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756
755화
베스코의 진가를 확인한 줄칸의 태도는 180도 달라졌다.
뿔이 잔뜩 났던 그의 표정은 어느새 인자해졌고, 그녀를 바라보는 표정에선 따스함이 넘쳤다.
“허허, 귀인이 오셨군요.”
“…….”
줄칸의 돌변한 태도에 왠지 모르게 창피함을 느끼는 재호.
“후후, 제가 이 정도라고요.”
다행히 베스코는 그걸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근데 진짜 엄청나긴 하네.’
재호는 포션의 성능을 다시 살피며 생각했다.
최상위 플레이어들이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전설 포션들.
‘만약 베스코 씨의 연금술과 화원의 꽃들을 콜라보한다면?’
거기다 마나 오아시스의 마나 농축액까지 활용한다면…….
‘얼마나 대단한 게 나올지 상상도 안 되네.’
더 고민할 것도 없었다.
“베스코 씨. 그럼 베스코 씨는 엘리시아 화원에 완전히 이적하려는 건가요?”
“물론이에요!”
“그런데 하나 명심하셔야 할 게 엘리시아 화원에는 연금술 시설이 전혀 없어요.”
“알고 있어요. 여긴 꽃집이잖아요? 없는 게 당연하죠.”
“?!”
너무나 당연한 베스코의 한마디.
그런데 재호는 그 한마디가 의외의 충격으로 다가왔다.
“꽃집……?”
“네? 꽃집 아니에요?”
엘리시아 화원은 꽃집이 맞다.
하지만 보통 재호에 관해 이야기할 때, ‘당연하게’ 꽃집이라 말하는 사람은 잘 없었다.
즉, 베스코는 재호가 꽃집을 하는 것에 아무런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뜻.
그 사소한 것에 재호는 감동한 것이다.
“좋습니다. 필요한 건 최대한 지원을…….”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무장 해제된 재호의 공수표를 줄칸이 급히 막았다.
“베스코 양이 뛰어난 실력자라는 것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아직 신원이 확실하다고 할 순 없습니다.”
“아!”
그 말에 재호도 바로 정신을 차렸다.
줄칸의 말대로 베스코가 정말로 순수한 호의로 찾아온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인 상황.
어쩌면 오이미즈에서 의도적으로 베스코를 보낸 것일지도 몰랐다.
“음…….”
재호와 줄칸의 마지막 의심에 베스코는 팔짱을 낀 채 고민했다.
지금까지 다소 감정적인 모습을 보여 주긴 했지만, 그녀는 이해심이 많은 편이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오이미즈에서 지금까지 노예처럼 부려 먹히지 않았을 테니까.
“그렇다면 엘리시아 화원 쪽에서 제약을 걸어 주세요.”
“제약?”
재호는 곧장 이해하지 못하고 다시 물었다.
“네. 저를 바로 믿지 못하는 거 충분히 이해해요. 실력을 증명하는 것과 신뢰를 얻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거 저도 잘 아니까요.”
“음! 그렇지!”
그 시원시원한 말에 줄칸은 참지 못하고 만족의 감탄사를 터뜨렸다.
대충 보기에도 이미 그의 눈에는 콩깍지가 씌어 있었다.
“폐하. 그렇다면 이건 어떻습니까?”
줄칸은 재호에게 한 가지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어떤?”
“베스코 양의 실력은 분명 엘리시아 화원에서 놓쳐선 안 될 인재입니다. 하지만 무턱대고 엘리시아 화원의 자원과 지식을 공유해 줄 순 없는 노릇. 그러니 조건을 하나 거는 것입니다.”
줄칸이 제시한 조건은…….
“베스코 양이 엘리시아 화원에서 연금술사들을 키워 내는 것이지요.”
상당히 파격적인 제안에 재호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응? 선생님으로 만들자고?”
“그렇습니다. 베스코 양이 엘리시아 화원에 진정으로 몸을 담으려고 찾아왔다면, 전체적인 연금술 수준의 향상을 위해 결국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폐하께서 수많은 플로리스트들을 직접 교육하셨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저희는 엘리시아 화원의 연금술 수준 향상을 기준으로 베스코 양의 진심을 확인할 수 있겠지요.”
“음…….”
언뜻 듣기에 틀린 말이 아니긴 했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베스코가 첩자일 경우에 내부 정보 유출을 막을 방안은 여전히 없다는 점.
“사실 그것은 완벽하게 막는 방법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교육 시설이 필요한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실시간 상호 감시 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당사자를 앞에 두고 하기엔 조금 민감한 이야기지만, 이번에도 베스코는 전혀 문제 삼지 않았다.
“좋아요. 그걸로 최소한의 믿음을 줄 수 있다면 오히려 싸게 먹히는 거죠. 백날 실적 갖다 바쳐 줘도 날 못 믿는 인간들이 한 트럭이었는데.”
“…….”
정말 오이미즈에 어지간히 정떨어진 모양이었다.
“뭐, 그럼 결국 다시 돌아와서 베스코 씨에게 얼마나 지원해 주느냐가 문제겠네요.”
“연금술 투자입니다. 결정이 난 이상, 폐하의 꽃집과의 시너지가 대단히 기대되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공격적으로 투자를 해야 합니다!”
줄칸의 강력한 주장에 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현재 엘리시아 화원의 재정이 넉넉한 상황은 아니었다.
재무관 피스오의 몸무게가 거의 10kg은 줄었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
하지만 지금까지 줄칸이 강하게 밀어붙였던 사업들은 전부 엘리시아 화원에게 큰 이익을 돌려주었었다.
그런데 이번 연금술에 대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으니…….
“진행시켜!”
그렇다면 더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피스오가 언데드로 변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 * *
베스코의 탈주 소식은 오이미즈에 즉시 알려졌다.
정확히는 실종으로 보고되었다.
아직 베스코가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파악을 못했으니 말이다.
베스코는 연금술을 배우는 임모탈리언들 중에서 특히 돋보이는 인재였다.
그래서 오이미즈 내에선 더 충격이 컸다.
아무리 생각해도 베스코가 오이미즈를 떠날 이유는 없다고 생각되었으니 말이다.
연금술을 하기에 이보다 완벽한 장소는 없었으니까.
쫓겨나는 게 아닌 이상, 연금술사를 꿈꾸는 자가 스스로 떠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한편 베스코가 사라지면서 가장 귀찮아진 건 역시 그녀의 스승이자 담당 교수였던 알붐.
그는 학회장 뱀가드와 마주 앉아선 땀을 뻘뻘 흘렸다.
“아주 잠깐의 방황일 겁니다. 연금술사의 길이 어디 쉬운 길입니까? 지금까지 한 걸 모두 걷어차 버릴 정도로 어리석은 아이가 아닐 겁니다.”
알붐이 손수건으로 푸짐한 턱을 닦으며 말했다.
그 모습에 뱀가드는 얼굴을 찌푸렸다.
극도로 정제된 학문인 연금술을 하기엔 너무나 적합하지 않은 모습.
게다가 성격까지 어딘가 어설펐던 그는 간단한 포션 하나를 만드는 것조차 늘 실수를 저지르곤 했다.
연금술사로서 지식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실력은 모자란… 동시에 최고 수준의 학생을 데리고 있기엔 명백한 자격 미달.
그럼에도 그가 오이미즈에서 교수를 하고 있을 수 있는 건…….
“알붐.”
“…네. 아버지…….”
“정녕 단순한 일탈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
“그간 네가 해 온 짓들을 내가 모를 줄 아느냐? 그래도 학회장 아들이라는 체면이 있으니 일부러 베스코를 네 아래로 넣어 준 것이거늘. 기어코 일을 저지르는구나.”
“아, 아버지! 전 시키시는 대로 했습니다!”
알붐은 억울하다는 듯 반발했다.
“베스코가 하는 일에 절대 간섭도 안 하고 뭘 하든 내버려두기만 했단 말입니다!”
그가 한 거라곤 베스코의 연구 실적을 자신의 이름으로 포장하는 것이 전부.
물론 그것도 잘못된 일이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그건 아버지 뱀가드의 지시였다.
명문 연금술사 가문에 먹칠하지 않도록 그런 편법으로라도 실적을 계속 만들어 내라는 것.
“그래. 분명 그렇게 말했지. 그런데 대체 어떤 머저리가 그렇게 밑도 끝도 없이 다 훔칠 생각을 하지?”
“예……?”
“적당히 당근도 줬어야지. 깡그리 빼앗으면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게 당연한 일 아니더냐?”
“하지만…….”
“시끄럽다. 이렇게 눈치가 없어서야.”
“…….”
고작 학생이 한 게 얼마나 대단하다고 아들인 자신을 이렇게 면박 주는 것인지 이해 못할 일.
물론 고작 학생이 만든 것으로 자신의 위상이 말도 못하게 올랐다는 건 이미 새카맣게 지워진 상태였다.
“쯧. 페르마 사막에서 사라졌다면… 역시 엘리시아 화원인가?”
뱀가드는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중얼거렸다.
사실 베스코가 사라진 건 둘째 문제였다.
진짜 문제는 페르마 사막에서 오이미즈의 연금술사들이 모두 쫓겨 나온 것.
오이미즈의 자존심이 크게 상한 건 말할 필요도 없었다.
“쯧. 비웃음을 당하는 건 오히려 엘리시아 화원이 되리란 것도 모르고…….”
그들은 오이미즈 바깥으로 나가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
실제로 엘리시아 화원으로 파견을 나갔다는 소식이 대륙에 퍼져 나가자 다른 왕국이나 영지 쪽에서 많은 파견 문의가 들어왔을 정도.
그만큼 엘리시아 화원은 어마어마한 특혜를 받은 것이거늘, 그것도 모르고 주제넘은 자존심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 이거 혹시 처음부터 계획된 거 아닙니까?”
“음?”
그때, 알붐이 꺼낸 이야기에 뱀가드가 고개를 돌렸다.
“타이밍이 너무 절묘하지 않습니까? 엘리시아 화원은 저희를 내보낼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저들이 손해 보는 짓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한 것엔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다는 것일 텐데…….”
“사라진 베스코가 의심된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겠습니까?”
확실히 그럴싸한 말이었다.
엘리시아 화원이 자신들을 내쫓은 것이나, 베스코가 오이미즈에서 도망친 것.
두 경우 모두 모종의 합의가 있는 게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행동이었으니 말이다.
적어도 그들이 생각하기엔 그러했다.
“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던 알붐이 크게 심호흡한 뒤 입을 열었다.
찰나의 순간, 스스로 칭찬할 만한 잔꾀를 부렸으니…….
“마나 오아시스와 관련해서 제가 기록해 놓은 자료들이 사라진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음? 학회에 보고된 것 외에 다른 것이 또 있었다?”
그건 알붐의 거짓말이었다.
“제 나름대로 정리한 후, 아버지께 보여 드리려고 했습니다. 그래도 저도 예전에는 수재 소리 듣던 머리지 않습니까?”
“?”
“크, 크흠. 아무튼 그게 없어진 걸 보면 아무래도 거기 있는 제 연구물을 베스코가 써먹으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실체가 없는 가짜 연구물.
만약 정말 베스코가 엘리시아 화원에 붙은 것이라면, 거기서 업적을 남길 때마다 그걸 자신의 업적으로 포장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반대에도 충분히 잡아뗄 순 있었다.
그걸 훔치고도 활용하지 못하는 베스코의 무능을 한껏 비웃어 주면 될 테니까.
“그래서 그 연구 내용이 무엇이냐?”
“…네?”
하지만 그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뱀가드가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쯧. 한심한……. 어디 가서 그딴 소리는 하지 말도록 해라.”
“예…….”
“하지만 엘리시아 화원을 공격하기에 나쁘지 않은 수단이긴 하군.”
“?”
중요한 건 ‘사라진 연구물’이었다.
굳이 누군가의 연구물이라 할 것도 없이, 이쪽에선 그냥 포괄적으로 주장하면 충분했다.
엘리시아 화원이 오이미즈의 지식을 훔친 도둑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기엔…….
“먼저 마나 오아시스의 상태에 대해 좋지 않은 소문부터 만들어야겠어. 저들의 몸이 달아오르도록.”
이렇게 조금씩 건들이다 보면 결국 엘리시아 화원이 다시 굴복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것이 오이미즈였고, 연금술의 힘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