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782
781화
가디언 길드가 쓸 만한 포션 제작 설비를 갖추고 있을 가능성은 적었다.
실제로 재호가 보낸 영상, 그리고 이후에 테일러가 확보한 추가 영상들을 자세히 분석한 베스코도 조금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고 말이다.
“대충 보기에도 오염이 심각해 보이네요. 게다가 제작품 종류별로 시설을 따로 쓰는 게 아니라 다 섞어서 쓰더라고요. 그러면 플라스크 같은 것조차도 재활용하기 어려울 거예요.”
물론 그렇다고 싹 다 쓸모가 없는 건 아니었다.
‘다른 건 됐고 연금술 코어는 챙기면 요긴하게 쓰일 거라고 했지.’
연금술 코어는 연금술 작업 과정에서 후가공 시에 들어가는 포장지 같은 것이었다.
전체 공정에서 본다면 중요도가 비교적 낮은 편이었지만, 그래도 남 주기엔 아깝다는 게 베스코의 설명이었다.
가디언 길드가 찍어 내는 포션의 물량을 생각하면 분명 코어도 만만치 않게 많이 쌓아 뒀을 거라며 말이다.
먼저 재호는 최외각에 있는 공장으로 향했다.
테일러가 파악한 공장 중, 규모로 보면 이곳이 가장 큰 곳이라고 했었다.
-여긴 경매장에 유통되는 짝퉁 포션들을 만드는 핵심 공장 중 하나야. 그래서 창고에 쌓여 있는 소재들 양도 다른 곳에 비해 훨씬 많아.
어둠 속에서 숨은 채 재호를 뒤따르던 테일러가 부연 설명을 해 주었다.
-아마 공장 안으로 들어가는 건 무리가 없을 거야. 작업자들 대부분은 돌푸로스트랑 돌가루를 제대로 보급받지 못해서 반쯤 맛이 가 있거든.
테일러의 말대로 포션 공장 안쪽을 보니 사람들의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대부분 바닥에 널브러져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으니 말이다.
죄다 눈이 텅 비어 있는 걸 보면 게임을 즐기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마치 시한부 선언을 받기라도 한 모양새.
물론 포션은 계속 찍어 내야 하기에 꾸역꾸역 작업을 하는 사람도 있긴 했다.
문제는 그들이 하는 짓은 누가 봐도 제대로 된 포션 제작 방법으론 보이지 않는다는 것.
기껏 밀수해 온 귀한 마나 가공액을 커다란 대야에 쏟아부은 뒤, 거기에다 붉은 물감을 섞고 있었다.
베스코가 테일러의 영상을 보고 기겁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쟤들 설마 처음부터 저런 식으로 포션 만들었어?”
지난번 재호가 잠입했던 곳은 돌푸로스트를 만들던 곳으로, 그때 본 풍경은 이곳만큼 개판은 아니었었다.
아니, 사실 개판이었는데 몰랐을지도 모르지만…….
“포션인 척조차 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
-점점 더 대충하는 분위기로 바뀌어 가긴 했어. 그런데 얘네 상황을 생각해 보면 어쩔 수 없지.
베스코의 개입으로 점점 생존이 힘들어져 가는 가디언 길드.
그만큼 실시간 작업자 숫자도 줄어드는 상황이지만, 길드 수뇌부에서 요구하는 생산량을 맞추려면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이젠 저렇게 빨간 물감 섞어서 찍어 내더라.
“저런 걸 들고 사냥에 나간다고……?”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안 그래도 맛없기로 유명한 포션들이거늘, 물감을 태워서 만들면 얼마나 맛이 없을지…….
-아, 그건 아니더라. 찍어 먹어 보니 딸기 맛이 나던데?
“…….”
쓸데없는 곳에서 제법 괜찮은 배려를 해 준다 싶었다.
“아무튼 이쪽으로 쭉 가면 되는 거지?”
-응. 그리고 창고 쪽에 가면 경비가 있는데…….
“음? 혹시 저게 경비야?”
재호는 저 앞에 보이는 남자를 가리키며 물었다.
바닥에 베개와 이불을 두고 골골거리는 한 남자.
그곳을 지키는 사람이라기엔 너무 이상한 모습이었고, 애초에 이부자리를 깔고 눕기에도 좋은 장소는 아니었다.
스윽-
재호가 다가가자 힘겹게 눈을 뜬 상대.
“넌… 뭐냐……?”
다 죽어 가는 목소리의 상대.
재호는 아주 잠깐 고민이 되었다.
미리 준비해 온 작전이 있긴 하지만, 상대를 보면 그냥 힘으로 찍어 눌러도 될 것 같았다.
-진정해! 너 엉덩이에 힘 들어갔어! 힘 풀어!
“아.”
테일러의 다급한 귓속말에 재호는 고민을 접었다.
그리곤 다시 계획대로 준비한 멘트를 꺼냈다.
“교대 좀 해 주려고 왔지.”
교대를 빌미로 자연스럽게 그를 쫓아내려는 것.
이건 테일러의 아이디어였다.
오랜 시간 이곳에서 머무른 탓에 반쯤 맛이 가 버린 상태라 근무 교대 핑계를 대면 바로 혹할 것이라 말했다.
“뭐……?”
뜬금없는 교대 소리에 상대의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너무 갑작스러웠나?’
테일러를 믿고(?) 너무 다짜고짜 이야기를 꺼낸 것 같아 걱정되었지만…….
“저, 정말 교대라고……? 정말로?”
정말로 의심하는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휘청거리며 일어나더니 재호의 두 팔에 거의 매달리다시피 한 그의 두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거짓말이 아냐? 여기 나 혼자 지킨 지 한 달이 되었는데… 정말로 교대자가 나타났다고?!”
“응? 고작 한 달… 아, 아냐.”
겨우 한 달 동안 같은 자리에 박혀 있는 걸로 이 정도 폐인이 되어 버리는 건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만큼 이곳의 환경이 최악이라는 뜻이겠지.’
빛이 들지 않는 독방에 혼자 갇혀 있었다고 생각하니 조금 이해될 것도 같았다.
재호야 덕분에 주변이 훤히 보였지만, 눈앞의 길드원이 있는 곳엔 빛이라곤 전혀 없었으니 말이다.
어쨌든 테일러의 정보에 따르면 창고를 지키던 이 길드원은 한직 중의 한직이라고 했다.
하지만 매일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장소임에도 그를 향한 관심은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 그 이유를 테일러는 하나로 추측했다.
-불쌍한 친구야……. 예전 불곰 길드에 있던 날 보는 것 같거든.
“…….”
아무리 생각해도 테일러가 이 정도로 궁상맞지는 않았던 것 같은 재호.
아무튼 그는 이곳에서 한 달 동안 어디도 가지 못한 채 출입문을 관리하고 있었다.
“크흑… 등이 얼마나 배기던지…….”
편하게 바닥에 누워서…….
“원래 교대 근무자가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연락이 끊기더니 소식도 없어. 상부에 보고해도 답도 없고…….”
그런데 이야기를 듣다 보니 테일러가 말한 것과는 사정이 달랐다.
그냥 인력 부족으로 인한 고립으로 보였으니 말이다.
최근 말단 길드원들의 은밀한 이탈이 심각해지면서 발생한 문제로 보였다.
“뭐, 잡담은 됐고, 어서 가 봐. 요즘 괜찮은 도박장도 많이 생겼으니 재미 좀 보고 오라고.”
“오! 고맙다! 젠장! 안 그래도 너무 근질근질했는데……. 너 이름이 뭐냐? 크게 한탕 해서 꼭 보답하지!”
“이름은 무슨. 서로 돕고 사는 거지.”
“내게 진정한 동포는 너밖에 없다! 흐흐흐, 그럼 조금만 즐기고 돌아오지!”
그렇게 쉽게 창고를 차지한 재호.
스르르-
어둠 속에서 테일러도 솟아나며 재호 옆에 섰다.
“어때? 완전 개판이지?”
“그러게……. 지난번에 왔을 때랑은 비교도 안 되네.”
그렇게 감상평을 남긴 뒤, 재호와 테일러는 창고 안으로 들어가 신나게 뒤지기 시작했다.
* * *
가디언 길드의 창고가 싹 털렸다!
그 소식은 현장에 근무하는 이들이 가장 먼저 알아챘다.
연금술 코어가 사라지고 텅 비어 버린 창고들…….
원래라면 심각한 일이었지만, 그들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어차피 애초에 포션 만드는 방법 따위는 상관없었잖아?”
“맞아. 그냥 대충 골짜기에 고여 있는 물 퍼서 만들어.”
그렇게 이젠 완벽하게 포션이라고 할 수 없는 물건이 시장에 풀렸다.
그리고 빠르게 소문도 함께 퍼졌다.
[경매장에 오이미즈 마크 붙은 포션들은 독약이다!]현재 경매장에 올라온 오이미즈 포션들이 대부분 짝퉁이라는 사실은 사람들이 다 알았다.
그리고 그것에 대항해 오이미즈에서도 자신들의 정품 포션들을 이제는 아끼지 않고 풀었지만, 의미 없는 일이었다.
일반인들은 경매장에 올라온 진품과 짝퉁을 구별할 방법이 없었으니 말이다.
결국 오이미즈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재호가 가디언 길드를 토벌해 주길 기다리는 것뿐.
이 사태를 두고 그들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전부 자신들이 자초한 일이었으니까.
그래도 다행이라면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었다.
스으-
테일러가 미리 파악한 가디언 길드로 향하는 통로.
그 근처 수풀에서 모습을 드러낸 약 30명의 사람.
그리고 선두에 선 두 사람은 바로 재호와 레트라 단장이었다.
재호 옆에는 티나와 테일러 두 사람이 있었고, 나머지는 전원 제국 기사들이었다.
다만 그들의 모습은 평소와 확연히 달랐다.
원래 입고 다니던 찬란하게 빛나는 제국의 갑옷이 아니었던 것.
암행에 적합한 새카만 경량 갑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위압감은 보통이 아니었다.
마치 주변을 빛을 흡수하기라도 하는 듯, 광택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짙은 어둠.
“월식 골렘의 내골격을 가공해서 만든 것이지요.”
“월식 골렘?”
재호는 처음 들어보는 몬스터의 이름에 고개를 갸웃했다.
“헙?! 월식 골렘?!”
반면 테일러는 그걸 듣자마자 경기를 일으켰다.
“하긴 테일러 공작님은 잘 아시겠군요.”
레트라 단장은 테일러의 반응이 이해된다는 듯 말했다.
그 이유는 뻔히 짐작되었다.
저 정도로 어둠 속에서 모습을 감출 수 있다면 암살자들 처지에선 너무나 탐나는 소재일 테니까.
“그… 실례지만 월식 골렘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테일러는 애원하는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기록상에는 남아 있는데 월식 골렘을 실제로 봤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더라고요.”
“아, 따로 조사해 봤던 모양이네?”
“당연하지!”
재호의 물음에 테일러가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암살자들 사이에선 말 그대로 전설의 재료라고 불리는 것들이야. 그런데 아무리 대륙을 뒤져 봐도 월식 골렘은 코빼기도 안 보이니…….”
“그야 당연합니다. 월식 골렘은 20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월식의 순간에만 잠시 나타나니 말입니다.”
“헉? 그런 비밀이… 예?”
순간 당황한 테일러.
“2, 20년이요?”
말도 안 되는 몬스터 리젠 주기에 테일러의 입이 쩍 벌어졌다.
사실상 획득이 불가능한 수준.
하지만 이어진 레트라 단장의 말에 테일러의 눈은 튀어나올 정도로 커졌다.
“이번 일에 테일러 공작님께서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모든 일이 마무리된 뒤, 폐하께 한번 건의를 드려 보겠습니다.”
“헉?! 진짜요? 가, 감사합니다!!”
속 보이는 테일러의 저자세에 재호는 잠시 안쓰러워지긴 했지만, 기분이 좋아 헤벌쭉한 모습을 보니 굳이 다른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으샤! 밥값을 하려면 이번에 제대로 활약해 줘야겠는데? 그럼 작전대로 먼저 진입해 볼게!”
사르르-
의욕이 가득해진 테일러가 먼저 그림자 속으로 사라지며 내부로 진입했다.
내부의 이동 경로를 따로 내부 동향을 확인한 뒤, 재호 일행에게 알려 줄 계획이었다.
그리고 최종 목적지는…….
“장패드와 간부들이 머무르는 중심 거점.”
재호의 말에 레트라 단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최우선 목표는 가디언 길드의 수뇌부 무력화. 아마 쉽지는 않을 거야. 어쨌든 그들 중에도 손꼽히는 실력자들은 있을 테니까.”
“물론입니다. 저희는 제국의 명예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레트라 단장의 말에 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국의 기사단만큼,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이 든든하게 들리는 존재는 세상에 없을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