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08
807화
[왕좌]는 뉴월드컵에 참가한 대부분의 선수가 모르는 게임이었다.중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 정도 된 게임으로, 중국 내 각종 매체 및 스트리머를 통해 적극적인 광고를 하는 중이라고 두표는 말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재호와 팀원들은 실제로 그 게임을 플레이해 보진 않았다.
해당 게임을 하려면 지나치게 세세한 개인정보를 제출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중국 개인 방송인들의 실제 플레이 영상을 몇 번 살펴보는 것으로 대체했다.
그렇게 찾아온 이벤트전 당일.
중국 운영위 쪽으로부터 [왕좌]에 대한 안내문을 전달받았다.
“…뭔가 이상하지 않아?”
“그러게. 이게 왜…….”
안내문과 함께 도착한 게임 소개 영상을 본 모두는 당황했다.
이유인즉슨, 그들이 지금까지 보았던 [왕좌] 영상과 운영위가 보내 준 공식 자료의 게임이 너무 달랐던 것이다.
운영위에서 보내 준 [왕좌]는 불쾌한 골짜기가 느껴지는 묘한 그래픽과 모션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눈이 아플 정도로 번쩍이는 이펙트까지…….
최소 두 세대 이전의 기술력으로 느껴지는 가상현실 구현력이었다.
“너무 다른데? 대체 둘 중 뭐가 맞는 거예요?”
재호는 당황한 표정으로 두표를 쳐다봤다.
“혹시 우리가 알고 있던 [왕좌]가 같은 이름의 다른 게임이었어요?”
재호의 물음에 두표는 고개를 저었다.
“아냐. 같은 게임 맞아. 그래서 지금 다시 재조사 중이야.”
둘 중 뭐가 맞는지, 혹시 중국 운영위에서 또 수작을 부리는 건 아닐지 말이다.
“어? 잠깐만!”
그때, 안내 영상을 한참 집중해서 보던 완식이 소리를 질렀다.
“나 이거 알 거 같은데…….”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인터넷을 뒤적이더니 이내 손가락을 딱 튕겼다.
“맞네! [기적의 주먹]!”
“기적의 주먹?”
“응! [왕좌]의 한국 게임명이 [기적의 주먹]이야.”
“그건…….”
재호도 들어 본 적 있는 이름이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브이튜브를 틀 때마다 볼 수 있었던 기묘한 게임 광고.
그게 바로 [기적의 주먹]이었다.
“그 둘이 같은 게임이라고? 이름이 다른데?”
“확실해. 광고가 너무 나오니까 대체 무슨 게임인지 궁금해서 찾아본 적 있거든.”
완식은 운영위에서 나눠 준 [왕좌] 플레이 영상을 다시 돌려보며 말했다.
“보니까 이거도 이용자 수를 늘리려고 이름 바꿔서 여기저기 광고하는 모양이야.”
“엥? 대체 왜?”
“그래야 다른 게임인지 알고 사람들이 많이 들어올 테니까? 옛날에도 중국 게임들이 자주 써먹던 방법이래.”
아무튼 중요한 건 한국에서 [기적의 주먹]은 유명하단 점.
물론 실제로 플레이를 많이 해서가 아니라 광고 때문에…….
“아무튼 운영위에서 보내 준 저 영상이 진짜가 맞을 거야. 그 당시 내가 찾아봤던 [기적의 주먹] 영상이랑 똑같은 걸 보면.”
완식이 브이튜브에서 [기적의 주먹]을 검색해 보여 주니 그 말이 사실이었다.
“아! 게임 영상 보니까 나도 알 거 같아. 그 광고 본 적 있어. ‘내 전투력 3천만! 드디어 여자친구를 사귈 수 있어!’라고 하던 그거 맞지?”
“오오, 맞아, 맞아!”
다키스트도 떠올랐다는 듯 소리치자 완식이 맞장구쳐 주었다.
“그거 미국에선 [Legend of King Arthur]라고 나오더라.”
“응? 아서왕의 전설? 도대체 아서왕이랑 무슨 상관인데?”
“몰라? 잠시만.”
그러면서 브이튜브에 해당 제목을 검색하자 정말로 똑같은 게임 화면이 나왔다.
“진짜네…….”
“근데 애초에 아서왕은 미국이랑 관련도 없잖아.”
어쨌든 이젠 하나 의문이 남았다.
대체 지금까지 그들이 봤던 [왕좌] 영상은 대체 뭐란 말인가?
“근데 뒤늦게 생각해 보면 좀 이상하긴 했어요.”
그때, 묵묵히 듣고만 있던 우현이 말을 꺼냈다.
“저희가 봤던 영상들 뭔가… 비슷한 느낌이더라고요.”
“비슷해?”
“네. 다른 건 모르겠는데……. 인게임 모션이랑 목소리가 잘 안 붙는다고 해야 하나?”
우현의 말에 다시 영상들을 확인해 보니 정말로 소리 싱크가 미묘하게 안 맞았다.
워낙 성의 없이 대충 보았던 탓에 놓쳤던 기묘함.
그리고 뜯어보기 시작하자마자 재호는 또 하나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격투 게임인데… 마치 합을 맞춘 것처럼 딱딱 맞네?”
몸 쓰는 것에 관해선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재호는 알 수 있었다.
영상 속 캐릭터들은 결코 사람이 움직이는 게 아니었다.
“앗! 얘들아! 나 대박 하나 찾았다!”
그 순간, 다급한 진아의 외침.
“이거 봐! 작년에 올라왔던 방송인 광고 플레이 영상이거든? 근데 이 영상이랑 여기, 또 다른 플레이 영상! 두 개가 똑같아!!”
“헉?!”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화면은 완벽히 똑같았다.
그건 다시 말해 이 영상들이 전부 가짜라는 뜻!
“와……. 이제 확실히 보이네.”
완식이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다른 광고 방송들도 보면 다 비슷한 느낌이야. 겹치는 장면도 자주 나오고.”
광고를 받았던 방송인들은 영상을 재생해 놓고 직접 플레이하는 것처럼 연기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실제 인게임은 광고에 나오는 것과 완전히 달랐고…….
“대체 이게 뭔…….”
어디서부터 문제로 삼아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 상황.
[왕좌]인지 [기적의 주먹]인지… 아니면 [Legend of King Arthur]인지…….이 게임을 전혀 연습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적어도 멍청하게 시간을 낭비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 * *
격투 게임 [왕좌]
1대1 대전이라고 했지만, 사실 이 게임의 진짜 모드는 다 대 다 전투였다.
하지만 그 설정을 빼 버리고 굳이 1대1 설정을 넣은 걸 보면 누굴 견제했는지 뻔히 알 수 있었다.
경기 진행은 팀 토너먼트로, 총 다섯 명이 출전해 5전 3선승을 치르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 경기 진행 방식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딱 하루만 진행하는 이벤트였기에 [왕좌] 제작사인 취화에서는 이벤트 서버를 따로 준비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정식 서비스 서버에서 해당 이벤트전을 실시해야 했다.
즉, 하지도 않는 게임인데 개인정보를 헌납해야 한다.
“아니, 진심으로요? 별개 서버 없대요?”
완식이 충격을 받은 얼굴로 두표에게 물었다.
이벤트전 시작까지 남은 시간은 약 한 시간.
상하이 스튜디오에 나와 게임용 캡슐을 코앞에 두고서 접한 소식에 그들은 경악했다.
“하… 나도 도착해서야 들었다. 갑자기 말을 바꾸니 대응을 할 수가 없네.”
역시나 이 상황이 당황스러웠던 두표가 머리를 벅벅 긁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아주 잠깐, 침묵하다 입을 연 그는 말했다.
“쯧! 이건 하지 말자.”
이건 아니었다.
하지도 않는 게임이거늘, 개인정보까지 헌납하며 이걸 참가할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상황이 이 지경까지 오면 또 하나 걱정이 되었다.
과연 이 캡슐은 안전한 것인가?
“너희가 하겠다고 해도 반대야. 이건 감독으로서 기권하겠어.”
두표의 단호한 말에 팀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역시 굳이 이런 찝찝한 경기를 하고 싶진 않았다.
[속보)일성 플라워즈 을 앞두고 갑작스러운 기권!] [이벤트전 진행 방식에 불만이 있는 것으로 확인!]중국 운영위에서 길길이 날뛴 건 당연한 일.
그들은 일성 플라워즈의 기권을 수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하지 않겠다는 사람을 강제로 캡슐에 집어넣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일성 플라워즈의 일방적인 불참 선언에 유감을 표현한 중국 운영위 “일성 플라워즈는 32위로 기록할 것.”] [“일성 플라워즈의 이기적인 행보에 극히 실망. 그들은 무엇이 두려웠나?”] [잔칫집에 찬물을 끼얹는 일성 플라워즈. 최강팀의 품격은 어디로?]쏟아지는 각종 비난 기사들.
그건 당연하게도 모두 중국어 기사…는 아니었고, 드문드문 한국어 기사들도 보였다.
-아… 이 자식들 또 시작이네. 한국 기자가 대체 왜 일성 플라워즈를 까는 건데?
└그거 걔들 습관임. 조회수 좀 되겠다 싶으면 일단 올리고 봄.
-솔직히 일성 플라워즈가 좀 치사하긴 해. 자기들 자신 있는 첫 게임만 참가하고 두 번째는 기권? 누가 봐도 단물만 빼먹고 도망간 거지.
└?? 얘는 혼자 다른 차원에 사냐? 뭔 소리임? 첫 번째 게임에서 중국팀들이 한 짓 못 봄?
└무시하셈. 유명한 가디언 관종임.
└ㅉㅉ일성 빠들 또 몰아가기 시작하네. 제발 한 번이라도 합리적 반론을 해 봐라. 알시아가 도망간 게 아니면 뭐임?
└먹금하셈.
-이건 애초에 중국 쪽에서 노련하게 계획을 세운 거임. 일성 플라워즈가 기권할 거란 걸 미리 계산한 거거든. 알아보니까 는 외국인도 개인정보까지 입력해야 플레이가 가능하다 함. 너희 같으면 굳이 그렇게까지 게임을 하겠냐?
└나도 이 의견에 동의. 어떤 정신 나간 사람들이 잠깐 하고 말 게임에 개인정보를 다 넘기겠음?
└그럼 다른 팀은 바보라는 거임?
└ㄴㄴ걔들도 안 하겠지. 아마 곧 다른 팀들 기권 소식도 들려올 거임. 지금까지 누군가 총대 메 주길 바랐을 텐데, 그걸 일성 플라워즈가 해 준 거거든.
└그냥 일성 플라워즈 억쉴하려고 뇌피셜 돌아 버렸네.
하지만 누군가 남긴 그 댓글은 곧 현실이 되었다.
[미국의 명문 CUSA도 기권 선언!] [영국 리그 우승팀 메가포트 이벤트전 기권.] [터키 리그 소속 팀 전원 기권…….]순식간에 쏟아지는 수많은 팀의 기권 소식.
그리고 결국엔 오직 세 팀만 남았다.
중국 리그 소속의 세 팀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꼴이 우습게 되어 버린 상황.
사실 일성 플라워즈가 첫 이벤트전부터 보이콧을 해 버렸다면 진작 벌어졌을 일이었다.
하지만 남 좋은 꼴은 못 보겠단(?) 일성 플라워즈 팀의 모두가 무시하고 진행해 버렸던 것이다.
사실 이 사태는 중국 운영위 쪽에서도 우려하긴 했었다.
당연히 내부에도 정상적인 사고가 가능한 사람은 있었고, 적극적으로 만류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건 극소수였기에 먹히지 않았다.
물론 다수였어도 먹히지 않았을 텐데, 그 이유에 대해서 한 용감한 기자가 기사로 다뤘다.
[ 제작사 취화의 대표이사, 중국 뉴월드컵 운영위 간사로 확인돼.]해당 기사 하나로 모두 정리가 되었다.
동시에 원래 계획되었던 세 번째 이벤트전 [뉴월드 랜덤 캐릭터 격투 대전]에 대한 의구심도 점점 커졌다.
각 선수의 캐릭터들을 서로 바꿔서 팀 서바이벌을 벌이겠다는 수상한 기획.
그리고 이것도 취화에서 만든 것이라고 했었다.
두 번째 이벤트전과 세 번째 이벤트전을 모두 취화가 했는데… 하필 세 번째 이벤트전이 서로의 캐릭터를 바꿔 싸운다?
[일성 플라워즈에서는 중국 운영위가 준비한 캡슐에서 해킹의 흔적을 발견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월드와이드 쪽에서는 결코 이번 사안을 가벼이 넘겨선 안 될 것이다.]일성 플라워즈는 전혀 하고 있지 않은 의심.
하지만 커뮤니티에선 딱 굴리기 좋은 떡밥이었다.
가뜩이나 중국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게임 관련 핵이나 해킹으로 유명한 곳이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