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25
824화
복수의 맛을 조금 깨달은 듯한 루로아 황녀와 함께 재호는 엘리시아 연금술 학원으로 향했다.
마나 오아시스 인근에 건설이 된 연금술 학원은 사람들의 접근이 제한된 장소로, 아무나 들이기에는 상당히 위험한 장소였다.
마나 오아시스는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순수한 마나.
그래서 마나 오아시스를 아는 사람들은 종종 잘못된 생각을 품는 경우가 있었다.
가령 한 숟갈만 마시면 평생 건강할 수 있다거나, 능력치가 두 배 증가한다거나…….
즉, NPC나 플레이어나 할 것 없이 이 마나 오아시스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마나 오아시스의 마나액에는 어마어마한 잠재력이 숨어 있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대로는 절대 쓸 수 없었다.
그냥 퍼 마셨다간 즉사할 테니까.
그래서 지금까지 쌀먹 길드를 이용해 사람들의 접근을 통제했었다.
하지만 길드 인력만으론 완벽한 접근을 차단하기 어려워 연금술 학원 건설에 맞춰 안전시설도 새로 건설했다.
바로 돔 형태의 투명 구조물을 세워 외부자의 접근을 완벽히 차단한 것.
이 구조물은 공기 중으로 흘러 나가는 마나 오염의 영향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었다.
물론 대지를 통한 마나 오염이 퍼진 건 어쩔 수 없지만, 그쪽까지 어떻게 해 보려다간 대형 사고가 터질지도 모를 일.
이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드르르-
대로를 가로지르는 엘리시아 화원의 꽃마차.
“알시아는 또 어디 가는 거지? 마차를 탄 거 보면 원정 나가는 건 아닌데.”
사람들은 화려한 마차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오늘 연금술 학원 문 연다던데?”
“아, 거기? 근데 이제 연다고? 예전부터 운영 중이지 않았나? 경매장에서 포션 본 거 같은데?”
“포션 생산은 조금씩 하곤 있었고, 오늘이 정식 오픈인 모양이더라.”
“흠……. 한번 따라가 볼까? 혹시 또 대형 사건 터질지.”
그런 호기심에 생겨난 긴 행렬.
엘리시아 화원의 흔한 풍경이었다.
“대왕은 대단하군요. 언제나 이런 관심을 받는 걸 보면.”
뒤쪽의 행렬을 살짝 확인한 루로아 황녀가 말했다.
“음… 저를 향한 관심이라기보단…….”
먹잇감을 노리는 승냥이 떼였다.
재호가 일으키는 퀘스트는 참가만 해도 엄청난 보상을 챙길 수 있었으니까.
이제는 저런 풍경이 적응되어서 별 감흥이 없긴 하지만, 예전에는 무섭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알시아 대왕이 만든 평화와 안정은 이런 관심과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겠죠. 그게 대왕이 가진 그 무엇보다 강력한 힘이라고 생각해요.”
“하하… 감사합니다.”
다소 공감되지 않는 평가였지만, 넓은 범주에서 좋게… 아주 좋게 해석하면 얼추 맞는 말이긴 했다.
재호가 해결했던 대형 사건 중 몇 가지는 플레이어들이 힘을 보태 준 사건들이 많았으니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대운하를 건너고 쭉 나아가는 마차.
덜컹덜컹-
청탑 구역을 지난 이후, 비포장 사막으로 진입하자 마차의 흔들림은 더 심해졌다.
게다가 모래에 바퀴가 푹푹 빠지며 느려지기까지…….
엘리시아 화원의 꽃마차는 도마뱀 시티에서 특별 제작한 마차로, 뛰어난 승차감과 정숙함을 자랑했다.
하지만 사막 전용 마차가 아닌 탓에 제대로 된 성능을 낼 수 없었다.
재호가 철도를 설치하려는 것도 그런 이유였다.
먼 거리에 있는 연금술 학원에 물품 조달 및 제품 운송을 하려면 안전 운반이 필수인데, 마차로 사막을 가로지르기엔 비효율적이었다.
하지만 철도를 설치한다면 대량의 물품을 빠르고 안전하게 옮길 수 있는 것이다.
“철도?”
재호의 이야기를 들은 루로아 황녀는 생소한 개념에 고개를 갸웃했다.
뉴월드 세상에 기계공학이 존재하긴 하지만, 바탕은 어디까지나 판타지 세계.
발전 수준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차이가 났다.
더군다나 기계공학 쪽은 고블린들이 많이 다루다 보니 이미지가 안 좋은 경향도 있었고 말이다.
“사막을 가로지르는 대형 마차라고 할 수 있겠네요.”
재호는 철도에 관해 설명해 주었고, 그 이야기를 듣는 루로아 황녀는 큰 호기심을 보였다.
“고블린들이 쓰는 강철 마차 같은 것이군요.”
“맞습니다. 그걸 훨씬 크게 만드는 거죠. 근데 아직 시작도 못 한 상태라…….”
자금이 확보되지 않는 이상, 줄칸이 절대 허락하지 않을 터였다.
다른 일이라면 재호가 억지로 밀어붙여도 줄칸이 수용했지만, 철도 같은 경우엔 이야기가 달랐다.
줄칸 그리고 피스오가 진지하게 파산을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디노스 섬에서 훈련을 빙자해 시간을 끄는 중이었다.
그곳에서 어둠서리가 등장할 때까지 기다려 사냥하기 위해서…….
이 정도로 자세한 사정을 이야기하진 않았다.
루로아 황녀가 함부로 제국 쪽에 정보를 흘리지 않을 인물이긴 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으니까.
“흠…….”
자금 문제로 아직 계획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루로아 황녀는 입술을 가만히 두드리며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제가 한번 투자해 볼까요?”
“네?”
“제국과는 별개로 말이에요. 제국이 직접 끼어드는 건 그리 좋은 그림은 아니기도 하죠?”
엘리시아 화원이 제국과 혈맹 관계라고 하지만, 결국 국가 대 국가의 관계.
대륙의 균형을 신경 쓰는 제국이 다른 왕국의 내부에 간섭한다는 인식이 퍼지면 주변에선 결코 좋은 눈으로 볼 수 없을 터였다.
누군가는 과한 편의를 봐준다고 불만을 가질 테고, 누군가는 내정 간섭 혹은 은밀한 침략 행위라고 주장할 여지가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제가 투자가 이루어지는 건 이야기가 다르겠죠.”
아무래도 황녀들은 황태자나 황자들보다 정치 쪽의 영향력이 약했다.
특히 루로아 황녀는 본인이 지닌 특수성 탓에 황제가 과보호를 해 왔다.
그래서 사교계 활동도 거의 없었다.
“이중 신분으로 투자를 하기에 딱 좋은 조건이죠.”
“어… 저야 자금 지원을 해 주신다면 감사하긴 한데……. 정말 괜찮은 거 맞아요?”
루로아 황녀가 이 미래가 불투명한 계획에 나서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단순 호기심으로 시작해 보기에는 들어가는 돈이 너무 큰 계획이었으니까.
“이번 오이미즈 사태를 겪고 많은 생각을 했어요. 제가 지닌 저주는 저를 제국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만들어 주었죠. 하지만 대외적으로 비치는 저는 그저 황제의 금지옥엽으로밖에 보이지 않아요.”
루로아 황녀는 스스로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자신은 그저 빛 좋은 개살구라는 것을…….
“하지만 여러 사건을 경험하고, 제 이름을 대륙에 남길 만한 일들을 하다 보니 알겠더군요. 이것이 삶이고 즐거움이란 걸.”
철도 공사에 루로아 황녀가 투자하려는 건 일종의 자아실현과 같았다.
“물론 조금 불순한 목적도 있어요.”
루로아 황녀가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먼 훗날, 제 저주가 풀리고 황제 폐하도 세상을 떠나신 뒤, 진정 자유인이 되는 날이 오면……. 황실의 후광이 아닌 저 스스로 살아가기 위해 준비하는 거죠.”
“…….”
낭만을 좇는 것 같으면서도 현실적인 이야기였다.
“그러니 황실의 일원으로서 힘을 누릴 수 있을 때, 최대한 이용해 보려고 해요.”
어쩌면 미래를 보며 정해진 길을 따라 살던 순종적이던 사람이, 서서히 인간다운 이기심을 찾기 시작한 것일지도…….
“후후, 걱정 마세요. 그렇다고 제국의 재산을 빼돌려 쓰진 않을 테니까. 쓸 곳이 없어 쌓인 제 품위 유지비만 해도 어마어마하거든요.”
“크흠……. 그럼 자세한 이야기는 이따 돌아가서 나누어 볼까요?”
그렇게까지 말하니 재호는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말해 실제 가치가 어느 정도로 매겨질지 모를 어둠서리의 소재보다는 확실한 돈줄이 더 매력적인 건 어쩔 수 없지 않은가?
* * *
엘리시아 연금술 학원에 도착한 마차.
재호가 내려서자 베스코를 비롯한 연금술사 몇 명이 대표로 나와 맞이했다.
“오셨군요! 완공되곤 처음이죠? 보시다시피 정말 멋지……?”
환히 웃으며 떠들던 베스코는 순간, 뒤따라 내려서는 루로아 황녀를 확인하곤 얼굴이 순간 굳었다.
뤼노 엑스포의 [루로아 프라푸치노] 관에 몇 번 구경을 가 본 그녀는 루로아 황녀의 얼굴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흡?! 화, 황녀님?”
베스코는 물론, 다른 연금술사들도 기겁하며 허리를 숙였다.
“화, 황녀님도 오셨어요?!”
베스코는 목소리를 최대한 낮추고 물었다.
그녀 또한 오이미즈 내에서 벌어졌던 일에 대해선 들었다.
하지만 루로아 황녀가 오이미즈에서 엘리시아 화원으로 왔단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었다.
“네. 원래 계획에 없었는데, 꼭 와 보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재호의 말에 루로아 황녀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베스코에게 미소를 보였다.
“하하, 어, 어서 오세요.”
오이미즈 내 지인에게 빙하만큼 시리고 냉정한 인물이라고 들은 베스코는 잔뜩 움츠러들었다.
그런 선입견을 품고 있으니 루로아 황녀의 가벼운 미소조차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조심해야 해!’
오히려 재호보다 더 어렵게 느껴지는 존재의 등장에 베스코의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혹여나 실수했다간 오이미즈 꼴이 날지도 몰랐으니 말이다.
물론 그건 베스코의 착각일 뿐이었다.
연금술사들이 바짝 긴장한 것과는 달리, 개원식과 시설 투어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이 되었다.
그리고 투어 중, 루로아 황녀는 재호도 예상 못 한 충격 제안을 하기도 했다.
“베스코 원장. 혹시 투자를 받아 볼 생각은 없나요?”
“당연하죠……?!!”
당연히 베스코는 냉큼 받아들였다.
잠깐이나마 고민을 한 재호가 이상한 것이지, 사실 황족이 투자 제안을 하면 보통의 플레이어는 고민도 없이 덥석 받는 게 정상이었다.
“이렇게 된 김에 철도 논의도 같이 진행하죠.”
화원 쪽에서 줄칸을 부르고 연금술 학원 쪽에서도 간부들이 참석해 진지하게 논의가 진행되었다.
결론은 모두가 크게 만족하는 결과가 나왔다.
사실 냉정히 따져 보면 루로아 황녀가 스스로 많은 걸 포기한 투자였다.
최대 투자는 해 주지만, 최소의 이윤을 가져가겠다는 그녀 덕분에 다른 이들이 도저히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으니 말이다.
“끄응… 이렇게까지 해 주신다면…….”
줄칸조차 할 말이 없다는 듯, 재호를 한 번 슥 노려보곤 수긍할 정도였다.
철도 쪽 투자는 다른 곳에 이용했으면 하는 원망이 느껴지는 시선이었지만, 재호는 깔끔히 무시했다.
“감사합니다. 이 정도로 크게 지원해 주실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재호는 루로아 황녀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런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루로아 황녀의 지원 수준은 엘리시아 화원의 1년 예산과 거의 맞먹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제국의 경제 규모가 얼마나 거대한지도 어렴풋이 엿볼 수 있었다.
쌓아 두기만 한 품위 유지비가 이 정도라면, 황실의 재산은 과연 어느 정도일지…….
그리고 이 정도로 과감한 투자는 단순히 엘리시아 화원에 대한 호감 때문은 아닐 것이라고 재호는 생각했다.
‘어쩌면… 이 일이 잘 풀릴 거란 확신이 있어서 투자를 결심한 것도 있지 않을까?’
루로아 황녀는 투자의 귀재가 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미래를 내다보는 것.
어쩌면 그걸 이용해 이 과감한 투자를 결심한 것일지도…….
적어도 재호는 그렇게 믿기로 했다.
그러면 이 계획을 더 확신하고 추진할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