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765
764화
드시는 재호에게 이야기를 듣자마자 일말의 고민도 없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그건 레드벌룬 쪽에서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정보인지라 놀라워했을 정도.
“약쟁이와 도박쟁이는 이상한 지점에서 단결한다더니 지금이 딱 그런 셈이군요. 이 사실은 아고니 쪽의 조직들도 거의 모르고 있던 것 같은데 말입니다.”
만약 알았다면 그들이 지금처럼 잠자코 가디언 길드와 거래를 하는 건 없었을지도 몰랐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도박장 수입이 영 시원찮다는 이야기가 많이 돌고 있다더군요. 아마 암금홍 쪽에서 흡수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드시는 이 기회에 가디언 길드 내부의 사정을 좀 더 파악하길 원했다.
어쩌면 가디언 길드의 본거지에 대한 실마리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를 일.
다만 침투를 위해서는 문제가 있었는데, 바로 재호의 존재감은 쉽게 가려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어깨를 접어도 헤비급인 재호였기에 너무 눈에 띄는 것이다.
“그냥 테일러를 보내면 안 되나?”
“도왕 산토는 신뢰할 수 없는 자입니다. 혹시나 알시아 님이 거절할 경우,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지 않습니까?”
“하긴… 그것도 그러네.”
그렇다면 대체 재호를 어떻게 잠입시키는가?
“그냥 저번처럼 갑옷 뒤집어쓸까?”
“그러면 더 의심받을 겁니다.”
드시는 단칼에 고개를 저었다.
“엘프 귀를 붙이는 건 어때요?”
티나의 제안은 대답할 가치조차 없었다.
“…그런데 말이야.”
재호는 문득 떠오른 의문에 입을 열었다.
“네가 하고 있는 그 변장 세트 효과 좋아 보이는데, 그냥 그걸 쓰면 안 돼?”
“예?”
드시는 아고니 왕국에 변장을 한 채로 들어와 지금까지 유지 중이었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감쪽같은 변장이었기에 그냥 재호도 그걸 쓰면 되지 않을까 싶었던 것.
“어… 이건…….”
눈에 띄게 당황하는 드시.
“왜? 비싼 거야?”
“…예.”
“얼만데?”
“그게… 돈으로 매길 수 없는…….”
우물쭈물하는 걸 보니 어지간히 비싸긴 한 모양.
“여분은 없어?”
“예. 제가 사용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걸 알시아 님이 쓰는 건 좀 그렇지 않습니까? 안에 제 땀이나 침, 콧물까지 다 묻어 있어서 굉장히 비위생적입니다.”
확실히 그건 별로 경험하고 싶지 않은 불쾌함이지만, 재호의 눈에 드시는 너무 과할 정도로 필사적이었다.
“…아, 죄송합니다. 알시아 님은 제가 거짓말하는 걸 알아보시겠군요.”
또 의 존재를 뒤늦게 떠올린 드시가 결국 자폭해 버렸다.
“사실 여분의 물건이 하나 더 있긴 합니다. 그런데 이거 진짜 귀한 거란 말입니다. 아무리 레드벌룬과 저를 위한 일이라 해도 애장품을 다른 사람에게 준다는 건…….”
“에이, 누가 달래. 그냥 빌리는 거야.”
너무나 전형적으로 들리는 이야기에 드시는 고개를 푹 떨궜다.
“그리고 나 그렇게 양심 없지 않다는 거 알잖아?”
“?”
“??”
-???
-????
사방에서 쏟아지는 의문들.
“음? 왜들 그래? 나 진짜 보답은 다 한다고.”
그건 정말 틀린 말이 아니었다.
재호는 도움을 준 이들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늘 보답해 왔다.
외모는 험상궂지만, 가슴만큼은 따뜻한…….
“뭐, 그래……. 틀린 말이 아니긴 하지. 부려 먹히는 경험이 워낙 강렬해서 그것만 기억에 남는 것일 뿐이고…….”
테일러도 영 못마땅한 목소리로 인정했다.
따지고 보면 누구보다 재호에게 이용당한 테일러지만, 결국 지금은 라셀 왕국의 공작이 되어 겜생 최고의 시기를 보내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불곰 길드에서 탈출하고 한국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재호에게 큰 도움을 받기도 했고, 심지어 목숨까지 지켜 줬었다.
‘어? 생각해 보니 생명의 은인이잖아?’
충격적인 진실을 깨달은 테일러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자 재호는 혀를 찼다.
“쟤 또 혼자 이상한 생각 하네.”
테일러의 감동을 이상한 것으로 치부한 재호는 다시 드시에게 고개를 돌렸다.
“대가는 치를게. 혹시 원하는 조건이 있으면 이야기해 줘.”
“…….”
재호의 부리부리한 두 눈을 바라보면서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리가…….
“저, 정말 그래도 됩니까? 아무거나 이야기해도 되는 거 맞습니까?”
“물론이야.”
우득-
하지만 재호 뒤에 선 티나의 위협적인 목 돌림은 분명히 경고하고 있었다.
정신 놓지 말라고…….
“그… 그럼 조건으로 부탁 하나를 드리고 싶습니다.”
“부탁?”
“예. 알시아 님은 레드벌룬 님과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인 거 같은데… 맞습니까?”
“뭐, 모르진 않지.”
레드벌룬 소속의 모든 이들은 레드벌룬이 뤼니오르라는 사실을 몰랐다.
오직 전서를 통해서만 보고를 올리고 명령을 받는 처지.
그렇기에 드시는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을 재호에게 부탁하고자 했다.
“저 승진 좀 더 시켜 주십시오. 라셀 왕국 레드벌룬 조직의 가장 높은 자리로.”
* * *
재호는 드시의 청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아니, 오히려 생각보다 너무 쉬운 부탁이라 당황했다.
물론 승진을 무조건 장담해 줄 순 없었다.
그건 전적으로 뤼니오르의 결정에 달린 것이니까.
아무래도 드시는 재호와 보스의 관계가 생각보다 더 깊다고 확신하는 모양이었다.
말 한 마디면 자신을 라셀 왕국의 총책임자로 만들어 줄 수 있으리라 믿으면서 말이다.
‘뭐, 그 정도까진 안 되겠지만 어느 정도 들어주긴 하겠지.’
뤼니오르의 성격을 생각하면 재호의 부탁을 어느 정도 들어주긴 할 터.
‘뭐, 걔도 진짜 총 관리 책임자 자리를 생각한 건 아니겠지.’
일단 높게 지르며 본인의 진짜 목표는 숨기는, 그런 수법일 것이라고 믿었다.
그게 아니면 드시는 미친 걸 테고…….
어쨌든 그렇게 드시의 소중한 변장 도구를 이용해 얼굴을 가린 재호는 산토와 함께 암금홍 카지노를 찾았다.
‘여긴 약초꾼들이 이용한다던 그 길이 아니군.’
시작부터 얻게 된 귀한 정보.
숲속에 숨겨진 은밀한 땅굴 속으로 들어가자 펼쳐진 미로.
그곳을 요리조리 거닐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횃불로 밝혀진 절벽 길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 더 아래로 이동했다.
[주변의 오염된 공기가 당신을 호흡을 방해합니다.]“넌 괜찮은 거야?”
재호야 플레이어니 크게 문제없이 버틸 수 있다지만, 산토는 그렇지 않을 터.
“하하,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역시 느끼셨군요. 이것이 바로 암금홍 카지노가 벌이는 비열한 짓 중 하나입니다.”
“응?”
“이곳에 오랜 시간 머무르면 의식은 흐릿해지고 이성적인 사고가 점점 어려워집니다. 그 상태에서 게임을 하면 어떻게 될진 뻔하죠. 저들의 손장난에도 꼼짝없이 당하게 되는 겁니다.”
제법 그럴싸한 이야기였다.
실제로도 산소가 모자라면 사람은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어지니 말이다.
‘단, 그런 환경은 가디언 길드가 의도한 게 아니겠지만.’
왕버섯 골짜기의 지리적 특수성일 뿐, 가디언 길드가 만들어 내진 않았을 터였다.
‘그나저나 가디언 길드는 이 아래에서 도대체 어떻게 버티는 거지?’
그리 깊게 내려온 상황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벌써 독기가 영향을 미치는 걸 보면 바닥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할 터.
이 독기를 보면 생명체가 살 수 없다던 차르밍 국왕의 말이 잘못된 건 아니었다.
그렇다면 가디언 길드는 어떻게든 이곳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한 것은 분명했다.
‘이제부터 알아보면 되겠지.’
터벅- 터벅-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가는 재호.
그리고 마침내 절벽에 지어진 한 특이한 건물을 발견했다.
그 안에서 새어 나오는 불길하게 느껴지는 붉은빛.
“저곳이 바로 암금홍 카지노입니다.”
그렇게 안으로 진압한 재호와 산토.
“와… 이건…….”
사람들로 가득한 내부의 풍경.
자욱한 담배 연기와 진동하는 술 냄새가 바깥의 독기보다 더 지독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이런 환경에서 하면 맛이 가는 것도 이해가 되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보니 이미 산토는 눈이 반쯤 맛이 간 상태였다.
“도왕 산토가 돌아왔다!”
아주 동네방네 자신의 존재감을 발산하는 산토.
당연히 사람들의 시선은 두 사람에게 집중되었다.
“…굳이 이렇게 요란하게 등장할 필요가 있어?”
“흐흐, 본래 이렇게 기선 제압을 해야 하는 법입니다. 마침 제가 며칠 전에 밑밥도 깔아 놓았기 때문에 녀석들은 호구 왔다며 신나서 달려들 테죠.”
“?”
복수하겠다고 이를 빠득빠득 갈던 주제에 이제 와서 계획적인 척해 봐야 더 구차해 보일 뿐이었다.
“뭐야? 아저씨 또 왔어? 저번에 다 털린 줄 알았더니 어디서 돈 좀 구해 왔나 봐?”
그때, 두 사람에게 다가온 한 가디언 길드원이 이죽거리며 말을 걸었다.
“옆에 이 친구는 뭐야? 덩치 좀 있는 놈 데려와서 무력시위라도 하게?”
“쯧. 멍청한 놈. 아마 곧 알게 될 거다. 이분이 얼마나 대단한 분이신지. 자리로 안내해!”
“으하하하! 그래? 어디 한번 두고 보자고! 그나저나…….”
재호를 올려다보는 가디언 길드원.
“킁킁- 이게 뭔 냄새야?”
갑자기 코를 벌름거리는 그의 모습에 재호는 아차 했다.
‘아로마!’
[] [당신의 몸에선 언제나 향긋함이 느껴집니다.] [효과 : 악마를 제외한 NPC를 대상으로 호감도 버프를 받습니다.]데스 아로마로 더 유명한 재호 특유의 꽃향기!
그걸 상대가 감지한…….
“젠장. 이 자식이 들어오니 안에 공기가 역겨워지는군. 좀 씻고 다니라고.”
“?”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의외였다.
이곳의 술담배에 찌든 냄새를 두고 자신을 향해 역겹다는 건 조금…….
“젠장. 따라와!”
다행히 다른 말은 없이 자리로 안내를 받은 재호와 산토.
재호는 그를 따라가다 문득, 저 멀리 서서 자신을 응시하는 장패드를 발견했다.
‘저 인간은…….’
재호는 장패드를 바로 알아보았다.
가디언 길드의 새로운 길마.
‘그런데… 날 보는 눈이 좀 찝찝한데…….’
잔뜩 가늘어진 눈동자에는 의구심이 가득했으니…….
실제로 장패드는 재호에게서 기묘한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저 위풍당당한 풍채.
자신감 넘치는 걸음걸이.
게다가 저 사람이 나타난 뒤부터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이상한 냄새도 나고 있었다.
이곳의 익숙한 냄새보다 훨씬 더 역겨운 이상한 냄새.
‘알시아…는 아닐 테지.’
실루엣만 보면 재호가 떠오르지만, 얼굴은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재호가 아니었다.
게다가 데스 아로마라 불리는 끔찍한 꽃향기도 느껴지지 않았고 말이다.
‘일단은 좀 지켜봐야겠군.’
일단은 돈을 뜯어 내는 것이 먼저.
장패드는 잠자코 재호와 산토의 게임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약 한 시간 뒤…….
“으하하하! 봤지?”
재호의 옆에 수북하게 쌓인 칩들.
그리고 역시 만만치 않게 쓸어 담은 산토.
재호는 산토의 기대에 부응하는 데 성공했다.
완벽한 기술(?)로 가디언 길드의 수작을 파훼한 것이다.
딜러 쪽은 당황하며 연신 장패드를 힐끔거렸다.
분명 자신은 똥패를 주었는데 재호의 손에 들린 건 늘 최강의 패였으니…….
“쯧쯧. 그러니 네놈들이 안 되는 거다. 이분이 누구신지 알고 그런 추잡한 수를 쓰는 거지?!”
산토는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알려 주지. 이분이 바로 그 유명한 도신 앵글러 님이다!!”
“도신… 앵글러……?”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그들.
하지만 장패드는 아니었다.
‘도신 앵글러…… 앵글러……….’
재호에 대해 많은 조사를 하고 정보를 가지고 있는 앵글러에 대한 정보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기억을 끄집어내 보면 앵글러는 재호에게 제거당했었다.
그렇다는 말은…….
“젠장!”
그는 그제야 깨달았다.
지금 이곳이 진동하는 이질적인 역겨운 냄새가 무엇인지.
‘꽃 냄새와 담배 냄새가 섞여 버린 거였어!!’
그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