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791
790화
베스코의 결정에 따라 엘리시아 화원에 정착할 수 없게 된 연금술사들.
그렇다고 그들이 다시 오이미즈로 돌아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미 그곳에서 큰소리를 치고 나왔거늘, 돌아간다고 해서 자신들을 받아 줄 리가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엘리시아 화원 쪽에서 그런 것까지 신경을 쓸 필요는 없었다.
이후 재호는 이곳에 자리 잡게 될 연금술사들과 인사를 나눴고, 줄칸이 시킨 대로(?) 필요한 것이 있으면 무조건 알려 달라고 말했다.
최선의 지원을 해 줄 것이라며…….
제국과 아고니 왕국의 보상이 이렇게 또 증발하게 되겠지만, 줄칸은 이것이 옳다고 했다.
웨이포인트 연구에 지원했던 것처럼, 연금술은 시간이 걸릴 뿐이지 반드시 큰 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말이다.
줄칸이 이 정도로 강력하게 투자를 주장했던 사업은 몇 개 없었기에 재호는 그저 믿고 따를 뿐이었다.
베스코에게 완전히 맡겨 둔 재호는 다시 화원으로 향했다.
이제 재호도 준비해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었다.
꽃집 차원에서도 연금술 학원과 연계해서 준비해야 할 일들이 많았던 것이다.
‘근데 거리가 애매하긴 하네.’
꽃집으로 돌아가던 중, 문득 떠오른 걱정.
사실 추후 협업 과정에서 제일 고민되는 건 원활한 유통이었다.
나중에 연금술 학원이 완공된다면 꽃집에서 생산하던 포션들도 그쪽으로 이관되어 생산될 예정이었다.
그럼 꽃집 쪽의 제작 재료들도 연금술 학원으로 공급이 되어야 했다.
‘많은 양을 지속적으로, 그리고 빠르게 전달할 방법이 있으면 좋을 텐데…….’
이 세계에서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운송 수단은 결국 짐마차.
하지만 사막을 횡단하는 짐마차를 매일 운영하기는 쉽지 않았다.
필연적으로 사막의 열기에 장시간 노출이 될 테고, 그럼 재료들이 최상의 품질이 아닌 채로 연금술 학원에 도착하게 되는 것이다.
마차의 적재량에도 한계가 있는 건 말할 필요도 없었다.
다른 대안으로는 플레이어의 인벤토리를 이용하는 것.
하지만 그 또한 비효율적이긴 마찬가지였다.
현재 엘리시아 화원 쪽에서 생산하는 물약만 하더라도 사용되는 재료량이 어마어마했다.
대충 계산해 봤을 때, 편도 1회 기준으로 최소 서른 명의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다.
“참… 애매하네. 뭔가 사막을 계속 왕복 횡단하는 게 있으면……. 어?”
그 순간, 재호의 머릿속에 떠오른 한 가지 아이디어.
“횡단……?”
연상 과정이 논리적이진 않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건 제법 괜찮은 아이디어라며, 순식간에 콩깍지가 씐 상태이기도 했고 말이다.
“일단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한지부터 확인해 보자.”
기술 검증을 위해 재호는 방향을 꺾어 도마뱀 시티로 향했다.
* * *
“불가능합니다.”
그 대답은 도마뱀 시티 관계자의 입에서 나온 게 아니었다.
“…돈 때문이야?”
“그렇습니다.”
바로 국정 운영의 주축인 줄칸.
그는 도마뱀 시티 방문 후, 꽃집으로 돌아온 재호의 기막힌 계획을 듣자마자 고개를 저었다.
“마차를 개조한다면 충분히 해결되는 일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열차? 그 듣도 보도 못한 건 대체 뭡니까?”
재호가 생각한 것은 다름 아닌 사막 횡단 열차!
그리고 그 계획의 가능성을 확인해 본 결과, 도마뱀 시티 쪽에서는 긍정적인 답이 나왔다.
이쪽에선 아니지만…….
“그리고 이미 저희는 더 뛰어난 운송 수단인 웨이포인트가 있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긴 한데, 페르마 사막에 다른 웨이포인트를 또 놓는 건 너무 낭비잖아.”
그건 대륙 간 이동에만 의미가 있지, 웨이포인트를 하나 더 설치해서 운영하기엔 더 큰 낭비였다.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막 사용하는 것도 에너지 낭비였고…….
하지만 열차가 있다면?
그걸 이용해 페르마 사막의 각 거점을 이어 준다면?!
페르마 사막에는 꽃집 말고도 다양한 거점들이 있었다.
도마뱀 시티, 엠베이 숲의 투기장, 일성 정령 파크, 청탑 중심의 마법 거리, 대운하, 지금 만들어지는 연금술 학원 등등.
각각의 매력이 있는 장소들로 지금도 모두 인기를 끌고 있었다.
하지만 하나같이 나오는 공통의 불만이 있었는데, 바로 접근성이었다.
그건 웨이포인트가 생기기 전이나 후나 별반 다르지 않았는데, 결국 각 목적지까지 가려면 사막을 가로질러야 하기 때문이었다.
마차로 이동을 한다고 한들, 절대 편하지 않았다.
내부의 찜통더위는 견디기 힘들었으니까.
게다가 도로가 아직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곳은 마차로 움직이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리고 줄칸. 너도 말했었잖아. 연금술 쪽은 어떤 출혈이 있더라도 확실히 지원해야만 한다고.”
“그렇긴 합니다만 이런 의미는 아니었지요.”
“그리고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장점은 이게 끝이 아냐.”
재호는 지도를 촥 펼치며 설명했다.
“페르마 사막의 최고 단점이 뭐였어? 타 영지나 왕국에서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던 거였잖아. 하지만 수도를 중심으로 핵심 지역과 사막 끝까지 이어 주는 자동 마차를 생각해 봐!”
줄칸의 지적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웨이포인트가 등장한 이후라 열차의 효율이 다소 떨어지는 건 사실.
하지만 웨이포인트로 접근하기 힘든 애매한 거리, 또는 웨이포인트를 이용하지 않는 이들에겐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귀족들!
웨이포인트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 중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이들은 많았다.
열차는 그런 이들에게 부담 없이 엘리시아 화원을 찾을 수 있는 수단이 될 터였다.
동시에 페르마 사막 주변 애매한 위치에 자리한 영지들과의 무역도 더더욱 활발해질 테고 말이다.
“으음…….”
“어때? 나쁘지 않은 거 같지? 줄칸 너도 페르마 사막 내의 이동성이 떨어진다고 아쉬워했었잖아.”
“그렇긴 합니다만…….”
“돈이 많이 들긴 해. 하지만 이건 서두른다고 될 일도 아니잖아? 천천히 진행해야 할 일이야. 한 번에 돈을 때려 부을 필요는 없다는 뜻이지.”
“흠흠… 폐하.”
그때, 잠자코 듣고 있던 피스오가 입을 열었다.
“이런 말까지 하고 싶지 않지만, 마지막 말씀만큼은 개소리라는 걸 알고 계시겠죠?”
그렇지 않아도 가뜩이나 돈 문제로 한참 예민한 그는 굉장히 불충한 표현을 뱉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했다.
“아니, 매달 10만 골드씩 열 달 쓰는 것과 한 번에 100만 골드 쓰는 것은 똑같은 것 아닙니까?”
“피스오.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군. 할부가 일시불이 얼마나 다른 건데. 느낌이 다르다고!”
그리고 재호는 지금이야말로 철도 사업을 시작하기에 최적의 시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도마뱀 시티 쪽에 내가 물어봤거든? 걔들이 듣자마자 거품을 물더라. 당장 시작하자고.”
특히 고블린 장인 쉰들러의 반응은 대단했다.
그 탐욕스럽기 그지없는 고블린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무려…….
“비용의 30%는 자기들이 감당하겠다더…….”
“흠, 그렇다면 진행해야겠군요.”
“……?”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돌변한 줄칸의 태도.
“그, 그래?”
원하던 대답이긴 한데 왠지 모르게 찝찝한 느낌.
“옛말에 그런 말이 있습니다. 고블린이 자신의 손해를 감수한다면 어떻게든 그것을 붙잡으라고.”
“그게 아니라 고블린들은 절대 손해를 감수하지 않으니 의심하라는 말이잖아!”
피스오가 줄칸의 말에 반발했다.
“뭐, 맥락은 비슷하지 않습니까?”
“하나도 안 비슷해!”
“하지만 폐하께서도 이런 관대한 해석을 좋아하시지요. 그렇지요?”
갑자기 재호에게 떠넘긴 줄칸.
“뭐… 그렇긴 한데……. 그래도 정말 괜찮은 거 맞아?”
“뭐, 조심하긴 해야겠죠. 다른 이도 아닌 고블린이니. 하지만 폐하지 않습니까? 오히려 고블린들의 등골을 빼먹기만 했지요. 그리고 어차피 한번 꽂힌 일은 어떻게든 진행하려고 하실 테고……. 그렇다면 저들이 먼저 나선 이 기회를 절대 놓치면 안 되겠죠.”
“오.”
방금 설명은 제법 합리적이었다.
“뭐가 오! 입니까!”
피스오는 반발했지만, 그래도 줄칸은 설득이 되었다.
“지금 재정 상태는 정말 최악이란 말입니다.”
피스오는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솔직히 걱정됩니다. 지금 엘리시아 화원의 재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빡빡하게 굴러가는 상태입니다. 만약 한곳이라도 자금 흐름이 막히는 순간, 전체가 터질지도 모릅니다.”
피스오가 지적하는 건 현재 엘리시아 화원의 경제가 유지되는 상황이 거품이나 다름없다는 소리였다.
페르마 사막에서 여러 차례 이루어진 대규모 개발과 재호와 엘리시아 화원의 명성이 오르면서 만들어진 거대 거품 경제.
그리고 진짜 문제는…….
“엘리시아 화원의 자체 생산량이 현 지출보다 한참 모자란 상태입니다. 매번 폐하께서 외부에서 크게 한탕(?) 해서 가져오는 골드로 간신히 연명 중이란 말입니다!”
이번 연금술 학원 건립도 가디언 길드와 오이미즈를 상대로 한탕 했기 때문에 간신히 넘긴 위기였다.
그런데 이젠 철도까지 깔겠다고 하니…….
“그 돈은 어디서 또 구하려는 겁니까? 설마 정말로 예비 자원을 바닥까지 싹싹 긁어서 쓸 건 아니지요?”
“그렇게 하면 안 되지…….”
돈이 나올 만한 큰 건수(?)가 어디 없나 곰곰이 생각해 보는 재호.
‘없…나?’
하지만 돈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 페르마 사막 횡단 열차의 꿈은…….
-언제부터 그게 꿈이 된 거야?
징징이의 빈정거림에 재호가 얼굴을 굳혔다.
“겉으로 말들은 안 하지만, 누구나 마음속에 롤러코스터 타이쿤의 로망은 품고 있다고.”
-그게 뭔 소리인데?
당연히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아니, 알아들었다면 사실 더 경악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것이 얼마나 무서운 게임인지 알았다면…….
“후, 뭐 좋아. 아무튼 돈만 만들어 오면 된다는 거지?”
“이왕이면 안정적인 수입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만…….”
“알았어.”
-얘 방금 공사 의뢰는 해 놔야겠다고 생각했어.
“?!”
꼰대의 말에 피스오의 얼굴이 굳자 재호는 얼른 몸을 돌렸다.
“흠흠, 일단 꽃템부터 부지런히 만들어 봐야겠어!”
당연히 그걸로는 어림도 없으리라는 걸 재호도 알고 있었다.
“…그럼 믿겠습니다…….”
영 미덥지 않은 목소리로 대답한 피스오.
이어 그는 줄칸과 함께 이 위기 사태를 더 논의하기 위해 함께 꽃집을 나섰다.
“흐음…….”
홀로 남은 재호는 꽃을 들고 꼼지락거리며 생각에 빠졌다.
‘확실히 엘리시아 화원의 수입이 영 변변찮긴 하지.’
이렇게 말하지만, 꽃집을 통한 매출은 사실 어마어마했다.
꽃템들은 상당한 고가의 제품들이었고, 이제는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도 메이저 아이템으로 자리했다.
그렇기에 어느 수준이 되면 모두 꽃템을 찾곤 했다.
게다가 대륙 각지에 차린 꽃집 체인점들에서 들어오는 수입까지 합치면 명실상부 왕국 기간 사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단순히 동네 꽃집 수준은 결코 아닌 것이다.
문제는 피스오의 말처럼, 엘리시아 화원의 곳곳에서 동시에 벌이는 거대 사업들이 문제였을 뿐.
사실 그간 엘리시아 화원이 축적한 재물들은 왕국 규모보다 한참 앞섰었다.
그러니 사막 한가운데 뱃길을 만드는 미친 짓이나 지하수로를 뚫는 등, 정신 나간 짓이 가능했던 것.
그리고 이제는 한계에 다다른 것일 뿐이었다.
‘뭐, 이대로 연금술 학원이 완성되고 시스템이 제대로 자리만 잡는다면 화원은 안정적으로 굴러가게 될 테고……. 어? 그러면 고정 수입은 해결되는 거 아닌가?’
생각해 보니 연금술 학원에서 포션을 찍어 내기만 하면 숨통이 많이 트일 것 같았다.
급한 건 공사를 위한 투자금!
-알시아!
그리고 투자금을 떠올린 그 순간, 운명처럼 테일러의 귓속말이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