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752
751화
페르마 사막의 영주들이 만든 그들만의 단체 채팅방.
그곳에서도 이번 일을 두고 우려스러운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었다.
땅 주인이니 걱정되는 건 당연한 일.
그들이 지금의 영지를 구매하는 데 들인 비용은 절대 적지 않았다.
아니, 경매로 나온 탓에 솔직히 일반 플레이어들은 엄두도 못 낼 돈을 내야 했다.
심지어 엘리시아 화원은 보이지도 않는 사막 외딴 장소에 말이다.
하지만 그 지출을 두고 결코 아깝다는 생각은 하진 않았다.
결국 엘리시아 화원은 지금보다 더 커질 것이며, 그 영향이 자기들의 영지까지 미치리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부동산에 투자한 것이었고, 엘리시아 화원의 가치가 오를수록 자신들이 구매한 땅의 가치도 오르게 될 터였다.
게다가 아무리 화원과 먼 곳이라고 해도 대운하의 선착장, 그리고 건너의 청탑과 직선으로 이어지는 경로에 자리 잡고 있었다.
미래엔 반드시 떡상할 수밖에 없는 자리인 것이다.
실제로도 청탑의 개탑식 이후로 가치 평가가 수직 상승하기도 했었다.
[똥물 하이드로 펌프]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진…….-최근 부동산 시세 보셨어요? 예전엔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불렀는데 이젠 한숨밖에 안 나오네요…….
-아, 시세 업데이트됐어요? 전 아직 안 봤는데.
-네……. 고점 대비 20%로 하락했더라고요.
-아…….
엘리시아 화원 등장 이후로 어느새 생겨난 뉴월드 부동산 지표.
물론 그건 주로 엘리시아 화원 쪽의 영지를 다루긴 했다.
애초에 다른 왕국이나 영지는 땅의 소유권이 NPC인 영주에게 있었기에 의미가 없는 일.
뉴월드의 모든 영지가 그러했다.
엘리시아 화원은 플레이어인 재호가 다스리고 있기에 부동산 개념 자체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땅을 구매해 남들과는 다른 지위를 만끽하는 건 기분 좋은 일이었으나, 부동산 가치 평가가 시작된 이후로는 그렇지 않았다.
정확히는 가격이 하락한 이후로…….
진짜 게이머란 무엇인가?
바로 남의 불행을 보면 한껏 즐거워하는 존재들!
어차피 자신들은 못 먹을 감인데, 심지어 썩어 버린 것까지 보이니 어떻게 웃음이 나지 않겠는가?
-이거 이대로 정말 괜찮을까요?
-후……. 좋게 생각하죠. 애초에 저희가 투기 목적으로 페르마 사막의 땅을 구매한 겁니까?
-그렇긴 하죠. 하지만 저희를 바보 취급하는 걸 보고 있으니 기분이 썩 좋진 않네요.
-다들 믿으십시오. 알시아 님은 절대 포기하지 않으실 겁니다. 지난번에 드워프들이 와서 뭔가 살펴보고 가기도 하지 않았습니까? 모두 다 잘될 겁니다.
-후… 그렇죠? 제가 잠시 의심했었네요. 믿어야죠! 아자아자!
-맞습니다! 알시아 님을 믿읍시다!!
보다 보면 마치 사이비 단톡방 같은 느낌이 좀 들기도 했지만… 어쨌든 그 믿음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왔어요!!
그 순간, 한 신도… 아니, 플레이어가 그것을 증명해 주었다.
-네? 오다뇨?
-알시아 님이요!! 지금 오셔서 우물 살펴보는 중이에요!!
-헉?! 그래요?
-뭔가 조치를 하는 중인가요??
-횐님? 횐님?? 말씀 좀 해 보세요!
-아;; 잠시만요. 지금 우물 아래로 내려가셔서……. 다 끝나면 자세히 여쭤보고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재호의 소식을 알린 이의 영지는 엘리시아 화원에서 가장 가까운 장소.
저 말대로라면 아마 순차적으로 재호가 다른 영지도 들릴 것이 분명했다.
-드디어……!!
-믿고 있었습니다!!!!
채팅창은 기대감으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커뮤니티에 자신들을 향한 조롱이 멈추지 않거늘… 그들에게 한 방 먹여 줄 생각을 하니 벌써 희열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아니, 벌써 누군가는 설레발 글을 남기고 있었으니…….
[폭풍전야……. 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한편, 실제로 재호는 그들이 기대할 만한 일을 진행 중이었다.
바로 오늘이 필터 설치 작업을 하는 날!
우물 아래로 잠수한 뒤, 미리 표시해 놓은 곳에서 필터 하나를 꺼내 위치를 맞춰 보았다.
‘대충 이 정도로 하고…….’
아무리 드워프들이 정밀하게 만들어 주었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조치 없이 고정하는 건 어려웠다.
게다가 어떻게 하든 벽과 필터 사이의 틈새는 생길 수밖에 없었고 말이다.
그래서 또 추가로 받은 물건이 있었다.
‘이걸 틈새에 넣어 바르라고 했었지.’
재호는 인벤토리에서 미세하게 은빛을 내는 진흙 덩어리 같은 것을 꺼냈다.
[] [드워프들이 사용하는 최상급 임시 수리 키트의 핵심 재료입니다.파손된 부위에 적당한 양을 펴 바르면 두께에 따라 최대 5분 이내에 단단하게 굳습니다.] [주의 : 해당 아이템은 특수한 목적을 위해 개량된 것으로, 강한 충격이 가해지면 파괴될 수 있습니다.
전투 중에 발생한 장비 파손에 사용 시, 그로 인한 아이템 파괴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습니다.]
‘이런 게 있는지도 몰랐네.’
재호는 잘 몰랐지만, 금속제 무기나 아이템을 주로 사용하는 직업군들의 경우엔 한두 개 정도는 가지고 다니는 아이템이었다.
장시간 공략이 필요한 던전 내에서 혹시라도 아이템이 파손될 경우, 임시로 수리하려면 무조건 가지고 있어야 했으니 말이다.
다만 설명에 적혀 있다시피 이걸 얻을 수 있는 건 드워프 장인들에게 한정되어 있는데다 워낙 귀한 것이다 보니 아무나 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심지어 최상급이지 않은가?
그런데 그만한 가치의 물건을 우물 벽에 마구 처바르고 있단 걸 플레이어들이 알면 게거품을 물지도 몰랐다.
처벅-처벅-
끈적한데 손에 달라붙진 않고, 차갑지만 시리진 않은 미묘한 촉감을 느끼며 재호는 필터 틈새를 꼼꼼하게 메웠다.
그리고 약 10cm 정도 간격을 띄운 뒤, 아래쪽에 다른 필터 하나를 더 설치했다.
똑같이 반복한 뒤, 다시 아래에 하나 더… 또 하나 더…….
총 다섯 겹의 필터를 설치한 뒤, 재호는 우물 바닥인 지하 수로에 도달했다.
나갈 길이 막힌 상황이었지만, 재호가 바보라서 이렇게 작업한 게 아니었다.
‘그리고 다음은…….’
모든 영지는 대운하와 이어진 큰 줄기의 수로에서 이어져 있다.
그러니 굳이 들어왔다 나갔다 할 필요 없이, 바로 수로를 따라 이동하며 모든 작업을 마칠 생각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위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는 영주에게 말하지 않은 탓에 의도치 않은 오해가 생기기도 했지만…….
-저기 횐님. 혹시 알시아 님이 뭐라고 하던가요?
-우물을 확실히 정화할 방법이 있으시다던가요?
한참 시간이 흘렀음에도 돌아오지 않는 재호와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영지 단체 채팅창에 영주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어… 안 나오시는데요?
-네?
-아직 안 나오고 계세요…….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설마 저희 섭섭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따로 들으시거나…….
-아, 아닙니다! 절 어떻게 보십니까? 정말로 우물에서 아직 안 나오셨다고요!
-확실히 우물 일로 오신 것 맞나요? 저 벌써 자랑글 쓴 거 베스트 글로 올라갔다고요!
-예? 제가 쓰라고 한 것도 아닌데 왜…….
영주 단체 채팅방이 시끌시끌한 것도 모른 채, 재호는 지하 수로를 유유히 헤엄치며 우물들을 하나하나 살피기 시작했다.
* * *
한 영주가 섣부르게 올린 설레발 글.
다행히 그것으로 또 다른 놀림거리를 얻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모든 작업을 마친 재호가 영주들에게 확실히 소식을 전해 주었으니 말이다.
“혹시 모르니 지켜보다 또 소식을 알려 주세요.”
그리고 하루가 지난 뒤, 마침내 각 영지의 우물들에서 이전과 다른 변화가 일어났다.
“무, 물이……!”
한눈에 보기에도 이전과 같은 탁함은 완전히 사라진 상태.
영주들이 한 바가지 크게 떠서 꿀꺽 마셔도 보았고…….
“다, 달아!!”
아무런 디버프도 발생하지 않는 것을 보면 확실히 정수된 물이었다.
게다가 전혀 기대하지 않은 효과도 있었다.
필터를 5중첩이나 해 놓은 덕분에 의 꽃에서 흘러나오는 빛이 우물 밖으로까지 보였던 것이다.
특히 밤에 보면 여간 신비로운 게 아니었다.
그 현상을 두고 페르마 사막을 왕래하는 NPC들 사이에선 묘한 소문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페르마 사막의 우물물을 한 바가지 마셨더니 더위와 갈증이 싹 가시더라!]당연히 아무런 효능은 없었다.
사막의 더위 아래에서 물을 마시면 당연히 시원해지지 않겠는가?
급기야는 이런 말까지 들렸다.
해당 소문에 플레이어들도 혹시나 싶어 확인해 보았지만, 시스템상으로 확인 가능한 것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가?
영지를 구축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NPC들을 끌어모으는 것!
영주들은 그 소문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각자의 영지를 홍보했다.
[알시아 대왕의 축복이 담긴 권능의 단물! 그 간증 모음!] [“꽃템의 강력한 효능은 바로 이 권능의 단물 덕분! 이것은 꽃단물!”-알시아(엘리시아 화원 대왕)
“꽃단물을 마셨더니 교황이 되었습니다.”
-김진아(이스터디 교단 교황)
“미친 드래곤에게 이 꽃단물을 먹이자 얌전해졌습니다.”
-피르시(페르마 대운하의 수호신)]
“…….”
해당 광고들을 본 재호는 바로 영주들을 불러 경고했다.
한 번만 더 이런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했다간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요즘 세상은 정보가 퍼져 나가는 속도가 너무나 빨랐다.
이미 꽃단물이란 이름으로 온갖 놀림을 당하는 중이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란 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똥물 하이드로 펌프] 이미지는 사라졌다는 점이 있었다.
“…차라리 잘된 걸지도 모르겠네.”
그래도 적어도 이전보다는 유쾌한 느낌이 드는 건 장점일지도.
-흠흠, 알시아. 혹시… 꽃단물 좀 얻을 수 있을까?
“…넌 그걸 믿어, 테일러?”
재호는 한숨을 푹 내쉬며 테일러의 귓속말에 답했다.
-아, 아니. 나도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긴 했지. 그런데 직접 간증을 들어서…….
“간증이라고 표현하지 말아 줄래. 안 그래도 교황까지 되어서 그런 표현은 되게 위험하다고.”
이미 그걸 엮어서 합성 짤이 쏟아지는 중이기도 했다.
잠깐 웃고 즐긴 후에 지나가면 다행이지만, 문제는 재호는 앞으로도 포세이돈 교단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
즉, 이 밈은 두고두고 재호를 놀리는 데 사용될 위험이 크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리고 널 그 정도로 바보 취급하는 인간이랑은 관계를 다시 한번 고민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
-빅썬더가 그랬는데?
“…응?”
그건 예상 못한 재호.
한편으론 테일러의 저 멍청… 아니, 순진함은 빅썬더조차 골려 먹고 싶은 정도인 모양이었다.
“흠흠, 아무튼 그런 기능은 없으니까 괜히 헛물 마시지 말고.”
-헛물? 그건 효과가 어때?
“…….”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함을 느낀 재호는 귓속말을 중단했다.
그리곤 빅썬더에게 귓속말을 따로 보냈다.
아무래도 테일러의 착각을 바로잡아주려면 빅썬더가 직접 진실을 말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그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음? 정말로 효과가 있던데?
“뭐?”
-그래서 지난번에 물통에 좀 담아 가기도 했었다. 꽤 준수한 회복 효과도 있어서 공짜 물약으로 나쁘지 않던데?
“???”
이미 플레이어들을 통해 우물물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리고 에 다른 숨겨진 기능이 있어 영향이 가는 것도 아니거늘…….
재호가 아는 한, 영향을 미칠 만한 그 어떤 요소도 없었다.
“혹시 어디에 있던 우물이야?”
“뮈한 영지라던데?”
“아.”
하필 이름이…….
“근데 어쩌면…….”
한편으론 이 현상의 원인을 알 것 같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