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17
816화
재호의 현란한 움직임을 자세히 볼 수 있는 방송 화면.
하지만 재호의 움직임을 제대로 포착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여기서 한 번 바꾸고, 다음 여기서 또… 여기서 다시…….
-사실상 파스 선수는 알시아 선수의 잔상만 쫓던 거군요!
-바로 그겁니다! 누군가는 그런 이야기를 할지도 모릅니다. 분신 스킬이 너무 사기인 것 아니냐? 하지만 분신 스킬이 황재호 선수만 가지고 있는 건 또 아니거든요. 비슷한 스킬을 가진 사람들은 아주 많습니다. 당연히 그들 중엔 분신과 자신을 바꿀 수 있는 사람들도 있고요. 하지만 그들과 황재호 선수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말도 안 되는 균형 감각과 적응력!
분신과 위치를 바꾸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공통으로 호소하는 문제점은 순식간에 뒤바뀌는 시야 탓에 발생하는 극심한 어지러움이었다.
인간인 이상, 주변 환경 정보를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데엔 시간이 필요한 일.
분신을 자주 다루는 사람들은 그것에 나름 적응했다고 하지만, 그렇다 해도 부작용이 없는 건 아니었다.
분신과 바꿔치기를 한 직후가 약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
그래서 전투 실전성이 다소 떨어지는 스킬이라는 평이 많았다.
주로 쓰이는 경우는 큰 스킬 회피용 또는 도망용 정도.
그런데 재호는 그걸 전투에 적극적으로 쓰고 있었다.
몸이 바뀐 직후 발생하는 괴리감이라곤 전혀 없다는 듯, 원래 자기 몸인 것처럼 움직였다.
그러니 재호의 분신을 상대하는 이들은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쪽이 진짜인 줄 알고 팼더니 뒤에서 진짜가 튀어나오고, 다시 그쪽을 보면 다시 반대에서 나타나고…….
-NLK에서도 일성 플라워즈는 막강한 전투력을 보여 주었지만, 황재호 선수가 분신 스킬을 얻은 이후에는 최소 1.5배는 더 강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스킬 하나를 얻는다고 해서 팀 경기력이 극적으로 달라지는 경우는 잘 없거든요? 하지만 황재호 선수라면 이야기가 다르죠.
-근데 뉴월드컵에 참가한 팀 중, 한국팀을 제외하면 황재호 선수의 분신을 상대하는 건 전부 처음이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오래 싸운 한국의 팀들도 마땅한 대응법을 찾아내지 못했는데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진행되는 뉴월드컵에서 대응법을 만들어 낸다? 그건 기적을 바라는 것이나 다름없겠죠!
콰르르르-
파스가 지른 불길이 서서히 사그라지면서 안쪽의 상황이 드러났다.
“허억… 허억…….”
거친 숨을 내쉬며 위태롭게 선 파스.
같이 죽자며 불을 질렀지만, 마지막 순간, 자신이 속았음을 깨달은 그는 스킬 위력을 최대한 낮췄다.
그래서 숨은 붙어 있지만, 곧 화상 대미지 탓에 알아서 죽을 상황.
“이 개자식…….”
재호를 당장 찢어 죽이고 싶다는 표정으로 노려보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이미 글러 먹은 상황이란 걸…….
팀원들의 상황 역시 최악이었다.
링방 게임즈의 주포인 파스가 혼자 싸우겠다고 빠졌으니 공격적인 조합을 준비한 일성 플라워즈보다 화력전에서 밀리는 게 당연한 일.
그리고 재호가 저곳에 합류하면 다시 전장은 확 기울 테고…….
‘승리 가능성은…….’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0%였다.
“기다려라. 반드시 복수할…….”
파스스-
결국 재가 되어 사라지는 파스.
가장 가까운 링방 게임즈 구역에서 부활해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그때까지 남은 동료들이 버틸 가능성은 극히 낮았다.
-결국 링방 게임즈의 패색 짙어지는군요.
-하지만 일성 플라워즈는 링방 게임즈를 기다렸죠. 과연 이대로 끝낼 것일지는 의문입니다.
중계진의 말처럼 사람들은 묘한 기대를 하고 있었다.
일성 플라워즈가 이번에는 어떤 정신 나간 짓을 보여 줄까?
대체 왜 하나 남은 중립 구역을 차지하지 않고 링방 게임즈를 기다린 것일까?
다행히 그 궁금증은 남은 링방 게임즈까지 정리된 뒤, 일성 플라워즈가 보인 행동을 통해 해결되었다.
부활하자마자 일성 플라워즈를 찾은 링방 게임즈.
그런데 똑같은 장소에서 태연히 기다리는 그들을 확인하곤 흠칫 걸음을 멈췄다.
‘저 자식들 무슨 꿍꿍이지?’
눈치가 있는 이상 모를 수 없었다.
일성 플라워즈는 대부분 구역을 점령한 상태일 것이다.
그리고 어디가 빈 곳인지 대강 파악하고 있을 터.
그런데 그곳을 점령하기 위해 움직이는 게 아니라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어- 왔어?”
바닥에 앉아 있던 재호가 엉덩이를 털며 일어났다.
“그럼 이따 보자고.”
그리곤 다시 달려들어선 한바탕 싸움을 벌였다.
결과는 역시나 링방 게임즈의 패배.
그래도 첫 전투보다는 시간을 좀 더 끌긴 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냅다 들이받은 첫 전투보다 나은 건 당연했다.
하지만 ‘설마?’ 하고 다시 똑같은 장소로 향했던 그들은 이번에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일성 플라워즈를 확인하곤 몸이 굳었다.
“어- 왔어?”
데자뷰를 느끼며 다시 벌어진 전투.
하지만 이번에는 이전보다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 시간만 버텨 냈다.
어쩐지 무거운 몸뚱이…….
그리고 부활 후, 홀린 듯이 다시 돌아가 보니…….
“어- 왔어?”
세 번째 똑같은 소리를 듣다 보니 조금씩 어지러움도 느껴졌다.
그리고 일성 플라워즈는 앞으로도 계속 이곳에서 버티고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오… 오히려 잘됐다.’
파스는 이를 꽉 물었다.
어차피 저렇게 안일한 모습을 보여 줄수록 자신들에겐 기회가 늘어나는 법.
‘두고 보자. 어떻게든 그 거만한 태도에 한 방 먹여 줄 테니까.’
그렇게 각오했지만, 현실의 벽은 너무 높고 단단했다.
게다가 링방 게임즈의 움직임은 이미 위축되어 버린 상태.
결국 또 전멸한 그들은 “어- 왔어?”를 네 번째 들어야 했다.
그리고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열 번째…….
게임 캐릭터임에도 링방 게임즈 선수들의 얼굴에는 새카만 다크서클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럴 게 아니다. 저놈들이 안일하게 대응하는 사이, 지금이라도 중립 구역을 우리가 더 확보하는 거다!”
“???”
급기야 정신 나간 소리를 하기 시작한 파스.
팀원들의 표정은 하나로 정의할 수 있었다.
“뭔 개소리야?”
한 사람은 진심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기도 했다.
심지어 그 소리를 한 게 파스를 제외한 유일한 중국인 선수.
다른 사람도 아니고 중국인 선수가 그런 말을 한 점에서 지금 파스가 한 말이 얼마나 개소리였는지 알 수 있었다.
“이제 와서 땅따먹기하자고? 이미 일성 플라워즈가 다 먹은 게 뻔히 보이는데?”
다른 선수들도 맞장구쳤지만, 파스의 눈은 정상이 아니었다.
“저놈들은 일부로 우리를 도발하고 있다! 아직 남아 있는 중립 구역이 많이 있지만, 일부러 우리 눈을 돌리려는 거다!!”
“…….”
물론 링방 게임즈 쪽에서 밝혀낸 지도가 없긴 하지만,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 법.
지금 남아 있는 안전지대는 분명 일성 플라워즈가 막고 선 장소뿐이었다.
그리고 그곳은 순서를 보면 거의 마지막 즈음에 붕괴될 구역이었다.
그런데 일성 플라워즈가 그곳을 점령하지 않고 계속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뜻은…….
“일성은 우릴 말려 죽이려는 거야.”
누군가의 중얼거림에 모두의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일성 플라워즈는 절대 이 경기를 순순히 끝낼 생각이 없다.
사실 그건 아까부터 느끼고 있긴 했다.
10번이나 똑같은 짓을 되풀이하고 나니 이젠 부정할 수 없는 확신으로 바뀐 것일 뿐.
“다들 왜 약한 소리만 하는 거냐?! 그럴수록 우리한테는 기회가 온 거다!! 역전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단 말이다!!”
조금 전 자신이 한 말과 대척되는 소리를 하는 파스.
정신이 단단히 나간 상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니, 어쩌면 정신이 나갔기에 아직 저런 근거 없는 자신감을 보이는 것일지도…….
“어떻게든 역전만 하면… 그렇게만 하면 무조건 우리의 승리다!!”
그게 가능하다면 링방 게임즈는 이번 뉴월드컵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열 번을 부딪쳤음에도 그들은 일성 플라워즈의 단 한 명도 잡지 못했다.
시작부터 꼬여 버린 그들은 이후 전투에서도 기세가 밀려 버렸고, 패배가 반복될수록 점점 더 무력해졌다.
“우리 구역을 더 확보하면 된다……. 그리고 일성 플라워즈를 밀어붙여 탈락시키는 거다! 그러면 이길 수 있다!”
또 했던 말을 되풀이하는 파스.
“제기랄…….”
팀원들은 싫든 좋든 파스의 저 헛소리를 받아들여야 했다.
그래야 이후 책임을 떠넘기는 걸 방지할 수 있을 테니까.
이후로 이성을 잃은 파스의 무대포 플레이가 이어졌다.
갑자기 맵 전체를 돌아다니기도 했고, 돌연 일성 플라워즈에게 달려들어 전멸하기를 반복했다.
경기를 보는 사람들은 링방 게임즈가 무슨 생각으로 플레이 중인지 알 수 없었다.
딱 하나 확실히 알 수 있는 건 그들의 멘탈이 완전히 나가 버린 상태라는 것.
전투 상황에서 보이는 소극적인 태도와 절망적인 표정이 그 증거였다.
이미 링방 게임즈는 패배했다.
그리고 일성 플라워즈도 모를 리 없었다.
애초에 딱 한 구역만 남겨 둔 채 모든 곳을 점령한 상태니까.
하지만 일성 플라워즈는 게임을 끝내지 않았다.
마치 중국이 지금까지 일성 플라워즈에게 한 온갖 불합리한 짓들에 복수하겠다는 듯 말이다.
그렇게 경기 시작 한 지 한 시간.
뉴월드컵 최장 시간 경기 기록은 물론, 최다 사망 기록까지 세운 개막전.
하지만 더 무서운 건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남겨 놓은 마지막 구역은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치러진 모든 리그 통틀어 한 번도 무너진 적 없는 구역이었다.
중심부에 가깝다 보니 후반의 후반까지 경기가 진행되지 않으면 그곳이 붕괴하는 건 보기 힘들었다.
보통은 그 전에 승패가 결정되었으니까.
지금처럼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지 않는 보기 힘든 일이었다.
-아… 도저히 두 눈 뜨고 보기 힘든 상황입니다.
-링방 게임즈는 전투 불능 상태예요!
경기 상황은 차마 뭐라 말할 수 없는 상태였다.
한 경기만에 합계 22회 일성 플라워즈와 충돌을 했고, 단 한 명도 처치하지 못했다.
일성 플라워즈가 얼마나 강한지 확인할 수 있는 한편, 링방 게임즈의 경기력도 얼마나 형편없는지도 적나라하게 보였다.
그리고 이제는 현실을 직시한 것인지… 아니면 포기해 버린 것인지 링방 게임즈는 싸우지 않았다.
부활하고서도 링방 게임즈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고개를 떨궜다.
게임을 그만 끝내고 싶었으나, 일성 플라워즈가 끝을 내 주지 않으니 손을 놓아 버린 것이다.
하지만 일성 플라워즈 쪽의 상황은 더 기묘했다.
그들은 지금이 대회 중이란 사실도 잊은 모양인지, 빙 둘러앉아 저들끼리 웃고 떠들고 있었으니…….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 너무 궁금하군요. 경기 중에는 그걸 확인할 수 없다는 게 너무 아쉽습니다.
-하하, 그런데 정말 일성 플라워즈는 독하게 복수하는군요. 뉴월드가 E스포츠로 자리 잡은 이래 이런 경우는 본 적도 없습니다. 전투 의지를 완전히 상실해 버리다니…….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사실 대회 전 일성 플라워즈를 향한 중국 운영위의 집요한 괴롭힘에 다른 팀들이 침묵의 동조를 한 건 부정할 수 없거든요? 그런데 첫 경기부터 이런 모습을 보여 준 건 모든 팀에게 경고하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자신들과 만나는 모든 상대는 이렇게 될 것이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이거든요?
-그렇군요! 하지만 당장 문제는 3판 2선승 경기를 치러야 하는 링방 게임즈인데, 이대로라면 두 번째 경기에 지장이 클 것 같습니다.
-아주 크지요. 아! 드디어 마지막 남은 중립 구역이 붕괴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무너지기 시작한 유일한 중립 구역.
그곳이 사라지면서 경기는 1시간 30분 만에 종료되었다.
그리고 결과는 볼 필요도 없이 일성 플라워즈의 승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