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03
802화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레벨은 제일 낮지만 일성 플라워즈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면 모두가 재호를 꼽을 것이다.
그렇다면 일성 플라워즈의 전투력을 높이기 위한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은 역시 재호의 레벨을 올리는 것.
하지만 그 당연한 걸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이유는 간단했다.
굳이 필요하지 않았으니까.
기본 레벨로도 충분히 해 왔기에 본인도, 주변에서도 딱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었다.
단, 이젠 이야기가 조금 달라졌다.
“확실히 박살을 내야 하잖아?”
완식의 말에 다른 이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재호는 뉴월드컵을 전승 우승하겠다고 선언했다.
팀원들은 지금 상태에서도 충분히 해낼 수 있으리라고 믿지만, 솔직히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리그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내며 증명한 것에 대한 부담감과 중국 운영위의 패악질을 직접 겪었으니 말이다.
그 상황에서 재호처럼 흔들림 없는 멘탈을 지키는 건 쉽지 않았다.
그들로선 재호가 더 강해지는 것이 그 무엇보다 든든한 것이다.
“그리고 솔직히 까놓고 이야기해서 넌 1레벨로 디노스 섬에 와도 살아남을 수 있잖아.”
진담 반, 농담 반 완식의 이야기.
레벨을 낮출수록 그만큼 사망 위험성은 올라간다.
디노스 섬은 현재 그들의 레벨보다도 더 높은 사냥터였으니 아차 하는 순간 죽을 수도 있는 것.
하지만 재호는 달랐다.
게임을 시작하고 아무것도 없는 맨몸 상태에서 엘프와 주먹질을 해 대고도 살아남은 인간이었다.
“솔직히 지금까진 네가 우리 쩔을 해 준 거나 다름없지.”
재호도 레벨이 많이 올랐다지만, 그건 애초에 재호 레벨이 낮기 때문일 뿐.
주로 한 건 빅썬더와 합을 맞춰 파티원들의 안전한 레벨업을 돕는 일이었다.
“맞습니다. 팀 자체의 전력 상승을 노리는 거라면 알시아 님의 레벨을 지금이라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게 좋습니다.”
좀처럼 이런 일엔 나서지 않던 사만다도 목소리를 보탰다.
“솔직히 다른 팀 입장에서 우리 레벨 오르는 게 무섭겠냐? 아니면 너 레벨 오르는 게 무섭겠냐?”
이어서 다키스트도…….
“저도 동의합니다!”
“저도요.”
“나도 같은 생각이야.”
모든 팀원이 그리 말하자 재호도 더 거절하기도 어려웠다.
“하하! 걱정하지 말라고! 네가 위험하다 싶으면 내가 지켜 줄 테니까!”
암살자가 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어쨌든 테일러까지…….
“좋아. 그럼 해 보자.”
“내 입장권도 빌려줄까?”
완식의 제안에 재호는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입장권이 꼭 필요한 레벨은 아니잖아.”
그리고 완식이 지금까지 쌓은 중첩을 날리긴 아까웠다.
어쨌든 그 입장권을 두고두고 사용해야 하는 완식이었으니까.
“아무튼 그렇게 됐네. 별로 상관없지?”
재호는 빅썬더를 돌아보며 물었다.
“물론이다. 확실히 널 집중적으로 키우는 게 가장 효과적이긴 하지.”
빅썬더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담보 레벨은 몇으로 잡는 게 제일 좋을까?”
“간단히 생각하면 된다. 많이 잡을수록 효율과 위험도가 같이 올라간다. 내 의견으론…….”
잠시 골똘히 생각하는 빅썬더.
“네 능력의 한계까지 시험해 보고 싶다면… 한 200레벨 정도로 맞춰보는 건 어떠냐?”
“200…….”
지금보다 약 50레벨 정도 낮은 레벨.
이번 디노스 섬 레벨링을 시작할 당시 레벨이 약 250이었던 걸 생각하면 그 이상으로 낮춘 레벨이었다.
“좋아. 그럼 180으로 시작해 보자. 그리고 괜찮으면 조금씩 낮추는 걸로 하고.”
하지만 재호는 그보다 몇 걸음은 더 나갔다.
빅썬더에게 물어본 건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하한선을 확인하기 위함일 뿐.
“야… 그건 좀 선 넘는 거 아냐?”
재호의 넘치는 의욕에 주변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 말렸다.
“너라면 1레벨로도 살아남을 거라고 이야기는 농담이었다고.”
만약 그렇게 입장했다가 일이 꼬이기라도 하면?
재호는 꼼짝없이 레벨이 뚝 떨어진 상태로 대회에 참가해야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재호는 여전히 강할 테지만, 팀 사기 면에선 최악일 터.
“걍 빅썬더 말대로 하지 그러냐?”
“아냐, 괜찮아.”
하지만 재호는 나름대로 확신을 하고서 한 말이었다.
“처음 디노스 섬을 왔을 때, 내 레벨이 그 정도였거든.”
정확히 기억하긴 어렵지만, 당시 디노스 섬 첫 방문 때 재호는 칼침 도치까지 잡아내며 레벨이 한 번에 제법 올랐었다.
이미 어느 정도 효율을 낼 수 있는지 확인도 했고, 주변 전력은 그때보다 강한 상태니 더 안정적으로 사냥을 할 수 있을 터였다.
“그때 네 레벨이 그렇게 낮았다고?!”
“아마도?”
“…그래. 뭐 대충 그쯤 될지도 모르겠다.”
결국 받아들인 완식과 팀원들.
“좋아. 그럼 바로 시작하지.”
빅썬더가 앞장서서 안으로 향했고, 그 뒤를 따라 일성 플라워즈는 각자 담보 레벨을 1만 걸고 입장했다.
그리고 게임 시작 이래 첫 쩔을 받기 위해 재호도 입장했다.
* * *
논란의 첫 이벤트전의 날이 되었다.
[현실 마라톤 대전]이 이상하기 짝이 없는 이름의 이벤트는 조 추첨식이 있었던 상하이 스타디움에서 진행되었다.
이미 두표에게 언질을 받은 대로 현장에는 어린이 놀이기구 같은 것들이 육상 트랙을 따라 설치되어 있었는데, 가운데 축구장 위에선 뉴월드컵 스튜디오가 한참 설치 중인 게 인상적이었다.
“근데… 우린 이렇게 우두커니 서서 기다리는 거야?”
대기소라고 안내받은 곳은 웬 천막 아래.
그리고 근처 다른 팀들도 천막 아래에 엉거주춤 서 있었다.
천막으로 팀별로 자리를 마련해 준 것까진 좋은데, 대체 왜 의자는 없는 것인지 의문.
그 때문에 두표도 운영위 쪽에 찾아간 참이었다.
아마 처음부터 의자를 준비해 주지 않은 걸 보면 처음부터 줄 생각은 없었던 게 아닐까 싶지만…….
“잔디가 상할까 봐 안 된다네.”
돌아온 두표의 말에 재호는 그럼 그렇지 싶었다.
“걔들은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왜 그렇게 태연히 하지? 잔디가 걱정된다면서 주변에 보이는 개판은 뭔데?”
완식이 콧김을 뿜어 대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래! 심지어 이 천막도 땅에 박아 놨잖아!”
다키스트 역시 천막 기둥을 발로 퍽퍽 차며 성질을 부려 댔다.
하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결국 두표가 챙겨 온 돗자리를 깔고 바닥에 앉은 그들.
일성 플라워즈가 하는 걸 본 다른 팀들 역시 바닥에 주저앉았다.
가장 영향력이 센 팀인 일성 플라워즈가 현실을 받아들이니 그들도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잠깐만.”
그때, 주변을 살피던 레드가 뭔가 이상한 걸 깨달았다.
“링방 게임즈하고 다른 중국 팀들은 어디 있죠?”
“어? 그러게?”
그제야 이곳에 중국 팀들은 보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그들.
“설마……?”
그 설마가 맞았다.
이벤트가 시작할 때가 되어 단체샷을 찍기 위해 모인 모든 팀.
그리고 중국 팀들이 어슬렁거리며 나타난 곳은 트랙 반대편으로, 그곳엔 천막 아래 푹신한 쿠션까지 달린 의자들이 놓여 있었다.
“아니, 이런 엿 같은……!”
다키스트가 뒷목을 잡고 눈을 까뒤집으려 하자 우현이 얼른 부축했다.
그리고 두표 또한 그 꼴을 확인하곤 다시 운영위 쪽으로 달려갔다.
‘아마 마음에 드는 답은 못 듣겠지.’
중국 팀들의 자리는 축구장 안쪽이 아니라 바깥쪽이라 잔디 걱정이 없으니까.
이렇게 티 나는 차별 대우를 하면서도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아, 아니지. 반대편은 아예 카메라로 잡질 않겠구나.’
세트장 기준으로 다른 팀들이 자리한 곳을 등지고 설치된 카메라들을 보면 아마 그럴 듯싶었다.
“근데 저 사람들은 뭐야?”
그때, 진아는 중국팀 뒤로 따라 올라오는 건장한 남자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경호원들 아냐?”
“경호원이 같이 사진을 찍어?”
“그러게……?”
완식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찾아가서 물어볼 만큼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그렇게 시청자를 향해 단체 인사 후, 각 팀의 천막으로 돌아간 뒤.
-현실 마라톤 대전은 본격적인 대회 시작 전, 참가자들의 즐거운 추억을 위해 준비한 귀여운 오락으로…….
진행자가 카메라를 향해 잔뜩 과장된 몸짓과 목소리로 룰에 관해 설명했다.
그리고 각 팀에게도 룰과 코스 설명이 적힌 안내문이 전달되었다.
당일이 되어서야 알게 된 자세한 정보.
[총 10개의 장애물 코스가 준비되어 있으며, 각 팀의 대표 한 명씩 나와 동시 순위 경쟁을 펼치게 됩니다!]“엥?”
“뭐라고?”
사방에서 당황한 목소리들이 들렸다.
“동시에 순위 경쟁을 한다고?”
사전에 대략 안내되었던 것과 전혀 달랐다.
분명 기록 경쟁이라고 했었는데, 지금은 동시 레이스라고 말하고 있었으니…….
“아니, 이봐요!!”
다시 관계자를 향해 달려간 두표.
[…그러니 각 팀은 각 코스를 전략적으로 분배해 달리시면 됩니다! 어때요? 재밌겠지요?!]그사이 혼자 신난 진행자가 카메라를 향해 엄지를 척 세웠다.
“망할 놈들……. 쟤들은 100% 알고 있었네.”
스마트폰을 통해 라이브 방송을 확인하던 완식이 욕설을 뱉었다.
화면엔 중국 팀이 나오고 있었는데, 안내 자료를 보느라 바쁜 다른 팀과 달리 중국 팀들은 관심도 없었다.
즉,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뜻.
“어… 그런데 완식 형. 저기… 중국 팀 천막에 있는 덩치들. 아까 단체 인사할 때 봤던 사람들 아니에요?”
“어? 그러게? 중국 쪽 경호원 맞나 보네.”
완식의 말에 다키스트도 화면을 확인하더니 혀를 찼다.
“쯧! 현피 당하기 싫으면 저 정도 경호원은 둬야겠지!”
“크크크. 하긴 그것도 그래.”
그렇게 떠드는 사이, 방송은 광고 시간이 되었고 각 팀은 자리에서 일어나 코스를 살피기 시작했다.
“우리도 가 보자.”
재호는 팀원들과 함께 코스를 살폈다.
코스마다 선수를 분배해 릴레이 경주를 진행하며, 한 명이 여러 코스를 연속해서 뛸 수도 있었다.
‘그럼 아예 혼자서…….’
“코스 길이를 보면 절대 너 혼자서 못 뛰어.”
재호의 그런 생각은 완식이 미리 차단했다.
축구장 둘레의 육상 트랙에 설치된 코스.
그렇다는 건 대략 400m의 길이라는 뜻인데, 평범한 사람이 혼자 장애물을 타 넘으며 400m를 달리는 건 불가능했다.
게다가 주변 사람과 경쟁까지 해야 한다면 체력 소모는 배가 될 터.
“근데 다르게 생각하면 선수 중에 이 코스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
재호가 보기엔 몇 명 없었다.
그리고 이런 격한 활동을 해 버리면 오늘 밤, 전원 몸살이 날 게 뻔히 보였다.
“그럼 차라리 우리도 체력 좋은 사람 몇 명만 참가해서 설렁설렁 뛰는 게 낫지 않겠어요?”
재호는 두표에게 의견을 구했다.
굳이 다키스트나 레드처럼 휘청거리는 목각들을 혹사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뭐, 너희들이 괜찮다면…….”
두표도 재호의 의견에 동의하는 그 순간.
그들 맞은편으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코스를 살피며 지나갔다.
“어?”
그런데 이상했다.
뉴월드컵 참가 선수들이 아니라 중국 팀 쪽에 있던 경호원들.
그들은 코스의 여기저기를 가리키며 저들끼리 뭔가 계속 의논하는 모습이었는데, 그걸 본 완식의 입이 쩍 벌어졌다.
“미친… 설마……?”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도 안 되는 가정.
그리고 두표는 다시 운영위 쪽으로 전력 질주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