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775
774화
엠베이 숲, 깊은 곳에 있는 옹달샘…이라기엔 조금 큰 물웅덩이.
부글부글 끓는 물웅덩이를 보면 아무래도 아래에서 지열에 달궈진 지하수가 뿜어져 나오는 것으로 추측되었다.
엠베이 숲 아래에 마그마를 활용한 대장간을 운영 중이었으니 여기 말고도 숲 어딘가엔 온천이 더 있을지도 몰랐다.
‘아니지. 물만 뜨겁다고 다 온천인가?’
꾸릿꾸릿한 냄새가 진동하는 물웅덩이.
방금까지 누군가 사용한 것 같은 탁한 수질을 보면 도저히 온천이라고 볼 수 없었다.
“냄새가 좀… 아, 아니에요.”
참지 못하고 불쑥 나오려던 말을 베스코가 간신히 막았다.
바로 뒤에 자연인이 떡하니 버티고 있었기 때문.
“크, 크흠……. 알시아 님은 괜찮으신가 봐요?”
“뭐, 그냥저냥 그러네요.”
애초에 재호는 원정을 나가지 않는 이상, 게임 접속 시간의 대부분을 화원을 살피는 데 사용했다.
그리고 꽃들의 영양을 위해 준비하는 특별식(?)들을 보통 이거보다 더 심한 냄새가 나는 경우도 있었으니…….
‘그거보다 좀 더 심한 것 같긴 하네.’
그래도 못 버틸 정도는 아니었다.
“자연인! 여기가 확실해? 뭐 냄새나는 물 말곤 다른 게 안 보이는데?”
-여기가 맞다. 아마 인간들이 온천 아래로 다 버렸을 거다. 숲을 더럽혔다간 너나 엘프들이 가만두지 않을 테니 말이다.
“…눈에 안 보이게만 한다고 숲이 깨끗해지는 건 아닐 텐데?”
눈앞의 구정물을 보면 깨끗하다는 말은 절대 할 수 없었다.
“후… 어쨌든 저 아래에 죄다 버려 놨다 이거지?”
-맞다.
자연인이나 다른 오우거 형제들의 덩치를 생각하면 분명 그들의 몸에서 나온 온갖 이물질들의 양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 다 들어간다고?”
뭔가 이상했다.
저 아래가 대체 어떻게 되어 있기에 저 덩치들의 때를 다 빨아들인단 말인가?
‘거인이 몸을 지지려면 엄청 깊어야 하긴 할 테지만, 그래도 말이 안 되지.’
아무래도 직접 내려가 확인해 봐야 할 듯싶었다.
“잠시 갔다 와 볼…….”
“네에에에?!!”
그 순간, 비명을 지르며 기겁하는 베스코.
“저, 저기에 들어간다고요?”
“네, 왜요?”
“아, 아니… 저기 들어가면 죽지 않을까요?”
“에이, 뭐 그 정도까지야.”
재호는 온갖 더러운 곳에 들어갔다 나온 경험이 있었다.
몬스터들의 배 속에도 걸핏하면 들락거리기 일쑤.
이런 구정물 정도야 별 감흥도 없었다.
하지만 타고난 성격은 물론, 연금술사로서 극도의 청결함을 항상 유지해야 했던 베스코는 버티기 힘든 게 당연했다.
“진짜 갈 거예요?”
“물론이죠.”
재호는 잠영 세트를 꺼내 착용한 뒤, 거리낌 없이 온천을 향해 다이빙했다.
풍덩-
“으악!!”
재호가 정말로 뛰어들자 자기가 들어가기라도 한 듯 비명을 지르는 베스코.
“으억?!”
그리고 들어갔던 재호도 바로 펄떡대며 튀어나왔다.
“으아아아- 오지 마세요!! 물 튄다고요!”
베스코는 또 한 번 기겁하며 후다닥 거리를 벌렸다.
“으어… 엄청 뜨겁잖아!”
그러거나 말거나 재호는 익어서 붉어진 피부를 내려다보며 소리쳤다.
-음? 뜨뜻한 게 딱 좋다. 뜨겁다니 무슨 소리냐?
“…….”
재호는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자연인은 애초에 마그마가 흐르는 변기를 쓰지 않았던가?
어지간한 뜨거움엔 아무런 느낌도 없을 터였다.
“후… 준비를 좀 하고 들어가야겠어.”
마침 이런 상황에서 쓰기 괜찮은 물건을 가지고 있었다.
[모래꽃 포션] [등급 : 고급] [사막의 열을 머금은 모래꽃으로 만든 포션입니다.지속적인 열기에 효과적입니다.] [효과 : 1. 지속적으로 열기에 노출될 경우, 열기에 대한 저항력이 지속적으로 소폭 상승합니다.(한계치 도달 시, 지속 유지)
2. : 한계 상태를 10초 유지 시, 열을 방출하며 몸을 합니다.] [ : 열기에 10초 동안 면역이 되며 저항력 중첩이 초기화됩니다.]
사막을 횡단할 때를 대비해 한두 개는 가지고 다니는 비상 물약.
또한 엘리시아 화원을 거점으로 둔 사람들도 많이 찾는 물건이었다.
옵션은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
딱 사막 여행자들이 무난하게 쓰기 좋은 실용적인 포션이었다.
지속적인 열기로 인한 탈진이나 화상 등을 막기에 효과적이었으니 말이다.
꿀꺽-꿀꺽-
목구멍을 타고 느껴지는 뜨뜻한 느낌.
그건 곧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제대로 효과를 받은 걸 확인한 뒤, 다시 온천에 진입한 재호.
[강한 열기에 저항합니다.] [열기 저항력이 지속적으로 증가합니다.]온몸을 꽉 조이는 압박감.
그것이 열기 때문인지, 아니면 수압 때문인지 구별이 잘 안 되었다.
‘아니, 물이 조금 끈적한 것 같기도…….’
재호는 저항력이 오를수록 점점 편해지는 걸 느끼며 온천 아래로 계속 하강했다.
[저항력이 최대 중첩에 도달했습니다.] [가 활성화됩니다.]쏴아아-
재호의 몸 주변으로 뿜어져 나오는 증기.
그걸 이용해 재호는 좀 더 아래로 나아갔다.
[ 효과가 활성화됩니다.] [10초 동안 열기에 면역 상태가 됩니다.]온몸을 압박하던 강한 열이 사라지자 물속임에도 숨통이 트이는 느낌.
그 상태로 계속 내려간 재호는 마침내 바닥에 도달했다.
하지만…….
‘뭐지?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바닥을 살펴도 딱히 자연인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생체 조직으로 보이는 걸 발견하지 못했다.
그냥 모래가 깔린 평범한 돌바닥.
바닥을 따라 헤엄쳐 보지만 역시 다른 건 보이지 않았다.
‘저쪽이 좀 더 깊어 보이는데…….’
물이 유입되는 곳으로 추측되는 터널.
재호는 그곳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 효과가 비활성화됩니다.]그때 효과 종료 알림이 떠올랐고…….
“?!!”
재호는 갑자기 온몸을 덮치는 엄청난 열에 흠칫했다.
열기 면역 상태에서 다시 중첩이 초기화된 탓에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인가 싶었으나, 이내 그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
[지독한 열기에 체력이 감소합니다.] [강한 산성 물질이 당신의 신체를 녹이기 시작합니다.]열기야 그렇다고 치지만 강한 산성 물질은 너무 갑작스러웠다.
그렇다는 건 이곳으로 흘러 들어오는 물이 그냥 평범한 온천이 아니라는 뜻.
‘더 살펴보자.’
하지만 재호는 바로 탈출하기보다는 좀 더 머무르는 걸 택했다.
어차피 조금만 기다리면 다시 효과가 활성화되며 열기는 저항할 수 있게 될 터였다.
그리고 산성 물질은 여차하면 를 통해 최대한 버티면 되었다.
그 이상의 사태가 벌어질 때도 패시브를 통해 탈출 시간은 벌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재호는 더 깊이 잠수했다.
* * *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온천.
물가에 자리를 잡은 베스코는 그 거품을 가만히 살펴보았다.
‘뭔가 이상한데…….’
처음에 봤을 땐 끔찍한 색감과 냄새 때문에 기겁했던 베스코.
하지만 슬슬 냄새에 적응되니 이 정도 거리에서 살펴볼 여유도 생긴 상태였다.
“거인님.”
베스코는 슈퍼스타 아레나에 대해 티나와 심도 깊은 토론을 나누던 자연인 불렀다.
-뭐냐?
커다란 눈동자가 자신을 향하자 먼저 불러 놓고도 몸이 위축되었다.
왠지 재호가 없으니 자연인도 그냥 몬스터로밖에 보이지 않는 이상 현상.
“그, 그게… 이 온천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가까스로 용기를 낸 베스코.
“이 아래에 물이 흘러나오는 길이 있을 텐데, 혹시 거기에 대해 알고 계시나요?”
-음? 나는 그런 건 전혀 모른다. 인간들이 찾아낸 장소일 뿐.
“그런가요…….”
“왜? 무슨 일인데?”
베스코의 반응이 뭔가 이상하다 싶었던 티나도 다가와 물었다.
“아, 다른 게 아니라… 아까 알시아 님도 그런 이야기를 하셨잖아요. 거인님들이 이곳에서 목욕하셨다면 분명 그 부산물들이 많이 나왔을 거라고. 그런데 주변을 보면 물이 넘친 흔적도 거의 없고 깊기도 깊은 게 이상하다고.”
그렇다면 저 아래에 그런 것들이 빠져나가는 통로가 있을지도 몰랐다.
“만약 그렇다면 그 물길이 막히고도 남을 거거든요.”
어쩌면 그 탓에 물이 고여서 썩어 버린 게 아닐까,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온도가 유지되려면 지하에서 달궈진 물이 계속 공급된다는 뜻인데, 그럼 물속에 가라앉은 부산물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그리고 저 묘하게 끈적해 보이는 거품도 이상하고.”
“뭐, 알시아 님이 알아서 하지 않을까?”
“…….”
티나와는 대화가 불가능했다.
스으-
고민 끝에 인벤토리에서 몇 가지 도구를 꺼낸 베스코.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가로 가다가 물을 소량 떴다.
그리곤 접시에 따른 뒤, 여러 약품을 넣고 섞으며 살펴보았다.
그리고 머지않아 한 가지 결론이 나왔다.
“어? 이거 강산성 물인데요?”
“강산? 그게 뭔데?”
“안에 들어간 알시아 님이 녹고 있을지도 몰라요!”
티나가 알아들을 수 있게 직관적으로 설명해 주었지만.
“아, 그래?”
“네! …네?”
의외로 태연한 티나의 모습에 베스코가 당황했다.
“저기… 알시아 님이 녹는다고 이야기했는데요? 걱정 안 되세요?”
“하하! 알시아 님이 고작 그런 거에 당할 줄 알아?”
“…….”
뭔가 이상했다.
지금 자신이 확인한 수준의 산성물 속, 아직 재호가 올라오지 않고 있다면 분명…….
푸화아악-!!
그 순간, 돌고래처럼 수면 위로 솟구친 재호.
그리고 사방으로 튄 온천수가 베스코를 그대로 덮쳤다.
“으아아악!”
비명을 지르는 베스코와…….
“헉… 헉……. 죽을 뻔했네.”
온몸이 시뻘겋게 익은 재호.
“알시아 님! 여기 물이 산성이래요.”
“아, 위에서도 알아냈나 보네. 들어가기 전에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재호는 물을 털어 내며 말했다.
“으어어-”
“응?”
바닥에서 들려오는 괴성에 재호가 고개를 돌렸다.
“뭐해요?”
바닥에서 요란하게 몸부림치는 베스코의 모습에 재호가 물었다.
“모, 몸이 녹는다고요…….”
“…그 정도는 아니에요.”
재호는 베스코를 잡아 일으키며 말했다.
“물이 유입되는 구간에는 좀 심하긴 하더라고요. 너무 깊게 갔다가 죽을 뻔했거든요.”
“…그걸 알면서도 이때까지 버티다 올라온 거예요?”
“뭐, 어쨌든 확인은 해야 하니까요?”
재호의 능청스러운 대답에 베스코는 입을 벌렸다.
새삼 재호가 각종 영상에서 보여 주었던 과감한 플레이가 떠올랐으니…….
“아무튼 문제가 있어요. 저 아래에 살펴봤는데, 남은 게 없어요. 다 녹아 버렸나 보던데요?”
재호의 말에 베스코는 습관적으로 턱을 괴었다.
“윽!”
그랬다가 피부로 적나라하게 느껴지는 끈적함에 얼른 손을 뗐다.
“으… 뭐… 그렇다면 오히려 나쁘지 않을 수도 있겠어요.”
“나쁘지 않다고요?”
“네! 이 똥물… 아니, 온천물엔 거인들의 생체 조직이 녹아 있는 거잖아요.”
게다가 흐르지 않고 고여 있으니 다른 곳으로 흘러가지도 않았을 터.
“그렇다면 이 물에서 필요한 성분을 추출해서 사용할 수 있을 거예요. 물론 그 전에 우리가 찾는 소재A가 맞나 확인부터 해야겠지만요.”
“오! 지금 바로 확인돼요?”
“네. 시간은 조금 걸리지만, 기다려 보실래요?”
온몸이 구정물에 젖어 이젠 아예 포기해 버린 듯, 물가에 털썩 자리를 잡고 앉은 베스코는 다른 도구들을 꺼냈다.
그리고 재호는 알 수 없는 공정과 스킬을 사용하면서 작업하길 약 30분.
“소재A를 찾았어요.”
베스코의 입이 마침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