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27
826화
가뭄의 단비… 아니, 폭우가 갑작스럽게 쏟아졌다.
빅마트는 세계에서 가장 큰 대형 체인 마트 브랜드.
매출 규모도 세계 1, 2위를 다툴 정도인 거대 브랜드가 일성 플라워즈를 후원하겠다고 나섰다.
빅마트 정도 되는 곳이 특정 스포츠 팀을 후원하는 일은 별로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일성 플라워즈가 아니더라도 다른 종목의 스폰서로 참가 중이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이 제안이 특히나 놀라운 이유가 있었다.
일단 지금 일성 플라워즈 스폰서를 향한 중국의 압박 사실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였다.
일성 플라워즈 쪽에서 소속 선수들의 컨디션을 위해 비밀로 두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빅마트 쪽에서 먼저 제안을 보내왔다는 건 사정을 파악했다는 뜻이었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이 소식을 접한 걸 보면 이미 그들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을 터였다.
그럼에도 중국에서 직접 보는 동안엔 관련 이야기를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었다.
아마 그건 일성 플라워즈에게 또 다른 변수를 제공하는 문제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리고 스폰서로서가 아니라 팬으로서 그들과 만나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을 테고…….
‘섬세하게 신경 써 주네.’
두표는 그 점이 일차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근데 빅마트가 중국엔 없던가?’
두표는 인터넷에 해당 정보를 검색해 봤지만, 빅마트가 중국에 진출했단 정보는 없었다.
그들이 직접 일성 플라워즈를 돕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이유가 납득되었다.
‘뭐, 세부적인 조건은 살펴보긴 해야겠지만…….’
빅마트의 빅썬더 그리고 그의 가족들을 만나본 경험은 무척 좋았다.
이 스폰서 제안에 좋은 감이 드는 것도 그들과의 사적인 만남이 있었기 때문.
‘후… 일단 침착하자. 벌써 이렇게 들뜨면 객관적으로 볼 수가 없어.’
하지만 이미 두근거리는 가슴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며칠 뒤…….
[일성 플라워즈! 세계 최대 유통 업체 빅마트와 스폰서 체결!] [빅마트, E스포츠 종목에선 첫 스폰서 참여.] [빅마트 “일성 플라워즈는 E스포츠 최고의 팀. 특히 황재호 선수는 스포츠 역사에 남을 정도로 강렬하다. 이번 뉴월드컵을 본 우리는 홀린 듯이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빅마트의 일성 플라워즈 스폰서 발표는 당연히 화제가 되었다.
돈이라고 하면 썩어 넘치는 곳으로 유명한 빅마트이지 않은가?
다만 다른 이들이 보기에도 이 스폰서십은 너무 갑작스러웠다.
일성 플라워즈와 빅마트 사이에는 아무런 접점이 없었고, 물밑에서 이야기가 오갔다면 어떤 식으로든 찌라시가 돌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소문도 없었으니 업계에서도 당황하는 상황.
특히 빅마트는 전통적인 스포츠 종목에는 투자를 많이 했지만, 지금까지 E스포츠 쪽엔 인연이 없었다.
이번 일성 플라워즈가 빅마트 최초의 E스포츠 파트너가 된 것이다.
[대체 무엇이 빅마트를 일성 플라워즈로 이끌었는가?]이 관심은 좀처럼 식지 않았고, 기자들은 또 나쁜 쪽으로 집요해지기 시작했다.
이 관계에 뭔가 구린 게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헛소문을 양산하기 전에 일성 플라워즈 쪽에서 먼저 움직였다.
이 기사를 접한 사람들은 경악했다.
“아니, 공개된 것 말고 더 괴롭힌 게 있어?”
일성 플라워즈의 어려움은 드러난 것 이외에도 더 많은 게 있었단 사실에…….
그들이 얼마나 어려운 싸움을 해 왔는지, 그럼에도 전승 우승을 해낸 경이로운 멘탈에 또 한 번 박수를 보냈다.
‘두표 형이 진짜 고생했지.’
역시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된 재호와 팀원들도 두표에게 감사도 표했었다.
선수인 그들이 받은 부담감도 엄청났지만, 감독으로서 두표가 짊어졌던 짐은 그보다 훨씬 컸단 걸 알게 되었으니까.
그리고 어쩌면 스폰서 문제 말고도 여전히 숨긴 문제들이 있을지도 모르고 말이다.
그러나 두표는 오히려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말했었다.
어차피 완벽한 우승을 성공한 이상, 자신은 다 보상을 받았다며 말이다.
게다가 스폰서 문제도 어떻게 보면 선수들을 덕분에 해결된 것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빅썬더와 절친한 관계를 맺은 게 영향이 없다고 할 순 없었으니까.
이렇게 일성 플라워즈의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줄 알았으나…….
‘후……. 슬슬 월식일이네.’
재호는 할 일이 산더미였다.
동료들은 아직 디노스 섬에 남아 있는 상황.
그들은 재호와 함께 어둠서리 사냥에 나서기로 했다.
희소한 몬스터인데다 가치 또한 대단히 높을 것으로 예상되었으니 당연한 일.
거기에 맞춰 재호도 이제 디노스 섬으로 돌아가야 했다.
어둠서리를 직접 상대해 본 다크엘프들에게 조언을 얻은 뒤, 연금술 학원과 꽃집의 유통 라인을 마지막으로 체크하고 출발한 재호.
다행히 이번에는 자리를 비운다고 줄칸이 호통을 치지 않았다.
생각이 있다면 오이미즈가 또 사고를 치진 않을 테니까.
물론 그렇게 생각했다가 황녀 암살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일까지 벌인 게 뱀가드이긴 했지만…….
아무튼 이번만큼은… 아니, 이제는 절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터였다.
살고 싶다면 말이다.
* * *
재호가 돌아온 디노스 섬.
동료들과 함께 월식까지 느긋하게 사냥하며 경험치를 쌓았다.
그런데 이 행보에 커뮤니티는 또다시 타올랐다.
-쟤들 대회 끝났는데 왜 아직 저기 있음?
└레벨업 더 하고 싶은가 보지.
└알시아가 대회 끝나고도 레벨업을 위해 남아 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ㄹㅇ난 골수 황재호 팬이지만, 황재호가 레벨업을 위해 뭘 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임. 예전에 디노스 섬에 갔을 때도 정작 황재호 레벨은 별로 안 오를 때가 많았음. 파티원들 레벨업 시켜 주고 자기는 채집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거든.
사람들은 재호가 추가 레벨업을 위해 디노스 섬으로 돌아갔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결승을 앞두고도 레벨업을 중단한 뒤, 꽃집으로 돌아갔던 사람이 이제 와서 레벨업을 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런 와중에 제기된 누군가의 추측.
-아는 사람들은 알고 있을 텐데, 곧 뉴월드에 천문 현상이 있음. 바로 월식! 뭐, 현실에서야 월식이 일어나면 “와! 신기하다!”하고 끝이지만, 과연 뉴월드는 그럴까? 난 아니라고 봄. 분명 월식에 맞춰서 대륙 곳곳에 특수 이벤트가 벌어질 거라고 봄.
꽤 합리적인 추측이었다.
그렇다면 재호와 일성 플라워즈 멤버들이 디노스 섬에 머무는 것도 월식과 관련된 무언가가 있다는 뜻!
그걸 확인하기 위해 사람들은 부랴부랴 위스트넌으로 향하는 무역선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정확한 월식일은 모르는 상황.
현실적으로 제때 맞춰 도착할 가능성은 작았다.
꽃집에 환장하는 재호가 벌써 디노스 섬에서 대기 중이라면, 분명 월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일 테니까.
-응~ 그러니 미리미리 디노스 섬에 와 있었어야죠?
└디노스 섬에 있다고? 레벨 1짜리로 캐릭터로 대체 뭘 할 수 있음?
└숨어서 지켜보다 또 뒤통수치려고? 그러다 마가리타 노예나 되라ㅅㄱ
그런 무서운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먼 발치에서 아련하게 지켜보기만 하는 사람들.
“아, 겁나 신경 쓰이네. 쟤들 다 죽이면 안 돼?”
다키스트는 짜증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죽이다니. 그런 악당 같은 소리를 어떻게 하니?”
진아의 말에 다키스트는 눈을 가늘게 떴다.
“악당이라니! 쟤들 봐. 딱 봐도 수상하잖아.”
“야야, 내버려 둬. 쟤 원래 악당 맞아.”
완식의 일침에 다른 이들은 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다키스트 원래 재호한테 덤볐다가 잡힌 거였지.”
“완전 악질이었다며? 사람 잡아다 뱀파이어한테 인신공양했다고.”
굉장히 과장된 다키스트에 대한 정보.
하지만 크게 틀린 말이 아니긴 했다.
팀 내에서 순수하게 악역으로 재호와 만난 건 다키스트가 유일했으니까.
“아니! 레드도 있잖아!!”
“음? 무슨 소리지? 알시아 님을 향한 내 충심은 변함이 없어.”
“너 불곰이었잖아!”
“하지만 알시아 님을 공격한 적은 없지.”
“너… 너 그렇게 뻔뻔하게 거짓말을……!”
레드의 태연한 대답에 다키스트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아냐. 레드는 정말로 날 공격한 적이 없어.”
그때, 재호가 레드를 옹호하며 말했다.
“뭐? 거짓말!”
다키스트는 그리 말했지만, 사실이 그랬다.
처음 재호와 레드가 만났던 건 불곰 길드가 아닌 적탑의 파견 마법사로였다.
그런데 하필 불곰 길드의 습격과 맞물려 입장이 난처해진 적이 있었는데, 그 순간 레드가 선택한 건 배신이었다.
정확히는 자신의 클래스 승급을 포기할 수 없어 결정한 것이지만, 어쨌든 재호를 공격한 적이 없는 건 명백한 사실.
“너와 나는 근본부터 달라!”
레드의 단호한 말에 다키스트는 말문이 막혔다.
레드의 지독하게 뒤틀린 신앙심(?)을 지적하고 싶었지만, 그럴수록 자기만 지는 것 같은 느낌.
“아, 아무튼 신경 쓰이는 건 사실이잖아. 뒤통수 간질간질해서 불안하다고.”
다키스트를 놀리긴 했지만, 사실 이런 불안함을 느끼는 건 그녀만이 아니었다.
뉴월드컵에서의 집요한 괴롭힘이 트라우마로 남아 다들 은근히 불안하긴 했으니까.
“뭐, 근데 저 사람 중에 우리한테 위협이 될 만한 사람은 없잖아.”
바위에 걸터앉아 잠시 쉬고 있던 재호가 다키스트에게 말했다.
“그리고 어차피 어둠서리 사냥은 디노스 섬 중심까지 진입해야 한댔어. 우리 말고 다른 사람은 거기까지 들어올 수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어둠서리 출몰 지역은 섬 중심부.
아직 그곳까지는 재호 파티를 제외한 다른 이들은 도달하지 못한 영역으로, 계속 섬 외곽에만 머무는 것도 혹시나 그들을 노리는 적을 방심시키기 위함이었다.
월식 당일이 되었을 때, 빠르게 중심까지 진입해 버리면 다른 사람들은 쫓아오지 못할 테니까.
“근데 어둠서리가 정확하게 뭐냐? 습성이나 전투 방식 같은 건 들어서 알겠는데, 우리가 잡을 수 있는 게 맞긴 해?”
완식은 걱정된다는 듯 물었다.
뉴월드 세계관 기준 20년마다 등장하는 몬스터라면 분명 평범하지 않을 터.
모르긴 몰라도 예상보다 훨씬 강한 개체일 것은 분명했다.
“슈사림 말론 우리 전력으로 충분히 될 거라고 하더라.”
재호 일행의 전투력을 직접 확인한 슈사림인 만큼, 그 평가는 충분히 객관적일 터.
다만 문제가 되는 건 따로 있었다.
“이 뭔지 모르겠어.”
재호는 슈사림에게 받은 암행복 을 꺼냈다.
[] [등급 : 전설] [사용 조건 : 달성]바로 아이템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조건이 문제였다.
“어둠서리한테서 얻은 소재로 아이템은 사용하려면 자격을 증명해야 하거든. 그런데 그게 어떤 자격인지 아직 몰라.”
이 확인되지 않은 조건이 어둠서리로 돈을 벌려던 계획의 큰 걸림돌이었다.
“이 뭔지… 그리고 구체적인 조건이 어떤 건지 알아내지 못하면 계륵밖에 안 되거든.”
슈사림도 그 부분에 대해선 알려 주지 않았다.
“결국 부딪혀 볼 수밖에 없지.”
“근데 만약 직접 잡아야만 자격을 얻는 거면 어떡해? 그럼 부질없는 거 아니니?”
이번엔 진아가 물었다.
“뭐, 그럴 땐 우리가 써야지.”
그나마 이런 걱정을 좀 덜 수 있게 된 건…….
“황녀님만 믿으라고.”
최근에 얻은 든든한 보험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