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798
797화
솔직히 그런 의심을 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었다.
대회와 전혀 관련이 없는, 게다가 선수들의 안전도 우려되는 이벤트를 기획한 건 결코 좋은 의도로 보이지 않았으니 말이다.
“뭐… 그렇지 않아도 이 사안을 출전팀들이 다 같이 월드와이드사 쪽에 전달하긴 했어. 사안이 사안인 만큼 답은 금방 나올 거야. 다만…….”
두표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걱정되는 건 이 이벤트들은 월드와이드의 관할이 아니라는 점이지.”
월드와이드가 관여할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뉴월드컵 공식 일정에 한정된 것.
그 기간 외의 일정엔 월드와이드가 깊게 관여하는 것이 어려웠다.
우려 표명이나 권고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애초에 그런 걸로 말이 통할 상대라면 이런 기획은 하지도 않았을 터.
“그리고 얘들이 이걸로 내걸면서 조건을 단 게……. 아니다. 이건 마지막에 이야기하고, 아무튼 이 문제의 이벤트 내용 먼저 계속 이야기하자.”
두표의 반응을 보면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는 모양.
“그래도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뭐라 할지 모르겠는데……. 그래도 너희는 한번 해 본 적이 있는 종류의 장애물 경기더라. 아, 물론 몇 명은 제외하고.”
“네?”
두표의 말에 다들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이상한 이름의 경기를 해 본 기억은 없…….
“어? 설마 그거예요?”
그 순간, 재호의 머릿속이 번쩍 떠오른 과거의 기억.
예전에 OMGN 방송국의 [랜덤 게이머 타임] 줄여서 [랜게타]에 일성 플라워즈는 단체로 참가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랜게타는 한참 떠오르던 일성 플라워즈를 위해 특별 방송을 편성했었는데, 바로 옛날 인기 방송이었던 [스타트 드림팀]의 포맷을 빌린 게임이었다.
“그때 아마… 우리 팀 완전 초창기 때 아니었어요?”
재호는 기억을 더듬어 보며 말했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아마 그땐 진아와 우현 없이 나머지 다섯 명이 팀이었던 것으로 기억했다.
“맞아. 그때는 공식 리그라고 애매한 이름의 대회를 할 때였지. 지금처럼 팀 구성원에 해당 리그 국적 쿼터제가 없을 때였으니까.”
두표는 당시 상황을 간단히 설명해 준 뒤 계속 말을 이었다.
“이번에 중국에서 준비한… 어…….”
이름이 기억 안 나 잠시 종이를 내려다본 두표.
“현실 마라톤 대전. 이것도 넓은 의미에서 보면 그거랑 같아. 여러 복잡한 장애물들을 팀원들이 서로 힘을 합쳐 통과하는 기록 경쟁이야.”
그렇게 들으니 왠지 나름 유쾌한 이벤트로 느껴지기도 했다.
‘마라톤’이라는 표현만 없었다면 말이다.
“이게 골치 아픈 게 그래서 마라톤 코스가 뭔지, 그리고 얼마나 긴지 알려 주질 않았어. 당일 공개해 준다는데…….”
“아니, 잠깐만요! 그럼 이거 뻔하잖아요! 중국 팀들은 다 알고 있겠죠!”
완식의 주장에 구체적인 근거는 없었지만, 모두 똑같이 생각했다.
이미 코스를 다 아는 것도 모자라 훈련까지 한 상태일 것 같은 중국 소속 팀들의 모습이 저절로 떠올랐으니…….
“뭐, 아무튼 이… 어쩌고 마라톤에 대한 건 이렇고, 다음으로 ! 이건 그래도 아무‘톤’ 마라‘튼’보다는 나아.”
“…그거 말장난이에요?”
잔뜩 굳은 표정의 진아.
“흠흠, 벼, 별로였나? 방금 떠오른 건데…….”
“별로가 아니라 나쁜데요?”
“좀 심하긴 해요.”
완식과 우현도 두표의 말에 동의하지 않자 그는 시무룩해졌다.
“왜? 어느 부분이 말장난인데?”
물론 다른 외국인들은 전혀 알아듣지 못했지만.
“아무튼 이건 설명 그대로야. [왕좌]라는 중국 격투 게임에서 이벤트 전을 치르는 거야.”
“…그건 또 왜요?”
“답할 수 없다는 거 알면서 왜 묻냐? 나도 몰라. 이런 게임이 있단 것도 오늘 첨 알았다.”
그래도 현실 격투를 시키는 게 아닌 것만으로도 확실히 마라톤보다는 나았다.
적어도 이건 하다가 다칠 일은 없을 테니까.
“하지만 중국 팀들은 그 게임도 연습해서 올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마찬가지지.”
완식이 이번에도 본인의 추측성 사실(?)을 보탰다.
“뭐, 아무튼 좋아. 두 번째는 이렇고……. 사실 나도 그렇고 다른 팀들도 똑같은 의견을 냈는데, 앞의 두 개보다 진짜 문제는 이 세 번째 이벤트 게임이야.”
[뉴월드 랜덤 캐릭터 격투 대전]제목만 봐선 이게 뭔가 싶지만, 설명을 보면 바로 감이 왔다.
[출전 선수들의 캐릭터들을 랜덤으로 추첨한 후, 그 캐릭터를 이용해 팀별로 서바이벌 진행.]“이거 제가 이해한 게 맞아요?”
재호는 얼굴을 살짝 찡그린 채 물었다.
“뭐, 표정 보니 아마 맞을 거다.”
두표도 고개를 끄덕였다.
“대회 참가자들의 캐릭터를 다른 사람들이 컨트롤하겠다는 뜻이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개인 정보 그 자체이자 각 선수의 경쟁력이라 할 수 있는 캐릭터를 다른 사람이 조작한다?
“월드와이드가 절대 허락하지 않을 텐데요.”
지금까지 월드와이드가 보여 준 행보를 생각하면 이런 말도 안 되는 걸 허락해 줄 리가 없었다.
이건 뉴월드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었으니까.
어쨌든 다른 게임단들도 다 같이 심각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다.
중국에서 캐릭터 바꿔 플레이하기를 이벤트로 걸었는데, 그것이 과연 진짜 선수들의 캐릭터인가?
하루빨리 월드와이드 쪽에서 확인해 달라.
“아마 이것도 월드와이드랑은 상관없는 일이라고 예상 중이야. 그렇다고 중국 쪽에서 월드와이드 내부 데이터를 확보했을 리도 없는데……. 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으니.”
“참…….”
이 세 가지 종목에 대한 모든 설명을 들은 뒤, 모두 할 말을 잃은 채 헛웃음만 흘렸다.
그야말로 막장 중의 막장.
“이거만 하면 다행이게. 아까 내가 말하려다 만 게 남았지? 이게… 하……. 솔직히 앞에 이것들도 골치 아픈데, 지금 말하련 건 더 심각해.”
“지금 더 심각하단 이야기만 대체 몇 번째인지 알아요?”
완식의 말처럼 매번 말할 때마다 최악이라고 표현하고 있으니 이젠 슬슬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최악 다음에 최악이 대체 어디까지 이어질 것일지…….
“아냐, 이게 마지막이야. 왜냐면 이 이벤트 전에 따른 결과로 중국이 내건 보상에 관한 이야기거든.”
“보상?”
“정식 리그 시작 전까지, 순위에 따라 각 팀은 중국에서 특별 대우를 해 줄 거라네. 숙소부터 음식, 편의 및 교통 지원 등등. 자세히 들여다보면 말도 안 되는 수준의 VIP 대접이야. 물론 2위나 3위도 마찬가지고. 그렇게 세 팀은 중국 운영위 쪽에서 확실히 책임을 져 준다더라. 대회 전은 물론 대회 중에도, 그리고 대회가 끝나고 귀국하는 그 순간까지도.”
중국이 그렇게 선언했다면 정말 제대로 대접해 주겠다는 뜻.
물론 경쟁률은 굉장히 높았다.
뉴월드컵에 참가하는 팀의 숫자가 총 32개 팀이며, 거기서 3개 팀을 뽑는 것이니 말이다.
“근데 3개? 중국이 개최국 쿼터로 추가 시드권을 받아 세 팀이 출전하지 않나?”
진아의 말대로 세 장의 시드권을 가진 리그 중 하나인 중국.
그리고 세 팀까지만 주는 특혜…….
“이거 또 자기들끼리만 해 먹으려는 거 아냐?”
“그러게? 애초에 게임 자체도 자기들한테 유리한데, 자기들이 다 이기도록 세팅해 놨겠지.”
하지만 재호는 조금 다른 쪽으로 생각했다.
순위권에 드는 건 둘째 문제고, 겨우 그런 걸로 두표가 저토록 어두운 표정은 아닐 테니까.
게다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것이 있었다.
바로 이 이벤트에 맞춰서 입국하지 않는 팀에게 주겠다던 불이익에 관한 이야기.
왠지 저 어두운 표정은 그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추측했다.
“3등 안에 드는 게 문제가 아냐. 여기에 참가하지 않거나 26등 아래로는 패널티가 있거든.”
“패널티요?”
“응. 대회 시작 전까지 무조건 지정 숙소 생활을 해야 한대. 공식 대회 일정이 시작된 이후에는 알아서 하라네. 뭐, 말장난이나 다름없지.”
“???”
왜 두표가 가장 최악이라고 한 것인지 이해가 되었다.
“아니, 대체 무슨 이유로 그런대요?”
“애초에 그럴 권한이 있나? 대회 기간 중도 아닌데 자기들이 무슨 권한으로 그런 걸 마음대로 정한대요?”
“표면적인 이유는 대회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네.”
두표의 대답에 그들은 또다시 넋이 나갔다.
“네? 대체 그게 무슨 상관인데요?”
전혀 이해되지 않는 이유.
애초에 대회에 참가하려고 모든 팀이 입국한 상황.
굳이 통계로 내자면 참여율은 100%였다.
“26등 아래로는 승리를 향한 열망이 없는 걸로 간주한다네. 그래서 각 팀의 긴장감과 정신력을 고조시키기 위한 특별 조치란다.”
“이거 미친X들이네!”
결국 완식의 입에서 욕설이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걸 두고 뭐라 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마 다른 팀 선수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 * *
해당 소식은 기자들에게도 빠르게 퍼졌고, 하루 만에 전 세계의 뉴월드컵 팬들을 기겁하게 했다.
그리고 월드와이드도 약 한 시간 만에 입장 발표를 했다.
그랬다.
사태가 터지고 고작 한 시간 만에 전 세계가 뒤집힐 정도로 이 이벤트 전은 엄청난 사건이었다.
하지만 월드와이드의 입장문도 사람들의 뒤집힌 속을 진정시키긴 어려웠다.
[해당 사안은 월드와이드와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한 줄로 요약하자면 그러했다.
현재 진행 중인 이벤트 전과 숙소 문제는 전부 중국 쪽 대해 운영위가 벌인 일이며, 월드와이드 쪽에선 이것을 직접 제지할 권한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맞는 말이긴 했다.
월드와이드는 대회 기간 동안의 경기 운영에 관여할 뿐.
대회가 한 달은 남은 상황에서 현지 운영위가 멋대로 벌이는 것에 이벤트까지 간섭하기는 쉽지 않았으니까.
물론 이 순간에도 해당 이슈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 중이었지만 그들이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있을 뿐이었다.
이런 상황은 솔직히 월드와이드로서도 당황스러웠다.
아니, 충격에 빠진 상태라고 할 수 있었다.
그 누가 이런 사태를 예상할 수 있겠는가?
어지간한 스포츠 종목들은 개최국 쪽이 홈 어드밴티지를 일정 부분 받았으며, 대부분 욕하면서도 어느 정도는 용납하고 넘어가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었다.
하지만 이건 그 수준을 한참 넘어섰다.
술집에서 취객들이 농담이랍시고 할만한 소리를 중국 운영위에서 실제로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하여 월드와이드사에선 뉴월드컵의 최우선 가치라 할 수 있는 공정함을 무너트린 행위로 간주하고 대회 진행을 지속 모니터링, 그리고 중국 대회 운영위에 항의를…….] [현재 논란이 되는 에 사용 예정인 캐릭터들은 뉴월드와 전혀 관련이 없는, 중국의 취화 사가 만든 가상 캐릭터로 확인되었습니다. 해당 캐릭터들의 데이터는 실제 선수들의 캐릭터와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며…….]“아주 난리가 났네, 난리가 났어.”
아직은 일성에서 잡아 준 숙소에 머무르는 재호와 팀원들.
그들은 TV에서 나오는 월드와이드의 공식 입장을 보며 중국 운영위가 얼마나 개판으로 일을 진행 중인지 알 수 있었다.
“야! 커뮤니티에 올라온 거 보니 저 취화 사가 두 번째 이벤트 게임인 왕좌 만든 곳이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던 다키스트도 때마침 새로이 얻은 정보를 공유해 주었다.
“밀어 주기네.”
쉽게 예상되는 뒷사정에 재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