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784
783화
완전히 박살이 난 길마 집무실.
주변이 활활 타오르며 발생하는 매캐한 연기가 주변의 독기와 뒤섞이며 호흡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잘도 여기를 다시 기어들어 왔군!”
쩌엉-!!
방패를 앞세워 재호에게 돌진하자 주변 화염이 그의 움직임을 따라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움직임 하나하나에 그만큼 강한 힘이 실려 있다는 뜻.
길드 내 랭커급 플레이어들만큼 강하진 않지만, 장패드 또한 엄연히 고레벨 플레이어.
다만 누구나 다 알듯, 재호가 레벨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괴물이라는 것이 문제이긴 했지만…….
‘하지만 이곳에선 다르다!’
장패드는 점점 가빠 오는 호흡을 다스리기 위해 돌푸로스트를 하나 마셨다.
‘바로 네놈은 이게 없을 테니까!’
물론 여기까지 들어온 걸 보면 어떤 식으로든 대응책을 가진 건 분명했다.
하지만 이렇게 격한 움직임이 계속 이어진다면, 언제까지고 멀쩡할 순 없을 터였다.
이 돌푸로스트조차 단점이 있거늘, 재호가 이보다 더 완벽한 대책을 갖고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이 지독한 어둠과 독기는 내 편이다!”
콰앙-!!
재호를 직접적인 공격보다는 지형 파괴를 통한 전투 방해에 가까운 장패드의 공격.
그의 전략은 간단했다.
‘현실적으로 내가 알시아를 일대일로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야 했다.
보아하니 엘프와 함께 쳐들어온 모양인데, 첫 공격 이후로 자신에게 들어오는 견제가 없는 걸 보면 길드원들이 상대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이쪽으로 지원이 도착할 때까지 버티며 전장을 엉망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 장패드의 계획이었다.
쐐애액-
하지만 그 의도를 알고 여유를 주지 않겠다는 듯, 재호는 흐트러진 자세에서도 강력한 투창 공격을 가했다.
“흡!”
그 공격에 맞춰 장패드 역시 스킬을 시전했다.
[] [공격이 들어오는 부위의 방어력을 일시적으로 증가시킵니다.]공격이 적중하는 위치를 알고 있다면 피해를 많이 감소시킬 수 있는 탱킹 스킬!
하지만 화염창의 공격은 폭발형이다 보니 효과적인 대응이라 할 순 없었다.
직격타는 막는 정도였고, 폭발로 인한 충격과 열기에는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화르륵-
이어 화염을 뚫고 뛰어 들어온 재호는 모종삽으로 장패드의 미간을 노렸다.
따앙-
간신히 방패로 빗겨 내는 데 성공했지만, 그 찰나의 순간에 반대 손으로 방패를 잡은 재호가 장패드를 휙 돌려 버렸다.
“으읍?!!”
크게 휘청이며 쓰러질 뻔한 장패드가 간신히 중심을 잡는 순간, 연이어 니킥이 날아들었다.
빠각-!!
쿵-
“크윽!”
결국 엉덩방아를 찧으며 추하게 넘어진 장패드가 발악하듯 검을 휘둘렀다.
자신의 전투 센스는 재호보다 한참 떨어진다는 걸 인정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당해 보니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래서 알시아 저놈과 붙은 녀석들이 밤잠을 설쳤던 거구나.’
분명 재호의 공격력은 위협적이다.
모종삽은 물론 화염창 또한 이 너무 쌓이게 되면 끔살을 당할 정도로 무서운 무기들.
하지만 그 무기들의 가공할 만한 위력보다 상대에게 더 강한 인상을 남기는 건 바로 지금과 같은 변칙적인 공격이었다.
게임을 하는 대부분 플레이어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스킬과 무기에 의존한 공격을 시도하기 마련.
하지만 재호는 아니었다.
온몸이 무기라고 해도 될 정도로 다양한 공격을 시도하는 타입으로, 상대하는 처지에서 피곤하기로 유명했다.
방금 얻어맞은 니킥처럼 말이다.
당연히 위력은 형편없었다.
현실이면 몰라도 이곳은 게임이니까.
그런데 체력 피해가 0이라면 멘탈 피해가 100은 된다는 게 문제였다.
자신은 온갖 스킬을 이용해 필사적으로 싸우거늘, 상대는 짤짤이 공격을 해 온다?
이건 농락당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젠장. 저 힘 쓰는 거 말곤 할 줄 아는 게 없어 보이는 덩치에서 이런 유연성과 민첩함이 나오는 건 반칙 아니냐고?!’
타앙-
지면을 때리며 몸을 일으킨 장패드는 몸을 말고 거북이가 되었다.
저런 변칙적인 상대에겐 오히려 정석적인 방어 전략이 잘 먹히는 법!
‘어떻게든 버티면 된다!’
하지만 이미 자신의 평정심은 무너진 상태라는 걸 장패드는 인지하지 못했다.
조금 전, 재호가 가진 강력한 일격의 위험을 생각했으면서, 그런 공격을 때리기 좋은 전략을 택했으니 말이다.
꽈아앙-!!
장패드의 방패 위로 화염창이 큰 폭발을 일으켰다.
폭발로 시야가 잠시 가려진 찰나의 순간, 어느새 다가온 재호의 밭다리 기술에 다시 자빠진 장패드.
푹-
모종삽이 다시 한번 그의 가슴을 찔렀고, 간신히 스킬을 이용해 대미지를 반감시켰다.
“하아압!!”
콰아아앙!
이어 장패드는 반격을 시도하는 대신 재차 바닥을 때리며 지형 파괴를 시도했다.
최대한 재호의 신경을 긁으며 시간을 끌기 위함이었지만…….
뻑-
콰득!
쩌억-
눈으로 좇기 힘들 정도로 빠른 공격 속도에 장패드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어떻게든 스킬로 공격을 막으려 했지만, 점점 놓치는 횟수가 늘어나는 상황.
‘버티면 된다! 어떻게든 지원이 올 때까지 버티면…….’
하지만 문득, 장패드는 깨달았다.
‘근데 언제까지 버텨야 하는 거지?’
이미 자신이 전투를 시작한 지 제법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아직 그 누구도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아니, 귓속말조차 없었다.
왕버섯 골짜기 내에 쫙 깔린 수많은 병력은 다 어디 가고, 이곳에서 자신 혼자 외롭게 싸움을 벌이고 있단 말인가?
지금 자신이 확인한 길드 소식은 엘프가 나타났다던 것 하나뿐인데…….
전부 죽어 나가는 중이라서 귓속말을 못 보낸다?
그것 또한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뉴월드는 사망하더라도 접속 해제까지 약간의 여유가 있었고, 귓속말을 충분히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것도 없는 걸 보면 현재 자신이 예상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제야 알아챘어?”
그때, 재호의 차가운 목소리가 장패드의 가슴을 푹 찔렀다.
“뭐, 뭐냐……?”
장패드의 눈이 불안하게 떨렸다.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 거냐고!!”
“나도 몰라? 모르면 계속 맞아야지.”
재호는 장패드를 비웃어 준 뒤, 다시 그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재호도 상황을 모른 채 장패드와 싸우는 중이었다.
‘길마가 두들겨 맞고 있는데 왜 다른 놈들은 나타나질 않지?’
자신과 티나가 나서서 가디언 길드의 어그로를 끌 계획이었는데, 이쪽이 잠잠해도 너무 잠잠했던 것이다.
하지만 재호도 모르는 게 당연했다.
현재 왕버섯 골짜기에는 재호가 모르는 또 다른 존재들이 은밀하게 움직이는 중이었으니까.
* * *
레트라 단장을 필두로 한 제국의 기사들.
그들은 재호를 따라 골짜기 안쪽까지 진입했다.
그리고 사전에 재호와 계획한 대로, 가디언 길드의 수뇌부를 우선 타격하기로 했다.
단, 재호에게 말하지 않은 게 하나 있었다.
콰앙-!
어둠 속에 몸을 숨긴 그들은 재호가 가디언 길드의 핵심 전력을 끌어내기 위해 벌인 소란을 응시했다.
그리고 멀리 반대편에서 티나 또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가디언 길드의 관심을 끌었다.
굳이 둘이 따로 전투를 시작한 건 길드의 최고 전력과 일반 길드원을 분리하기 위해서였다.
가디언 길드의 심리를 이용한 재호의 작전.
가디언 길드의 고레벨 길드원들은 티나와 절대 싸우고 싶지 않아 할 것이다.
그쪽에 덤벼 봐야 먼저 나서는 순서대로 차례차례 죽을 테니까.
반면 재호는 그럭저럭 해볼 만한(?) 상대였다.
게다가 길마와 싸우고 있으면 구실도 나쁘지 않았다.
길드원으로서 길마를 돕는 건 당연한 일이니 말이다.
그래서 고레벨 길드원들은 자연히 재호가 있는 것으로 몰릴 것이라 예상한 것이다.
그렇게 길드 핵심 전력을 끌어낸 뒤, 제국 기사단이 전장에 난입하는 게 계획이었다.
재호가 아는 계획은…….
“슬슬 움직이면 되겠군요.”
레트라 단장의 한마디.
그건 휘하의 기사들에게 한 말이 아니었다.
그 말에 대한 대답은 물론, 그 어떤 소리도,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가디언 길드에겐 지옥이 시작되었다.
그 효과는 가장 먼저 재호와 장패드의 전투 현장에 나타난 길드원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쯧. 일을 어떻게 하기에 알시아가 여기…….”
푸욱-
“컥?!”
등을 파고드는 검.
[사망했습니다.]“?!!”
충격적인 알림이 눈앞에 떠올랐지만, 보고 있는 그 순간에도 그는 믿지 못했다.
“이, 일격에 죽었다고?”
자신은 가디언 길드에서도 최상위 전력에 속했었다.
심지어 딜탱 포지션.
그런데 상대의 정체도 확인 못한 채 일격에 죽어 버린 것이다.
“젠장! 이게…….”
급히 상황 보고를 위해 귓속말을 보내려 한 그.
하지만 귓속말을 가로막는 새로운 알림에 2차 충격을 받았다.
[깔끔한 암살로 인해 사망 후 채팅이 불가합니다.]“미친! 뭐 이딴 게 있어?!”
사망 후 귓속말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암살은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그런 게 있었다면 진작 알려졌을 터.
이와 같은 일은 그에게만 벌어진 게 아니었다.
재호와 장패드의 전투 현장으로 향하던 모든 길드원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하나둘 쓰러져 갔다.
레벨이 얼마나 높든, 클래스가 무엇이든, 그곳으로 향하는 모든 이들은 공평하게 한 방에 죽어 버리는 상황.
그리고 자신의 사망 소식을 그 어디에도 전해지지 못했다.
장패드가 지원을 기다리며 외롭게 버티고 있음에도 아무런 소식이 없던 것엔 그런 사정이 있었던 것이다.
“…우리도 움직인다.”
그 모든 걸 지켜보던 레트라 단장이 드디어 기사단에 명령을 내렸다.
“황제 폐하를 위하여.”
탓-
하지만 그들은 재호가 있는 곳으로 향하지 않았다.
각자 골짜기로 흩어져 점점 모이기 시작한 가디언 길드 틈새로 스며들었다.
그리곤 연이어 자비 없는 칼부림이 시작되었다.
* * *
-여, 여기 정체불명의 적들이 나타났습니다!
-으아악! 나 죽는다!!
-미친? 이것들 정체가 뭐야? 왜 이렇게 강해?!
-아니, 누군데? 애초에 모습 자체가 안 보인다고!!
갑자기 부산스러워진 길드 채팅.
장패드 또한 바쁜 와중에도 그 급격한 변화를 알아챘다.
지금까지 잠잠하던 길드 채팅이 갑자기 바빠진 건 결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특히 다른 이들이 말하는 정체불명의 적!
그것이 재호의 진짜 작전임을 장패드는 알아챘다.
그리고 보지 않아도 그들의 정체를 알 것 같았다.
“…제국인가?”
“굳이 대답해 줄 이유는 없지.”
뻐억-
장패드를 날려 버리며 재호는 답했다.
그리고 사실… 재호도 내심 계획한 것과 다른 상황에 당황하는 중이기도 했고 말이다.
‘다른 간부나 고레벨 길드원들이 나타나지 않는 걸 보면 기사단이 움직이긴 하는 거 같은데…….’
하지만 어둠을 훤히 볼 수 있는 재호 시야에도 그들의 움직임은 딱히 보이지 않았으니 이상한 일이었다.
“제기랄!”
그때, 거칠게 욕설을 내뱉는 장패드.
“이 빌어먹을 자식들은 싹 다 도망가 버린 거냐!!!”
나타나지도 않고 귓속말도 오지 않는 간부와 고레벨 길드원을 향한 분노.
“뭐, 사정은 모르겠지만.”
꾸웅-
재호는 왼발을 크게 내디디며 주먹을 말아쥐었다.
“아무래도 네가 생각한 거랑은 전혀 다른 상황인 것 같네?”
투콰아앙-!
재호의 주먹에서 일어난 폭풍이 주변의 화염 그리고 독기와 함께 뒤섞여 장패드를 덮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