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777
776화
베스코의 돌푸라이트와 가짜 돌가루의 성능은 확인되었다.
이제 남은 건 그것을 대량 생산해 가디언 길드와의 전투를 준비하는 것인데, 문제는 작업 가능한 연금술사가 베스코 한 명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베스코 혼자서 가디언 길드에 대항할 전력 전체에 보급할 돌푸라이트를 만드는 건 불가능했다.
거기다 곧 오이미즈로 잠입할 계획도 잡혀 있었으니 말이다.
‘까다로운 상황이긴 하네.’
상대가 가디언 길드, 그리고 오이미즈라는 또 다른 거대 세력이 얽혀 있다는 점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했다.
또한 왕버섯 골짜기의 지리적 특성과 아고니 왕국의 사정까지…….
이렇게 다 따져 보면 당장 뭔가 결과를 볼 순 없었고, 시간을 두고 철저히 준비해야 했다.
그래서 재호도 도마뱀 시티를 들렀던 것이었고 말이다.
그런 와중에 베스코가 먼저 나서서 실험해 본 짝퉁 돌가루 실험은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해 주었다.
현재 가디언 길드는 돌푸로스트와 돌가루 보급난에 시달리는 상황이었다.
그 상황을 알고서 베스코가 오이미즈로 돌아갈 계획을 세운 것이다.
“가디언 길드는 지속적인 재료 공급이 필요하지만, 오이미즈에 숨은 내부자는 재료를 수급하지 못하고 있죠. 그러니 베스코 씨가 엘리시아 화원을 속이고 마나 농축액을 빼돌리는 것으로 위장하는 거예요.”
그런 식으로 가디언 길드와의 거래에 그녀 또한 한발을 걸치도록 접근하는 게 계획이었다.
“그러고서 제가 만든 짝퉁 물건들을 전달하는 거군요!”
“맞아요.”
짝퉁 돌푸로스트, 그리고 돌가루를 이용해 가디언 길드가 골짜기에서 버틸 수 없도록 만든다.
그럼 가디언 길드도 결국엔 지상으로 나올 수밖에 없을 터였다.
그들이 그 지독한 환경을 방패 삼아 버틸 수 있는 건 전적으로 오이미즈의 포션 덕분이었으니까.
“그러려면 가디언 길드와 거래를 하는 연금술사가 누구인지 찾아내는 게 우선일 텐데…….”
“아마 쉽지는 않겠죠. 급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베스코의 말에 재호가 여유롭게 말했다.
서두른다고 될 일도 아니었으며, 엘리시아 화원 쪽에서도 준비할 일이 많았으니 말이다.
* * *
베스코는 자신이 오이미즈로 돌아가면 그들이 아무 의심 없이 자신을 받아 줄 거라고 했지만, 재호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았다.
멍청이가 아닌 이상, 갑자기 돌아온다면 의심부터 하는 게 당연한 일일 테니까.
베스코가 다시 그들의 신뢰를 얻고 이중 첩자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까지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올 줄 알았다, 베스코.”
오이미즈의 학회장 뱀가드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냄새나고 지저분한 장소는 우리 연금술사와 절대 어울리지 않지.”
“하하, 물론이죠. 말똥 냄새가 얼마나 독하던지.”
베스코는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암암, 자네가 무조건 돌아올 것이라 다들 확신했지.”
재호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은 바로 오이미즈의 높디높은 자긍심.
애초에 베스코가 오이미즈를 벗어나 엘리시아 화원으로 갔다고 했을 때도 처음 그들은 믿지 않았었다.
그들의 머리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오이미즈를 포기하고 엘리시아 화원으로 갈 이유가 없었고, 또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정도로 꽉 막힌 자들이거늘, 베스코가 지금 돌아온 것도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엘리시아 화원에서 완전히 벗어난 건 아니에요.”
“음? 그게 무슨 말이지?”
하지만 이어진 베스코의 이야기에 얼굴이 확 굳어 버리는 뱀가드.
“엘리시아 화원이 가지고 있는 마나 오아시스. 오이미즈 입장에선 그걸 포기할 수 없지 않나요? 제가 그걸 빼돌려 올게요.”
베스코는 빠르게 본론으로 들어갔다.
“뭣이? 정녕 그게 가능하다는 말이냐?”
뱀가드는 체통도 잊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다른 건 하나도 아쉽지 않았지만, 드래곤의 마나는 너무나 아까웠으니 말이다.
엘리시아 화원이 그걸 가지고 있어 봐야 그 가치도 모른 채 제대로 활용도 못 하고 방치될 터.
연금술사로서 그런 상황을 지켜보는 건 너무나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저는 그동안 엘리시아 화원에 머물면서 알시아의 신뢰를 얻었어요. 아마 아고니 왕국 쪽의 이야기를 들었으면 아시겠지만.”
“음? 그게 무슨 말이지?”
도리어 묻는 뱀가드.
“아고니 왕국에서 채드릭 님을 만났었는데……. 말씀 없으시던가요?”
“그런가? 처음 듣는 이야기로군.”
“아… 그래요? 바빠서 이야기할 짬이 없으셨나 보네요.”
베스코는 내색하지 않고 대답했다.
“아무튼 가디언 길드의 일에 엘리시아 화원이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죠. 그리고 그 사건에 제가 동행할 정도면 어느 정도의 신뢰를 받고 있는지도 증명된다고 생각해요. 아, 그리고 이번 포션 사태의 이면에 가디언 길드가 있다는 정보는 제가 일부 빼돌려서 알시아에게 줬어요. 뭐, 신뢰를 얻은 대가로는 나쁘지 않죠?”
뱀가드가 다른 의심을 하기 전에 따다닥 설명을 마친 베스코.
오이미즈에서 그녀가 보여 주던 모습이 바로 이러했다.
논리적이며 냉철한, 오이미즈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연금술사의 표본과 같은 캐릭터!
“음! 이해하네.”
하지만 정작 이곳 연금술사들의 성향은 그것과 거리가 멀다는 걸 베스코는 잘 알고 있었다.
누구보다 속물적이고 위선적인 자들.
‘그래서 더 망설임 없이 말해야 하지.’
위선적인 그들은 베스코의 말에 되묻거나 반발하는 것 자체가 자신의 논리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기에 깊게 생각하기보다 빠르게 정리하고 넘기는 것이 우선이었다.
베스코가 생각하는 오이미즈의 실체는… 그저 연금술밖에 모르는 바보들의 모임이었다.
“앞으로도 오이미즈와 엘리시아 화원을 계속 왕래하면서 마나 농축액을 가져오죠. 대신 조건이 있어요.”
“조건?”
“솔직히 말해 오이미즈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건 오이미즈가 아니라 제 지도 담당인 알붐 교수님 때문이었죠.”
“…….”
“이젠 알붐 교수님의 간섭을 받고 싶지 않습니다.”
실제로 알붐을 싫어하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굳이 이중 첩자를 자처한 상황에서 그 이야기를 꺼낸 것엔 다른 목적도 있었다.
‘아무런 저항도 없이 복귀하면 오히려 수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겠지.’
자신이 벌인 일탈 행위에 대한 원인과 결과를 확실하게 제시해 주는 것.
그것이 바로 정당성 확보 작업이었다.
“흠… 좋다.”
알붐의 아버지인 뱀가드 입장에서 썩 듣기 좋은 이야기는 아니긴 했지만… 뭐, 어쩌겠는가?
그 역시 아들이 조금 모자란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그리고 또 하나. 마나 농축액의 출고 관리는 제가 했으면 해요.”
“…그건 좀 예민한 문제군. 이유가 뭐지?”
살짝 구겨지는 미간.
아들에 대한 욕을 들었을 때보다 더 큰 불만 표현이었지만, 베스코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저도 나름대로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이에요. 그리고 동시에 연금술에 대한 욕심도 크죠. 저는 그동안 알붐 교수 때문에 하지 못했던 개인 연구를 적극적으로 하고 싶어요.”
“그럼 오이미즈는 네가 가져온 마나 농축액을 전혀 사용하지 못한다는 건가?”
“그렇게 이기적으로 할 생각은 없어요. 제가 쓸 만큼 쓰고, 남는 것에 대한 출고 관리를 제가 하겠다는 거죠. 솔직히 이 정도는 어려운 것도 아니지 않나요?”
베스코의 말대로였다.
아무리 그녀가 개인적인 연구에 사용한다고 해도 농축액은 남을 수밖에 없는 일.
“…좋다. 받아들이지. 내 이름을 걸고 네게 특별 권한을 주겠다.”
결국 받아들인 뱀가드는 서랍에서 자신의 직인이 찍힌 명패를 꺼냈다.
“베스코 넌 아직 교수 자격을 얻지 못했지만, 엘리시아 화원과의 관계가 현재와 달라지는 순간까지는 교수와 동등한 권한을 가지게 될 것이다.”
뱀가드의 파격적인 조건!
“?!”
설마 이 정도의 권한을 줄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한 베스코도 깜짝 놀랐다.
“대신 너는 책임지고 마나 농축액을 오이미즈로 가져와야만 한다.”
“네. 알겠습니다.”
뱀가드가 내민 명패를 받은 베스코.
그렇게 그녀는 아무런 문제없이 자연스럽게 오이미즈로 복귀하는 데 성공했다.
* * *
베스코는 뱀가드에게 받은 오이미즈 자유이용권(?)을 가졌지만, 이걸 당장 사용하지는 않았다.
노골적으로 이곳저곳 뒤지고 다니면 바로 의심을 받을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마 때가 되면 내부자가 먼저 접촉해 오지 않을까 싶어요.”
베스코는 마나 오아시스에서 마나 농축액을 추출하며 말했다.
상대는 옆에 쪼그리고 앉은 재호.
“의심되는 사람은 있다면서요?”
재호의 물음에 베스코는 모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의심의 의심이라고 하죠. 근거는 빈약한데, 하나 이해가 안 되는 점이 있거든요.”
그건 바로 아고니 왕국에서 만났던 검사관장 채드릭.
“채드릭이 학회장에게 아고니 왕국에서 저를 만난 이야기를 하지 않았더라고요. 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텐데…….”
베스코가 오이미즈를 떠나 엘리시아 화원에 붙었다는 핵심 증거.
그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을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된 것이다.
“오이미즈 쪽에서 이미 알고 있으니 생략했을 가능성은 없을까요?”
재호의 추측에 베스코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을 수도 있죠. 그래서 의심의 의심이라고 했던 거예요.”
사실 정말로 채드릭이 가디언 길드와의 커넥션이 존재한다면, 그가 핵심 인물일 가능성이 컸다.
품질 검사관의 우두머리였으니까.
“일단은 오이미즈의 신뢰를 확실히 얻는 작업부터 할게요. 아마 오래 걸리진 않을 거라고 봐요. 여기서 가져간 농축액의 관리를 제가 책임지기로 했으니까요.”
“용케 권한을 그만큼 가져왔네요?”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달콤한 유혹이었겠죠. 세상 그 어디에도 이만큼 정순한 마나가 넘쳐흐르는 장소는 없거든요.”
“아… 그럼 궁금한 게 있는데요.”
재호는 문득 떠오른 호기심에 입을 열었다.
“그럼 오이미즈에서 만드는 포션들은 마나 농축액을 어디서 구하는 거죠?”
“자연적으로 형성된 마나 우물이나 마나 광산을 이용해요. 하지만 오랜 세월 속에서 축적된 마나이다 보니 그만큼 불순물도 많이 섞여 있거든요.”
반면 페르마 사막은 드래곤이 죽으면서 남긴 순수한 마나 그 자체.
당연히 연금술사들의 눈이 뒤집히는 게 당연했다.
“일단 저도 오이미즈로 돌아가면 돌푸라이트와 가짜 돌가루를 계속 만들게요. 그리고 남는 농축액은 어쩔 수 없지만, 당분간은 오이미즈에게 줘야 할 것 같은데, 괜찮죠?”
“네. 그 정도야 괜찮아요. 숨통은 열어 줘야 더 확실히 이용해 먹을 수 있겠죠.”
“흐흐, 맞아요. 이 꼰대들. 진짜 내가 제대로 한 방 먹여 줄 거야.”
그런 베스코의 모습에 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나 베스코 씨가 돌아설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네.’
이를 빠득빠득 갈아 대는 모습이나, 먼저 나서서 독을 풀 준비를 하는 걸 보면…….
그리고 베스코의 뜨거운 열정은 머지않아 결실을 보게 되었다.
-알시아 님! 찾았어요!
며칠 뒤, 오이미즈에 있던 베스코에게서 귓속말이 도착했다.
-오이미즈 내의 재고 물품이 비어 있는 걸 확인했거든요? 실제로 오이미즈의 누군가가 가디언 길드 쪽과 손잡은 게 확실해진 거죠!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런데 더 조사해 볼 필요도 없이 배신자가 대놓고 접근해 왔어요. 같이 일해 보자고.
“그게 누구죠?”
-채드릭! 그리고 알붐!
뻔한 인물들의 등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