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763
762화
드시가 알아낸 건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 골목대장 아이는 ‘대장’이라는 칭호가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많은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요즘 그 동네에 이상하게 부유해진 이들이 좀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조사를 해 봤는데, 앞서 말했던 약초꾼들을 중심으로 재산이 크게 늘었다고 하더군요.”
그 일대의 약초꾼 집안의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 봐도 같은 증언을 했다.
“갑자기 좋은 옷,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게 되었답니다.”
단순하지만 직관적인 아이들의 증언.
“지금 해당 사안에 대해 조사가 진행 중이라 아직 확실하게 확인이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예상대로라면 지금까지 미궁 속에 있던 암거래상을 추적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다음 날 재호가 다시 접속했을 때, 마침내 기다리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지렁이 상단의 리에로. 이자가 가디언 길드와 직접 거래를 하는 자입니다.”
드시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가디언 길드는 포션의 재료를 약초꾼들을 통해 수급하고 있었습니다. 그들만 아는 은밀한 경로로 거래가 꾸준히 이어졌던 겁니다. 기존에 파악해 두었던 중간 거래상들을 대입해 역추적해 본 결과 확실해졌습니다.”
아고니 왕국이 암매상 명단이나 다른 중간 거래상들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음에도 더 이상의 추적이 불가능했던 이유.
“약초꾼들의 존재가 빠져 있었던 거죠. 그들에 대한 인지가 없으니 추적은 물론, 가디언 길드가 자신들의 발아래에 있을 거란 생각조차 못한 겁니다.”
다만 하나 의문인 점은 ‘약초꾼에 대한 정보를 아고니 왕국 내 경쟁자들인 다른 정보상들이 정말 몰랐을까?’란 점.
만약 알았다면 이걸 빌미로 얼마든지 지렁이 상단을 공격할 수 있었을 터였다.
“다들 알고도 묵인한 걸 겁니다. 주거래 상대가 지렁이 상단이긴 하지만, 그들 또한 반사이익을 누리긴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결국 정리하면 모두가 한통속이었다는 뜻이었다.
“근데 이거 되게 위험한 거 아냐?”
사실 어느 왕국이나 이런 뒷골목 조직은 자리하고 있었다.
엘리시아 화원 또한 마찬가지였고 말이다.
다만 심각한 불법 행위를 벌이지 않는 이상 공권력이 나서는 경우는 잘 없었는데, 이번 일 같은 경우에는…….
“사실상 반역 행위 아닌가?”
거래 상대가 가디언 길드라는 점이 문제였다.
아고니 왕국은 과거 가디언 길드를 대상으로 전쟁을 선포했을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런데 아고니 왕국 발아래에 숨은 적들을 도와주고 있었으니…….
“암흑가에 몸담은 인간들이 그런 걸 신경 쓰겠습니까? 오히려 불쌍해진 건 주변의 약초꾼들이죠. 그들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른 채 가디언 길드와 중간 거래자 역할을 해 왔으니 말입니다. 보아하니 저 아래 그만큼 많은 사람이 있는지도 모르고, 단순히 임모탈리언 탐험가 정도로만 알고 있더군요.”
“아…….”
아마 이 사실이 왕실에 알려지면 어떤 식으로든 처벌을 받을 것이다.
차르밍 국왕의 관대함이 어느 정도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 세계에서 왕은 절대적이며, 그리고 그런 왕의 소유물인 왕국에 반하는 행위를 했단 것은 심각한 중죄였으니까.
암흑가의 정보상, 암매상들은 꼬리를 자르고 요리조리 잘 빠져나갈 것이며, 남는 건 오직 약초꾼들밖에 없을 게 뻔했다.
“뭐, 어쩔 수 없는 대가지요. 그들이 반역 행위를 통해 부를 축적한 것은 사실이니 말입니다.”
“뭐 방법 없겠어?”
“예? 방법이라뇨? 설마 정말 약초꾼들을 다 구해 주기라도 하려는 겁니까?”
드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굳이 왜 그렇게 피곤한 선택을 하려는 겁니까?”
“불쌍하잖아. 가디언 길드라는 걸 알고 있었으면 모르겠지만, 이 사람들은 전혀 몰랐다며?”
“아뇨. 사실 거짓말입니다. 전부 한통속이죠. 가디언 길드라는 것도, 반역 행위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 돈 때문에 그런 거란 말입니다.”
[상대는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죄송합니다.”
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드시는 얼른 사과했다.
“뭐, 나쁘게만 생각하지 말자고. 오히려 이건 너한테도 기회라고.”
“어째서 그렇게 되는 겁니까?”
“이참에 아고니 왕국에 자리 잡은 녀석들을 쫓아내거나 흡수해서 레드벌룬이 자리 잡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어……. 물론 그건 좋은 일이죠.”
레드벌룬이 대륙 전체의 정보를 다루긴 하지만 주 무대는 라셀 왕국, 엘리시아 화원에 국한된 것이 사실.
뤼니오르의 의지가 어떤지는 모르지만, 중간 관리자로서 영향력 확장의 기회를 만들어 내는 건 결코 나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또 모르지 않습니까? 실컷 고생해서 얻은 걸 ‘누가’ 몽땅 불태워 버린 전적이 있는데…….”
과거 룬가 왕국 쪽 조직인 황금매와 충돌 당시, 드시는 재호와 함께 그곳을 뒤집어 버리고 레드벌룬의 영향력을 크게 끌어올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룬가 왕국을 장악한 가디언 길드와의 싸움으로 기반이 모조리 날아가 버렸으니…….
이번에도 드시는 묘한 기시감을 느끼고 있었다.
“에이, 그때랑 지금은 다르지. 그리고 정확히 말하면 룬가 왕국이 아니었잖아. 가디언 길드였지. 그리고 아고니 왕국은 우리랑 동맹이야. 그런 일은 없어.”
틀린 말이 아니긴 했지만…….
“…에휴, 좋습니다. 사실 고민해 봐야 결국 답은 정해져 있는 일이겠죠.”
결국 드시는 재호의 의지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 일에 휘말린 일반인들을 구제하려면 아고니 쪽 조직들과의 연결 고리를 지워야 합니다. 하지만 이미 전문가인 그들은 만일을 대비해 가짜 증거들을 만들어 놓았을 겁니다. 저희는 그걸 훔쳐야겠죠.”
물론 그것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약초꾼들은 가디언 길드와의 거래를 통해 증식한 재산을 내놓아야 할 겁니다. 그걸 계속 가지고 있다간 괜한 의심을 받을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이 두 가지가 꼬여 버린 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조건이었다.
“그들이 저희 계획을 이해하고 협조하기로 한다면 가디언 길드와의 거래가 모두 의도된 계획 일부라고 포장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문제는…….”
과연 약초꾼들이 이걸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했다.
개중에는 오히려 레드벌룬을 사기꾼이라 생각해 업자들에게 정보를 바칠지도 모를 일.
“일단 조심스럽게 시도해 보긴 하겠지만,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저 평범한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반응을 보일지 말입니다. 알시아 님 성격상, 폭력을 쓰지는 않을 테니…….”
“음?”
잠자코 듣고 있던 테일러의 강한 의문.
마치 ‘맨날 주먹을 휘두르던 인간인데 무슨 소리 하는 거냐?’ 같았다.
“흠흠, 아무튼 그래서 암매상과 다른 정보상들이 마련해 놓은 자료들을 먼저 훔쳐야 한단 겁니다. 만일에라도 약초꾼들이 저희의 회유를 업자들에게 고발할 경우, 일이 복잡해질 테니 말입니다.”
“좋아. 이해했어. 그럼 테일러를 쓰자.”
재호의 막힘없는 발언에 테일러가 고개를 갸웃했다.
“???”
“왜? 도와주려고 온 거잖아.”
“아! 맞다. 아무 생각 없이 또 부려 먹나 하고 생각했지 뭐야.”
사실 정해진 루트였다.
테일러만큼 잠입에 능숙한 사람은 적어도 이 자리에선 없었으니 말이다.
“좋습니다. 그럼 우선 테일러 공작님께서는 각 조직의 내부 구조와 중요 문서들의 위치 및 비밀 장치 등을 확인해 주십시오.”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건 그 이후의 일.
“그럼 시작해 보죠.”
“좋아. 맡겨만 두라고.”
자신만만하게 외친 테일러는 드시에게 각 조직의 위치를 표시한 지도를 받았다.
그리고 드시는 같은 지도를 재호에게도 건넸다.
“알시아 님은 테일러 님의 움직임에 맞춰 이 조직들이 운영하는 술집이나 도박장을 들락거려 주시겠습니까?”
의외의 요청이었지만, 재호는 그 부탁의 진짜 목적을 바로 이해했다.
“걔들을 불안하게 만들라는 거군.”
재호가 노골적으로 그들의 겨냥한 듯한 태도를 보일 경우, 본능적으로 가장 중요한 물건부터 신경 쓸 터.
그만큼 잠입한 테일러는 목표물을 더 정확히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맞습니다. 그들은 알시아 님의 등장만으로도 허둥지둥하게 되겠죠. 알시아 님의 악명… 아니, 위명을 그들이 모를 리 없으니 말입니다.”
지금까지는 여기저기 무턱대고 들쑤시고 다녔다면, 이제는 확실히 경고하는 것이라 할 수 있었다.
너희들을 노리고 있다고…….
* * *
재호는 드시가 정해 준 순서대로 술집들을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이 보이는 반응은 하나같이 같았다.
흠칫-
재호가 들어서는 순간, 왁자지껄하던 선술집이 일순간 조용해졌다.
그리고 재호에게 집중되는 이목.
인근 마을 주민들이 이용하는 조용한 술집과 어울리지 않는 험악한 남자와 엘프가 나타났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재호는 그리 단순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내가 누군지 아는 눈치군.’
바텐더나 몇몇 손님들의 경우, 단순히 재호의 외모나 존재감에 당황한 게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무,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겁에 잔뜩 질린 바텐더의 질문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냥 손님으로 왔는데 굳이 저런 질문을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널 산적이라고 생각한 건 아닐까?
-충분히 가능성 있어.
꼰대의 말에 징징이도 공감했지만, 재호의 감은 말하고 있었다.
저 사람의 눈동자는 재호에게 겁먹은 게 아니라 무언가 감추고 있어서라는 걸…….
-아, 경험에서 나온 거라면 할 말이 없지.
-그건 인정이지.
무시할 수 없는 근거에 순순히 수긍하는 두 정령.
텁-
재호는 그 앞에 앉아 손을 척 내밀었다.
“시원한 맥주 한 잔.”
모든 술집마다 돌아다니며 하는 일이라곤 맥주만 마시는 것.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상대를 지그시 바라보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러고만 있어도 가게 내 다른 조직원이 윗선에 재호의 방문 소식을 전할 테고, 그렇게 되면…….
-이 녀석들 이제는 네가 나타났다 하면 바로 움직이는데?
미리 잠입한 테일러가 그들의 움직임을 확인하며 내부를 살피는 것이다.
테일러의 말처럼, 재호가 워낙 여러 곳을 다니다 보니 이제는 수색 대상들이 알아서 요란하게 움직여 주었다.
그만큼 테일러의 운신은 자유로워졌고, 수색은 점점 더 빨라졌다.
-위치 확인했어. 이제 나오면 돼.
약 10분 뒤, 돌아온 귓속말에 재호가 남은 맥주를 마저 마시고 돌아 나가려는 그 순간.
텁-
누군가 재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
고개를 돌리자 재호를 향해 묘한 미소를 띤 한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온통 새하얀 머리카락 유독 눈에 띄는 남자.
‘누구지?’
적이 아닌 것 같긴 했다.
그랬다면 재호를 향해 저 정도로 환한 미소를 보이진 않을 테니 말이다.
“하하하! 오랜만이오!”
그가 호탕하게 외쳤다.
그리고…….
“도신 앵글러!”
“음?”
그의 입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름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