잖아!”
그리고 그 믿음은 일주일이 지날 때까지도 지켜지지 않았다.
* * *
각 영지에서 올라온 우물 소식에 재호는 얼굴을 굳혔다.
의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는 소식.
‘일주일이 됐는데도 효과가 없다는 건 문제가 생겼다는 뜻인데…….’
가까운 현장으로 향해 탁한 우물 아래를 살폈지만, 뿌연 흙탕물이라 전혀 확인이 안 되었다.
‘직접 들어가 봐야겠네.’
일말의 고민도 없이 우물 안으로 잠수한 재호.
그리곤 금방 희미하게 반짝이는 를 확인했다.
그렇다는 건 일단 자체는 꽃을 피우고 제대로 기능을 하고 있다는 뜻.
‘내가 심어 놓은 가 15개.’
세어 보니 전부 정상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었다.
동시에 무엇이 문제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턱없이 모자라네.’
이만한 수량을 정화하기엔 가 모자란 것이다.
재호가기대한 건 이 15개가 우물 내에서 자생하는 상황이었는데, 지금 보니 그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우물 자체가 돌이다 보니 의 번식이 바로 이루어지기엔 쉽지 않겠지.’
물론 이대로 몇 주, 몇 달 내버려두면 자연히 해결될 문제로 보이긴 하지만…….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기다릴 순 없지.’
당장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촤아-
우물 밖으로 나온 재호.
“저… 정수기는 수리가 되겠습니까?”
다가온 영주가 불안한 표정으로 재호에게 물었다.
“정수기?”
“아! 죄송합니다. 다들 정수기라고 불러서 저도 순간 헷갈렸습니다.”
자신이 말실수했다고 착각한 그는 바로 사과했다.
그러나 재호는 전혀 불쾌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수기라는 말에서 힌트를 얻은 것 같았으니 말이다.
“정수기……. 그래. 바로 그거야!”
“예?!”
“고마워요! 덕분에 해결법이 떠올랐어요!”
“제, 제가요?”
뭘 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재호가 자신에게 고맙다고 하고 있으니 잘된 일 아닐까?
재호는 그길로 영지를 나서 바로 북쪽으로 향했다.
그곳에 있는 건 바로 도마뱀 시티!
“오! 오랜만이군.”
드워프 장인 드렐리어는 자신의 사무실을 찾은 재호를 반기며 고급스러운 찻잔을 내 주었다.
“응? 뭐야?”
드워프와 어울리지 않는 앙증맞은 잔 크기에 재호는 순간 방문 목적도 잊고 물었다.
커다란 잔에 늘 맥주를 가득 채워 놓던 이들에게 정말 어울리지 않는 잔.
“흐흐, 자네 친구들에게 아주 좋은 선물을 받았거든.”
“내 친구?”
“왜 저기 있지 않나? 숲에 사는 엘프들. 그곳의 장로가 이걸 주었지.”
“아, 엘다 장로님?”
생각 못한 의외의 조합.
“완전 상극이라고 생각했는데 좀 친해졌나 보네.”
“뭐, 천성이 서로 상극인 건 좁힐 수야 없지. 하지만 이웃이기도 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줄 수 있는 도움은 있으니 말이네.”
엘프들은 드워프들이 만든 질 좋은 연장들을 얻을 수 있으며, 드워프들은 이런 멋진 잔을…….
‘이상한데. 이게 맞는 거래야?’
해결되지 않는 위화감을 느끼면서 고급스러운 잔을 입에 댄 재호.
“후룹… 푸확!!!”
차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무방비 상태에서 한입 들이켰던 재호는 입안으로 확 퍼지는 지독한 알코올 향에 기겁했다.
“수, 술이야?”
“음? 그야 당연하지 않나? 설마 우리 드워프들이 풀잎으로 끓인 구정물 같은 걸 마실 줄 알았나?”
“아니, 그야 당연히 아닐 거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그래도 이런 찻잔에 술을 따라 마실 줄은…….
“어?”
그런데 잔을 다시 내려다본 재호는 깜짝 놀랐다.
분명 반쯤은 쏟았었거늘, 어느새 잔이 다시 술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아주 끝내주는 컵이야. 그것과 세트로 온 전용 술통에 술을 담아 놓으면 자동으로 계속 채워진다더군. 하나 아쉬운 건 좀 더 크고 멋진 디자인이었으면 싶지만……. 선물이란 원래 그런 것 아니겠나? 성의가 고마운 것, 내 마음에 딱 들기란 어렵지.”
“그, 그래…….”
“그나저나 자네는 어쩐 일로 찾아온 건가? 보아하니 무척 급한 일이 있는 것처럼 보이던데.”
“아! 맞아. 하나 의뢰 좀 하려고.”
뒤늦게 정신을 차린 재호는 찻잔을 얼른 내려놓았다.
“어렵진 않은데 조금 귀찮고 급한 일이야.”
“음, 자네의 부탁이라면 얼마든지 들어줘야지. 일단 이야기해 보라고.”
“우물에 작업 하나를 해야 하는데 말이야…….”
재호는 그에게 오는 길에 구상한 계획을 설명해 주었다.
드워프들에게 부탁하려는 것은 우물 규격에 딱 맞춘 배양판의 제작.
가능하면 물에 장시간 노출되어도 부식되지 않는 재질이어야 하며, 다른 요인으로 인한 오염도 일체 없어야 했다.
물이 통과할 수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한 일.
배양판을 만들어 주면 재호는 거기에 를 심어 우물 내에 삼중으로 설치하고자 했다.
“흠, 큰 이물질로 막힐 위험은 없겠는가?”
“그 정도로 큰 것들은 어차피 지하 수로 바닥에 가라앉아 있을 테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흠! 그렇다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겠어. 일단 현장을 살펴봐야겠군. 정확한 규격을 알려면 우리가 살펴봐야 할 테니.”
드렐리어는 몇몇 장인들을 불러서 해야 할 일을 간단히 설명한 뒤, 각 영지로 파견을 보냈다.
그리고 해당 작업의 가능 여부를 확인한 뒤,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다른 플레이어라면 세월아 네월아 기다려야 할 테지만, 재호의 부탁이니만큼 최우선으로 작업을 해 준 드워프들.
덕분에 재호는 고작 이틀 만에 주문한 전량을 받을 수 있었다.
재질은 석재로 보였는데, 정확히 어떤 종류의 석재인지는 재호가 알 수 없었다.
조금 남달라 보인다고 생각만 들 뿐.
“하나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네. 이건 몇백 년을 물속에 넣어 놔도 멀쩡할 거야.”
드렐리어가 자신 있게 말했으니 성능은 확실할 터였다.
이제 남은 건 필터에 를 번식시키는 것으로, 오히려 이 작업을 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이전처럼 고작 몇 개로 효과를 보려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재호는 암실 하우스 내에 작정하고 커다란 수조를 준비했다.
그곳에 오염된 물을 가득 채운 뒤, 필터를 담가 를 재배했다.
재호의 버프까지 합쳐진 최고의 성장 환경에 는 필터에 달라붙은 채 무럭무럭 번식했다.
다만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결국 시간이 제법 걸리는 일.
영주들을 달래며 묵묵히 준비하길 일주일.
[똥물 하이드로 펌프 사건]으로 재호와 페르마 사막의 영주들이 놀림거리로 완전히 잡았을 때쯤, 마침내 재호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