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789
788화
꼰대의 말에 징징이의 눈이 뾰족해졌다.
-그걸 왜 네가 말해!
-아니, 나도 갑자기 생각나서 말한 것뿐이야.
-힌트 다 받고 겨우 떠올렸으면 눈치껏 머릿속에만 둬야지, 그걸 뺏어 가?!
-아니, 말을 왜 그렇게 하냐? 무의식적으로 나온 건데.
-무의식? 웃기고 있네. 보나 마나…….
둘이 소리를 지르며 싸우는 사이, 재호는 혼자 골똘히 생각 중이었다.
‘이비우스 여왕의 이름이 플리스트였다고?’
그 정보를 어디서 얻었는지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징징이나 꼰대가 알고 있는 걸 보면 분명 자신 역시 같이 들은 것일 텐데…….
-무한서고! 거기서 들었잖아!
그때, 이번엔 자신의 똑똑함 어필 기회를 두 번은 놓치지 않겠다는 듯 징징이가 잽싸게 소리쳤다.
“무한서고… 아!”
그제야 재호는 기억이 났다.
천계의 무한 서고.
재호는 이비우스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천사 초하나의 도움을 받아 무한서고를 찾은 적이 있었다.
“그때 초하나가 이야기했었구나. 플리스트 이비우스…….”
전혀 예상 못 한 타이밍에 다시 등장한 이비우스라는 이름.
물론 두 플리스트를 연결 짓기에는 근거가 빈약했지만, 재호는 느낌이 왔다.
오늘 알게 된 비밀 조직 플리스트, 그리고 이비우스 여왕의 이름이 같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라고 말이다.
‘뭐, 이 이상으로 뭔가를 알 순 어렵겠고…….’
나중에 찾아오겠다고 한 플리스트에게 직접 물어보는 수밖에…….
아니면 다시 무한서고를 찾아가 정보를 조회해 보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넌 거기 못 가잖아.
머리가 조금 쥐어뜯긴 징징이가 말했다.
“응? 왜?”
-기억 안 나? 프티머스한테 받았던 무한서고 출입증. 그거 일회용이었잖아.
“너 플리스트는 기억하고 있으면서 출입증은 왜 기억을 못 해?”
징징이의 말대로 재호가 당시 프티머스에게 받은 출입증은 일회용이었다.
하지만 그건 무한서고를 오르는 데 필요한 것이었다.
재호는 무한서고의 탑을 오르는 대신 초하나를 통해 대신 정보를 얻었었다.
즉, 출입증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슥-
인벤토리에서 꺼낸 황금 티켓.
“근데 문제는 내가 과연 초하나 이상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느냐가 문제겠지.”
무한서고의 시스템은 조금 특이했다.
정보의 조회는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1층의 장치에서 전부 가능했다.
단, 탑을 몇 층까지 올랐느냐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수준이 달라지는 방식.
초하나는 당시 19층까지 통과를 한 상태였고, 천계의 수호 기사들도 18층이 기준이었던 걸 생각하면 그 정도도 굉장히 높은 수준이었다.
그런데 재호가 한 번에 그 이상을 오를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
재호는 냉정히 판단했다.
천사라는 종족 자체가 굉장히 강한 종족이거늘, 그곳의 수호 기사가 18층이라면 재호는 10층까지 오르는 것도 힘들 터였다.
“거기다 시간제한까지 있으니…….”
여러모로 조건이 까다로웠다.
-그 친구 있잖아. 스피단.
“응?”
징징이에 비해 멀쩡한 모습인 꼰대가 스피단을 언급했다.
“하지만 스피단은 초하나보다 더 낮은… 헉?!”
어딘가 모르게 어설픈 스피단의 이미지 탓에 최신 비주얼(?) 업데이트가 아직 안 되었던 재호.
“맞다! 걔 대천사 됐지?!”
지난번 교단과 한바탕할 당시, 스피단은 대천사가 되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소득…….
“…이라고 하긴 좀 그렇긴 하네.”
생각해 보면 애초에 스피단을 대천사로 만든 다음에 무한서고로 보내려고 했던 게 원래 계획이었으니까.
그간 재호가 잊고 있었던 것일 뿐.
어쨌든 중요한 건 스피단이 대천사가 되었으며, 그 말은 곧 최소 70층에 도달했다는 뜻이었다.
과거 초하나는 분명 대천사가 되려면 그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했던 기억이 남아 있었다.
“좋아. 그럼 돌아가면 스피단한테 부탁해야겠다.”
대천사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지상에 머물며 열심히 쇠질 중인 스피단.
만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근데 너희들 한 가지 간과한 게 있어.
징징이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초하나가 했던 말 기억 안 나?
“음? 뭐라고 했었는데?”
-네가 다시 무한서고에서 정보 좀 구해 달라고 하니까 징계받았다면서 성냈잖아.
“그…랬었나?”
-좌천될지도 모른다고까지 했었어. 만약 스피단이 대천사 자격을 잃게 되면 어쩌려고?
“에이, 스피단은 괜찮을걸?”
재호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근거?
“대천사잖아-”
-…….
하지만 제법 설득력 있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천계라는 곳은 생각보다 속물적이고 권위적인 동네라는 걸 재호는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 * *
재호는 엘리시아 화원으로 돌아왔다.
스피단에게 따로 부탁한 건 물론, 가디언 길드와의 전투 결과를 수습한 뒤에 제국을 찾았다.
“알시아 대왕. 그대가 참으로 큰 노력을 해 주었다고 들었지. 나 또한 나름대로 최선의 지원을 해 주려고 했으나… 공교롭게도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더군.”
황제가 말하는 예상치 못한 일은 바로 플리스트의 등장.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그랬다니 다행이야. 레트라 단장에게 그들에 대해 대략적인 설명은 들었다지.”
“그렇습니다.”
“쯧……. 사람들은 황제의 권력이 전지전능하다고 하지만, 세상일이 어디 그리 단순하기만 하겠는가? 그들은 제국으로서도 쉽게 다룰 수 없는 자들이야. 대왕이 이해해 주게나.”
“물론입니다. 그쪽에서 절 찾아오겠다고도 이야기했으니 직접 대화해 볼 참입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재호는 황제를 통해 플리스트에 대한 정보, 특히 이비우스와 관련된 것을 물어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아니, 애초에 그럴 수가 없었다.
재호는 이비우스라는 이름을 몰라야 했으니까.
황제는 재호에게 이비우스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재호가 이비우스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건 루로아 황녀를 통해서였다.
이비우스에 관한 이야기는 황실 내에서도 극비에 부쳐진 사안으로, 루로아 황녀도 이비우스의 저주를 계승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걸 외부인인 재호가 알고 있는 티를 조금이라도 냈다간 황제가 좋아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어쨌든 고생 많았군. 엘리시아 화원에는 제국의 이름으로 충분히 보답하겠네.”
“하하! 감사합니다. 그런데 보상은 어떤…….”
“아무래도 역시 재정적 지원이 좋지 않을까 싶군. 엘리시아 화원 쪽에서도 이제 돈이 나갈 일이 많을 테니까.”
“크- 아주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재호는 만족스러운 목소리로 고개를 숙였다.
사실 다른 보상보다 더 필요한 것이 금전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히 잘 굴러가고 있는 엘리시아 화원이지만, 속에선 늘 모자란 재정 탓에 손발을 덜덜 떠는 중이었으니…….
게다가 이번 사태가 종결되면서 시작될 본격적인 연금술 사업도 문제였다.
줄칸조차 여기엔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돈은 모자란 상황.
아고니 왕국에서 받게 될 보상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하지만 제국이라면……!’
그 규모가 차원이 다를 것이라고 믿었다.
“그럼 가디언 길드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얻게 되면 꼭 알려 주십시오. 그때도 엘리시아 화원과 저는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두들겨 패는 데 아무런 죄책감도 들지 않는 좋은 돈벌이 수단!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음! 물론이네. 대왕만큼 신뢰할 수 있는 자는 이 대륙에 없으니 말이야. 하하하!”
그렇게 기분 좋은 만남을 마친 뒤, 재호는 황궁을 나섰다.
“돌아가십니까?”
그런데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으로 보이는 레트라 단장이 재호에게 말을 걸었다.
“레트라 단장? 아직 제국에 머물고 있었나 보네.”
재호도 그에게 인사했다.
“마침 막 제국을 떠나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대왕님이 오셨다는 소식을 접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응? 무슨 일 있어?”
“아닙니다. 그저 인사를 드리려고 기다렸습니다.”
“그래? 그게 전부가 아닐 거 같은데.”
기사 단장이나 되는 사람이 그저 안부 인사나 하자고 기다릴 리 없었다.
“혹시 이 자리에서 하긴 어려운 이야기인가?”
“하하, 아닙니다. 정말로 인사를 드리려던 겁니다. 벌써 두 번이나 가디언 길드라는 적을 두고 함께 싸운 전우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앞으로도 함께 싸울 테고 말입니다.”
그는 재호에게 다가와 허리를 숙였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황실 제2 수호기사단 단장 의 호감도가 크게 증가합니다.]“?”
대체 뭘 했다고 갑자기 호감도가 증가한 것인가?
물론 재호가 아무나 홀리고(?) 다니긴 했지만, 레트라 단장은 조금 갑작스러운 감이 있었다.
만약 호감도가 개방될 거라면 앞선 가디언 길드와의 전투에서 개방되고도 남았을 테니까.
하지만 굳이 시간이 조금 지난 지금에서야 호감도 알림이 뜬 걸 보면…….
‘나에 대해서 뭔가 고민되던 게 있었던 모양이네.’
그리고 이제야 그것이 정리되었다는 뜻일 터.
“하하, 죄송합니다. 제가 대왕님의 시간을 괜히 빼앗은 건 아닌지 모르겠군요.”
“아니, 뭐 그렇진 않은데…….”
정말 낯설었다.
레트라 단장은 저 헤픈 웃음이…….
“실례했습니다. 이만 저는 물러가 보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그렇게 정말로 인사만 나눈 뒤, 그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
“…뭐지.”
레트라 단장이 갑자기 왜 이런 것인지 재호는 전혀 알 수 없었다.
“저 녀석 뭔가 수상하네요.”
재호 옆의 티나의 눈이 잔뜩 가늘어졌다.
“왜 알시아 님에게 수작질이죠?”
“…그런 이상한 뉘앙스의 표현은 자제해 줄래?”
뭐, 이러쿵저러쿵해도 레트라 단장 정도 되는 존재의 호감을 얻는 건 좋은 일이었다.
아마도…….
* * *
엘리시아 화원은 바빠졌다.
일단 가장 큰 이슈는 역시나 연금술 학원.
지안트에게 의뢰해 놓은 학원 건물은 슬슬 기본적인 형태를 갖추고 실내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위치는 마나 오아시스 쪽으로, 줄칸은 그 일대를 연금술 구역으로 개발할 계획을 세웠다.
오이미즈와 경쟁하는 신생 포션과 엘릭서의 메카로 키우는 것이다.
“에헤이! 거기 조심하세요! 그게 얼마짜린지 알아요?! 어어? 여기 긁힌 자국 뭐예요?!”
하지만 누구보다 신이 난 건 바로 베스코.
그녀는 자신이 마음껏 날뛸 수 있는… 아니,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장소가 생긴다는 것에 무척 들떠 있었다.
엘리시아 화원으로 돌아온 뒤, 이쪽 공사 현장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고 있을 정도.
그리고 오늘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연금술 설비 일부가 들어오는 날이었다.
설비를 제작하고 보내 준 곳은 당연히 오이미즈.
그리고 설치를 위해 찾아온 이들도 전부 그곳의 연금술사들이었다.
“아, 아저씨! 조심해서 놓으시라니까요! 여기 바닥에 찍힌 거 안 보여요?!”
그들을 향한 베스코의 거친 발언들.
빠직-
결국 지나친 참견에 한 연금술사의 이마에 실핏줄이 툭 터졌다.
“아니, 이거 보세요! 베스코 양! 아저씨라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아무리 이 지경까지 왔다지만 너무한 거 아니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쪽은 학생이고 나는 교수였는데!”
그는 씩씩대며 소리쳤다.
“그리고 연금술 시설도 아니고 고작 바닥 찍힌 걸 가지고 그러…….”
“음? 여기 문이 좀 부서진 거 같은데? 혹시 지나가면서 여기 부딪혔나?”
그 순간, 뒤쪽에서 들려오는 재호의 중얼거림.
“…럴 수 있죠. 하하, 저희가 조심했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본전도 못 건진 채 그는 다시 하던 일에 집중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재호 앞에선 오이미즈는 아무 소리도 할 수 없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