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783
782화
가디언 길드는 어둠 속에서 생활하는 게 익숙했다.
몇 달째 땅속에서 생활하다 보니 어느 정도 어둠에 눈이 적응된 것이다.
물론 주변을 밝힐 방법은 여러 가지 있었지만, 문제는 길드 수뇌부에서 그것을 금지했다는 점이었다.
혹여나 지상에서 아래의 불빛이 발견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희미하게라도 불을 쓸 수 있는 건 오직 실내 공간으로 한정되었으며, 그마저도 환히 밝히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가디언 길드는 어쩔 수 없이 어둠에 적응할 수밖에 없었던 것.
물론 적응하겠다고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긴 했다.
이따금 헛것을 볼 때도 있고…….
테일러의 잠입 능력이 뛰어나긴 하지만, 아예 제집처럼 마음껏 휘젓고 다닐 수 있었던 건 바로 그 때문이었다.
아무리 어둠에 눈이 적응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림자, 즉 어둠에 특화된 테일러의 움직임은 가디언 길드에서 절대 잡을 수 없었다.
심지어 아무리 가면을 썼다지만, 재호도 태연히 내부를 활보하지 않았던가?
그만큼 가디언 길드의 현 내부 상황은 엉망이었다.
-어… 뭔가 이상하다?
먼저 잠입한 테일러의 귓속말.
“왜?”
-아니… 진입 경로에 사람이 한 명도 안 보이네.
“그럼 좋은 거 아냐? 그래서 일부러 한가한 쪽으로 고른 거잖아.”
-그렇긴 한데 이 정도로 사람이 없진 않았거든. 혹시 정보가 유출되었을 가능성은 없으려나?
“음…….”
이번 작전에는 엘리시아 화원의 극소수, 그리고 제국과 아고니 왕국이 개입되어 있었다.
가디언 길드 쪽에 정보가 새어 나갈 가능성은…….
“아. 설마?”
생각해 보니 하나 더 있었다.
“오이미즈.”
물론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오이미즈가 제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한 이 일에 어깃장을 놓을 가능성은 극히 낮았다.
미치지 않은 이상은…….
-내가 안쪽으로 한 번 더 살펴보고 올게. 기다려.
테일러는 자신이 느낀 불안함을 확인하기 위해 빠르게 아래쪽으로 내려갔고, 약 20분 뒤에 귓속말이 돌아왔다.
-야, 그냥 내려와도 되겠다. 얘들 그냥 망했어.
“음? 뭔 소리야?”
-그냥 경계 근무 서는 놈들이 다 도망가고 없는 거였어. 아래에도 사람이 잘 안 보여 도박장들 한 바퀴 돌아봤는데, 거기 바글바글하더라. 그냥 자포자기했나 봐.
그 이야기에 편히 진입을 시작한 재호와 기사들.
테일러의 말대로 내려가는 길목은 텅텅 빈 상태였다.
왠지 초소로 썼던 것 같은 장소들도 몇 개 보였지만, 싹 다 비어 있긴 마찬가지.
그렇게 한참 내려가다 코를 찌르는 매캐한 냄새가 날 때쯤, 재호는 신호를 주었다.
“돌푸라이트를 먹자고.”
베스코가 만들어 낸 왕버섯 골짜기 전용 포션.
가디언 길드의 돌푸로스트와 비교도 안 되는 완벽한 성능은 이미 연금술 코어를 훔치러 들어갔을 당시에 경험해 봤었다.
이번 작전에 참여한 인원들에겐 돌푸라이트가 세 개씩 지급되었는데, 비상용으로 지급한 건 아니었다.
실제 아래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데엔 하나만 마셔도 충분했다.
그럼에도 세 개나 준 건 만일의 경우, 중복해서 복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기 때문이었다.
[] [등급 : 고급] [왕버섯 골짜기에서의 생존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독 저항 포션입니다.] [효과 : 1. 왕버섯 골짜기의 독성에 면역.2. 과다 복용 시, 주변에 독구름을 형성해 상대를 중독시킵니다.]
바로 과다 복용 시에 발생하는 옵션 때문!
소수로 적들을 헤집어 놓아야 하는 상황인데다 안전한 탈출까지 고려하면 해당 옵션이 상당히 효과적이었다.
‘사실 아직도 조금 긴가민가하긴 하지만…….’
30명 정도 되는 숫자로 특정할 수 없는 인원수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
솔직히 말해 아직 확신이 안 드는 인원 차이이긴 했다.
소수 정예를 예상하긴 했지만, 그래도 100명 정도는 모이지 않을까 생각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제국 기사단 쪽에선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자신을 했기에 재호도 믿고 움직이는 상황이었다.
‘뭐… 이제 와서 의심해서 뭐해.’
재호는 다시 각오를 다잡았다.
애초에 지금 뒤에 있는 전력은 역대급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강력했다.
두 전설 NPC와 그에 준하는 최정예 기사들.
세상에 둘도 없는 초호화 공격대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애초에 자기가 제일 약하면서 이런 미친 계획을 짠 사람이 제일 문제 아닐까?
-그러게. 생각해 보니 이상하네.
“…….”
훅 들어오는 꼰대와 징징이의 일침에 재호는 말문이 막혔다.
생각해 보면 틀린 말이 아니긴 했으니까.
* * *
집무실에 앉은 장패드는 수북하게 쌓인 서류 사이에서 이마를 톡톡 두드렸다.
이건 전부 오늘 안에 처리해야 할 관련 보고서들.
하지만 보고서라고 하기에 민망한 수준의 문서들이 대부분이었다.
주변엔 제대로 일하는 놈이 하나도 없었으니…….
따지고 보면 피로크 길마 시절에도 똑같았다.
결국 일하는 건 자신이 다 했었고, 피로크는 그저 권력을 휘두르고 생색내느라 바빴었다.
길드에 수백만 명이 있는데, 자신의 반만큼이라도 일을 할 줄 아는 인간이 한 명도 없다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빌어먹을……. 이게 고작 게임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문제는 바로 그것이었다.
뉴월드가 아무리 [또 하나의 세계]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고, 또 현실 세계와도 깊게 엮여 있다고 하지만 결국은 게임.
현실과 다른 세상을 즐기기 위한 장소였다.
아무리 국가가 나서서 애국 활동을 강제한다고 하더라도 게임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누구도 장패드만큼 진지하게 이 사태를 받아들이진 않는 것이다.
그러니 길드가 똑바로 굴러가지 않는 게 당연한 일.
게다가 현실 권력의 힘에 너무 쉽게 흔들렸다.
가령 높은 분의 자식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었는데, 그 사람의 지인들까지도 봐줘야 했다.
그렇게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까지 빼고, 또 빼고…….
최상위 플레이어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건 그저 표면상의 이유.
그들은 아무리 길마라 하더라도 통제할 수 없는 자들이었다.
피로크 길마 시절, 그들을 통제할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그가 가진 현실의 배경 권력 덕분.
그 덕분에 부길마로서 자신의 능력이 빛이 발했던 것임을 장패드는 뒤늦게 알 수 있었다.
‘이대로라면 위험해…….’
장패드는 알고 있었다.
지금 가디언 길드의 상태는 점점 최악으로 치닫고 있단 것을…….
하지만 도저히 방법을 찾지 못한 채, 최대한 느리게 침몰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결국 자신이 모두 뒤집어쓸 수밖에 없는 거대한 책임 덩어리인 것이다.
‘…아니. 딱 하나 방법이 있긴 해.’
다소 과격한 방식이지만, 길드를 규합시키는 동시에 자신의 권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하나 있었다.
‘지속적인 전쟁.’
단기 전투로 마무리되는 전면전이 아닌 긴 시간에 걸쳐 여러 곳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혼란.
원래라면 룬가 왕국을 점령한 뒤, 그 일을 추진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었다.
하지만 피로크 탓에 그걸 하루아침에 날려 버렸으니…….
‘새로운 거점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모든 걸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걸 위한 조사 보고서들이 바로 눈앞의 어설픈 문서들.
“후우…….”
장패드의 깊은 한숨과 함께 다시 집중하려는 순간.
쿠웅-
왕버섯 골짜기와 어울리지 않는 굉음이 바깥에서 들려왔다.
“음? 무슨 소리지?”
불현듯 불안함이 차오르는 장패드.
콰앙-!!
이어 또 한 번 소리가 들려오자 그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무슨 일이냐?!”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무슨 일이냐고!!!”
고함을 지르며 밖으로 나와 보지만, 어둠 탓에 무엇 하나 제대로 보이는 게 없었다.
슥-
본능적으로 무기와 방패를 뽑아 든 장패드.
그리고 잠시 후…….
번쩍-
“흡?!”
장패드는 어둠 속에서 무언가 반짝인다 싶어 본능적으로 방패를 들어 올렸다.
꽈아앙!!!
방패 너머로 전해지는 묵직한 충격.
마치 덤프트럭에 부딪힌 듯, 몸이 붕 떠오른 그는 안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커헉?!!”
이 한 번의 일격으로 그는 바로 알아챘다.
[큰 충격을 받아 일시적으로 움직일 수 없습니다.]이 공격을 한 존재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화르륵-
주변을 밝히던 작은 횃불이 쓰러져 불이 번지기 시작했다.
“크윽!”
조금씩 몸이 회복되자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킨 장패드.
그리고 시선은 어느새 입구 쪽에 나타난 존재를 향했다.
그곳엔 일렁이는 불꽃 너머, 우뚝 서 있는 거대한 덩치의 남자.
“알시아…….”
그렇다면 방금 자신을 공격한 건…….
-으아악! 에, 엘프다! 그 미친 엘프가 여기 있어!!
아니라 다를까, 길드 채팅에 목격 소식이 급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장 재호 옆에 보이지 않는 걸 보면 원거리에서 저격했던 모양.
그렇다는 건 지금 이곳엔 재호 혼자라는 뜻이었다.
“무모하군. 가디언 길드의 최심부로 혼자 들어온다고?”
“허세 부리지 않아도 돼. 어차피 이 주변엔 너 혼자라는 거 알고 있으니까.”
“…….”
오히려 장패드는 잘 모르는 이야기였다.
오히려 재호가 내부 상황을 더 자세히 알고 있다는 뜻.
그 점이 장패드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흥, 그래도 변하는 건 없다. 이미 길드 전체에는 비상소집이 발령되었으니까.”
장패드는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어차피 너는 여기서 멀쩡히 나가지 못한다. 아니, 절대 내보내지 않을 것이다.”
지난번과 같은 방법으로 도망갈 가능성도 있지만, 중요한 건 티나가 여기 있지 않은가?
재호는 절대 티나를 두고 혼자 도망가지 않으리라는 걸 장패드는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제아무리 엘프라 해도 압도적인 물량 앞에선 결국 무너지게 될 테고 말이다.
그리고 그가 자신만만한 것엔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콰앙! 콰과광-!!
연이어 들려오는 폭음들.
그 소리를 들은 장패드의 미소는 더욱 진해졌다.
“미쳤군. 이곳이 어딘지 잊은 거냐? 아고니 왕국은 생각도 하지 않고 아주 거친 싸움을 벌이는군.”
“얼씨구? 마음에도 없는 걱정을 해 주는 거야?”
“물론이지. 그리고 너라면 절대 대책 없이 일을 저지르진 않았을 거란 것도 안다. 뭔가 준비해 온 게 있겠지.”
쿵-
방패를 찍으며 몸을 튕겨 낸 장패드가 재호를 향해 돌진했다.
쩌엉-
코앞에서 터져 나오는 충격파를 몸을 비틀어 피한 재호는 장패드의 옆구리에 모종삽을 박아 넣었다.
따앙-
탱커답게 두꺼운 방어력을 자랑하는 장패드.
그럼에도 쓰라린 느낌이 드는 걸 보면 재호가 레벨에 어울리지 않은 공격력을 가지고 있음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후웅-
기합과 함께 땅을 내리찍은 장패드.
쿠과과광!!
장패드가 선 곳을 제외한 주변이 폭발하듯 땅이 뒤집혔다.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고니 왕국을 파괴해 주지!!”
물론 그건 마음에도 없는 말이었다.
자신이 아무리 거친 스킬들을 쏟아부어도 골짜기 전체가 무너질 리 없었다.
그저 재호의 마음을 흔들기 위한 협박.
실제로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없군.’
일말의 표정 변화도 없는 재호의 얼굴에 장패드는 알아챘다.
그렇다면 실제로 긴장하게 만드는 수밖에 없었다.
“내 말을 빈말로 듣는군.”
장패드가 비릿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래. 한번 날뛰어 봐라. 네놈이 영원히 후회하도록 만들어 주마.”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채, 장패드는 다시 재호를 향해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