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758
757화
오이미즈제 포션이 시장에 대량으로 풀렸는데 오이미즈에서 한 일이 아니다?
“그럼 누가 훔치기거나 내부에서 몰래 빼돌려서 판 거라도 되는 건가?”
재호는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지만, 베스코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으니 그렇게 단순한 상황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오이미즈 쪽에서도 지금 당황하고 있대요. 외부로 유출된 물량은 확인되지 않았고, 애초에 그 정도로 많은 양이 일시에 사라질 리도 없으니까요.”
그렇다는 말은…….
“짝퉁이라는 거예요?”
“네. 지금 오이미즈에서도 조사 중이라곤 하는데… 아마 결과는 진작 나왔을 거예요. 저도 몇 개 구해서 대충 살펴봤는데, 금방 확인이 되었거든요.”
“…….”
사실 따지고 보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긴 했다.
재호의 꽃템을 따라 만든 짝퉁도 대륙에선 제법 유통되고 있는 게 현실이거늘, 포션은 그러지 않을까?
하지만 꽃템이란 개념 자체가 워낙 독특하다 보니 진품과 짝퉁을 구별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굳이 엘리시아 화원의 브랜드 로고를 확인하지 않더라도 아이템 옵션만 보면 바로 알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포션은 아니었다.
실제 성능과 표기 성능이 다른 경우가 왕왕 있었던 것.
착용 장비와 사용 아이템의 차이였다.
꽃템은 장비 아이템이기에 세부 옵션이 명확하게 명시가 되어 있는 반면, 꽃템은 직접 먹어야만 효과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기꾼들은 바로 그런 맹점을 이용했고 말이다.
사람들이 괜히 오이미즈제 포션을 선호하는 게 아니었다.
오이미즈는 성능 차이가 거의 없는 수준으로, 브랜드 그 자체가 신뢰의 증거였으니 말이다.
“그럼 오이미즈제 포션이라고 사기를 치는 건 힘들겠는데요? 이번이 특수한 경우예요?”
“당연히 있었죠. 아니, 늘 있어요.”
재호의 물음에 베스코가 말했다.
“그래서 오이미즈는 사기꾼들이 흉내 낼 수 없는 진품 마크를 각 제품에 남겨 둬요. 오직 오이미즈의 품질 검사관만이 확인할 수 있는 마법 코드를.”
“그럼 결국 구매자로서 사전에 확인할 방법은 없는 거네요.”
“보통 구매자들은 해당 코드의 존재 여부만 확인하고 구매하죠. 애초에 오이미즈가 아니면 그 코드를 남길 수 없으니까요.”
그런데 이번 사태의 중심에 선 짝퉁 포션엔 그 코드가 있었다.
“제가 그 코드의 진위를 확인하는 건 불가능해요. 하지만 보나 마나 대충 흉내만 낸 코드겠죠. 이런 비슷한 시도가 없었던 게 아니니까요.”
그때마다 오이미즈는 포션 제작자를 추적해 본보기로 응징하곤 했다.
어차피 자신들을 사칭한 짝퉁 포션 유통을 원천 차단은 불가능한 일.
나름대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은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네. 기존의 방식으로 처리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버렸죠. 오이미즈의 그 꼰대들, 머리 좀 아프겠는데요?”
베스코는 고소하다는 듯 낄낄 웃으며 말했다.
“아무튼 좀 더 정보가 나오면 더 알려 드릴게요. 개인적으로 이 일을 꾸민 사람들이 누군지 궁금하기도 하고, 저희가 준비하던 일도 시작하기에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베스코가 말하는 준비하던 일은 바로 [엘리시아 연금술 학원] 설립이었다.
사실 서둘러야 한다고 말은 했지만, 아직 건물도 지어지지 않은 상태로, 다소 지지부진한 진도를 보여 주고 있었다.
가장 큰 원인은…….
“그런데 연금술 설비는 어떻게 해결이 되었나요?”
연금술은 연금술사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연금술을 위한 장비들도 중요했다.
장인은 연장을 가리지 않는다?
그건 연금술에선 통하지 않는 말이었다.
그런데 연금술 장비는 아무 곳에서나 구할 수가 없었고,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추려면 제대로 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아무리 베스코가 뛰어난 실력자라고 해도 플레이어로서 습득할 수 있는 연금술 지식에는 한계가 있었다.
직접 연금술 장비들을 제작하고 연구 설비를 구축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
결국 그게 가능한 건 오이미즈의 연금술 교수들인데… 지금 상황에서 그들의 협조를 얻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오이미즈에서 배우는 중인 플레이어들은 관심을 보이지만, 교수들은 전혀…….”
그렇다고 해서 손을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었다.
오이미즈의 사상이나 특유의 꽉 막힌 분위기에 반발해 탈출한 연금술 NPC들을 수소문 중이었으니 말이다.
“다만 워낙 꼭꼭 숨어 사는 사람들이다 보니 찾아내는 게 쉽진 않네요.”
일단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도움이 필요하면 이야기하세요.”
“물론이에요! 저도 얼른 작업을 시작하고 싶어서 근질근질하거든요.”
베스코는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의욕적으로 말했다.
누구보다 엘리시아 화원에서의 새 출발을 기대하는 게 베스코였으니 말이다.
* * *
짝퉁 오이미즈제 포션 사태는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았다.
지속적으로 해당 물건들은 경매장으로 풀려나왔으며, 오이미즈는 이 사태를 쉽게 수습하지 못했다.
제법 그럴싸하게 만들어 내긴 했지만, 짝퉁답게 제대로 된 성능은 갖추지 못한 포션들.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피해는 고스란히 오이미즈가 떠안아야 했다.
사람들이 오이미즈제 포션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사용했다가 피해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XX! 포션 잔뜩 사 들고 갔다가 뒤지고 렙따 됐다!!
-아니, 오이미즈 이 자식들 뭐냐? 돈 안 된다고 이따위로 대충 만드는 거임?
-난 그냥 빨간 물을 넣어 놨더라.
오이미즈를 향하는 비난들.
이렇게 되니 이젠 다른 오이미즈제 포션들도 의심을 받기 시작했다.
어떤 게 진품이고 어떤 게 가품인지 알 수가 없으니 함부로 구매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당연히 오이미즈는 해명했지만, 이미 그들의 이름으로 유통이 이루어진 뒤라 비난은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앞서 오이미즈 쪽에서 원자재 부족으로 포션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고 말한 것이 뒤늦게 문제가 되었다.
그건 당연히 거짓말이었지만, 사람들은 진실이라고 알고 있으니 생겨난 오해.
오이미즈가 그걸 핑계로 저렴한 포션을 대충 만들어 판 게 아니냐는 의심이 생겨난 것이다.
-아니, 오이미즈가 굳이 왜 그런 짓을 하겠음? 자기들 스스로 명성에 먹칠한다고?
└ㅇㅇ맞음. 그건 말이 안 됨.
└왜 안 됨? 나는 오히려 오이미즈가 진짜 치밀하게 계산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런 식으로 자기들 포션 가치 강제로 끌어올리는 거지.
-근데 진짜 일리가 있긴 한 거 같음. 오이미즈 쪽에선 사기네, 음모네, 뭐 그런 주장을 하고 있긴 한데……. 현실적으로 이만큼 대량의 포션을 양산할 수 있는 곳이 어디 있음?
└그치. 오이미즈가 아니면 없음.
└엘리시아 화원이면 가능하지 않을까? 난 솔직히 거기 좀 의심스러운데. 오이미즈랑 사이도 안 좋잖아.
└ㄴㄴ엘리시아 화원도 포션을 많이 만들긴 하는데 이 정도는 아님. 첫 번째 물량 웨이브야 미리 준비해서 엿 먹였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지금 보면 물량 공급이 끊이질 않음.
└윗 댓이 맞음. 엘리시아 화원은 이만한 공급량을 못 뽑아냄. 이게 가능한 곳은 오이미즈밖에 없음.
다행히 엘리시아 화원은 진작 용의선상에서 벗어났다.
엘리시아 화원은 이만한 물량을 뽑아낼 수 없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대체 누가?
도저히 용의자를 특정할 수 없는 상황.
아, 재호를 끝까지 의심하는 사람도 있긴 했다.
“정말로 네가 한 게 아니라고?”
완식 또한 그중 한 명.
너무 절묘한 타이밍에 벌어진 사건, 그리고 처참한 오이미즈의 현 상황 탓에 완식은 진심으로 의심했다.
“아니라니까. 뻔히 알면서 뭘 묻냐?”
재호의 퉁명스러운 대답에 완식의 눈은 더 가늘어졌다.
“네가 아니면 이럴만한 인간이 없는데.”
“나도 너무 궁금해. 도대체 고맙게 누가 나 대신…….”
“알시아 님!!”
그때, 꽃집으로 다급하게 뛰어 들어온 한 사람.
“베스코 씨?”
땀까지 뻘뻘 흘리면서 재호를 찾아온 그녀는 재호가 그렇게 궁금해하던 소식을 전해주었다.
“오이미즈 쪽에서 이 사태의 주범을 파악했대요!”
“진짜요? 재호래요?”
재호보다 먼저 나서서 묻는 완식.
“아, 아뇨? 당연히 아니죠. 저도 듣고 좀 놀랐는데……. 아무래도 가디언 길드인 것 같아요.”
“…예?”
“네?”
재호와 완식 둘 모두에게서 같은 반응이 나왔다.
“갑자기 가디언 길드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존재의 등장.
룬가 왕국을 장악하며 존재감을 뿜어내던 그들은 재호와의 정면충돌 이후, 제국의 공적으로 선포되어 뿔뿔이 흩어진 상태였다.
물론 그렇게 되었다고 해도 가디언 길드가 이대로 조용히 게임을 즐기기만 할 리는 없다고 다들 생각했다.
재호 역시 마찬가지.
분명 어떤 식으로든 엘리시아 화원을 향한 복수심을 불태우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짝퉁 물약을 대량 팔아 대며 오이미즈를 곤란하게 하고 있다?
“다른 건 몰라도 걔네랑 잘 어울리긴 하네.”
완식의 말에 재호는 100% 공감했다.
“그나저나 걔들은 대체 무슨 꿍꿍이지?”
무슨 속내인지 추측해 보려 해도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분명 기저에는 자신을 엿 먹이기 위함이 깔려 있을 텐데, 지금 벌어지는 일은 대체 어떤 음모가 숨겨져 있을지 짐작되지 않은 것이다.
엘리시아 화원에서 짝퉁 포션을 만들었다는 루머를 만들기 위해서?
하지만 지금 돌아가는 상황만 봐도 알 수 있듯, 그런 누명을 씌우기에는 증거가 너무 빈약했다.
게다가 이렇게 금방 들통이 난 걸 보면 딱히 은밀하게 뭔갈 하려고 했던 것도 아닌 것으로 보였고 말이다.
“야, 혹시 말이야.”
역시 가디언 길드의 의도를 추측해 보던 완식이 재호를 불렀다.
“그냥 진짜 단순하게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단순하게?”
“그냥 걔들 상황이 지금 최악인 거지. 간단히 말해, 돈이 없는 거야.”
“……?”
정말 단순한 주장이지만, 벌어지고 있는 사태만 보면 맞는 말이긴 했다.
어쨌든 지금 짝퉁 포션 사태로 돈을 긁어모으고 있는 것은 분명했으니까.
“근데 가디언 길드가 돈이 없다는 건 좀… 이상하지 않나?”
가디언 길드는 중국 단일 길드로, 정부의 지원까지 받는 곳이었다.
그런 곳이 돈이 없어 짝퉁 물약을 양산해 낸다는 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뭐 이상한 것도 없지. 걔들 머릿수를 생각해 봐. 그만한 크기의 길드를 다시 일으켜 세우려면 돈이 얼마나 많이 들겠냐? 근데 아무리 국가 주도 길드라고 해도 여긴 게임이야.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게임 내 사태에 과연 국가 예산을 쏟아부을까?”
“걔들이라면 할 수 있을 것도 같은데…….”
“…뭐 부정할 순 없지만 지금 가디언 길드 상황을 봐. 국가 단일 길드라고 거창하게 등장했는데 아무런 실적 없이 폭망했잖아. 너 같으면 거기에 투자할 마음이 들겠냐?”
“어? 그건…….”
투자 개념으로 생각해 보니 재호는 바로 이해가 되었다.
성공이란 걸 해 본 적이 없는 가디언 길드이거늘, 미치지 않은 이상 사람들이 돈을 넣을 리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