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1
80화
‘역시!’
재호는 내심 쾌재를 불렀다.
역시 이 능구렁이 같은 영감은 뭔가 아는 게 있었다.
“언젠가는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다오. 정령화장의 의지를 이은 이상, 그의 행적에 대해 궁금해하는 건 당연한 일.”
“뭐, 꼭 그게 아니더라도 라셀 왕국과의 힘싸움을 위해 필요한 상황이라 말이죠. 분명 이전에 뤼니오르 씨는 엘리시아 화원과 전적으로 협력하겠다고 이야기했었죠?”
“허허, 분명 그리 말했었지. 국가 간 분쟁 상황이 아니라면.”
그의 말에 재호는 어깨를 으쓱했다.
“좋게 좋게 생각하자구요. 라셀 왕국이 틴라이트와 한 거래에 대해서만 알자고 하는 건데요.”
“틴라이트라…….”
뤼니오르는 수염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외모를 제외하면 NPC들에게 저절로 호감이 어필되는 재호.
더군다나 재호의 본거지인 엘리시아 화원에 있었으니 뤼니오르와 같은 전설급 NPC들도 압도적인 호감을 보이고 있었다.
물론 뤼니오르가 재호에게 이미 큰 호감을 가진 상태인 것도 있었고.
“앞으로 나오는 이야기는 그저 나이든 노인네의 옛날이야기로 들어 주오.”
그 결과, 그리 어렵지 않게 뤼니오르의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었다.
“잡설은 생략하고 바로 말하자면, 틴라이트는 라셀 왕가의 불로장생초의 재배를 도와주었다오.”
“불로장생초? 그런 게 있어요?”
“당연히 존재할 수 없지. 쉽게 말해, 나처럼 큰 깨달음을 얻어 평범한 인간보다 월등한 수명을 얻게 되는 것. 틴라이트는 그것을 가능하게 해 주었지.”
“그 대가로 엘프들이 머무를 장소들을 받은 거군요.”
“그렇다오. 난 불로장생초를 사용한 선단 제작에 도움을 주었기에 알고 있었지.”
어깨를 으쓱한 뤼니오르는 다시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이야기를 마쳤다.
“뭐, 그렇게 된 일이라오.”
“그럼 지금도 불로장생 선단은 계속 만들고 있는 건가요?”
“물론이지. 다만 왕실 쪽에서 내 손을 빌린 지는 오래 되었다오. 그들 입장에서 자기네들 나라에 속하지 않은 외부인에게 일을 맡기는 건 영 불안했겠지.”
뤼니오르에게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딱 그 정도였다.
이미 말한 대로 마탑에선 손을 뗀 지 오래였고, 이젠 독자적으로 불로장생초의 재배와 선단 제작을 하고 있다 했으니.
‘아깝네. 어디 숨겨져 있는지도 알아낼 수 있으면 그냥 태워버리는 건데.’
―?
―???
재호의 속마음을 읽은 꼰대와 징징이는 어처구니없단 표정을 지었다.
* * *
“호오! 대단해!! 이건 정말……!!”
시간이 지나 어둠이 드리운 엘리시아 화원.
그곳의 압도적인 야경에 뤼니오르는 아이처럼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내 제국의 밀키웨이 정원도 가 보았다오. 하지만 결코! 이곳보다 아름답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소. 정말 아름다워!”
“이걸 만드느라 돈 좀 깨졌죠.”
“아냐, 아냐……. 이건 돈이 있다고 해도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그대이기에 가능한 일 아니겠소?”
뤼니오르는 정령화장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기행이란 걸 확실히 이해하고 있었다.
“이런 풍경을 항상 볼 수 있다면 좋겠군…….”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는 뤼니오르.
“뭐, 얼마든지 그럴 수 있는 분 아닌가요?”
“허허, 이 탑주라는 자리는 생각보다 단순하지가 않다네.”
탑주는 곧 마탑이자, 마탑이 곧 탑주였다.
단순한 상징성뿐 아니라, 마탑을 마탑으로 존재하도록 만드는 모든 마나를 컨트롤하는 게 탑주 뤼니오르의 역할이었다.
“예?”
재호는 멍청한 얼굴로 물었다.
“단순히 말하면 하루만 내가 자리를 비워도 마탑은 무너진다오. 아마 지금쯤 마탑엔 난리가 났겠지. 허허.”
“…….”
이 양반도 보통 대책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동시에 말도 안 되는 천재라는 것도 알 수 있었고.
‘왜 레드벌룬이란 이름으로 뒷골목 놀이를 한 건지도 알 것 같군.’
내내 마탑에만 처박혀 있으니 심심해 미치는 게 당연했다.
“아! 그러면 되겠군.”
그때, 뤼니오르가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이참에 마탑을 이곳으로 옮겨야겠어.”
“……?”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었군.”
“그게 간단한 방법이라고요?”
몇 배는 더 복잡한 방법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오? 마침 엘리시아 화원의 토지를 경매에 내놓을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는데, 우리가 참가해도 괜찮겠소?”
“……별로 상관은 없는데 그거 정말 괜찮은 겁니까?”
“허허, 정보 값을 치른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겠소?”
대체 정보 값을 왜 정보를 준 사람이 치르는 건지 이해 못해 당황한 사이, 뤼니오르는 너털웃음만 남겨 두고 사라져 버렸다.
“……마탑 오면 뭐 안 좋은 거 있냐?”
재호는 그에 대해 지안트와 줄칸에게 물어보았다.
“마탑이 들어오면 그만큼 엘리시아 화원의 명성이 올라가지 않겠습니까?”
낙관적인 지안트.
“확실히 마탑이 있으면 엘리시아 화원의 가치는 지금 이상으로 올라갑니다. 다만 탑주의 발언이 수상하군요.”
줄칸 역시 잘된 일임엔 동의했으나, 뤼니오르의 행보에 의심도 가졌다.
”일단 마탑이 들어선 국가에선 마법 연구 지원비를 지출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음?”
재호는 멈칫했다.
“그 지원비 때문에 그런 소리를 한 건가?”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그건 워낙에 당연한 것이라…….”
즉, 굳이 그런 이유 때문에 그렇게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하진 않았을 거란 게 줄칸의 말이었다.
“……아니, 내 입장에선 전혀 안 당연한데?”
당장 돈이 없어 골골거리는 마당에 마탑에 지원금도 줘야 한다고?
“그냥 오지 말라고 해야겠어.”
재호의 말에 줄칸이 급히 말렸다.
“그래도 마탑은 가까이 두는 게 좋습니다! 그들의 뛰어난 마공학 기술은 물론이고, 마탑을 중심으로 형성된 거대한 시장은 엘리시아 화원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거기서 거두어들이게 될 세금만으로도 연구 지원비는 충분히 충당 가능할 겁니다.”
“그, 그래?”
줄칸이 그렇다 하니 재호는 그런가? 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그런 쪽 전문가는 아니었으니.
“그럼 그렇게 하는 방향으로 하지 뭐.”
“알겠습니다. 어차피 마탑이 토지를 구매하고 정식으로 이주를 결정할 때, 알시아님과 본격적인 협의가 있을 겁니다. 그때를 대비해 제가 철저히 준비를 해 놓겠습니다!”
“……그런 의지는 좋은데, 부디 전쟁 같은 소리는 하지 말아줘.”
“앞으로는 그 정도로 과한 대응은 없을 겁니다.”
어쨌든 대답은 들었으니 믿기로 했다.
집안 대대로 충정을 바쳤던 나라의 마지막을 지켜본 후유증에 혹시 돌아버린 건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아, 그리고 혹시 괜찮은 정보 단체 없나?”
“정보 단체라 하면……?”
“라셀 왕국에 대해서 조사를 좀 해 보려고.”
“아! 그런 것입니까? 그런 것이라면 제가 곧장 알아보겠습니다.”
“아, 아냐. 됐어. 그냥 내가 알아볼게.”
의욕 넘치는 줄칸의 모습에 불안해진 재호가 말실수를 인정하고 그를 말렸다.
아무래도 직접 하는 게 좋을 듯싶었다.
* * *
―뭐? 넌 지금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거냐?! 난 네 개인 비서가 아니라고!
재호가 아는 이들 중, 뒷조사와 같은 칙칙한 일을 할 만한 사람은 테일러.
아무래도 클래스 자체가 음침한 데다 불곰 길드에 속해 있기도 하니(?) 그런 쪽으론 전문가지 않을까 싶었다.
아니면 아는 정보 단체라도 있거나.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난 암살자 클래스일 뿐이지 너랑 같은 플레이어라고!
―아쉽네. 뭔가 좀 알지 않을까 싶었더니.
―흥. 그리고 뭔가 부탁을 하고 싶으면 그에 대한 대가라도 좀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 어떻게 날로 먹을 생각만 하는 거냐?
―멀리 떨어져서 네 입장이 어떤지 잊은 모양이야?
―……그래서 뭔데? 대체 뭘 알아보려고?
정신을 차린 테일러.
―됐어. 널 뭘 믿고.
―뭐? 야! 아무리 우리가 적이라지만 그 발언은 너무한 거 아니냐!
테일러는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난 널 믿고 문을 열었다가 배에 구멍까지 났었다고! 오히려 믿음이 부족한 건 너였지! 그리고 이번에도 네가 먼저 귓속말을 했잖아!
―흠흠. 됐고, 그럼 하나 물어보자. 너 이데란 침략 때 귀족 암살 많이 했다며?
―그랬었지.
―그럼 몰래 숨어 들어가는 것도 잘 하는 것 아냐?
―그……렇긴 한데…….
목격자만 없으면 암살이다.
그것에 누구보다 충실한 게 테일러였다.
하지만 재호는 테일러가 뒷말을 흐린 이유를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라셀 왕국의 왕성 안에 숨겨진 걸 찾으려는 건데, 혹시 생각 있냐?
―라셀 왕국? 거긴 왜?
―그거까진 말할 이유가 없고. 혹시 네가 이 일을 한다면 만나서 직접 알려줄 순 있어.
―흐음…….
테일러는 고민에 빠진 듯, 나지막이 신음을 흘렸다.
사실 잠입 암살을 주로 하는 테일러 입장에선 나쁘지 않은 임무였다.
더 어려운 난이도의 잠입을 할수록 자신의 스킬 레벨이나 악명 등의 상승 폭이 컸기 때문이었다.
―관심이 좀 생기는데? 만나서 이야기하지.
―좋아. 그럼 엘리시아 화원으로 와.
―……안 그래도 경매 탓에 사람이 몰린다고 들었는데 괜히 잘못 눈에 띄면 골치 아파질 게 뻔하다.
―흠……. 아, 그럼 슈아르 산림 어때? 그곳의 고블린 은행에서 만나자.
생각난 김에 그곳에서 보물들이나 좀 빼 올 생각이었다.
국고가 비어가고 있었으니 좀 빼 오는 게 좋을 듯싶었다.
―은행?
―그런 게 있어. 모르겠으면 지나가는 오크나 고블린 잡고 내 이름대면 돼. 괜히 칼부림하진 말고.
―……알았다. 바로 가겠다.
그렇게 테일러와 약속을 잡은 재호는 곧장 출발했다.
……한 무리의 엘프들과 함께.
‘고블린 녀석들 허튼 짓 못하게 하려면 데려가는 게 좋겠다.’
* * *
“어, 어쩐 일로 여길 온 거냐?”
갑자기 나타난 재호에 당황한 고블린 은행장 쉰들러.
“내 돈이 여기 있는데 당연히 올 수 있지.”
“우리 고블린 은행을 못 믿는 것이냐?!”
“아냐, 아냐. 물건들도 좀 찾을 겸 온 거야.”
솔직히 신뢰할 수 없었다.
“흥! 자! 얼마든지 봐라!”
결국 재호 금고로 안내한 쉰들러.
“이 정도로 쌓인 보물을 본다고 해서 수량을 구별하는 건 어차피 불가능하다! 그냥 속 편하게 우리를 신뢰하는 게 어떠냐?”
“아,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피스오.”
“…….”
재호의 부름에 불만 가득한 얼굴로 나타난 이데란의 3왕자 피스오.
“하아…….”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며 앞으로 나온 그는 공허한 눈으로 보물들을 살폈다.
귀족이나 왕족과 같은 고위 NPC들은 기본적으로 네임드로 설정되어 있었다.
그건 단순히 전투력에 대한 것만 뜻하는 게 아니었다.
각자 특화 분야가 따로 있었다.
줄칸의 경우엔 일단 가문에서 전승되는 불사의 사술을 익히고 있었다.
거기다 뛰어난 서기관답게 방대한 지식과 통찰력, 그리고 화술까지 지니고 있는 NPC.
피스오 역시 왕가의 사람답게 범상치 않은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보다 고귀하지 않은 자의 잠금장치는 모두 열 수 있는 언령.
그리고 아무리 많은 보물이라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능력.
사실 이 두 가지 능력만으로도 이데란 왕실이 얼마나 엉망이었는지 알 것 같았다.
‘탐욕에 눈이 먼 부패 국가…….’
어쨌든, 재호가 그들을 구한 것은 결과적으로 아주 잘된 일이었다.
줄칸과 피스오 말고도 뛰어난 NPC들을 엘리시아 화원에 귀속시킬 수 있게 되었으니.
물론, 이전에 말했다시피 브리즈 덕분(?)이었다.
“……모자라다. 뭔가 빠졌다.”
보물을 살피던 피스오가 재호에게 말했다.
“그렇다는데?”
“빠졌다니?”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는 쉰들러.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건 안대를 통해 뻔히 보였다.
“하하, 신뢰로 장사하는 분이 이래서 되나.”
재호는 쉰들러의 어깨에 손을 턱 올리곤 목소리를 낮췄다.
“아까 함께 온 엘프들 봤지?”
“…….”
“내가 걔들을 왜 데려왔을 거 같아?”
“꿀꺽…….”
살벌한 협박!
“안 그래도 걔들 진정시키느라 얼마나 고생한지 알아? 숲을 이렇게 만들어 놨다고 잔뜩 열 받아 있더라고.”
덜덜덜
쉰들러의 자그마한 몸이 본능적인 두려움에 덜덜 떨렸다.
“순순히 내놓지 않으면 어쩔 수 없어……. 내가 직접 이곳을 뒤져서 물건들을 찾을 수밖에 없거든.”
“아, 알겠다…….”
결국 쉰들러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래도 덩치는 산만해도 순박한 구석이 있었던 녀석인데.
재호가 하는 짓을 본 꼰대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음? 지금까지 저 녀석이 해 온 짓들을 생각해 봐. 그러고도 순박한 거야?
―…….
징징이의 말에 꼰대는 말문이 막혔다.
듣고 보니 확실히, 재호가 저질러 온 난장판들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으니까.
―모르고 했다면 더 무서운 거야. 앞으로 또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니까.
―그래……. 맞는 말이야. 차라리 알고 저지르는 게 낫지.
오랜만에 둘의 의견이 일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