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10
809화
아무도 공감하지 않는 세기의 라이벌 발언.
링방 게임즈를 중국 쪽에서 적극적으로 밀어 주고 있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 포장하는 거야 있을 수 있는 일.
그런데 그것도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해야 했다.
지금처럼 이미지가 최악으로 처박힌 상황에서 억지 라이벌 관계를 구축해 봐야 아무런 공감도 못 받을 테니까.
게다가 양 팀의 캐릭터 설정을 말도 안 되게 해 놓고 그런 이야기를 하면 다른 의도가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가 없었다.
“자! 그럼 각 팀은 캡슐로 이동해 준비해 주십시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
일단은 일성 플라워즈는 링방 게임즈의 똥캐들을 가지고 이벤트전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10분 뒤, 모든 팀은 비무장 상태에서 으로 진입합니다.]대회용 서버로 접속하자 뜨는 알림.
그전까지 캐릭터를 선택하고 적응 시간을 가져야 했다.
“근데 투쟁의 숲이 뭐냐?”
완식이 팀원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우리라고 알겠어?”
안내 자료에 맵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그저 게임을 시작하면 파밍을 통해 아이템을 획득한 후, 그걸로 적 팀을 처치하는 것이 목표라고만 들었다.
“아니… 근데 이거 를 베이스로 만든 거라 하지 않았어?”
문득 생각난 의문에 재호가 물었다.
“그랬지?”
“그거 격투 게임이라며? 근데 이런 서바이벌 모드까지 있어?”
“네가 한 말 그대로 돌려줄게. 우리라고 알겠냐? 해 보질 않았는데.”
완식이 킬킬거리며 답했다.
“그보다 이번에도 대충 중위권에 자리 잡을 거야?”
사실 이번 이벤트전의 경우엔 그냥 초반 탈락해 버려도 상관이 없었다.
이미 중국 운영위에선 일성 플라워즈에게 어떤 불이익도 줄 수 없는 상황이란 걸 확인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참여를 결정한 이상, 성의 없는 모습을 보여 주는 건 팬들에게 할 짓이 아니었다.
“최선을 다해야겠지. 마지막까지 이 꼴로 만든 걸 보면.”
최선을 다하기 위해 구성한 현재 스쿼드는 재호, 완식, 사만다, 진아, 다키스트 5인.
그리고 재호는 이 구성이 지금 조건에선 최선의 스쿼드라고 확신했다.
지금 앞둔 이벤트전은 자신들이 원래 하던 캐릭터가 아니라 링방 게임즈의 똥캐라는 게 문제였다.
그래서 뉴월드에서 보여 주던 개개인의 실력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안 되었다.
타고난 게임 센스나 피지컬을 먼저 생각해야 했다.
그 조건에 부합하는 이들이 바로 재호, 사만다.
그리고 진아 또한 반사 신경이 좋은 편이었고 말이다.
이 세 사람은 캐릭터가 갑자기 바뀌어도 피지컬을 바탕으로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완식과 다키스트는 조금 달랐다.
두 사람의 실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앞서 말했듯, 뉴월드에서의 실력과 별개로 적응력과 각자의 피지컬을 고려하면 조금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것.
그럼에도 두 사람을 선택한 것엔 이유가 있었다.
완식은 등빨 좋고… 다키스트는 놀고먹는 거 보기 싫어서…….
‘크흠… 물론 그런 걸 대놓고 이야기할 순 없지만.’
두 사람에겐 말하지 못할 비밀이었다.
그저 “그래도 베테랑이 나서는 게 맞지! 믿는다고!” 한 마디면 받아들이는 긍정적인 친구들인 게 다행이었다.
“근데 대충 해도 되는 거 아냐? 우리 어차피 첫 이벤트전도 승부조작을 했잖아.”
“…….”
그때, 불쑥 튀어나온 다키스트의 적나라한 표현.
그걸 듣는 순간, 역시 잘 뽑았다는 생각이 다시 든 건 덤이었다.
“뭐, 근데 첫 이벤트전도 최선을 다하긴 했잖아? 결과만 다를 뿐, 과정은 똑같았지.”
절대 대충해서 그런 결과를 만들어 낼 순 없었다.
“그럼 이제 각자 캐릭터를 결정하자고.”
링방 게임즈 쪽 캐릭터 목록은 총 7개.
첫 이벤트전에 나왔던 용병들의 캐릭터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팀의 일원이라고 떠들어 놓고선 지금은 쏙 빼놓은 게 우스웠다.
“각자 포지션에 맞춰서 탱딜힐 가져가는 게 맞을까? 딱 정석적인 구성인데.”
진아는 캐릭터 목록을 훑어보며 말했다.
“음……. 난 오히려 반대로 하는 게 나을 거 같아.”
하지만 재호는 발상을 조금 바꾸었다.
“뭐로 하던 우리로선 낯설 테니까. 게다가 전부 상태가 안 좋기도 하고.”
“잠깐. 상태가 안 좋다는 말, 설마 우리한테 하는 건 아니지?”
다키스트의 말은 자연스럽게 무시한 뒤 재호는 말을 이었다.
“완식이랑 다키스트는 탱커로 하자.”
“응? 우리가?”
의외의 이야기에 두 사람은 당황했다.
힐러와 흑마법사에게 전방 탱커를 맡기는 선택은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그야 너희가 몸치…….”
“?”
“흠흠, 상대를 교란하기 좋잖아?”
어지간하면 다른 팀들은 각자의 포지션에 맞는 캐릭터들을 선택할 터였다.
아마 일성 플라워즈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다른 팀들은 추측할 터였다.
그래서 재호는 두 사람을 미끼로 쓰려는 것이었다.
“단단한 캐릭터들로 후방에 빠져 있으면 너희 둘을 무조건 힐러와 마법사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특히 그들이 받은 링방 게임즈의 캐릭터들의 스킬 구성이 엉망진창이라 더 괜찮았다.
탱커가 원거리 스킬을 가지고 있거나 한 번 쓰면 마나가 싹 증발할 정도의 고마나 스킬 등, 들고 있으면 안 될 것들을 많이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사만다랑 진아는… 마침 딱 괜찮은 거 있네.”
링방 게임즈의 소환사와 힐러.
두 사람 모두 클래스를 바꾼 경험이 있었기에 해당 클래스에 금방 적응할 수 있을 터였다.
“그렇게 해서 탱커인 척하고 서는 거지?”
진아의 물음에 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의 피지컬이면 체력이 낮아도 어느 정도 커버는 될 테니까.”
“그럼 알시아 님은 어떻게 하려는 겁니까?”
사만다는 남아 있는 클래스 목록을 살피며 물었다.
아무리 봐도 재호가 할 만한 클래스는 보이지 않았다.
“나? 나도 이참에 좀 새로운 거 해 보려고.”
그렇게 말하면서 재호는 클래스 하나를 골랐다.
“정말 그걸로 가려고?”
완식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왜?”
“아니… 그거 되겠어? 너무 위험할 거 같은데?”
“뭐, 어차피 나는 그런 거 다 따져 가면서 게임을 하진 않았으니까.”
완식은 걱정했지만, 재호는 자신의 선택이 딱이라고 확신했다.
* * *
마침내 경기가 시작되었다.
반경 3km의 거대한 숲에서 소환된 각 팀.
그들의 손에는 각자 클래스에 맞는 기본 무기들만 들려 있었고, 주변의 몬스터들을 사냥하거나 보물 상자를 열어 아이템을 파밍 해야 했다.
그리고 외곽을 따라 점점 줄어드는 안전 지역에 맞춰 최대한 오래 생존하는 것이 목표.
-근데 이미 밸런스 막장 된 상태 아님?
-리얼……. 알시아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팀이 무조건 우승이지.
어차피 우승은 링방 게임즈가 할 거라고 다들 예상하는 상황.
그래서 각 팀에선 순위 방어를 우선 목표로 잡고 있었다.
더군다나 이번 이벤트전은 단판 승부.
최강팀에 당첨된 링방 게임즈에게 몰아주겠다는 중국 운영위의 의지가 느껴지는 룰이었다.
몇 차례 경기가 반복되면 각 팀은 새로운 캐릭터에 적응할 테고, 그럼 링방 게임즈나 다른 중국 팀의 선전이 어려워질 수도 있었다.
특히 위험한 건 당연히 일성 플라워즈.
-근데 [알시아] 캐릭터는 너무 심하긴 하다. 어떻게 저 정도로 몰빵해 주냐?
실시간 채팅에서 말이 나오는 것처럼, 링방 게임즈가 가져간 [알시아] 캐릭터는 심각하게 오버파워였다.
그리고 그 [알시아] 캐릭터를 선택한 주장 파스는 초반부터 그 압도적인 전투력을 보여 주고 있었다.
[ : 기본 공격력이 적 체력의 3%의 피해를 입힙니다.]실제 재호에겐 없는 말도 안 되는 사기 패시브 스킬.
똑같은 목검을 들고 휘두르는데 적 체력이 몇이든 3%가 뚝뚝 떨어져 나가는 노답 스킬은 링방 게임즈의 초반 사냥 속도를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다 마주친 다른 팀.
그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은 오직 하나였다.
“젠장! 도망쳐!!”
아이템이 갖춰지기 전의 전투라면 더더욱 링방 게임즈를 상대로 이길 수 없었다.
하지만 일단 눈에 띄는 이상, 도망치기도 쉽지 않았다.
[ : 바라보는 상대의 민첩성을 20% 감소시킵니다.]그것이 적들의 민첩성을 극도로 떨어트려 버렸으니 말이다.
그렇게 벌어진 일방적인 학살.
-진짜 역하다 역해.
-저렇게 대놓고 개짓거리를 할 수도 있구나.
-근데 실제로 알시아도 저런 비슷한 스킬 가지고 있긴 하지 않나?
-? 뭔 소리임? 저런 스킬이 대체 어디 있다고?
몇몇 눈썰미 좋은 이들은 해당 스킬이 어디서 모티브를 가져온 것인지 알아챘다.
-그거 아님? 랑 이상한 언령.
[] [주시하는 대상의 모든 종류의 민첩 관련 능력을 하락시키며 지속적으로 지능 수치에 비례한 피해를 입힙니다.(마나가 남아 있는 한, 지속적으로 저주를 가합니다.)]물론 두 스킬 모두 실제 사용엔 은근히 까다로운 제약이 있었다.
지금 링방 게임즈처럼 패시브로 계속 쓰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다.
“역시 링방 게임즈! 압도적인 실력으로 적팀을 무력화시켜 버립니다!”
“이야- 기대 이상의 대활약인데요? 일성 플라워즈의 캐릭터가 다른 캐릭터들보다 강하게 설정이 되어 있다곤 하지만, 그걸 완벽하게 다루는 링방 게임즈의 실력이 더더욱 빛나는군요!”
“정말 동의합니다! 특히 주장 파스 선수는 알시아 선수보다 [알시아]를 더 잘 쓰는 것 같은데요?”
이벤트전 해설을 맡은 중계진의 이야기는 시청자들의 무한 물음표를 만들어 내기에 충분했다.
-저것들이 미쳤나?
-아무리 이벤트전을 독점 중계한다지만, 저런 소리는 하면 안 되지;;
-근데 얘들 다른 팀은 보여 줄 생각이 없는 거임?
-그러게. 다른 팀 10초 보여 줄 때, 중국팀은 1분씩 보여 주는 거 같네.
-일성은 한 번도 안 보여 줌.
뉴월드컵의 최고 관심사는 당연히 일성 플라워즈였다.
그런데 지금까지 일성 플라워즈는 단 한 번도 보여 주지 않았다.
정식 대회가 아니다 보니 팀별 개별 중계도 지원되지 않아 더 답답한 상황.
계속 이렇게 중국 운영위가 보여 주는 화면을 볼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첫 번째 이벤트전에서 일성 플라워즈 쪽으로 카메라가 집중되었던 게 내심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안전 구역도 점점 좁아졌다.
32개 팀 중, 탈락 팀은 무려 15개 팀.
그런데 그중 10개 팀이 중국팀들에게 당했으며, 6개는 링방 게임즈가 처리했다.
그리고 아직 확인되지 않은 일성 플라워즈의 전투 소식.
-아니, 얘들 진짜 끝까지 일성 플라워즈는 안 보여 주려는 거임?
-전투가 벌어져야 보여 줄 거 아님.
-나랑 다른 거 보고 있나? 지금 링방 게임즈가 걷고만 있는 걸 2분째 보여 주는 거 같은데?
-아! 일성 플라워즈 보여 달라고!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는 게 말이 되냐!!
-탈락은 안 함. 아직 알림 없었잖아.
그렇게 점점 미궁에 빠져드는 그때, 드디어 일성 플라워즈가 화면에 잡혔다.
아니, 일성 플라워즈가 스스로 방송 화면 안으로 들어왔다.
“찾았다.”
소름이 쫙 끼치는 한마디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