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11
810화
재호의 나지막한 한마디.
그걸 들은 링방 게임즈의 선수들은 온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찾고 있었다고? 우, 우리를……?’
‘대체 왜?’
그들은 재호와 일성 플라워즈의 선수들을 살폈다.
아이템 파밍을 어느 정도 해 온 것으로 보이는 그들의 모습.
‘진영은… 역시 기존 포지션대로인가?’
전방에 선 재호와 사만다, 진아.
그리고 후방의 완식과 다키스트.
선 위치를 통해 대략 어떤 클래스를 선택했는지 알 수 있었다.
‘당연히 최대한 익숙한 것들로 골랐겠지.’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다른 사람들은 각자 어울리는 무기를 들고 있는데…….
‘알시아는 왜 스태프를 들고 있지?’
재호의 손에 들린 스태프를 본 주장 파스는 혼란스러웠다.
‘설마 마법사? 아니, 그럴 리가 없다. 파밍이 안 된 거겠지.’
아마 파밍이 제대로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저 녀석들의 베이스는 우리의 캐릭터. 그중에 알시아 놈이 할 만한 건 없긴 하지.’
재호가 무기에 구애받는 스타일이 아니란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손에 익숙한 것과 아닌 것엔 분명한 차이가 있을 터.
‘주먹 그리고 모종삽과 창.’
링방 게임즈 소속 선수 중엔 격투 쪽이나 창을 다루는 클래스가 없었다.
모종삽은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소리이고…….
‘마법사… 잠깐만. 설마?’
문득 그는 한 가지 추측이 떠올랐다.
‘날 저격한 건가?!’
팀 내 메인 딜러이자 유일한 마법사 클래스가 바로 파스.
그런데 하필 재호가 그 마법사를 골랐다는 건 결국 자신을 얕잡아 보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 정도는 어렵지도 않다고… 내 자존심을 뭉개려는 거냐?!!’
일성 플라워즈와 재호에게 품은 뒤틀린 감정이 그의 생각을 궁지로 몰아세웠다.
“파스!”
그때, 그를 부르는 한국인 팀원.
“멍하니 뭐하는 거야? 정신 차려!”
“…….”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는 파스.
“너도 한국인이다 이거냐?”
“?”
갑자기 무슨 헛소리냐 싶은 표정의 동료.
“흥.”
비웃음을 흘린 그는 다시 일성 플라워즈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알시아! 우릴 찾아다닌 거냐? 용기가 가상하군!”
그는 검을 쥔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하지만 제정신이라면 우리와 최대한 늦게 맞붙는 게 좋다는 걸 알 텐데 말이야……. 하! 사실은 운 나쁘게 우리를 마주쳤으면서 허세를 부리는 것 아니냐!”
악을 쓰듯 소리를 지르는 파스의 모습.
그는 자신이 당당하게 맞서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지나치게 긴장한 모습이었다.
-파스 쟤 왜 저럼? 온몸을 부들부들 떠는데?
-큰소리는 치고 있지만, 누가 봐도 쫄았죠?
-근데 쟤 평소에도 알시아랑 일성 플라워즈 건드리는 발언 많이 했었음.
-아니… 근데 이해가 안 되네. 개사기 캐릭터들 가지고 갔으면서 저렇게 쫄아? 심지어 알시아는 마법사인 거 같은데.
-엥? 그러게. 왜 알시아 지팡이 들고 있냐?
-아마 팀원들이 할 수 있는 캐릭터 준 다음, 남은 것 중에 고른 거 아니려나?
-그럼 더 이상하지 않음? 쟤네가 가져간 거 링방 게임즈 캐릭터잖아. 근데 링방 게임즈엔 마법사 캐릭터가 하나밖에 없음. 그럼 당연히 다키스트 줘야 하는 거 아님?
-어? 그러게? 그럼 다키스트는 뭐 가져갔지?
그리고 일성 플라워즈의 수상한 선택을 링방 게임즈에서도 의심하고 있었다.
“파스. 뭔가 이상하다. 알시아가 스태프를 든 건 함정일 수도 있…….”
“시끄럽다!”
하지만 그런 의문을 제기한 게 한국인이라는 것이 파스의 귀를 막았다.
-파스 미쳤네. 팀원한테 왜 저러는 거임?
-중국 리그 본 사람들은 알걸? 링방 선수들끼리 사이 엄청 안 좋음.
-그래도 그렇지 저렇게 대놓고 면박을 준다고?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닌데.
척-
검을 들어 올린 파스는 재호를 겨누며 자세를 잡았다.
“더 이상의 말은 듣지 않겠다! 알시아! 계속 떠들어 봐야 겁쟁이의 발악으로밖에 안 들리니까!”
-??
-알시아는 지금까지 한마디도 안 하지 않았음?
-자아성찰 잘하네.
“덤벼라!!”
어쨌든 파스는 전투 개시를 선언했고, 링방 게임즈의 다른 선수들도 그에 맞춰 전열을 갖추었다.
역시 전투태세를 갖추는 일성 플라워즈.
‘겁먹을 필요 없다.’
파스는 떨리는 몸을 애써 진정시켰다.
‘뉴월드에서와는 다르다. 지금의 나라면……!’
이를 꽉 문 파스가 외쳤다.
“그때의 복수를 하겠다!!”
-음? 파스 언제 알시아 만난 적 있음?
-몰라?
파앗-!
순식간에 박차고 나선 그가 재호를 똑바로 응시했다.
[ : 바라보는 상대의 민첩성을 20% 감소시킵니다.]재호의 어깨가 미세하게 들썩이며 몸이 둔해진 것이 포착되었다.
“하압!!”
쐐애액-
재호를 향해 빠르게 내리꽂히는 검.
그것을 피해 재호가 뒤로 몸을 날렸다.
‘확실히 느리다!’
뉴월드에서 비교하면 확실히 달랐다.
동시에 몸의 떨림도 잦아들었다.
점점 사라지는 긴장.
‘할 수 있다!!’
자신감이 붙은 그는 팀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너희는 나머지를 노려라!! 흐아압!!”
콰아앙-!!
다시 한번 빗나간 검이 땅을 때리면서 큰 폭발을 일으켰다.
“알시아는 내가 맡겠……?!”
꿍-
그 순간, 그의 머리에 둔탁한 충격이 느껴졌다.
“꺽?!”
정수리에 정확히 내리꽂힌 스태프의 머리 부분.
빠악-
이어 재호는 스태프 아래쪽을 올려치며 파스의 복부를 때렸다.
“크헙!!”
절로 터져 나오는 신음.
물론 실제 대미지는 그리 높지 않았다.
단지 예상 못한 공격을 받아 절로 튀어나온 반응일 뿐.
“감히!!”
마법사에게 스태프로 얻어맞았다는 굴욕적인 상황에 극도로 분노한 그가 반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다음 동작을 이어 나가기도 전에 재호가 먼저 행동에 나섰다.
빠지지직-!!
밀착된 상태에서 터져 나온 전기 마법!
온몸을 관통하는 짜릿한 대미지에 멈추었던 떨림이 다시 일어났다.
“크학!”
비명인지 기합인지 모를 외침과 함께 검을 휘두르지만…….
부웅- 부웅-
시원하게 허공을 가르기만 했다.
‘대체… 대체 왜……!!’
분명 재호의 움직임은 뉴월드에서 보던 것보다 느렸다.
그런데… 그런데도…….
“왜 맞질 않는 거냐!! 이 비겁한 놈!!”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속마음.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지켜보는 시청자들도 같은 마음이었다.
-저거 왜 안 맞냐? 둘이 캐릭터 바꾼 거 아니었음?
-내 말이. 황재호는 사실 무기만 스태프인 전사 아님?
-마법사는 확실히 맞음. 보면 마법 쓰잖아.
-아니, 이것들이 방송에서 보여 주질 않으니 대체 뭔 짓을 하다 온 건질 모르겠네.
사람들의 추측대로 재호는 확실히 마법사를 택했다.
상대를 교란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모자란 화력을 채우기 위해서였다.
피지컬 능력이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화력이 떨어지면 사기적으로 설계된 짭 [알시아]를 쓰러트릴 수 없을 테니까.
그나마 마법사는 깡딜 자체가 높아서 쓰기 나쁘지 않다고 판단해 고른 것이었다.
-근데 마법 쓰는 방식이 좀 이상한데?
-마법사면 원거리 딜러 아냐? 저렇게 붙어서 쓰면 전사랑 뭐가 달라?
-마알못이냐? 저건 다 노림수가 있어서 저런 거임.
-ㄹㅇ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딱 어울리네. 저렇게 붙어서 쏘면 마법 대미지도 훨씬 높아지거든.
당연히 재호는 그런 건 몰랐다.
그저 앞선 전투 상황에서 경험한 것이 있기에 불가피하게 이런 방식을 선택했을 뿐.
‘마법 쓰는 거 엄청 어렵네.’
뉴월드에서 재호가 보여 주던 전투 방식은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스킬들도 몇몇 개를 제외하면 재호의 민첩함을 활용할 수 있는 즉발형이 많았으니…….
하지만 마법사는 전혀 아니었다.
자리를 지키고 서서 캐스팅까지 시간을 기다려야 발동이 되는 스킬이 바로 마법.
답답해서 견디기가 힘들었고, 움직이면서 캐스팅을 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흑마법사 다키스트의 말에 따르면 뉴월드는 이 정도로 답답하진 않다고 했는데…….
‘뉴월드랑 달리 똥겜이라서 제대로 구현이 안 된 걸지도 모른다고 했지.’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게 지금의 방식이었다.
일단 스태프로 두들겨 패서 정신 못 차리게 만든 뒤, 캐스팅 시간이 짧은 마법을 잽싸게 사용해 대미지를 주는 것이다.
[평타-마법-평타-마법]의 연속 콤보.그런데 이 단순한 패턴에도 파스는 대응을 전혀 못 했다.
‘왜! 왜!!!’
보는 사람도 고개를 갸웃하게 하거늘, 당하는 사람은 오죽할까?
‘지금도… 그때도……. 한참 성능이 떨어지는 캐릭터를 가지고 어떻게 날 이기는 거냐고!!’
재호에게 이상하리만치 과민반응을 보이는 파스.
“그때와는 다르단 말이다!!”
“아까부터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시큰둥한 재호의 대답.
“!!”
바로 재호의 저런 태도가 파스를 미치게 했다.
“날 기억도 못 하는 거냐?!!”
파스는 재호를 만난 적 있지만, 재호의 기억엔 전혀 없는 상황.
“룬가 왕국에서 날 그렇게 비참하게 만들었으면서 그런 말이 나오는 거냐?! 내 존재감이 그거밖에 안 된다고?!!”
“?”
파스는 억울해했지만, 재호는 정말로 몰랐다.
애초에 당시 전투 상황을 떠올려 보면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기억할 정도로 여유롭지 않았다.
사방이 똑같은 복장을 한 가디언 길드로 가득했던 룬가 왕국.
그 사이에서 파스를 딱 알아보면 그게 말이나 되겠는가?
“근데 지금 그런 소리를 할 때가 아닌 거 같은데…….”
“…뭐……?”
재호가 턱짓으로 파스 뒤쪽을 가리키자 그의 시선이 저절로 따라갔다.
그리고…….
빠악-
“아악!!”
다시 옆통수로 내리꽂히는 재호의 스태프.
“그렇게 한눈팔아서 되겠어?”
턱-
이어 스태프로 땅을 짚곤 드롭킥을 날린 재호.
큰 동작에 파스가 대응하려 했지만, 낯선 캐릭터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건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원거리 마법사에서 근접 전사 계열로 넘어온 파스는 압도적인 캐릭터 성능 탓에 부족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대충 쳐다보면서 평타만 휘둘러도 충분했으니까.
하지만 재호를 만나면서 문제가 생겼다.
이곳의 재호는 마법사라곤 하지만, 이미 1레벨 때 엘프와 싸워 살아남을 정도로 엄청난 피지컬의 소유자.
그리고 중요한 점은 지금 사용 중인 똥캐가 아무리 별로라고 해도 1레벨 캐릭터보다는 월등히 좋다는 점.
아니, 캐릭터 스펙만 놓고 보면 레벨 차이 탓에 재호의 본캐보다 좋았다.
스킬 구성이 엉망일 뿐.
뻐억-
가슴팍을 정통으로 맞곤 바닥을 구르는 파스.
“파이어볼!!”
그리곤 재호가 힘차게 마법을 외치며 쓰러진 그에게 스태프를 휘둘렀다.
빠악!!
불 따위는 없었다.
“파이어볼! 파이어볼!!”
“악! 악!!”
먼지 휘날리며 매타작을 시작한 재호와 본능적으로 몸을 웅크리고 보호하는 파스.
“제기랄! 마법을 써라!”
“쓰고 있잖아! 파볼! 파볼!”
-…….
-…….
지켜보는 이들은 그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새삼 재호의 피지컬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지 깨달았다.
-생각해 보면 당연하네. 이미 현실이 완성형 피지컬인데…….
그건 굳이 다른 게임이라 하더라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