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753
752화
뮈한 영지는 재호도 알고 있는 곳이었다.
그곳이 딱히 특별하다거나 한 건 아니었다.
당연히 판매된 땅을 재호가 모두 기억하고 있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
게다가 영지에 이름을 붙이는 것도 영주들 마음인데 재호가 어떻게 다 알고 있겠는가?
그럼에도 뮈한 영지는 기억하고 있는 것엔 이유가 있었다.
바로 페르마 사막 최외곽에 있는 영지였기 때문이었다.
대운하 기준 강동 쪽 사막, 물길을 따라 자리한 곧 중에서도 가장 하류에 자리한 뮈한 영지.
미래에는 그 주변 또한 추가 개발이 이루어질 테지만, 어쨌든 지금으로선 뮈한 영지가 변방 중의 변방이었다.
그리고 가장 먼 만큼, 그 영지가 다른 곳과 다른 점이라면…….
“거기랑 제일 가깝지 않나? 마나 오아시스.”
재호는 그간 잊고 있던, 페르마 사막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특수한 장소를 떠올렸다.
제국의 미친 수호신이었던 투룬아르가 죽으면서 생겨난 고농축 마나 웅덩이.
키노와 다른 탑주들이 투룬아르가 죽으며 발생한 마나 폭주를 간신히 억누르며 만들어진 저주받은 땅이었다.
재호는 그곳의 관리를 이름부터 신뢰도 뚝뚝 떨어지는 쌀먹 길드, 그리고 그곳의 길마인 올리브유에게 맡겨 둔 상태였다.
그리곤 지금까지 신경을 끊어 뒀던 것이다.
주기적으로 엘리시아 화원 쪽으로 보고가 들어오는 건 알고 있지만, 정말 중요한 게 아닌 이상 대부분 줄칸 선에서 정리되었기에 재호는 아는 바가 없었다.
오죽하면 마지막으로 보고 받은 것이 마나 오아시스를 그들에게 맡긴 직후, 연금술사를 찾아 연금술 도시 오이미즈로 간다던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 뒤로 돌아왔는지, 또 요즘은 뭘 하고 있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쪽에서 뭔가 문제가 생겨서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닐 테고…….’
드래곤 세계에서도 초고령에 속하던 투룬아르의 힘이 그대로 녹아든 마나 오아시스이니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게 당연했다.
“뭐, 설마 대운하 인근까지 영향이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하긴 했지만.”
일단은 뮈한 영지의 우물에 마나 오아시스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추측 중이긴 하나,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는 또 아니었다.
그저 가능성을 따져 보면 그게 유일했을 뿐.
일단 재호는 곧장 뮈한 영지로 향했다.
다른 영지와 마찬가지로 아직 제대로 된 개발은 이루어지지 않은 그곳.
그럼에도 지금까지 가 본 어떤 영지보다 사람으로 북적이고 있었다.
이유는 역시나 문제의 우물.
뮈한의 영주가 영지 홍보를 목적으로 우물을 공짜로 개방한 덕분에 많은 사람이 물을 한 통씩 퍼 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재호도 직접 그 물을 한 모금 마셔 보며 실체를 확인했다.
[체력이 15% 즉시 회복됩니다.] [체력 자연 회복률이 30% 증가합니다.] [마나 효율이 증가하여 스킬 사용 시, 필요 마나량이 10% 감소합니다.]우물에서 길어다 먹는 물이라기엔 지나칠 정도로 고성능!
왜 빅썬더가 욕심을 냈는지도 알 것 같았다.
단, 그렇다고 해서 테일러를 놀려 주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던 건 또 아니었던 것 같고…….
‘애초에 간증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또 효과가 엄청난 건 아니네.’
빅썬더 같은 마법사 클래스 입장에서야 마나 효율 증가 옵션이 굉장히 유용할 터.
반면 암살자인 테일러는 마나가 마를 정도로 스킬을 난사할 일이 없었다.
혹여나 그런 상황이 일어났다면, 암살에 실패하고 사방에서 두들겨 맞는 중이라는 뜻일 테니까.
어쨌든 꽃단물… 아니, 우물이 정말로 평범한 물이 아니라는 걸 확인한 재호는 다시 화원으로 돌아왔다.
그리곤 줄칸에게 마나 오아시스 쪽의 정보를 부탁했고, 그는 고작 10분 만에 핵심을 정리해 알려 주었다.
“알고 계신 것처럼, 현재 쌀먹 길드에서 해당 장소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이상한 점은 없긴 하지만, 문제는 실적도 전혀 없다는 것 정도겠군요.”
“그래? 연금술사를 데려온다고 하지 않았었나?”
“맞습니다. 실제로 오이미즈 출신 연금술사를 몇 명 데려왔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왕국에 도움이 될 만한 결과물은 전혀 없으며, 그렇지 않아도 빈곤한 재정만 잡아먹고 있지요.”
그의 표정에서 말투에서부터 느껴지는 쌀먹 길드를 향한 불만.
줄칸의 그런 반응을 재호는 이해할 수 있었다.
어디 나갔다 오면 돈 나갈 일을 잔뜩 만들어 오는 이가 자신이거늘, 소득 없는 지출만 계속 발생한다면 민감해지는 게 당연한 일 아닐까?
“한번 직접 만나 보시겠습니까? 저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만.”
“으, 응. 아무래도 그게 좋을 것 같아.”
꼭 살벌한 줄칸의 반응이 아니더라도 그럴 계획이긴 했다.
다만 현재 상황 정도는 파악한 뒤에 귓속말을 보내려던 것일 뿐.
“아닙니다. 제가 엘리시아 화원 차원에서 직접 소환하겠습니다.”
“응? 굳이 왜?”
재호의 물음에 줄칸의 눈이 아주 잠깐 살기로 번뜩였다.
“이 도움도 안 되는 밥버러지들에게 사태의 심각성을 확실히 알리려면 엘리시아 화원의 이름으로 부르는 게 나을 것입니다.”
“…….”
확실히 줄칸은 이전부터 쌀먹 길드가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줄칸이 급발진을 밟는 경우가 왕왕 있긴 했지만, 지금처럼 ‘밥버러지’라고 표현하는 경우는 한 번도 못 봤던 것이다.
“흠흠, 그럼 일단 그렇게 해.”
괜히 끼어들어서 훼방을 놓으면 줄칸에게 크게 한 소리 들을 것 같았기에 재호는 순순히 따르기로 했다.
올리브유에게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어쩌면 재호도 사실 그들을 온전히 믿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름부터가 ‘쌀먹’ 길드이니 말이다.
* * *
쌀먹 길드와 길드장 올리브유.
기존에 그들의 플레이 스타일은 게임 내 모든 활동을 수입과 연결 짓는 타입이었다.
하지만 그걸 두고 뭐라고 하기 어렵기도 했다.
애초에 현실과 다른 또 하나의 거대한 세상이 뉴월드이거늘, 금전적인 요소를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게임을 하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아무리 즐겜러라고 하더라도 게임의 현실 대비 가성비 정도는 늘 고민하지 않는가?
재호 역시 즐겜러라고 하지만, 현재로선 뉴월드로 엄청난 돈을 벌어 쌀을 사 먹기도 했고 말이다.
결국 따지고 보면 이미지 차이였다.
대놓고 금전 가치를 추구하지 않는 재호와 반면 길드 이름부터 ‘쌀먹’인 곳의 차이 말이다.
하지만 엘리시아 화원에서 일을 시작한 이후, 그들의 태도는 조금 바뀌었다.
여전히 쌀먹이 목표이긴 하지만, 좀 더 큰 비전을 갖게 된 것이다.
[이번 일을 잘 처리하면 쌀이 아니라 집을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마나 오아시스의 잠재 가치를 감히 환산할 수 없기에 그들은 부푼 꿈을 품게 된 것이다.
하루하루 쌀먹에 필사적이었던 그들이 드디어 미래를 바라보게 되는 긍정적인 변화.
‘…결국 크게 한탕 할 수 있을 걸로 기대한다는 거잖아.’
화원으로 불려 온 길마 올리브유의 감성적인 근황을 들은 재호는 직관적으로 해석해 냈다.
물론 그게 잘못된 건 아니었다.
그만큼 그들이 다른 생각은 하지 않고 마나 오아시스 개발에 진심을 쏟고 있다는 뜻이지 않겠는가?
“크흠!”
그때, 재호의 그런 안일한 생각을 읽은 모양인지 줄칸이 크게 헛기침하며 분위기를 환기했다.
“올리브유 길드 마스터. 하나 궁금한 것이 있소.”
줄칸의 차가운 목소리.
“어… 뭔데요?”
그동안 주로 소통하던 상대가 줄칸이었던 올리브유는 그가 얼마나 까다로운 인물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오히려 재호와의 근황 토크보다 더 긴장되는 상황.
사실 근황 토크와 업무 논의의 무게감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사실 우스운 일이었지만, 올리브유는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우선 이 예산 보고서를 보시오. 그대들이 알고 있는 것과 같다는 것을 먼저 확인해야 할 듯하니.”
“아, 넵넵.”
올리브유는 줄칸이 내민 서류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예산 보고서 사본을 대조하며 확인했다.
“일치하네요.”
“그렇겠지. 그렇다면 이제 물어보겠소. 그대들에게 들어가는 예산은 가히 적지 않은 수준. 실제로 쌀먹 길드는 오이미즈를 다녀온 이후, 연금술사 섭외 비용을 빌미로 거의 세 배에 달하는 예산을 더 요구했었소.”
“?!”
그 말은 처음 들은 재호가 깜짝 놀라서 돌아보았다.
자신이 듣기엔 그 사실이 지금까지 들은 것 중에 제일 충격적이거늘, 의외로 줄칸은 그 점에 대해선 담담했다.
“그건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소. 연금술사란 존재들이 얼마나 희소한 존재인지 나 또한 잘 알고 있으니. 게다가 오이미즈의 연금술사를 여기까지 데려온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을 해 주었다고 생각한다오.”
“헤헤, 감사합…….”
“단!”
줄칸의 눈이 재호가 아까 보았던 그때처럼 위로 치솟았다.
“그 이후로 그 어떠한 실적도 없으니, 이 일에 관해 묻지 않을 수 없구려.”
“아… 그건…….”
재호의 눈치를 잠시 슬쩍 살피는 올리브유.
“저희도 빨리하고 싶긴 한데… 연금술이란 게 단순히 오래 잡고 있는다고 되는 게 아니라고…….”
“그건 핑계가 되지 않소. 사소한 것이라도 결과가 있을 터. 하지만 그렇기는커녕 대왕님의 영토가 서서히 오염되어 가는 것을 방치하고만 있으니 어찌 계속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있겠소?”
“네? 오, 오염이요?”
깜짝 놀란 올리브유가 되물었다.
“아, 오염이라고 해서 거창한 건 아니고…….”
재호는 대충 현재 뮈한 영지에서 일어난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언뜻 소문을 들은 것 같긴 합니다.”
커뮤니티에서 떠들썩했으니 그녀도 한 번쯤은 지나가면서 들은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표정에선 약간의 억울함이 비치기도 했다.
‘당연히 그렇겠지.’
그게 어찌 저들 책임이겠는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고농도, 고순도의 마나가 응축된 곳이 마나 오아시스였다.
주변에 그 영향이 서서히 퍼져 나가는 건 저들이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일 터였다.
다만 굳이 그 사실을 이야기해서 올리브유의 마음을 달래 주는 건, 적어도 줄칸이 보는 곳에선 불가능할 듯싶었다.
“이야기해 보시오. 지금까지 쌀먹 길드는 마나 오아시스에서 무엇을 했는지.”
“어…….”
줄칸이 재차 질문하자 그녀는 아무 말도 못하고 머리를 긁적였다.
“그게… 저희가 뭘 했냐면…….”
쉽게 말하지 못하는 올리브유.
“?”
그 반응에 재호의 눈도 가늘어졌다.
뭐라도 했다면 바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텐데, 이렇게 뜸을 들일 일이던가?
“설마……?”
“아, 아닙니다! 먹튀 아닙니다! 쌀먹한 것도 아니에요!”
올리브유가 황급히 손을 내저으며 소리쳤다.
“사실… 저희도 그냥 기다리는 상황이라서…….”
“기다려?”
“예……. 저희가 연금술사를 섭외해 온 건 사실이지만, 연금술 쪽으로 전문가는 아니잖아요?”
현재 마나 오아시스를 연구하는 연금술사가 계속 뭔가 하고 있긴 했다.
하지만 그 내용을 쌀먹 길드엔 전혀 공유해 주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다.
게다가 이곳엔 제대로 된 연금술 시설이나 장비가 없다는 이유로 계속 오이미즈를 왕래하며 연구 중이기도 했고…….
그 말은 결국 하나로 정의할 수 있었다.
“호구… 당하셨겠다……?”
줄칸의 눈이 이젠 아예 세로로 돌아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