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79
78화
행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재호는 곧장 우람을 찾았다.
“음? 캡슐?”
캡슐을 얼마에 구매했는지 물어보자 우람은 한참 기억을 더듬었다.
“한 500 줬던가? 왜?”
“흠…….”
재호는 미간을 찡그린 채 신음했다.
두표에게 듣기론 신제품 자체도 없거니와, 만약 중고로 구한다고 해도 200 정도면 충분히 구하고도 남는다고 했다.
그런데 우람은 500을 줬다라…….
‘광호 형이라고 했었지.’
우람이 캡슐을 구매한 건 체육관에 다니는 회원이었다.
재호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고.
‘한번 이야기를 나눠 봐야겠어.’
비록 우람과 티격태격하는 사이지만, 가족이 호구 잡힌 건 지켜보고 있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주 주말, 재호는 광호를 찾아 헬스장으로 향했다.
“광호 형.”
“어? 재호. 요즘 게임하느라 주말에는 안 나오더니 웬일이야?”
“형이랑 잠깐 이야기 좀 하러 왔죠.”
멈칫―
그 말에 광호는 얼굴이 핼쑥해졌다.
재호와 따로 이야기하는 것만큼 무서운 게 세상에 있을까 싶은 표정.
“……그래.”
하지만 그도 뭔가 내키는 게 있었던 것인지, 결국 체념하고 재호를 따라 나왔다.
* * *
건물 옥상으로 나온 재호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형이 아버지한테 중고 캡슐을 팔았다고 들었거든요.”
“……그랬지.”
“그런데 최근에 알게 됐는데, 그 제품이 엄청 오래된 거라더라구요.”
“맞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거의 초기 모델일 거야.”
광호 역시 순순히 인정했다.
“제가 전문가한테 들었는데 가격이…….”
털썩―
꿍-
그 순간, 재호에게 무릎을 꿇은 광호가 다짜고짜 머리를 땅에 박았다.
“내, 내가 미안하다!!”
“?!!”
순순히 인정해 버리는 광호의 모습에 도리어 재호가 당황했다.
이럴 거면 애초에 왜 가격을 속여서 팔았던 건지.
“더 좋은 걸 구하고 싶었는데 어쩔 수가 없었어! 관장님이 그딴 관짝 하나에 그만큼이나 돈을 써야 하냐고 하도…….”
“자, 잠깐만.”
예상치 못한 이야기에 재호가 급히 말을 끊었다.
“그게 뭔 소리예요?”
“응? 싸구려 캡슐을 팔았다고 항의하려는 거 아냐?”
고작 그런 걸로 물건을 판 사람한테 항의를 할리가 없지 않은가?
“……혹시 얼마에 팔았어요?”
재호는 왠지 모르게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우람에 대해서 너무 진지하게 생각한 건 아닐까 싶은…….
“50만 원에 팔았지.”
“……500이 아니라?”
“뭐? 미쳤어?!”
오죽 말도 안 되는 소리였으면 재호를 앞에 두고 미쳤단 소리를 할까?
“그건 사기꾼도 안 할 짓이야! 애초에 사려는 사람도 없는 물건이고.”
“……하아.”
뒤늦게 재호는 깨달았다.
500만 원은 우람의 허풍과 생색이 만들어낸 허구의 가격임을.
재호는 굳이 그에 대해서 우람에게 따지지 않기로 했다.
어쨌든 게임을 할 수 있도록 그런 걸 구해준 노력이 어디인가?
대신 끌려와(?) 위협을 당한 광호에게는 사과의 의미로 저녁이라도 사려고 했으나, 그는 다른 걸 요구했다.
“나 전럭협 가입 좀 시켜주라.”
“……네? 거길 대체 왜요?”
“응? 그야 요즘 제일 뜨는 길드잖아. 들어가기도 얼마나 어려운데.”
“……그럴 리가요.”
하지만 명백히 재호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었다.
최근 전럭협은 무서울 정도로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었다.
규모 자체는 그다지 크다고 할 수 없었다.
약 300명 가까이 되는 숫자는 많다면 많지만, 뉴월드 세계에서 그보다 더 큰 규모의 길드는 얼마든지 있었으니까.
단, 그 300명이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장소에 속해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엘리시아 화원!
최초의 플레이어 왕이 다스리는 나라이자 엘프와 정령의 도시.
그곳을 활보(과연 그걸 활보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권력이 되는 이상한 도시.
금지된 성역과 같은 그곳에 발을 들일 수 있다면 전럭협에 가입하는 것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전럭협 가입 조건은 상당히 까다로웠다.
몇 가지 조건들이 있었는데…….
1. 럭시 숲 스타팅
2. 럭시 숲에서 한 달 생활
3. 브리즈의 엘프 특강 수료
이 세 단계를 모두 충족해야만 전럭협에 회원 가입이 가능했다.
“근데 나는 첫 번째부터 걸리거든.”
“…….”
애초에 아무것도 모르는 뉴비들 아니면 절대 가입 안 할 미친 길드가 전럭협 아니었던가?
거길 인맥 빨로 들어가게 해 달라니 재호 입장에선 전혀 이해가 안 되는 소리였다.
그리고 전럭협은 재호가 관리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길드에 가입시켜주는 걸 멋대로 할 수도 없었다.
‘부탁하면 당장에라도 들어줄 것 같긴 하지만…….’
그런 식으로 권력을 남용하고 싶진 않았…….
“혹시 괜찮은 사람 있는데 소개 가능할까?”
하지만 결국 재호는 브리즈를 찾았다.
계단을 내려가던 광호가 뇌진탕 증세로 휘청거리는 것을 봤기에…….
‘누가 전직 건달 아니랄까 봐……. 머리를 왜 그렇게 세게 박은 거야?’
어쨌든 자신의 오해로 인해 광호가 다쳤으니, 기회 정도는 줄 생각이었다.
“물론입니다! 저희들이 존재할 수 있는 것도 결국 알시아님 덕분이지 않습니까?! 그 정도 부탁은 얼마든지 들어드릴 수 있죠!”
역시나 브리즈는 아무런 의문도 가지지 않은 채 수락해 버렸다.
무서울 정도의 충성심!
“근데 좀 이상하다 싶으면 그냥 쫓아내 버려.”
“음? 어떻게 그럽니까? 당연히 VIP 대접을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아, 아니. 절대 그러지는 마. 그냥 너희들 기준에서 영 만족스럽지 않다고 하면 그냥 내쳐도 상관없어.”
“흠……. 알겠습니다.”
영문을 모르겠단 표정의 브리즈였으나, 사정을 자세히 설명하기엔 너무 구차한 일이었다.
* * *
엘리시아 화원의 인간 거주구역 건설 작업의 밑그림은 완성이 되었다.
하지만 정작 시공을 시작하려니 문제가 발생했다.
“재정이 부족합니다…….”
지안트가 침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앵글러를 잡고 얻었던 100만 골드.
그리고 현재 남아 있는 건 약 30만 골드가량.
개인의 재산이라고 생각하면 여전히 많았지만, 국가 재정이라고 하면 터무니없었다.
더군다나 인간 거주 구역의 면적은 엘리시아 화원보다 더 넓게 분포되어 있었다.
건설 재료 역시 더 이상 럭시 숲에서 공수해 오는 것도 불가능했기에 모든 걸 구매해야 했는데, 그러기엔 돈이 한참 모자랐던 것이다.
“그래서 저는 조금 새로운 시도를 해 보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새로운 시도?”
“예. 어차피 알시아님 입장에선 엘리시아 화원만 건드리지 않으면 인간 거주 구역이 어떻든 상관없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죠?”
그곳까지 재호가 신경을 쓸 이유는 없긴 했다.
재호가 애정을 쏟고 있는 곳은 어디까지나 엘리시아 화원에 한정된 것.
“그래서 말인데…… 부동산을 하는 겁니다! 땅을 팔고 구매자들이 직접 건물을 짓는 거죠.”
“?!”
상상도 못 한 발상!
설마하니 게임에서 부동산 이야기를 들을 거라곤 생각도 못 한 재호였다.
하지만 지안트는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뉴월드 세계관에선 왕이나 귀족만이 영지를 가질 수 있지만 저희가 살아가는 현실은 그렇지 않죠. 그리고 현실을 기준으로 본다면 알시아님은 부동산 부자입니다.”
“그, 그게 그렇게 되나요?”
“그렇죠! 그러니까 그 부동산을 사람들에게 판매를 하고 건축 허가를 내 주는 거죠.”
확실히 파격적이긴 했다.
대체 어느 누가 게임 속에서 부동산 장사를 할까?
아니, 정확히는 할 수가 없었다.
어느 누구도 재호만큼 땅부자가 아니었고, 불곰국의 경우에도 이미 완성된 도시였으니까.
아무리 불곰국이 폭군 컨셉을 잡고 간다고 해도 멀쩡히 살고 있는 백성들의 집들을 마구 빼앗을 순 없었다.
하지만 재호는 입장이 달랐다.
아직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였으니까.
“근데 사실 이 계획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영지의 경계가 불분명하다는 점이죠.”
“하긴…….”
현재 라셀 왕국과의 영토 문제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페르마 사막 전체에 대해서 부동산 사업을 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괜찮은 걸지도 모르겠네요.”
“음? 무슨 말씀입니까?”
재호는 테이블 위에다 지도를 펼쳤다.
“현재 엘리시아 화원에는 도시 전체에 버프가 들어오고 있죠.”
[모든 초목의 생장에 버프가 적용됩니다.] [엘리시아 화원 거주자의 모든 상태 이상 저항력이 증가합니다.]현재 도시에 적용되고 있는 두 종류의 버프.
이 중, 실질적으로 플레이어들에게 어필을 할 만한 것은 두 번째였다.
“이 버프 범위가 생각보다 넓으니까 여기에 속하는 땅을 판매하는 건 어때요? 그 외의 땅에 대해선 그냥 방치해 두고.”
“오호, 좋은 생각입니다.”
지안트도 재호의 생각에 동의했다.
“그리고 만약 타국과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그 땅들을 돈 주고 산 사람들이 스스로 지키지 않을까?
엘프들을 설득시키기 위해 했던 고기 방패 소리가 결코 빈말이 아니게 된 상황.
“그거 참…….”
말문이 막힌 지안트.
“하하……. 역시 좀 그렇…….”
“기발한데요? 크큭.”
“??”
이 사람이 원래 이런 스타일이었던가?
“혹시 제가 그 사안을 진행해도 되겠습니까?”
“아, 물론이죠. 어차피 구획을 적절히 나눌 능력이 있는 건 지안트 씨밖에 없으니까요.”
“후후,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사상 초유의 뉴월드 부동산 경매가 기획되었다.
“아, 그리고 그 사람들도 도움이 될지 모르겠네요. 망하긴 했지만 그래도 경력자들이니.”
“음? 혹시 또 다른 전문가가 있습니까?”
“네. 이데란에서 온 NPC들이요.”
그들의 처분은 지금도 고민이었다.
이곳에 정착하기 위해 브리즈의 교육을 받고 있긴 했으나…… 그렇다고 전럭협처럼 막일을 할 수 있는 이들도 아니었으니.
하지만 다른 이들에게 없는 능력을 그들도 갖고 있긴 했다.
바로 국정 운영 경험!
망한 나라지만.
‘그래도 줄칸 같은 사람은 제법 괜찮은 것 같았으니……’
이참에 그들을 전격적으로 이용해 볼 생각이었다.
* * *
지안트가 부동산 경매를 준비하는 동안, 재호는 엘리시아 화원의 개국공신인 메이와 사만다에게 토지 우선권을 주었다.
헌데 두 사람에게선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전 괜찮아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지를 주겠다는 걸 거절한 것이었다.
“공짜로 준다고 해도?”
“앗? 공짜였어요? 그럼…….”
“흠흠, 그런 거라면 저도…….”
대답은 즉시 바뀌어 버렸다.
“야, 나는?!”
소식을 들은 완식의 항의.
“돈 내면 준다니까.”
“아니, 왜 메이하고 사만다는 공짜로 주고 나는 돈 내야 해? 심지어 난 네 유일한 친구인데?!”
“그런 식으로 하다가 나라 말아 먹는 거야. 메이랑 사만다하고 너랑 비교가 가당키나 하냐?”
그 말에 재호는 콧방귀를 꼈다.
“낙하산으로 와서 지금 위치에 온 것만으로도 감사한 줄 알아야 해. 전럭협 애들 봐. 걔들은 그 고생을 하고도 입 뻥긋도 안 하잖아.”
“크, 크윽…….”
재호의 팩폭에 완식은 말문이 막혔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날먹이긴 했으니까.
“그, 그래도 나중에 작위는 하나 주는 거다?!”
“알았어, 알았어.”
그렇게 달래고 보낸 뒤, 소식을 듣고 급히 영지를 찾아온 또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
다름 아닌 크루와상과 죽장.
각자 중요한 거래, 퀘스트들을 진행 중이었지만 급히 중단하고 달려온 참이었다.
“부, 부동산이라뇨? 그게 무슨 소리에요?”
“뉴월드에서 부동산이라니……. 듣도 보도 못 한 소리입니다.”
애초에 엘리시아 화원에 자리를 잡기로 약속했었던 둘.
헌데 갑자기 토지 구매 비용을 내야 한다니 억울함을 느끼는 것도 당연했다.
“갑자기 이렇게 말을 바꾸시면 저희 입장이 곤란…….”
끼이이―
그때, 꽃집의 문이 열리며 지안트와 한 꼬장꼬장한 노인이 들어왔다.
“흠흠, 일단 두 분 모두 진정하시죠. 그렇게 흥분할 일이 전혀 아니란 걸 설명을 들으면 알 겁니다.”
지안트가 느긋한 목소리로 두 사람에게 말했다.
“지안트!”
“당신이 설마…….”
두 사람은 재호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낸 장본인이 지안트임을 깨달았다.
“흠흠, 일단 들어보시죠. 이건 두 분과의 약속을 위해, 알시아님이 특별히 배려해 준 것이니까요.”
지안트는 일정 간격으로 면적을 나누어 놓은 토지 구획을 보여주었다.
“이 지도로 확인할 수 있듯, 이 구획별로 토지를 분양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두 분께는 우선권을 내어 드릴 생각이죠. 단, 기준 비용을 치르기만 한다면요.”
“하지만 이미 알시아님은 약속을 했었지 않나요? 이제 와서 말을 뒤엎는 건 상호 간의 신뢰가 크게 상할 수도 있는 문제예요!”
크루와상의 항의에 지안트는 고개를 저었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선 바로 잡을 필요가 있겠네요.”
지안트는 말을 마치곤 함께 들어온 노인을 바라봤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줄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