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787
786화
정체를 확인할 수 없는 존재들이 주변을 포위한 상황.
전혀 예상하지 못한 돌발 상황이기에 재호가 당황한 것도 당연했다.
“…….”
최대한 겉으로 내색하지 않은 채 주변을 천천히 살폈지만 보이는 건 전혀 없었다.
그러나 티나가 저렇게 경계하는 걸 보면 분명 누군가가 있다는 뜻.
“여기서 가디언 길드가 아닌 다른 세력과 싸우기라도 해야 한다는 거야?”
재호는 다시 레트라 단장에게 물었다.
“그건 제가 판단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기사단은 반드시 대왕을 돕겠습니다.”
“음?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제국 쪽의 사람인데 기사단은 오히려 재호를 돕겠다?
전혀 이해되지 않는 소리였다.
“죄송합니다.”
그럼에도 다른 설명 없이 사과만 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속이 뒤집힐 지경.
“대체 무슨…….”
그때, 재호가 뭐라고 말하려는 순간.
팟-
티나가 반대편으로 몸을 빠르게 돌리며 재호를 보호했다.
재호 역시 시선이 그리로 향했고, 어느새 장패드 뒤에 한 사람이 우두커니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내가 이야기하지.”
고저가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
푹-
그렇게 말하면서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은밀하게 움직인 그의 검이 장패드의 등을 관통해 버렸다.
그 일련의 동작은 마치 바람이 부는 것처럼, 너무나 부드럽게 자연스럽게 보였다.
그만큼 숙달된 킬러라는 뜻.
‘티나가 긴장할 정도로 말이지…….’
드래곤을 앞에 두고도 태연한 티나를 긴장시키는 상대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눈앞의 상대에게 보이는 반응은 손에 꼽힐 정도였으니…….
“알시아.”
상대는 재호를 향한 존칭은 생략했다.
“곧 찾아가겠다.”
“?”
스르르-
고작 그 한마디만 남긴 채 처음부터 그 자리에 없었다는 것처럼 사라져 버린 상대.
파스스-
재가 되어 사라지는 장패드만이 그곳에 다녀간 존재가 있음을 알려 주고 있었다.
“…기척이 사라졌어요.”
티나는 검을 거두며 말했다.
하지만 레트라 단장을 향한 경계는 여전한 상태.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그 사람은 대체 누구지?”
“그분께서 직접 모습을 드러내셨다는 건… 제가 어느 정도 설명을 해도 된다는 허락이겠군요. 하지만 아직 이곳의 전투는 끝나지 않은 상황이니, 다시 지상으로 복귀하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 중이던 가디언 길드와의 전투.
하지만 정체불명의 존재가 나타나면서 더는 순조롭지 않게 되었다.
장패드만 끝장내 버린 뒤 순순히 사라졌다곤 하지만, 자신을 향한 미묘한 적의를 보인 것은 사실.
“…좋아. 어쨌건 당장은 가디언 길드의 일이 우선이니까.”
결국 재호도 레트라 단장의 요청을 받았다.
이 왕버섯 골짜기는 다른 일로 실랑이를 벌이기엔 별로 좋은 장소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 * *
이성을 상실한 장패드는 헛된 희망을 품었었다.
바깥으로 도망치는 길드원과 외부에서 복귀하는 길드원이 합공해서 역전할 거란…….
당연히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고, 이미 외부에서 활동하던 초고레벨 길드원들 쪽에도 소식은 전해졌다.
왕버섯 골짜기가 초토화되었으며 현재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보고 있음을 말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복귀하지 않았다.
-레벨을 지키는 것이 길드의 미래를 위해서도 좋다.
-핵심 전력인 우리까지 잃는 건 막아야 한다.
-나는 곧 있을 뉴월드컵을 생각하면 조심해야 한다.
그런 핑계들을 댔지만, 크게 틀린 말이 아니기도 했다.
이미 기울어진 전장에 뛰어드는 건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동시에 이 거대한 사건의 소식도 빠르게 공개되었다.
어쨌든 가디언 길드는 뉴월드를 구성하는 가장 큰 단체 중 하나였기에 알게 모르게 소문은 다 퍼져 나간 것이다.
[아고니 왕국 바로 아래에 숨어 있었던 가디언 길드! 하지만 황재호의 시선은 피할 수는 없었다!] [끝없는 추락! 어쩌다 수천만 명이 한 시간 만에 전멸한 것인가?] [가디언 길드 측 “이것은 인권 탄압!”] [전체 길드원의 95%가 사망. 황재호에게 또다시 굴욕당한 가디언 길드!]가디언 길드의 정확한 피해는 알 수가 없었다.
알려면 월드와이드 쪽에서 로그를 확인하고 공개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까지 자세한 데이터를 공개해 줄 리는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간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가디언 길드였으니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으리라는 건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었다.
물론 계속 의심하는 사람이 없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야, 근데 너무 과장된 소리 아님? 가디언 길드가 아무리 엉망이라지만 그렇게 쉽게 당한다고?
└라고 생각하다 룬가 왕국 먹고도 털렸던 거 기억 안 나냐?
└아니, 저 작전 자체가 극비리에 진행된 거라며?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다 퍼진 거임? 알시아가 동네방네 자랑한 거 아님? 그 말을 믿음?
└ㄴㄴ아님. 아고니 왕국이랑 친한 플레이어들이 먼저 소문냈음.
-근데 아고니 왕국은 가디언 길드한테 선전포고했던 곳이잖아. 멍청이도 아니고 왜 거기 숨어 지냈다고?
└거기 애들이 가서 찍은 거 보니까 숨기 좋긴 하더라.
-너네 남 일처럼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을 때가 아님. 소문에 알시아가 가디언 길드 상대할 때 독을 썼다더라.
└그게 뭐가 문제임?
└문제가 아니긴. 비인도적인 방식으로 사람을 학살했는데 이게 맞냐? 참고로 나 가디언 길드 아닌데도 이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ㅇㅇ동의함. 이건 가디언 길드 문제가 아니라 누구든 저렇게 당할 수 있다는 뜻임. 너희 앞으로 알시아 거스르면 쥐도 새도 모르게 독 먹고 죽는 거임.
-솔직히 나도 알시아 좋게 봤는데, 이번 일로 생각이 바뀜. 아무리 게임이지만 독으로 수천만 명 학살한 건 인간이 할 수 있는 짓이 아님.
└가디언 길드 말곤 아무도 그렇게 생각 안 할걸? 걔들은 그냥 뉴월드 생태계 파괴범임. 이번 포션 사태만 봐도 알 수 있음ㅇㅇ
└나 가디언 길드 아닌데?
-속보! 방금 얻은 정보인데, 실제로 거기 수천 명 있던 거 아니라더라. 그냥 몇백 명이 전부래. 수천 명이라는 거 그냥 황재호가 허세 부리는 거임.
└응~ 아무도 안 믿을 소리죠?
-너희 지금 이럴 때가 아님. 이제 부활한 가디언 길드 놈들 쏟아질 텐데, 다시 숨기 전에 사냥해라. 제국 호감도작으로 직빵임ㅇㅇ
└아, 나만 꿀 빨려 했는데 그걸 왜 말함?
└여기서 떠드는 놈들 수준으로 가디언 길드 잡는 게 가능할 줄 아냐;;
└수십 명한테 수천 명 털린 거 보면 가능할듯?
-알시아는 뉴월드를 못 하게 법적으로 막아야 한다. 저런 잔인한 학살자는 감옥에 보내야 한다!
└꽃템 불매 운동에 다들 참여해 주길.
└야. 가디언 길드가 그런 소리 하기엔 너무 안 어울린다고 생각이 들지 않냐?
└ㄴㄴ가디언 길드 아님.
이번 일을 두고 대부분은 가디언 길드가 고소하다는 반응을 보였으나 그건 잠깐이었다.
곧 누가 봐도 가디언 길드로 보이는 반응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재호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인구수로 커뮤니티를 점령하니 유독 많아 보이는 재호 비난 발언들.
하지만 그럴수록 가디언 길드를 향한 사람들의 적개심만 커진다는 걸 그들만 몰랐다.
“뭐,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리고 역시나 그 소식을 들은 재호는 한쪽 귀로 가볍게 흘려보냈다.
“근데 뉴월드컵에서 걔들이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것 같은데?”
함께 아고니 왕국 왕성으로 향하던 테일러가 물었다.
“뭔가 상상도 못한 짓을 저지를 거 같은데…….”
“근데 애초에 이 일이 아니어도 똑같았을걸? 그렇게 생각하면 별문제도 아니지.”
재호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슬슬 다가오는 뉴월드컵.
이미 뉴월드컵의 다음 개최지가 중국으로 정해졌을 때부터 재호는 쉽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게임 내적으로 중국이 뭔가 해코지를 할 순 없을 것이다.
모든 건 월드와이드 소유인 인공지능 크레이터가 통제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마 재호와 일성 플라워즈를 향한 견제는 게임 외적으로 발생할 터.
실제로 중국 쪽 언론의 경우엔 재호를 향한 공격과 비난이 요즘 들어 점점 심해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일성 플라워즈의 감독 두표도 뉴월드컵을 대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었다.
국내 최고의 경호팀을 계약하거나 소속 선수들의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최고의 상담사를 고용하는 등.
“응? 네가 상담도 받고 있었다고? 왜 난 한 번도 못 본 거 같지?”
문득 떠오른 테일러의 의문.
재호를 따라 운동도 다니는 그는 재호의 일정을 꿰고 있건만, 아무리 생각해도 따로 상담을 받을 만한 여유 시간은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 다른 팀원들이 받는 걸로 알아. 상담사님이 내 검사지 보더니 필요 없겠다고 하시더라고.”
“뭐? 최고의 상담사 맞아? 그렇게 넘긴다고?”
하지만 재호는 정말로 멘탈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어차피 인터넷에서 막무가내로 떠드는 거잖아. 난 그런 거에 별로 신경 안 써.”
“보통은 그런 문제가 마음먹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잖아.”
새삼 재호의 타고난 강함은 육체적인 것에만 국한된 게 아니란 걸 깨달은 테일러.
“뭐, 어릴 때부터 외모 때문에 온갖 일을 다 겪고 자라면 누구나 그럴걸?”
“아닐 거 같은데…….”
인간 자체가 강하다는 표현도 재호에겐 모자란다는 것만 깨달을 뿐이었다.
아무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왕성을 찾은 그들은 차르밍 국왕과 만나 감사 인사를 받았다.
발아래의 폭탄을 안전하게 처리해 준 것도 모자라 왕버섯 골짜기의 연구 가능성도 대신 확인해 주었으니 차르밍 국왕으로선 너무나 고마운 일.
“앞으로 왕버섯 골짜기는 왕국에서 심층적으로 연구 관리할 것입니다.”
사실 아고니 왕국의 결정은 부득이한 면이 있었다.
이미 가디언 길드를 통해 그 장소가 사람이 머물 수 있음은 확인되었다.
게다가 복잡한 내부 구조 탓에 한 번 들어오면 수색도 어려운 환경.
다시 말해 계속 내버려둔다면 위험한 자들의 은신처로 활용되며 거대 암흑가로 발전할 위험이 큰 것이다.
“좋은 생각이네요. 다만 엘리시아 화원의 연금술 설비가 자리를 잡아야 돌푸라이트 공급이 원활해질 것 같습니다.”
“물론입니다. 이렇게까지 해 주셨는데 더 욕심내는 것은 과하지요. 그간 저희도 충분한 대가를 준비해 놓겠습니다. 그리고 테일러 공작. 그대에게도 감사를 표하는 바요.”
이어 차르밍 국왕은 테일러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테일러는 오랜 시간 왕버섯 골짜기에 머무르며 가디언 길드를 살폈으며, 그 덕분에 얻은 수많은 정보가 이번 토벌전에서 정말 요긴하게 쓰였다.
또한 테일러가 완성한 왕버섯 골짜기 내부 지도는 아고니 왕국에 꼭 필요한 것이었다.
“하하!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저희 여왕님께서 특별히 신경 쓰라고 하셨으니 말입니다!”
실제로 라셀 국왕이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는 의문이지만…….
“허허, 라셀 국왕님께 감사의 말씀 전해 주십시오. 그리고 곧 한번 뵐 수 있기를 고대하겠습니다.”
그렇게 차르밍 국왕과의 만남을 마친 뒤, 기분 좋게 나온 두 사람.
“넌 기사단 쪽이랑 볼일 있다고 했지?”
“응. 이제 만나러 가야지.”
“그래? 그럼 나 먼저 갈게.”
웬일로 재호를 따라가려 하지 않고 먼저 돌아가겠다는 테일러.
“흐흐, 아까 국왕님 이름 좀 팔았더니 알림이 뜨더라고. 아마 돌아가면 보상 좀 두둑하게 받지 않을까?”
“뭐, 그럼 그렇게 해.”
어차피 테일러는 같이 갈 수 없었다는 건 비밀로 한 채 재호는 그를 배웅했다.
이후 티나와 왕국 중심의 큰 여관으로 향했다.
딸랑-
기분 좋게 울리는 출입문의 맑은 종소리.
하지만 안에서 기다리는 레트라 단장 탓에 그 소리는 오히려 불길하게 들렸다.
게다가 이 넓은 장소에 사람이라곤 레트라 단장 한 명밖에 없었으니…….
“뭐, 이것저것 잴 필요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고.”
재호는 홀 가운데 마련된 테이블로 향하며 말했다.
“대체 저 아래에서 나 모르게 무슨 일이 벌어졌었는지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