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766
765화
재호가 변장하고 나타났음을 확신하게 된 장패드.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는 당장 경거망동하진 않았다.
‘바로 예민하게 나서서 자극하면 안 된다.’
아고니 왕국에 재호가 나타나 들쑤시고 다닌다는 건 이미 알고 있는 정보였다.
설마 여기까지 대놓고 들어올 거라곤 생각도 못했지만…….
‘배짱도 크군.’
물론 재호가 변장만 믿고 들어왔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아마 함부로 재호를 건드리는 순간, 어디선가 미친 엘프가 튀어나올지도 모를 일.
그리고 이곳에서 시끄럽게 만들어 봐야 아고니 왕국 쪽에 빌미를 제공할 뿐이었다.
아니, 솔직히 아고니 왕국은 무섭지 않았다.
이미 그들은 머릿수로 룬가 왕국을 점령한 경험이 있었고, 아고니 왕국 또한 마음만 먹으면 밀어 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진짜 문제는 어렵게 얻은 안전 거점을 제국에 들통나 버리는 것이었다.
대륙 곳곳으로 흩어졌던 가디언 길드가 겨우 다시 모이게 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거늘, 또 찢어지게 된다면 자신을 향한 상부의 신뢰를 잃게 될 터였다.
‘아직은 저 자식이 여길 방문한 이유는 모른다. 어쩌면 그냥 왔다가 가는 걸지도 모르지.’
아직 가디언 길드 쪽에선 재호가 아고니 왕국을 찾아온 정확한 이유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포션 사태가 원인인 것 같긴 한데 여전히 확신할 수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포션 사태는 엘리시아 화원으로서 나쁜 것 없어 보였으니 말이다.
그냥 단순히 개인적인 원한인가 싶기도 했지만, 그렇다면 굳이 저런 변장을 하고 혼자 나타나진 않았을 터.
‘아니면 그냥 도박을 좋아하는 건가?’
행복 회로를 열심히 돌리는 장패드.
실제로 부길마 당시 재호의 행적을 세밀하게 조사했었다.
그리고 몇 차례 도박을 즐겼던 것이 확인되기도 했었다.
‘젠장! 억지로 그런 가정을 세워 봐야 의미 없다!’
당연히 그 추측은 말도 안 되는 헛소리란 걸 본인도 알았다.
그저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일 뿐.
‘정신 차려라!’
장패드는 머리를 흔들며 잡념을 지워 냈다.
근거 없는 추측만으로 일을 저지르는 건 전임 길마 피로크로 충분했다.
자신은 오직 확실한 증거와 분석을 바탕으로 판단을 해야 한다.
그래야 피로크와 같은 머저리 짓은 하지 않을 테니까.
‘단순 악감정을 가지고 우릴 찾진 않았을 거다. 분명 숨겨진 목적이 있다.’
당장 추측되는 건 두 가지.
‘제국에게 퀘스트를 받았거나…….’
하지만 제국의 퀘스트였다면 바깥에 뿌려 놓은 정보원들이 제국의 동향을 읽어 냈을 터였다.
‘아니면 오이미즈와 모종의 거래를 했거나.’
현재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누가 봐도 오이미즈.
그런데 엘리시아 화원은 이 사태가 벌어지기 전, 오이미즈와 협력을 하다 틀어진 상태.
그럼 협력 재개를 빌미로 거래를 했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러나저러나 본진을 노리는 건 똑같겠군.’
다행이라면 가디언 길드의 본진은 모르는 사람은 절대 찾을 수 없는 곳에 있었다.
게다가 아래로 가면 갈수록 독기는 심해져 제아무리 재호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올 수는 없었다.
‘여차하면 암금홍 카지노는 포기할 수도 있겠지만, 본진을 지킨다면 오히려 그건 싸게 먹히는 거라 할 수 있다.’
어차피 카지노는 언젠가 접었어야 할 사업이었다.
저곳 때문에 야금야금 정보가 새어 나가는 건 사실이었으니…….
스으-
재호에게서 시선을 거둔 장패드는 몸을 돌렸다.
일단은 아래로 내려가 참모들과 논의를 해야 했다.
“장패드 님. 저거 저대로 둡니까?”
떠나려는 장패드를 향해 묻는 길드원들.
“작업에도 안 걸리는 거 보면 분명 사기 치는 거 같은데.”
상대가 재호란 것도 모른 채, 그저 돈을 쓸어 담는 상황이 아니꼬운 그들.
“그대로 둬라.”
장패드는 멍청하게만 보이는 길드원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
“예? 하지만 저대로 두면 저희 장사 망하겠는데요.”
괜히 문제를 일으켜서 시끄러워지는 것보단 얌전히 도박만 하고 돌아가게 하는 게 나았다.
하지만 그렇게 말할 수는 없는 노릇.
“상관없다. 오히려 저러면 우리를 향한 손님들의 의심을 지울 수 있겠지.”
적당히 그럴싸한 이유를 댄 뒤, 장패드는 카지노를 빠져나갔다.
그리고…….
스르르-
그 뒤를 뒤따라 움직이는 은밀한 그림자.
-나도 움직인다.
어둠을 사랑하는 대륙 최고의 암살자가 그를 쫓기 시작했다.
재호 역시 테일러의 귓속말을 받곤 장패드의 상황을 확인했다.
“흠흠, 잠시 화장실 좀 다녀와도 되나?”
난데없는 이야기.
“예? 아, 그러십시오.”
플레이어는 게임 내에서 볼일을 볼 필요가 없었다.
그럼에도 갑자기 화장실을 찾은 재호.
그러나 재호는 정말로 화장실만 다녀왔을 뿐, 금방 다시 게임에 참가했다.
단, 어쩐지 눈빛이 조금 전과는 미묘하게 달라졌다는 건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 * *
연전연승!
거침없는 질주에 주변의 도박판은 모두 게임을 멈춘 상태였다.
사람들은 산처럼 쌓인 재호의 칩에 넋이 나갔고, 도왕 산토마저도 재호의 집중력에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그… 알… 아니, 앵글러 님.”
딜러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패를 돌리는 사이, 산토는 목소리를 낮춘 채 재호를 불렀다.
“슬슬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만…….”
산토는 슬슬 두려워지고 있었다.
“저희 너무 많이 쓸어 담은 것 같습니다만…….”
그의 말대로 재호는 지금 너무 많이 이겼다.
옆에 쌓인 칩을 다 교환하면 얼마가 될지 모르겠지만, 딜러의 표정을 보면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적어도 저들 관점에서 기둥 하나는 뽑혀 버렸다는 걸.
도박꾼들은 언제나 주변 분위기를 잘 살펴야 했다.
아무리 끗발이 좋은 날이어도, 뭘 해도 다 되는 날이어도 절대 선을 넘어선 안 된다.
아예 끝장을 보겠다고 달려들면 최후엔 파멸밖에 남지 않을 테니까.
그런데 재호는 전혀 눈치 보지 않은 채 미친 듯이 내달리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결국 어느 쪽이든 피를 보게 될 것인데,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산토는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저… 앵글러 님?”
하지만 그가 불러도 재호는 묵묵히 게임에 집중할 뿐이었다.
‘젠장. 이러다 나까지 죽는 거 아냐?’
산토의 등이 식은땀으로 축축하게 젖었다.
너무 주목받고 있었다.
물론 입장하면서 보란 듯이 소리치며 이목을 집중시킨 건 산토였지만, 그것과 이것은 다른 문제였다.
‘설마 자기는 임모탈리언이라고 막 가는 거 아냐?’
죽어도 부활이 가능한 존재.
하지만 자신은 죽으면 끝.
“크흠……. 화장실을 잠시…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는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는 김에 이것들도 좀 바꿔야겠군. 영 거추장스럽네.”
슬그머니 칩을 챙기는 산토.
일부러 그는 반 정도는 남겨 두었다.
그 정도는 어차피 포기해도 괜찮았다.
목숨값으론 말이다.
또한 이미 머릿속으로 계산은 끝난 상태였다.
‘반만 챙겨도 충분하다. 만약 알시아 대왕님이 이곳에서 죽더라도 내가 미리 챙긴 걸 나누면 충분해.’
나름대로 의리는 지키려는 산토.
“어이. 어딜 가는 거지?”
그런데 가디언 길드는 역시나 그를 제지하고 나섰다.
이대로 탈탈 털린 채 보내 줄 생각은 전혀 없다는 게 똑똑히 느껴졌다.
“못 들었어? 화장실 간다니까?”
“굳이 지금?”
“거참, 화장실 가는 걸로 예민하게 구네. 앵글러 님도 아까 다녀왔잖아.”
“도망가려는 건 아니고? 칩은 굳이 왜 바꿔?”
“그래서 나머지 반은 두고 갔다 온다잖아.”
“…….”
그 말의 속뜻을 가디언 길드는 모르지 않았다.
딴 돈의 반만 가져가겠다는 것.
“……쯧. 갔다 와.”
결국 그들은 받아들였다.
어차피 진짜 중요한 건 산토가 아니라 재호였으니까.
또한 다들 보는 데서 산토에게 이 이상의 해코지를 했다간 암금홍 카지노의 손님이 뚝 끊어질지도 몰랐다.
“그럼…….”
그렇게 산토가 자리를 벗어나려는 순간.
텁-
갑자기 재호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어딜 가려고?”
“예……?”
이 눈치 없는 인간은 또 왜 갑자기 이러는가 싶은 산토.
“화, 화장실 좀 다녀오려고…….”
“도망치려는 거겠지.”
“?!!”
절대 같은 편이 할 소리가 아니었다.
“앉아.”
“하, 하지만…….”
‘다 누구 때문인데?! 이게 같이 사는 길이라고!!’
하지만 차마 그런 소리는 할 수 없는 노릇.
게다가 재호의 저 돌아 버린 듯, 공허한 눈동자를 마주하고 있으니 도저히 명령을 거부할 용기가 나오지 않았다.
“…….”
결국 다시 자리에 앉은 산토는 눈물을 삼키고 다시 게임에 참가했다.
그리고 연승은 계속 이어졌다.
산토가 이따금 일부로 패배하거나 재호의 패배를 유도하기도 했지만, 역시 도신은 도신.
결국은 재호의 승리였다.
‘이 미친놈이 왜 이러는 거야?!!’
이제 더는 게임에 집중할 수 없어진 산토.
스극-
“?!”
뒤통수에서 들리는 칼 뽑는 소리에 산토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등이 뚫리는 거 아닌가 싶었으나 그건 구경꾼들이 올라선 의자가 바닥에 끌리며 난 소리였다.
텁- 텁-
“?!!”
이번엔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둔탁한 소리에 소름이 쫙 끼쳤다.
방망이로 자신의 머리를 깨 버리는 게 아닌가 했지만, 구경꾼이 손의 땀을 옷에 닦는 소리였을 뿐…….
‘미, 미칠 것 같아. 이대로 있다간 무조건 죽는다고!’
아니, 어쩌면 이미 살아서 나갈 가능성은 사라진 것일지도 모른다.
유일한 방법이라면…….
‘알시아 대왕님의 정체를 팔고 탈출하는 것뿐인데…….’
그는 재호를 힐끔 훔쳐보았다.
여전히 게임에 집중하고 있는 재호.
‘……제기랄. 그래! 이 인간은 알시아 대왕이다!’
그는 눈을 질끈 감고 결정을 내렸다.
‘아무 생각 없이 이런 미친 짓을 벌일 리가 없어.’
분명 계획하고 온 게 있을 것이라 믿었다.
자신에겐 말하지 않은 그런 계획이…….
* * *
산토가 식은땀으로 샤워를 하는 그때, 사실 재호는 그곳에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곳에 있는 건 가짜 재호였다.
[] [등급 : 신화] [사사의 잘 관리된 고품질 머리털입니다.사사의 전매특허인 분신술을 사용하게 해 줍니다.] [ : 자신의 모든 능력치를 고스란히 복제한 분신을 만들어 냅니다. 분신은 독자적으로 움직이지만, 자신이 직접 명령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 : 자신의 본체와 바꿔치기합니다.]
장패드가 나서는 걸 보자마자 잠시 화장실을 핑계로 나왔던 재호는 분신을 불러냈다.
그리고 녀석에게 가면을 씌워 준 뒤, 도박장으로 돌려보냈던 것이다.
그리고 재호는 자신이 가진 최고의 잠입 스킬을 사용했다.
[] [색욕의 대공 로두카의 권능 중 하나입니다. 오직 로두카의 사도만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몽마들이 다니는 꿈의 통로로 몸을 숨깁니다. 같은 몽마가 아니라면 결코 감지할 수 없습니다. 단, 당신의 시야 또한 제한되며 오직 소리만 미세하게 감지할 수 있습니다.] [ : 주변의 잠든 이들의 꿈을 염탐할 수 있습니다. 단, 대상이 꾸는 꿈의 종류에 따라 발생하는 현상은 달라집니다.]장패드를 목격한 이상, 태연히 앉아 도박만 할 순 없었다.
물론 테일러가 따로 추적하기도 했지만, 애초에 재호는 개인적인 목표도 있지 않았는가?
‘연금술 장비들도 어디 있는지 찾아야지. 가디언 길드 전원이 숨어 있는 곳이라면 테일러 혼자 다 수색하기도 어려울 거야.’
그렇게 재호는 아래로 계속 내려가는 장패드를 쫓았다.
위에선 산토가 수분 부족으로 점점 메말라 가고 있단 사실을 모른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