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05
804화
스티로폼 풀 아래로 가라앉더니 떠오르지 않는 용병.
그리고 그걸 본 나머지 두 용병은 마른침을 삼켰다.
‘죽은 거 아냐?’
‘나도 저렇게 될 수도…….’
사실 그들은 재호가 저 정도일 거라곤 생각을 못했다.
그들은 일성 플라워즈가 추측한 것처럼, 전원 체대 출신의 아마추어 선수들이었다.
그리고 오늘 자신들이 무엇을 위해 왔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저걸 어떻게 상대해야 해?’
회전하는 통나무다리에 매미처럼 매달린 재호.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안정적으로 붕붕 돌아가는 모습은 저게 사람이 맞나 의심이 들 정도였다.
“뭣들 하는 거냐!”
그때, 그들의 귀를 때리는 누군가의 고함.
소리가 들려온 관중석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한 노인의 이글거리는 눈동자가 보였다.
“아!”
이번 일을 감독하기 위해 나온 운영위 쪽의 관계자.
서슬 퍼렇게 지켜보고 있거늘, 이렇게 멍하니 지켜보고 있다 놓치기라도 하면 후에 무슨 꼴을 당할지 몰랐다.
“큽…….”
헐레벌떡 출발지점으로 돌아가는 그들.
하지만 이미 재호는 회전을 멈춘 통나무다리 아래에 매달린 채로 빠르게 이동 중이었다.
“비켜! 비키라고!!”
용병들은 다른 선수들을 거칠게 밀치며 재호를 쫓으려 했다.
하지만 여유가 사라진 그들은 그 과정에서 스스로 중심을 잃고 추락하기를 반복했고, 그사이 재호는 반대편에 도착했다.
“…….”
넋이 나간 채 서 있는 2코스 주자 사만다.
누가 봐도 재호의 퍼포먼스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이미 질릴 정도로 봤지만, 볼 때마다 탈 인간의 경이로운 움직임.
사람이라기보단 고릴라에 가까운…….
“뭐해?! 빨리 출발해!”
“아!”
재호의 외침에 정신을 차린 사만다는 얼른 출발했다.
2번 코스도 뒤에 있는 다른 코스보다는 간단했는데, 약 15m 정도 길이의 그물망 아래를 통과하는 것이 목표였다.
단, 15도 정도의 오르막 경사를 타고 올라가야 했다.
재호나 완식이 하기엔 덩치 탓에 그물에 걸리고 난리가 날 것 같았기에 사만다를 주자로 세운 것.
턱-
사만다는 능숙하게 등을 대고 자리를 잡았다.
그리곤 언덕을 빠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이런 건 많이 해 보기라도 했다는 듯한 빠른 속도!
-사만다 뭐냐? 저거 왜 저렇게 잘함?
-그냥 등으로 기어 올라가는 게 전부 아님? 나도 저 정도는 할 듯.
-ㅉㅉ저 각 잡힌 자세가 그냥 나오는 건 줄 아냐? 저렇게 하는 건 아무나 못 함.
-나 방금 바닥에서 해 봤는데 저거보다 더 빠른 듯?
화면상으로 보기엔 별로 대단한 것 없어 보이는 사만다의 움직임.
하지만 사만다가 3번 코스에서 완식과 교체를 할 즈음, 2번 코스에 진입한 다른 선수들을 통해 얼마나 대단했던 것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주르르륵-
속절없이 미끄러져 내리는 사람들.
-뭐야? 저기 미끄러운 곳이었어?
그나마 그물망을 붙잡고 매달려 올라가는 사람들이 있긴 했지만, 장시간 줄을 붙잡고 있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누구도 사만다가 보여 줬던 것처럼 막힘없이 오르지는 못하는 상황.
그나마 나은 건 중국팀 용병들이었지만, 앞에서 줄줄 흘러내리는 다른 선수들 탓에 그들도 속도가 나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모든 팀이 동시에 경기를 진행하는 게 오히려 독이 된 상황.
-알못들아. 이제 사만다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겠냐?
2번 코스에서 난장판이 벌어진 사이, 사만다와 터치한 완식이 3번 코스를 시작했다.
3번 코스 역시 직관적이었다.
웬 드럼통 같은 걸 양쪽에 고정한 봉을 어깨에 짊어지고 달리기만 하면 되는 코스.
다만 선수들에게 이런 걸 시키려 한 걸 보면 중국 운영위의 악의적인 의지가 충분히 느껴졌다.
-근데 무거워 보이기만 하고 실제론 가벼운 거 아님?
-그러게. 함완식이 들고 뛰는 거 보니 그냥 커다란 스펀지 같은데?
-야, 함완식 덩치를 봐라. 황재호 탓에 가려져서 그렇지, 사실 쟤도 장난 아님.
실제로 완식이 평소 들어 올리는 무게보다 가벼웠고, 그 덕에 여유롭게 코스를 돌파하고 바로 4코스까지 통과했다.
그리고 5번 코스의 사만다와 교체 후, 다시 6번 코스의 재호까지…….
거기까지 오는 동안 2위 3위는 막 5번 코스에 진입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예상대로 중국팀의 용병들.
눈이 시뻘게져서 일성 플라워즈를 추격하고 있지만,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상태.
‘이러다간…….’
임무를 제대로 완수하지 못한 것으로 어떤 불이익을 받을지…….
“어?”
그런데 곧 그들은 이상한 상황을 목격했다.
6번 코스의 출발선에 선 재호가 출발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던 것이다.
자신들을 쳐다보는 걸 보면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대체 왜…….’
그리고 재호의 돌발 행동은 방송에서도 난리가 난 상태였다.
-아니ㅡㅡ 황재호 뭐함?
-승부조작임? 왜 안 달리는 거임?
-일성 돈 받았냐? 왜 압도적으로 앞서는 상황에서 갑자기 구경만 하는 거임?
하지만 모든 건 철저히 계획에 따라 진행된 것이었다.
1번 코스에서 재호가 압도적으로 치고 나간 뒤, 완식과 사만다가 각 코스를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그리고 6번부터 10번까지는 재호가 쭉 달리게 될 텐데, 애초에 일성 플라워즈의 목표는 1등이 아니란 게 포인트였다.
중위권에 자리 잡는 것이 목표였기에 바로 치고 나갈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일이 생각보다 너무 잘 풀리면서 재호가 즉석에서 세운 계획도 있었다.
‘이 정도면… 중국 팀들을 하위권으로 몰아넣을 수 있겠는데?’
현재 중국팀의 용병은 두 사람밖에 보이지 않았다.
한 명은 첫 코스에서 나오지 못하더니 뭔가 문제가 생긴 모양.
그럼 지금 2, 3위로 추격 중인 용병들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으면 그들을 하위권에 박아 넣을 수 있었다.
두표는 다른 팀들을 확실히 엿 먹이자며 각오를 다졌었지만, 그보다는 중국팀을 곤란하게 만드는 게 더 재밌지 않겠는가?
그래서 재호는 두 용병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
“헉… 헉…….”
“후웁…….”
생각했던 것보다 더 무리한 모양인지, 거친 숨을 토해 내며 도착한 그들.
아마 6번 코스도 저들이 이어서 달리려는 모양이었다.
“좀 쉬다 가자고.”
재호는 그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안전을 이유로 실시간 통역 장치는 착용하지 않았기에 재호가 하는 말을 그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1번 코스의 주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불안한 표정으로 관중석을 힐끔대며 눈치를 살피기만 할 뿐.
단순히 순위를 생각하면 재호를 두고 가 버려도 될 테지만, 그렇게 하면 일성 플라워즈를 견제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가 없었으니…….
그사이 다른 팀들도 한 명, 두 명 도착하더니 어느새 모든 팀이 그들을 지나쳐 갔다.
그때까지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던 중국팀의 용병들은 결국 결정했다.
재호를 견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팀을 꼴찌로 추락시킬 순 없었으니까.
6번 코스는 굵은 스프링으로 고정되어 휘청거리는 징검다리가 듬성듬성 놓인 코스.
펄쩍 뛰어 가까운 징검다리에 올라타자 크기 휘청이기 시작했고, 용병들은 자세를 낮춰 균형을 잡았다.
“어딜 가려고?”
그때, 용병 하나가 선 징검다리로 몸을 날린 재호.
퍽-
그대로 징검다리를 걷어차 중심을 크게 흔들었다.
“헉?!”
아무런 저항도 못 하고 앞으로 고꾸라진 상대.
그런데 이 정도 충격이면 날아온 재호도 추락하는 게 당연했으나, 놀랍게도 여전히 위에서 버티고 있었다.
반대로 튕겨 올라오는 징검다리의 반동을 이용해 두 팔로 반대 바닥을 잡고 버티는 데 성공한 것이다.
“?!!”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기행에 추락한 용병의 입이 쩍 벌어졌다.
다른 방향의 징검다리에 허리를 숙인 채 간신히 중심을 잡은 이 역시 마찬가지.
“너흰 못 지나가.”
“?!”
여전히 말을 알아듣진 못하지만, 재호의 목적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큭!”
다급하게 몸을 날린 다른 한 명.
하지만 재호가 더 빠르게 움직여 그 앞을 막아섰다.
그리곤 똑같이 징검다리를 흔들기 위해 몸을 날렸고, 상대는 그걸 피해 반대편 징검다리로 뛰었지만…….
미끌-
제대로 균형을 못 잡고 뛴 탓에 징검다리에 들이받곤 그대로 추락해 버렸다.
“으아악!! 꺼져!!”
그사이, 먼저 추락했던 용병이 어느새 다시 출발선에서 재호를 노리며 달리기 시작했다.
아예 들이받아 버리겠다는 의지가 똑똑히 보였다.
휘익-
그 저돌적인 돌진에 대응하기 위해 재호가 개구리처럼 몸을 팍 숙였다.
징검다리 끝에 손을 단단히 걸고 무게 중심을 뒤쪽으로 이동시켰고…….
쭈욱-
심하게 기운 징검다리에 매달렸던 재호가 다리를 힘껏 차며 뒤로 공중제비를 뛰었다.
그리고 앞쪽으로 거칠게 튀어 나간 징검다리.
“헙?!!!”
탄성으로 엄청난 힘이 실린 징검다리는 재호를 향해 점프한 용병을 향했고,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뻐억-!!
분명 징검다리도 충격을 최대한 흡수할 수 있는 소재로 만들어졌는데, 나선 안 될 둔탁한 소리가 터져 나오며 그가 추락했다.
‘알시아는?!’
남은 한 명의 시선은 험한 꼴로 추락한 동료보단 재호를 쫓았고…….
“…….”
기계체조 선수처럼 공중제비를 돌더니 뒤쪽의 징검다리 위에 안착하는 걸 확인한 그.
그 과정에서 재호도 중심을 잃고 크게 휘청거리는 인간미를 보여 주었지만…….
“인간이… 아니야…….”
그저 가식적인 연기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 * *
중국팀의 용병들은 사기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징검다리를 지키고 선 재호를 무슨 수를 써도 통과할 수 없었던 것.
나중에는 작정하고 주먹까지 휘두르고 발길질을 해 댔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몇 번 유효타를 먹이기도 했지만, 꼭 돌덩이를 친 것처럼 오히려 자신들이 아픈 경우가 더 많았으니까.
그야말로 통곡의 벽 그 자체.
“헉… 헉…….”
“무, 무슨 힘이…….”
바닥에 널브러져 땀을 뚝뚝 흘리는 그들.
이제는 재호가 막지 않아도 이 코스를 통과할 수 있을 거란 자신이 없었다.
즉, 리타이어.
‘그래도 이 정도면 알시아도 더는 못 가겠지.’
하지만 그런 생각이 얼마나 안일한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휙-
태연히 몸을 돌리곤 7번 코스로 넘어가 버렸으니까.
‘아…….’
‘우리 능력으로는 어림도 없었구나.’
재호가 왜 뉴월드 최강자로 군림할 수 있었는지 확실히 경험한 그들.
이후 자신에게 내려질 처분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재호를 향한 경외심만이 남았다.
한편, 거의 15분 동안 시간을 끌던 재호의 뒤늦은 출발.
이미 다른 팀들은 전부 10번 코스를 진행 중이었다.
이대로라면 중국팀들과 함께 나란히 최하위권을 기록할 상황.
파앗-
그 어떤 조급함도 느껴지지 않는 표정으로 몸을 날린 재호가 또 한 번의 기적을 보여 주기 시작했다.
앞서간 다른 사람들이 어쩔 줄 몰라 하며 허우적대던 고난도 코스들을 논스톱으로 주파했다.
그 거침없는 돌진은 앞서가던 다른 팀들조차 동작을 멈추고 지켜보게 만들 정도.
그리고 마침내 10번 코스에 도착한 재호는 다시 걸음을 멈췄다.
‘지친 건가?’
‘당연히 지쳤겠지.’
그렇게 재호가 멈추고 5분 뒤, 드디어 1위 팀이 탄생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이목은 그쪽으로 향하지 않았다.
여전히 의미 모를 기다림을 고수하는 재호에게 집중되어 있을 뿐.
이후로 10위 팀까지 결정된 뒤에야 재호는 움직였다.
역시나 단 한 번의 막힘도 없이 결승선을 통과해 버린 재호.
그제야 사람들은 알 수 있었다.
지쳐서가 아니라 일종의 시위라는 것을…….
[황재호! 뉴월드컵 중국 운영위를 향한 통쾌한 한 방!]속보로 나간 기사의 타이틀은 그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