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762
761화
며칠 동안 아고니 왕국에 머무르며 재호는 나름대로 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드시의 부탁대로 이리저리 쑤시고 다니는 수준에 불과했다.
운이 좋으면 괜찮은 정보도 하나쯤은 운 좋게 건지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역시 노력 없는 성과는 없었다.
“그렇다고 하기엔 지금까지 네 쌓아 온 성과들은 운이 작용한 부분이 더 많지 않아?”
테일러가 그렇게 초를 치긴 했지만…….
그렇게 소득 없이 돌아다니는 재호는 이제 관광객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되었다.
마음가짐 또한 완벽히 관광객이 되어 돌아다니자 지금까지 눈에 들어오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아고니 왕국의 특이한 지형.
이곳에 있으면 잘 느껴지지 않지만, 실제로 아고니 왕국은 상당한 고지대에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산 위가 아니었다.
버섯 형태의 거대한 돌기둥들 위를 지반으로 삼아 도시가 형성된 곳이 바로 아고니 왕국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 특이한 지형엔 [왕버섯 골짜기]라는 직관적인 이름도 가지고 있었다.
처음 아고니 왕국을 방문했을 당시, 차르밍 국왕은 이 골짜기 아래에 거인들이 살았다는 전설이 있다고 말했었다.
다만 현재는 그 어떤 생명체도 살 수 없는 지독한 죽음의 땅이 되었지만…….
그래서 지금까지 재호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곳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어디 가세요?”
재호와 함께 조사하는 ‘척’을 하고 다니던 베스코는 갑자기 도시 외곽으로 향하는 재호에게 물었다.
“아, 좀 확인할 게 있어서요.”
왕버섯 골짜기를 자세히 내려다볼 수 있는 틈새는 도시 쪽엔 없었다.
최외곽으로 나가야 큼직큼직한 균열이 있어 아래를 조금 내려다볼 수 있었다.
예전에 차르밍 국왕의 안내를 받아 왕국을 구경할 때도 그랬었고 말이다.
하지만 아고니 왕국 쪽에서는 안전을 이유로 골짜기 틈새로 사람들이 향하는 걸 엄격하게 차단하고 있었다.
“정지! 멈추십시오! 이곳은 아고니 왕실에서 접근을 금지한 곳입니다!”
그리고 재호가 다가가자 병사들이 바로 막아섰다.
하지만 그건 아주 잠깐.
“아! 알시아 대왕님이셨군요. 들어가셔도 됩니다.”
병사는 재호의 신분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물러났다.
“차르밍 폐하께서 알시아 대왕님의 편의는 최대한 봐 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와…….”
새삼 느끼는 재호의 남다른 영향력에 베스코는 탄성을 흘렸다.
보통 병사 NPC들이 이 정도로 플레이어에게 호의적인 경우가 잘 없었으니 말이다.
아고니 왕국에 온 이후, 지금까지 받은 대접들도 놀랍거늘…….
지금까지 자신이 하던 게임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오이미즈 또한 바깥으로 나가면 귀족 대우를 받긴 했지만, 재호와 비교할 수준은 결코 아니었다.
‘이건 완전 상전이나 다름없는데?’
커뮤니티에서 재호에 대해 떠드는 것이나 오이미즈에서 생각하는 알시아의 이미지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것이다.
우습게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서 잘 와닿지 않았었는데, 실제로 본 재호는 너무 거대한 존재였다.
서서히 자신이 어떤 사람과 한배를 탔는지 느끼기 시작한 베스코.
“혹시 괜찮으시면 제가 안내해 드려도 되겠습니까? 길을 모른 채로 이 너머를 다니기엔 너무 위험합니다.”
“그럼 잠시 부탁하겠습니다.”
경비병의 말에 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번 차르밍 국왕과 함께 구경하면서 이곳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보았었다.
애초에 눈에 훤히 보일 정도로 뻥 뚫려 있는 균열은 별로 위험하지도 않았다.
진짜 위험한 건 우거진 수풀에 가려진 작은 균열들로, 길을 모른 채 그냥 돌아다니다간 아래로 쑥 빠져 버리는 것이다.
“이곳이 금지된 건 아고니 왕국이 시작된 초창기부터였다고 합니다. 끊이지 않는 사고 탓에 초대 국왕 폐하께서 막으셨다죠.”
경비병은 가이드를 자처하며 이곳에 관해 이야기를 해 주었다.
차르밍 국왕에게도 많은 이야기를 들었었지만, 경비병에게는 조금 다른 걸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한창 겁 없는 아이들은 이곳에서 담력 테스트를 하곤 했죠. 어린 시절, 저도 그랬고 말입니다. 하하!”
“그러면 여기를 지키는 병사들은 알면서도 슬쩍 눈감아 주는 건가요?”
“뭐, 어느 정도는 그런 셈이지요. 물론 선은 있습니다. 아이들의 모험심은 지켜 주되, 안전을 위한 기준은 저희 나름대로 세워져 있습니다. 제가 이곳을 지키는 경비병이 되어 보니 알겠더군요. 과거부터 이어져 온 나름의 전통이란 걸 말입니다.”
어찌 보면 왕명을 어긴 병사라며 누군가는 꾸짖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재호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억지로 막으면 오히려 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겠죠.”
“하하, 맞는 말씀입니다. 이렇게 적당히 풀어 주는 것이 오히려 더 안전합니다. 그리고 정말 위험한 곳은 대왕님께서 보신 것보다 훨씬 엄격하게 출입을 제한하고 있죠.”
그렇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더 깊숙하게 진입한 그들.
그리고 예전에 차르밍 대왕과 함께 왔던 거대한 균열 앞에서 멈추었다.
“높은 분들께서 방문 시, 폐하의 허락을 하에 구경이 허락된 대균열 중 하나입니다.”
“맞아요. 전에 차르밍 국왕님과 한 번 온 적이 있어요.”
“아!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잘 알고 계시겠군요. 그럼 잠시 편히 관람하고 계십시오. 저는 지나 온 출입 통로에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병사가 자리를 벗어난 뒤, 재호는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새카만 균열 틈을 내려다보았다.
“으……. 으스스한데요?”
마치 거대한 몬스터의 아가리와 마주한 것 같은 느낌에 베스코가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래에서 휘몰아치는 바람 소리도 꼭 괴물의 괴성 같았으니…….
훌쩍-
“으악?!”
그때, 갑자기 재호가 안전 펜스를 넘어 아래로 뛰어내리자 베스코는 숨을 컥 들이켰다.
갑자기 벌이는 자살 행위에 다리가 휘청거렸지만…….
텁-
아래에 발을 디딜 충분한 공간이 있단 걸 뒤늦게 확인하곤 가슴을 쓸어내렸다.
“뭐하세요?! 거기 있다 혼나면 어쩌려……?”
문득 베스코는 옆에 선 티나가 너무 태연한 것에 잠시 당황했다.
아주 잠깐, 자신의 반응이 이상한 것인가 의문이 들었으나…….
“아이고! 대왕님!! 왜 그러십니까?!”
비명을 듣고 달려온 병사의 반응을 보면 자신이 정상이었다.
“위험합니다! 어서 올라오십시오!”
“아, 걱정하지 마세요. 금방 갈게요.”
재호는 병사를 달래 준 뒤, 조심스레 아래를 살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완벽한 어둠.
“여기 참 숨기 좋아 보이는데…….”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상, 가디언 길드는 분명 아고니 왕국 어딘가에 숨어 있었다.
하지만 그만한 인원수가 완벽하게 모습을 감추는 건 불가능한 일.
물리적으로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대륙 그 어디라도 가디언 길드가 숨는다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 아래라면……?
수십만 명의 사람이 숨기에 저 아래보다 완벽한 장소가 있을까?
지독한 독기 탓에 그 어떤 생명체도 생존할 수 없다고 하지만, 플레이어들은 또 모를 일이었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냈을지도…….
재호는 어둠을 훤히 꿰뚫어 볼 수 있는 만능 아이템을 꺼내 아래를 살폈다.
하지만 이 어둠은 깊이 때문에 시야가 제한된 것이기에 바닥까지 확인할 순 없었다.
“혹시 이 아래로 내려가는 길은 따로 없습니까?”
재호는 고개를 돌려 병사를 향해 물었다.
어릴 때, 제법 모험을 즐겨 보았다는 그라면 혹시 이 골짜기와 관련한 비밀 하나쯤은 알고 있을지도 몰랐으니 말이다.
“내려가는 곳 말입니까? 글쎄요. 적어도 제가 아는 곳은 없습니다만……. 그보다 불안한데 제발 올라오시면 안 되겠습니까?”
거의 울기 직전인 병사를 위해 재호는 얼른 다시 올라왔다.
“후… 감사합니다. 혹시 또 사람을 놀라게 할 일을 계획하시는 건 아니죠?”
“아, 일단은 없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일단이라고요?”
더 걱정하게 만드는 대답에 병사의 다리가 크게 휘청거렸다.
“하하, 농담이시죠?”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았다.
‘이 아래를 한번 확인해 봤으면 싶은데…….’
하지만 차르밍 국왕에게 직접 물어서는 얻을 수 있는 정보가 그리 많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 장소에 대해 무척 보수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게 느껴졌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그런 생각으로 차르밍 국왕을 찾아가 보았지만, 답은 역시나였다.
“제가 아는 한, 저 아래로 내려간 존재는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선대에서 엄격히 금지했고,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다음 목적지는 정해져 있었다.
“아이들을 만나 봐야겠어.”
골짜기에서 만났던 병사는 자신 역시 지금 아이들과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어린 시절과 지금의 아이들은 절대 똑같지 않았다.
분명 그가 모르는 최신(?) 탐험이 요즘 아이들에겐 있을 터였다.
* * *
아이들을 통해 정보를 얻겠다던 재호의 계획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일반 성인 NPC도 재호를 마주하면 두 다리가 덜덜 떨리기 부지기수인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뉴월드에서 재호는 아이들과 대화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드시를 통해 해당 조사를 요청했고,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이거 의외의 소득입니다!”
접선 장소에서 만난 드시는 기뻐하며 소리쳤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실마리가 잡혔지 뭡니까?”
“설명부터 좀 해 주고 같이 기뻐하자고.”
“아, 물론입니다. 알시아 님이 말씀하신 대로 아고니 왕국 내의 아이들에게 정보를 캐 보았는데 말입니다…….”
아이들에게 정보를 얻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간식거리와 장난감을 선물하면서 적당히 꼬드기면 술술 나왔으니 말이다.
그래서 골짜기 인근 마을의 골목대장 아이를 알게 되었다.
그 아이에게서 정보를 얻는 건 다른 아이들보다 더 쉬웠다.
바로 자신의 대단한 모험담을 자랑하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였기 때문.
“알시아 님의 의심대로였습니다. 이곳의 아이들은 자신들만 아는 ‘진짜 사나이들만 가는 비밀 던전’이라는 장소가 있다더군요. 그리고 거긴 골짜기 아래쪽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드시가 이토록 흥분했을 리 없었다.
“그리고 마침 제가 따로 조사하던 것과도 이 정보가 맞닿아 있었습니다. 자기들이 웬 겁쟁이 어른들을 위해 그곳을 안내해 준 적이 있다지 뭡니까?”
“겁쟁이 어른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재호는 드시가 이토록 기뻐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무조건 가디언 길드네.”
“맞습니다. 그 아이가 가디언 길드인지 뭔지 알지는 못하지만, 꽤 많은 사람이 저 아래로 갔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하나 의문이 남는 건 있었다.
“정황상 가디언 길드가 저 아래로 숨은 건 이제 확실해졌는데……. 분명 저 아래는 사람이 살 수 없다고 들었거든?”
“저도 그게 의문이었는데,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어느 정도까지는 안전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인근 주민들도 그곳에서만 자라는 약초 등을 구하기 위해 몰래 내려가곤 한답니다. 독기라고 하더라도 즉사할 수준은 아닌 모양입니다.”
“그랬구나…….”
역시 공권력은 완벽하지 않다는 걸 재호는 다시금 느꼈다.
병사들이 철저히 지킨다곤 하지만, 결국 사람들은 필요에 의해 저 아래를 계속 들락거리고 있었다는 뜻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