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761
760화
재호가 가진 명단 속 암매상들의 이름과 드시가 확인한 정보를 대조해 보는 데엔 시간이 조금 걸렸다.
테일러의 귓속말을 통해 내용을 전달하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재호가 직접 라셀 왕국으로 가면 좋을 테지만…….
-그러게? 네가 직접 와도 되잖아. 웨이포인트도 연결되어 있는데.
“시간이 안 맞아.”
웨이포인트도 지역마다 정해진 배차 시간이 있거늘, 아무리 자신이 엘리시아 화원의 주인이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평소에 잘만 그러고 다니면서 왜 그러냐?
“…….”
-그냥 귀찮아서 그런 거지?
뭐, 그런 이유가 아예 없진 않았지만… 아니, 사실 그보다는 오이미즈와 가디언 길드를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터지든, 장소는 이곳이 될 테니 재호가 자리를 비울 수는 없었다.
“그리고 어차피 이름만 알려 주고 찾아보는 건데 굳이 갈 필요는 없지. 아무튼 빨리 찾아보기나 해 줘.”
-알았어. 지금 한창 뒤져보고 있는 거 같으니 기다려.
그리고 약 20분 뒤, 드시는 결과를 알려 주었다.
재호가 가진 명단에서 추려진 열다섯 명.
“…열다섯 명? 내가 알려 준 명단이 스무 명인가 그러지 않았었나?”
추렸다고 하기에 너무 민망한 숫자.
-어쩔 수가 없대. 가명을 쓰는 경우가 워낙 많은데다 제대로 된 몽타주도 없어서.
“아…….”
가명일 거라곤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물론 몽타주를 가지곤 있지만, 이걸 저쪽에 보여 줄 방법도 없었고 말이다.
이러면 다시 막막해지는 상황.
-야, 그러면 나랑 드시가 그리로 넘어갈까?
“응? 드시가?”
-어. 이야기를 듣더니 오이미즈 관련 일인 거 같은데 자기가 직접 가서 도와주겠다네?
“뭐, 드시가 직접 와 준다면 최고지.”
-…나도 같이 간다고 말한 거 들었지?
“배부른 소리 하지 마. 너 라셀 국왕도 만나야 한다며?”
-…….
냉정한 지적에 할 말이 없어진 테일러.
재호는 아무리 라셀 국왕이 자신에게 호의적이라고 하더라도 그렇게까지 욕심을 내는 건 무례라고 생각했다.
그랬는데…….
“응? 이야기하니까 빨리 가 보라던데?”
…라고 바로 앞에서 이야기하는 여행자 차림의 테일러.
기어코 아고니 왕국까지 찾아온 것이다.
“라셀 국왕한테 내 이름 팔아서 헛소리한 거 아니지?”
진지하게 드는 의심.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오고 싶어서 거짓말을 한 것 같았으니 말이다.
“아, 아니야! 평소에도 너한테 빌붙어서 뽑아 먹을 게 있으면 최대한 뽑아 먹으라고 하던 게 라셀 국왕이라고!”
“…….”
적나라한 표현에 어쩐지 무거워지는 마음.
“그, 그래……. 그런데 드시는?”
막상 중요한 사람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아, 근처에 있을 거야.”
“근처에 있다고?”
“응. 조용히 따라오겠다고 하더라고. 접선 장소도 미리 준비해 놓았다고 하더라.”
역시 정보를 다루는 사람답게 철저히 준비해 놓은 모양이었다.
“이쪽으로 와. 내가 안내할게.”
그렇게 테일러를 따라 도착한 곳은 허름한 여관.
그리고 2층의 작은 방으로 들어간 뒤, 약 5분 정도 기다리자 한 중년 남성이 안으로 들어왔다.
“오랜만입니다, 알시아 님.”
“음?”
인사를 하는 걸 보면 기다리던 사람이 맞는 거 같은데…….
재호는 잠시 자신이 알던 드시와 테일러가 아는 드시가 다른 사람인가 생각했다.
“하하, 변장 중입니다. 아무래도 이쪽 업계에선 제 얼굴도 제법 팔렸으니 말입니다.”
“아, 그렇긴 하겠네.”
레드벌룬에서 꽤 높은 직급을 가진 드시였으니 당연했다.
“그래서 이름도 잠시 가명으로 불러 주셨으면 합니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 지금부터 제 이름은 킹 암스트롱이라고 불러 주십시오.”
“…너무 멋 부린 이름 아냐?”
“예?”
“굳이 킹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야 하는 거야?”
“어쩔 수 없습니다. 이미 그 이름으로 저는 웨이포인트를 이용했고 아고니 왕국에 들어왔으니 말입니다.”
“그따위 이름인데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고?”
“의심할 게 어디 있습니까?”
“…아냐. 됐어.”
어쨌든 본인이 그렇게 정했다고 하니 따를 수밖에…….
“아, 나도 가명을 쓰는 걸 말 안 했군. 브래드 피ㅌ…….”
“됐어. 그만해.”
보나 마나 테일러는 헛소리일 터.
‘참… 테일러랑 드시 두 사람이 같이 있는 걸 보니…….’
분명 두 사람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들인데, 이상하게 믿음이 안 생기는 캐릭터들이었다.
“혹시 ‘두 사람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들인데, 이상하게 믿음이 안 생기는 캐릭터.’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
“응? 당연히 아니지.”
테일러의 의심에 재호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무튼 오느라 고생했어. 덕분에 일이 쉬워지겠네.”
“후후, 좋습니다. 그럼 그 몽타주를 좀 볼 수 있겠습니까?”
“자, 여기.”
재호는 아고니 왕국에서 받은 몽타주들을 내밀었고, 드시는 빠르게 그것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흠, 이 사람은 말단이고… 이 인간은 퇴물. 그리고…….”
확실히 몽타주가 제공되니 처음에 말했던 열다섯 명에서 숫자는 팍팍 줄어들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남은 건 두 사람.
“리에로 그리고 카밀. 이 두 사람이 명단 내에서 가장 강한 영향력을 가진 자들입니다.”
“두 명이라…….”
“둘 다 암매상이긴 한데, 문제가 있습니다.”
“어떤 문제?”
“둘은 서로 다른 세력입니다.”
“세력이 다르다고?”
“그렇습니다. 서로 경쟁업자인데, 둘 중 가디언 길드가 거래하는 쪽이 어디일지는 더 조사해 봐야 할 것 같군요.”
“굳이 그럴 필요 있어? 둘 다 족쳐 보면 되잖아.”
테일러의 말에 재호도 동감했다.
“맞아. 어차피 서로 경쟁자라며? 그러면 잘못 찾아가도 경쟁자를 치는 일이라면 환영하지 않을까?”
“뭐, 일리가 없진 않습니다만, 이쪽 세계의 일이 또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서 말입니다. 한쪽을 건드리면 다른 한쪽은 지레 겁먹고 몸을 사릴 겁니다. 어쨌든 동종업계인 이상, 칼날이 언젠가는 자신을 향할 거라고 생각할 테죠.”
“그럼 좀 더 자세히 파악할 때까지 기다리자?”
“개인적인 의견은 그렇습니다.”
“그럼 시간은 얼마나 걸릴 것 같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일단 저희 쪽 정보원을 이곳에 심는 작업이 필요한데다 이쪽 동네의 입 싼 녀석들을 찾아 물밑 작업도 좀 하려면…….”
“그럼 너무 길지 않아?”
“원래 이쪽 일이 그렇습니다. 은밀함과 인내심의 싸움이죠. 게다가 레드벌룬은 아고니 왕국과 접점이 거의 없던 곳이라 어쩔 수 없습니다.”
“쯧……. 알았어. 일단은 그렇게 하자고.”
“아, 그리고 알시아 님 역시 자체적으로 조사를 진행해 주십시오.”
“응? 그러면 오히려 저쪽한테 경계심만 주는 거 아냐?”
“그렇긴 하지만 이미 알시아 님이 아고니 왕국에 온 것은 알 만한 이들이 다 알지 않습니까? 방문 목적도 대강은 짐작하고 있을 텐데, 오히려 손 놓고 가만히 있는 게 더 수상하게 보일 겁니다.”
“오호, 그것도 그렇긴 하네.”
“알시아 님이 휘젓고 다니면 이목은 완벽히 그쪽으로 쏠릴 테죠. 그러면 저희 쪽에서 침투하기 더더욱 편해질 것입니다.”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그리고 운이 좋으면 재호도 의외의 정보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고 말이다.
“그럼 나는 뭐하고 있을까?”
“?”
불쑥 끼어드는 테일러.
“너? 너는 뭐… 돌아가도 되지 않나?”
굳이 안 와도 됐을 사람이 온 상황.
갑자기 써먹으려 해도 딱히 떠오르는 곳이 없었으니…….
“아! 그럼 브래드 핕 님은 저를 도와주시겠습니까? 최고의 암살자답게 저희 정보원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잠입 능력을 갖고 있으시지 않습니까?”
역시 NPC에겐 잘 먹히는 테일러의 위엄.
“후후, 물론이지. 그런데 브래드 핕이 아니라 브래드 피ㅌ…….”
“좋아. 그럼 정보 캐는 건 둘에게 맡겨 두고, 나도 나대로 움직이고 있으면 되는 거지?”
“예. 필요한 일이 있으면 접선 장소와 함께 연락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브래드 피ㅌ…….”
그렇게 대화를 마친 뒤, 재호는 개인적인 조사… 아니, 분탕을 일으키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 * *
드시의 예상대로 현재 재호의 일거수일투족은 아고니 왕국의 모두가 집중하고 있었다.
정보를 다루는 뒷골목 패거리들은 물론, 아고니 왕실, 오이미즈… 그리고 가디언 길드까지.
“알시아…….”
몇 개의 촛불로 밝혀진 공간.
그 허름한 공간에서 뼈로 만들어진 의자에 가디언 길드의 길마 장패드가 앉아 있었다.
“기어코 또 우리를 방해하려는 거군.”
그는 재호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진작 접한 상태였다.
“빌어먹을 자식. 오히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은 꽃집에 좋은 건데 왜 나서는 거야?”
장패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이 한마디에서 알 수 있듯, 가디언 길드는 엘리시아 화원의 눈치를 많이 보며 일을 진행한 상태였다.
굉장히 굴욕적인 일이지만, 자신들의 처지를 생각하면 그러지 않을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현재 가디언 길드는 대륙에서 활동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무리 그들이 머릿수로 밀어붙인다고 하더라도 뉴월드 전체를 상대로 버틸 수는 없는 노릇.
특히 제국이 자신들을 노리는 것이 치명적이었다.
몇 명이 있든, 제국 정예 기사의 칼질 한 번에 수십 명의 목이 날아가 버릴 정도로 무력 차이가 큰 탓이었다.
해서 이렇게 어둠 속으로 숨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생존과 더불어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골드가 필요한데,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은 현재 끊어진 상태.
그래서 그들은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그것이 바로 짝퉁 포션 생산.
사실 포션에만 한정된 건 아니었다.
다른 짝퉁 물건들도 찍어 내 경매장에 팔아 대고 있었는데, 이번 포션 사태가 워낙 큰 사건이다 보니 이슈가 된 것.
물론 그만큼 수입이 달달하기도 했고 말이다.
거래소 이용 또한 최대한 그들을 추적할 수 없도록 거래자를 여러 차례 거치며 은밀하고 복잡하게 진행했다.
특히 엘리시아 화원에 걸리지 않도록…….
그 집요한 자식의 눈에 띄는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으니까.
“그런데 젠장!! 왜 또 우릴 걸고 넘어지냐고!!”
물론 장패드는 절대 자신들을 찾아내지 못할 거라고 자신했다.
그 누구도 찾을 수 없는 장소에 숨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런데도 계속 드는 이 지독한 불안감은 뭐란 말인가?
저벅저벅-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으로 나온 장패드.
그러나 바깥은 방금 있던 내부보다 더 어두웠다.
빛이라곤 조금도 보이지 않는 끝없는 어둠.
게다가…….
[강렬한 독기가 점점 당신을 침식합니다.]경고 알림과 함께 그의 체력이 빠르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독하리만치 척박한 환경.
마치 현 가디언 길드의 상황을 보여 주는 것 같은 심연…….
스으-
고개를 든 장패드는 저 높이, 희미하게 새어 들어오는 빛을 올려다보았다.
“그래……. 녀석은 우릴 절대 못 찾을 거다. 걱정할 것 없다. 난 잘하고 있다.”
가디언 길드의 전 길마 피로크를 떠올린 장패드.
‘그 자식이 싸 놓은 똥을 깔끔하게 처리한 뒤, 다시 저 빛의 세계로 날아오르리라.’
그는 주먹을 불끈 쥐며 다짐했…….
부르르-
그 순간,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은 장패드.
“뭐지?”
갑작스러운 이상 현상에 시스템을 확인해 보지만, 아무것도 뜨지 않았다.
“젠장. 그 자식 생각만 해도 이렇게 기분 나쁠 수가 있나.”
침을 탁 뱉곤 다시 안으로 들어간 장패드.
그는 알지 못했다.
“…여기 참 숨기 좋아 보이는데…….”
아고니 왕국을 들쑤시고 다니던 재호가 때마침 아고니 왕국의 특이한 지형 틈새, 갈라진 땅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단 것을…….
그리고 방금 두 사람의 시선이 서로 교차했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