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76
75화
MK 길드의 내부 친선전이 예정된 날.
“……아무리 봐도 이건 아닌 거 같은데.”
아침 일찍 집을 나선 재호는 엘리베이터에 비친 자신의 복장에 의문을 가졌다.
새것 티가 팍팍 나는 정장 풀세트.
첫 출근(?)인데 한량 같은 복장으로 가면 안 된다는 부모님의 잔소리 탓이었다.
‘아니, 애초에 요즘 회사들 정장 입기는 하나? 그런 시대는 한참 전에 지나지 않았어?’
왠지 창피를 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잔뜩 들뜬 두 부모님을 설득하긴 역부족이었다.
띵―
그때, 내려가던 중간에 멈추고 열린 엘리베이터.
“히이이이익?!!!!”
올라타려던 아주머니가 재호를 보곤 기겁을 하며 뒷걸음질 쳤다.
“아, 안녕하세요.”
재호는 목소리로 그녀를 진정시켰다.
사실 동네 사람들은 대부분 재호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게다가 어릴 때부터 보아온 얼굴이라 처음 본 사람들에 비하면 익숙한 관계라고 할 수 있는 동네 사람들.
하지만 풀 정장을 갖춘 재호의 모습은 완전히 새로운 공포감을 제공하고 있었다.
“어어? 아……. 재호니?”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린 아주머니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너무하시네요. 그래도 저희 10년은 봤잖아요.”
“어머, 얘는……. 그렇게 무섭게 입고 있으면 당연히 놀라지.”
“무섭게 입었다니요. 그냥 정장일 뿐인데.”
“호호호. 그런데 오늘은 게임 안 하나 봐? 이 시간에 다 외출을 하고. 학교 가는 건 또 아닌 것 같고.”
“네. 오늘 소속팀에 볼일이 있어서요.”
“아, 맞아! 그렇지 않아도 프로필 사진 봤어. 정말 엄청 무섭게 나왔더라?”
“네 뭐……. 그쪽에서 좀 과장을 했더라고요. 그래도 그 사진이랑 비교하면 평소 모습은 순하죠?”
“…….”
“…….”
재호의 농담에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MK 본사까지는 약 30분 거리.
평일 오전임에도 수도권답게 지하철은 사람들로 제법 북적이고 있었다.
“야야, 저거 알시아 아냐?”
“헉? 맞는 것 같은데……?”
“와 실물로 보니 장난 아니다.”
“피지컬 오지네.”
사람들의 쑥덕거림은 아무런 필터 없이 재호의 귀로 쏙쏙 들어왔다.
‘그래도 예전보단 나은 것 같기도.’
예전에는 그저 재호의 살벌한 외모와 분위기에 사람들이 쑥덕였다면 지금은…… 역시 똑같았다.
하지만 얼굴과 이름이 알려진 것의 장점은 확실히 있었다.
그래도 재모의 외모만을 가지고 사람들이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
단순히 무서운 사람이 아닌, 꽃집을 하는 알시아라는 다른 정체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저, 저기……. 아, 알시아 맞으시죠……? 사, 사인 한 장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 덕분에 먼저 말을 걸어오는 사람까지 생길 정도였으니, 확실히 이전보다 이미지는 개선됐다 할 수 있었다.
“야, XX 저거 다 물근육이라니까. 저렇게 부피만 키워 놓는 건 실전 근육 아냐.”
“게임 좀 하는 걸로 뭐가 대수라고. 어차피 그거 다 엘프 빨인데.”
물론, 예나 지금이나 쓸데없는 허세를 부리는 사람들이 있긴 했지만.
샤샤샥―
찰칵―찰칵―
그렇게 사람들에게 사인과 기념 촬영을 해 주던 재호.
―열차가 출발합니다.
정차했던 지하철의 문이 닫히기 시작한 그 순간, 재호 주변에 몰린 사람들 사이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꺄아아아악!!!!”
급기야 누군가의 비명과 함께 모자를 푹 눌러쓴 남자 한 명이 닫히기 시작한 문을 달려 나갔다.
“도, 도둑이야!!! 도와주세요!!!”
“?!!”
도망가려는 남자의 옷을 붙잡고 늘어진 여자는 질질 끌려가다 급기야 열차와 플랫폼 사이에 빠져 버렸다.
치이이―
그 상태로 열차 문이 닫혀 버리자 사람들이 깜짝 놀라 우왕좌왕했다.
“헉? 어떡해?”
“여, 열차 세워야 하는 거 아냐?”
당황한 사람들이 탄식만 흘리는 그때, 재호는 급히 사람들을 뚫고 출입문으로 다가갔다.
비상 레버나 무전기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급하게 찾고 있었고, 그 전에 재호가 할 수 있는 일은 따로 있었다.
콱―
지하철 문틈으로 억지로 손을 밀어 넣은 뒤, 완력으로 열기 시작했다.
꾸그극―
삐이이이이―
문이 강제로 열리자 경고음과 함께 열차는 다행히 출발을 하지 않았다.
“괜찮으세요?”
재호는 열차 사이에 껴 울고 있는 여자에게 물었다.
“네, 네…….”
“그럼 침착하게 구조를 기다리세요. 전 아까 그 사람이나 좀 잡아 올 테니까요.”
마침 상황을 파악한 지하철 직원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스으―
다시 몸을 일으킨 재호는 주변에 몰려든 사람들 머리 위로, 익숙한 모자를 발견했다.
상대 역시 재호를 발견했는지, 흠칫하곤 급히 계단으로 향했다.
* * *
‘XX! XX!!! 그 XX년은 그냥 놓을 것이지 왜 붙잡고 늘어져서!’
주로 만원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범행을 저지르곤 했던 그였으나, 재호 덕분에 한 칸이 강제로 만원이 되어 버려 충동적으로 일을 저지른 것이었다.
게다가 도저히 외면할 수 없을 정도로 명품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여자였기에 지갑도 분명 두둑할 테고.
그랬는데 재수 없이 걸려 버렸다.
게다가 저 살벌한 외모의 재호까지 쫓아오고 있었으니.
‘쯧, 이렇게 된 이상 물건은 포기하자.’
이 정도로 소란스러워졌는데 괜히 작은 것에 집착하다간 또 수갑 찰 일이 생길 테니까.
혹시나 잡히거나 경찰의 추적을 피하려면 물건을 차라리 버리는 게 나았다.
툭―
근처에 보이던 쓰레기통에 슬쩍 버려버린 뒤, 그는 재호가 어디까지 따라붙었는지 확인했다.
“헉?!”
어느새 지척까지 다가온 재호의 모습에 그는 본능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소매치기의 핵심은 은밀함과 민첩함!
그는 도망치는 것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그랬는데…….
텁―
“?!!!!”
첫 계단을 오르기도 전에 뒷덜미로 느껴지는 묵직함에 그는 본능적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덥석―
하지만 재호의 커다란 손에 힘없이 잡혀 버렸다.
“까, 깡패가 사람 팬다!!!”
그렇게 외치면서도 달아나기 위해 발차기까지 시도했으나, 재호는 무릎을 들어 가드했다.
뻐억―
“끄악!!!!”
체중을 실은 발차기가 재호의 단련된 정강이에 막히자 그는 부러질 듯한 고통과 함께 바닥으로 자빠졌다.
재호는 그대로 소매치기를 눌러 제압했고, 그는 마구 몸부림쳤지만 재호의 완력에서 벗어나는 건 불가능이었다.
“겨, 경찰!! 경찰에 신고하라고!!! 알시아가 사람 죽인다!!!”
“잘됐네. 경찰 불러서 이야기하자고.”
“왜, 왜 이러는 건데!! 멀쩡한 시민을 상대로 뭐하는 거야!”
“상대 지갑을 슬쩍한 사람이 그런 말 하긴 민망하지 않아?”
“뭐? 헛소리하지 마!!! 아무것도 안 훔쳤어!”
그는 당당하게 큰소리쳤다.
‘크크……. 병신새끼. 백날 뒤져봐라. 지갑은 진작 버렸…….’
“아, 이거?”
그때, 재호가 슬쩍 그의 눈앞에 들이민 핑크 지갑.
“???”
“키 때문에 내가 시야가 좀 넓어.”
그가 버리는 걸 이미 확인하고 지갑을 챙겨 온 재호.
“????”
그렇다면 더 이해 불가였다.
쓰레기통의 지갑까지 챙겨서 오는데 이렇게 빨리 잡혔다고?
대체 얼마나 빠른 거야?
다다다―
때마침 도착한 지하철 직원들.
“어어…….”
잠시 머뭇하는 그들은 재호와 그들 중, 누구를 잡아야 할지 고민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 * *
지하철역 사무실에 소매치기와 재호, 그리고 무사히 구출된 피해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감사합니다…….”
눈물범벅으로 화장이 엉망이 된 여자는 연신 재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흠흠, 그나저나 이 사람 동종 범죄로 잡혔던 적이 있네요.”
출동한 경찰은 금방 소매치기의 전력을 확인했고, 피해자의 진술 덕분에 재호는 별다른 잡음에 휘말리진 않아도 되었다.
“그럼 이제 가도 되는 건가요?”
“아, 물론입니다. 다만 혹시나 추후에 진술이 필요해지면 나와 주실 수 있겠습니까?”
“네, 그렇게 하죠.”
“정말 감사합니다, 알시아님! 어떻게 보답을 해야 할지…….”
“됐어요 뭐. 그런 거 바라고 한 일이 아닌데요.”
“그, 그래도……! 연락처라도…….”
“정말 괜찮으니 오늘은 푹 쉬세요.”
그렇게 떠나려던 순간.
“아, 저, 저기…….”
눈치를 보던 역 직원이 조심스럽게 불러 세웠다.
“그…… 혹시 기념 촬영 좀 가능할까요?”
잠시 시간을 확인한 재호.
‘흠, 이미 늦었으니 좀 더 늦는다고 달라질 것도 없지.’
“뭐, 안 될 거 없죠.”
재호는 흔쾌히 수락하고 휴대폰을 받아 들었다.
“그, 그럼 저도……. 아까 찍으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괜찮겠어요? 화장이 엉망인데?”
“그, 그래도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니까…….”
그러면서 슬그머니 카메라 앵글 안으로 들어왔고…….
“?”
“흠흠.”
어느새 출동한 경찰들도 앵글에 안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 * *
재호는 거의 삼십 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죄송합니다. 오는 길에 일이 좀 있어서…….”
“하하! 괜찮습니다. 어차피 저희도 다 봤습니다.”
“네? 보다뇨?”
두표의 말에 재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지하철 선로 사이에 낀 사람을 구하고 소매치기범도 잡지 않았습니까?”
재호와 사진을 찍기 위해 대기하던 수많은 사람들.
그들이 꺼내 들고 있던 휴대폰에는 재호의 활약이 모두 담겨 있었다.
“그런 일이 있었는데 어떻게 늦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오히려 저희 입장에선 감사한 일이죠. MK의 위상을 높여 주셨으니.”
그러면서 두표는 재호를 모두가 기다리는 회의실로 안내했다.
이미 출정식을 마친 뒤, 다과회를 즐기던 MK 소속 선수들과 코치, 감독들은 재호와 인사를 나누었고 잠시 후, 친선전을 위해 캡슐실로 모두 이동했다.
이미 안면이 있는 수민은 물론, 아직은 어색한 다른 선수들은 재호에게 쉽사리 다가오지 못했다.
마음 한편엔 여전히 특별 대우를 받는 재호에 대한 반감도 있었고.
“안녕하세요.”
그때, 조심스레 말을 걸어온 한 여성 선수.
“아, 안녕하세요. 그러니까…… 김진아 선수.”
재호는 미리 공부해 놓은 기억을 더듬어 간신히 상대를 떠올렸다.
“네! 제 이름을 알고 계시는 걸 보니 역시 이야기를 들으셨나 보네요.”
“……예?”
“저희 아빠가 황재호 선수 아빠 분이랑 친구거든요.”
“???”
재호는 전혀 들은 바가 없었다.
“아빠한테 들었거든요. TV에 나온 황재호 선수를 보더니 바로 알아 보시더라구요. 어릴 때랑 똑같다고.”
칭찬인가 욕인가.
“MK에 온다는 걸 듣곤 깜짝 놀랐어요. 아빠가 황재호 선수 아빠의 아들이면 인성 바르고 의리 있을 테니 친하게 지내라고 했어요.”
“크, 크흠……. 그래요? 그럼 앞으로 잘 지내요.”
“헤헤, 네!”
자신이 아는 우람의 모습과는 다른 이야기에 재호는 헛기침을 흘리며 그녀와 악수를 나누었다.
그래도 아버지가 친구들 사이에서 나쁜 이미지는 아니란 걸 깨달은 순간이었다.
* * *
MK의 캡슐은 당연하게도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들 중, 최고 사양을 자랑했다.
이미 외견에서부터 재호가 가진 것은 고철덩어리로 느껴지도록 만들 정도.
내부 쿠션은 라텍스로 만들어진 것인지, 침대보다도 편했고 공간도 넉넉했다.
사이즈가 맞지 않아 무릎을 살짝 구부린 채로 게임을 해야 했던 게 재호의 캡슐이었으니…….
‘……돈 좀 모아서 캡슐을 새로 하나 사던가 해야지.’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재호는 게임에 접속을 했다.
파앗―
눈을 뜬 곳은 재호가 마지막으로 접속을 종료한 곳이 아닌, 허허벌판이었다.
그리고 연이어 주변에서 한두 명씩 접속한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 역시 신기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펴보고 있었다.
회사 내의 캡슐에서 게임은 해 보았지만, 대회용 서버는 다들 처음이었던 것이다.
“자, 다들 모였군요!”
역시 접속한 두표와 매니저들이 그들 앞에 섰다.
“보시다시피 이곳은 기존 뉴월드와는 완전 별개의 서버입니다. 추후에 대회 세부 규정이 어떻게 나올진 모르지만, 일단 이곳엔 여러분들의 본섭 소지품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일어나는 그 어떤 일도 본섭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죠.”
그는 설명을 계속 이었다.
“딱 하나 다른 점은 레벨입니다. 여기선 전원 250으로 고정되어 있죠. 그것만큼은 실제 시합과 동일합니다.”
랭커들 입장에선 불만을 가질 너프였으나, 대회를 시청할 대부분 사람들의 눈높이를 생각하면 적절한 레벨이었다.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도 중요하지만, 일반 유저들에게 ‘나도 저렇게 할 수 있다.’라는 자극을 주는 것도 리그의 목적이었으니까.
즉, 모든 플레이어들의 동기부여와 몰입을 위한 너프였다.
“모든 능력치는 1레벨 초기값에 여러분들이 얻은 부가 능력치가 적용되어 있을 겁니다. 거기서 250 레벨에 해당되는 추가 스텟을 즉석에서 배분하는 거죠. 아, 그리고 레벨업마다 상승하는 올스텟 1 역시 250 기준입니다.”
두표의 말에 선수들 모두는 능력치를 확인했다.
[lv.250 쉐이크] [종말의 투사(유니크 등급)] [힘 : 360] [지능 : 295] [민첩 : 314] [체력 : 339] [마나 : 314] [미사용 스텟 포인트 : 1245]랭커답게 입 쩍 벌어질 정도로 높은 기본 능력치의 수민.
“와! 수민이 쩌네?”
“탑랭커는 다르구나.”
다른 선수들도 그걸 보고 감탄하자 수민은 어깨를 으쓱했…….
“히이익?! 이, 이게 뭐야?!!!:
하지만 거기다 찬물을 끼얹어 버리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비명의 주인은 바로 진아.
“왜 그래?”
선수들의 물음에 진아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연신 재호의 능력치 정보와 동료들을 번갈아 봤다.
[lv.250 알시아] [정령화장(후계 등급)] [힘 : 314] [지능 : 281] [민첩 : 334] [체력 : 324] [마나 : 311] [미사용 스텟 포인트 : 1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