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771
770화
과거 재호와의 단판 승부에서 지나친 심력을 소모한 뒤, 머리가 새하얗게 세어 버렸던 도왕 산토.
그는 그것을 깨달음과 성장의 증표라고 늘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게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후두둑-
손에 뜯겨 나오는 은빛 머리카락들.
이러다 조만간 몽땅 뽑혀 나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세어 버린 머리카락을 보면 그냥 스트레스가 원인이지 않았을까?
“알… 글러 님…….”
이름도 제대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혼이 나간 산토.
“제발… 그만…….”
재호의 옆에는 더는 칩이 없었다.
이젠 도저히 가져다 놓을 여분의 칩이 없었기에 카지노 쪽에서 실시간으로 전표를 끊어 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저들이 끊어 주는 전표가 대륙에서도 통용이 되는 건지 의문인 건 둘째 치고…….
“차라리 직접 저를 죽여 주십쇼…….”
도왕으로 살아왔던 지난 시간, 매 순간이 위태로운 줄타기의 연속이었다.
그 과정에서 손목을 잃기도 했지만, 그때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깨달음과 힘을 얻었다며 만족해할 정도로 멘탈이 강건했거늘…….
그런데 지금 이 자리에선 도저히 냉정을 유지할 수 없었다.
이건 상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도박 윤리 의식(?)이라곤 전혀 지켜지지 않은 상황.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재호-의 분신-은 쉬지 않고 기계적으로 게임을 이어 나갔으니…….
그래서 그 옆에 앉은 산토만 말라 가는 중인 것이다.
이미 카지노의 다른 손님들은 거의 남지 않았다.
한평생 도박에 몸담아 온 진짜들이 모인 장소인 암금홍 카지노.
그런 만큼 다들 감지한 것이다.
이곳에 곧 피바람이 몰아칠 것임을…….
대부분 진작 도망가 버렸고, 그럼에도 남은 자들은 이 내리막길을 달리는 마차의 최후가 너무 궁금해 남은 것이었다.
‘과연 이 남자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
‘도신! 정녕 이대로 신이 되려는 것인가?!’
어쩌면 역사에 남을지도 모를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그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겠다는 광기가 어른거리고 있었으니…….
‘역사는 무슨 미친놈들아! 다 뒤진다고!!’
산토는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물론 아직 이곳에 남아 있는 자신이 할 말은 아니긴 했지만…….
‘아, 아니지! 난 도망가려고 했는데 잡힌 거잖아! 어… 아닌가? 대왕님은 대책이 있을 거라고 믿고 남았었나?’
오락가락하는 산토.
‘뭐, 알게 뭐람.’
하지만 곧 그는 깨달았다.
‘어차피 여기서 죽을 텐데. 히히히-’
이미 카지노 직원들의 움직임에서 묘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었다.
슬금슬금 출입구 쪽으로 향하는 그들.
도망갈 길을 막겠다는 노골적인 행동이었다.
“이히히…….”
정신 나간 웃음을 흘리며 의자에 축 늘어진 산토.
텁-
그 순간, 누군가 산토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올 게 왔구나.’
드디어 상대의 무력 행사가 시작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잠깐 지하로 함께 내려가자고 말할 것만 같은…….
“산토!”
“그래… 죽여라…….”
“뭐라는 거야? 네 꼴이 왜 그래?”
“…어?”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말을 건 건 재호!
“알… 아니, 앵글러 님?”
지금까지의 감정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던 재호의 목소리.
그런데 지금은 생명력이 똑똑히 느껴졌다.
울컥-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저 무서운 낯짝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가만 보니 뭔가 이상했다.
갑자기 먼지 풀풀 날리는 털옷을 입고 있었는데, 사실 그보다 더 문제가 되는 건…….
“가면 어쨌어요?”
재호의 맨 얼굴이 드러나 있었던 것이다!
“튀자!”
“…예?”
하지만 대답 대신, 재호는 다른 소리를 했다.
“튀자고요?”
물론 그 말은 너무나 듣고 싶던 말이었다.
다만 그 시기가 너무 늦었을 뿐.
최악의 최악까지 와서 그런 말을 하는 건…….
“하하, 미친 거 맞네.”
산토는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 * *
포션 공장 수색을 진행하던 중, 재호는 장패드가 나타난 것까진 확인했다.
그리고 잠시 몸을 숨긴 채 상황을 지켜보았다.
“포기해라!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여길 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안으로 들어온 이상 도망은 못 간다!”
전형적인 악당 같은 위협.
“쥐새끼처럼 숨은 거냐?! 순순히 나오면 목숨은 살려 주지!”
목숨을 살려 주는 게 아니라 죽일 수 없는 거란 걸 똑똑히 알 수 있었다.
자신을 잡아다 이리저리 굴려 먹으려는 의도가 뻔히 느껴진 것이다.
그렇게 의미 없는 위협 후, 수색을 시작하자 재호는 미련 없이 아이템을 사용했다.
[] [등급 : 신화] [사사의 잘 관리된 고품질 머리털입니다.사사의 전매특허인 분신술을 사용하게 해 줍니다.] [ : 자신의 모든 능력치를 고스란히 복제한 분신은 만들어 냅니다. 분신은 독자적으로 움직이지만, 자신이 직접 명령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 : 자신의 본체와 바꿔치기합니다.]
저 위에서 열심히 도박을 하는 분신과 바꿔치기한 재호.
스르르-
시야가 반전되며 아래와 비교도 안 되는 상쾌한 공기가 콧구멍으로 불어닥쳤다.
그렇게 암금홍 카지노로 돌아왔다.
“산토! 튀자!”
이미 재호의 정체는 들통나 버렸으며, 이쪽에도 장패드는 조치를 해 놓았을 터였다.
게다가 가면은 분신이 착용하고 있었기에 얼굴까지 고스란히 노출된 상황.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기에 뒤도 보지 않고 튀어야 했다.
“아니, 튈 거면 진작 말씀하시지!”
“사정이 있었어!”
그렇게 말한 재호는 얼른 몸을 일으켰다.
물론 분신이 열심히 벌어 놓은 전표를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서둘러! 지금 돈이 중요한 게 아니야!”
“아니, 지금 챙기고 있는 사람은 제가 아니라 앵… 아니, 대왕님입니다!”
“아!”
재호는 아차 싶었다.
방금은 거의 본능에 가까운 손동작이었을 뿐, 자신의 본의와는 엄연히 달랐다.
“아무튼 움직여!”
한편 당황한 건 카지노 쪽 가디언 길드 역시 마찬가지.
“가, 갑자기 변했어?”
갑자기 눈앞에서 사람이 바뀌어 버리는 마법에 놀란 그들.
물론 길드 공지를 통해 이미 앵글러가 재호라는 걸 듣긴 했지만…….
“어, 어떡하지?”
“XX! 어떡하긴! 막아!!”
그들도 빠르게 정신을 차렸다.
“쪽수로 밀어붙여!!”
본능적으로 몸을 내던진 그들.
하지만 카지노 관리자들의 전투 능력이 어떨지는 뻔한 일이었다.
대부분이 도박 관련 능력을 갖춘 클래스들이었으니…….
쩍-
뻐억-
“커헉?!”
“케헥!!”
재호의 주먹과 발에 맞고 붕붕 날아다니는 광경에 산토는 그제야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휴… 이제 도박장 같네.”
콰지끈-
테이블이 박살이 났고, 벽을 뚫고 날아간 사람의 비명은 점점 희미해졌다.
저 바깥이 까마득한 낭떠러지라는 뜻.
“절벽! 절벽으로 몰아붙이는 거다!!”
머릿수로 우르르 밀어붙이는 그들에 대항해 재호는 요리조리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아주 찰나의 순간.
“으하하! 잡았다!”
재호의 사각을 완벽히 노린 일격.
게다가 한 명이 아니라 서너 명이 동시에 뒤를 노리니 뒤통수에 눈이 달리지 않은 이상, 어찌할 수 없을…….
[] [등급 : 전설] [사용 조건 : 없음] [야수의 기운이 담겨 있는 특별한 보옥입니다.이것에 담긴 특별한 힘은 보옥을 소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당신에게 근거 없는 자신감을 제공해 줍니다.] [ : 당신보다 레벨이 높은 상대와 전투 시, 이 전투를 보조합니다.] [ : 사각에서 오는 공격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사각에서 오는 공격 몇 개를 앞으로 숙이며 피해 냈다.
아직 300레벨에 도달하지 못한 재호.
이곳에 있는 적 중, 재호보다 레벨이 낮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기에 효과는 계속 활성화 상태였다.
오히려 레벨이 낮은 이들의 기습이 재호에겐 더 위협적인 상황.
그리고 실제로 몇몇 공격은 재호에게 적중하기도 했다.
“됐…….”
푸확-
그런데 재호를 중심으로 갑자기 폭발하듯 뿜어져 나오는 털.
[] [등급 : 전설] [사용 조건 : 없음] [방어도 : 425] [무려 100종류의 서로 다른 털을 엮어 만든 크로우 대부족 최고의 명품 코트 중 하나입니다.이걸 입고 있다는 것은 당신과 야수왕과의 친분이 대단하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 : 지속적으로 털을 뿜어내 주변 대상의 호흡을 흐트러뜨립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털은 재생됩니다.)] [ : 적의 공격에 적중당할 시, 강한 털을 뿜어내며 강화된 효과를 발생합니다.]
엄청난 양의 털과 먼지가 주변의 시야를 어지럽혔고, 호흡을 방해했다.
[당신의 호흡이 제한됩니다.] [민첩성이 하락합니다.] [시야가 제한됩니다.]“푸페헥! 뭐야 이거?!”
“으악! 이거 뭐야?”
듣도 보도 못한 아이템 효과에 기겁하는 상대.
입고 있는 재호도 당황스러운데 상대는 오죽할까?
‘이거… 생각보다 쓸 만한데?’
재호는 잠시 숨을 멈춘 채, 옆에서 눈물 콧물 흘리고 있는 산토를 들쳐멨다.
파앗-
번개처럼 달려 카지노 입구를 부수고 나온 재호는 곧장 절벽을 달리기 시작했다.
“잡아! 막으라고!”
“알시아가 도망간다!!”
지상으로 향하는 길목에도 길드원 몇 명이 대기 중이었지만, 고작 그 정도로 재호를 막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애초에 물량으로 막을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하지만 아직 지하에서 본 전력이 도착하지 않은 상황.
“장패드 님! 큰일 났습니다! 알시아가 탈출했습니다!”
카지노 지배인 자격으로 있던 길드원이 장패드에게 직접 귓속말을 보냈다.
-응? 그게 무슨 소리지?
아무래도 잘 못 알아들은 모양.
“눈치를 챈 것인지 알시아가 먼저 선제 대응에 나섰습니다.”
-무슨 소리냐? 알시아는 우리와 전투 중인데.
“예?”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대답.
“하, 하지만 이쪽에서 대놓고 탈출을 시도하는데 말입니다.”
-쯧, 어설픈 수작을 부리는군. 그쪽은 가짜다. 상황을 보면 이쪽이 확실히 알시아인 게 분명하다.
“어……. 그럼 이쪽은 어떡합니까?”
-적당히 발목만 잡아 보도록.
“어… 알겠습니다.”
영 찝찝하지만, 장패드가 저토록 확신하고 말하는 데엔 이유가 있으리라고 그는 생각했다.
* * *
한편, 포션 공장에서 벌어진 전투.
장패드는 이리저리 도망치기 바쁜 알시아를 쫓아 달렸다.
‘카지노 쪽에 알시아가 나타났다고?’
하지만 장패드는 저 앞에서 도망치는 알시아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카지노에서 봤던 것과 똑같은 얼굴의 알시아를 말이다!
카지노 쪽에서 벌어진 난동은 아마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한 대역을 처음부터 세운 것일 가능성이 컸다.
“우측을 막아! 저 녀석은 이곳을 파괴할 생각이 없다!”
노련한 장패드는 알시아의 움직임에서 숨겨진 의도를 파악했다.
‘놈은 이곳에 볼일이 있었군.’
단순히 포션 때문이라면 이곳을 죄다 파괴하고도 남았을 터.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조심하는 걸 보면 분명 숨겨진 목적이 있었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우리가 유리하다.’
알시아는 탈출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을 테지만, 입구는 이미 완전히 막아 버렸다.
‘알시아! 넌 독 안에 든 쥐다!!’
터엉-!
그리고 마침내 장패드의 방패가 날뛰는 알시아를 막아 세웠다.
바닥을 구르는 알시아에게 수십 명이 달려들었고…….
“잡았……!”
푸스스-
그때, 갑자기 형체가 무너지기 시작한 알시아.
“?”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아니, 딱 하나만 그 자리에 남았다.
딱 봐도 변장 도구로 보이는 가면 하나…….
-어… 그런데 길마님. 하나 걱정되는 게 있는데 말입니다.
하필 그 타이밍에 뒤늦은 귓속말이 도착했다.
-여기 있던 앵글러 말입니다. 가면도 사라지고 갑자기 알시아로 변하던데 말입니다. 급해서 미처 말씀을 못 드렸는데… 정말로 가짜일…….
“으아아아아아!!!”
장패드의 괴성이 지하에 크게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